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62
863화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주막 장 씨와 어울린다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말했다.
“성렬 오라버니는 강하신 분이었네. 특히 마음이 아주 강하신 분이었지.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해야 할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는…… 그런 분이셨네.”
김소희는 잠시 하늘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조용하면서 무게가 있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어. 절벽 위에 혼자 서 있어도 그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런 소나무 같은 사람 말이네.”
“그런 배우는 젊은 분 중에는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래서 황민성도 고민을 하는 것 같더군.”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아마도 그 배역은 오디션으로 뽑을 것 같아.”
“오디션이라…… 그럼 아가씨가 직접 보셔야겠네요.”
“그럴 생각이네. 내 상대 배역이고, 성렬 오라버니를 연기하는 사람이니 좋은 사람을 내가 뽑을 것이네.”
“좋은 연기자가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임성렬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좋은 분을 연기하는 것이니 좋은 사람을 뽑아야겠지.”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우리 용수가 살아 있었으면 주막 장 씨로 드라마 데뷔하는 건데 아쉽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배용수를 지그시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 속 장 씨와는 다르지만, 내 의병에도 장 씨와 같은 이가 몇 있었네.”
“그렇습니까?”
“의병들의 의기가 아무리 높다 해도 밥을 안 먹고는 싸울 수 없고 사기가 떨어지니까. 이왕이면 맛있게 먹으면 좋으니 싸우는 것보다는 먹는 것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지. 내 알던 이도 의병들 먹을 것도 만들고, 식재 구하러 다니고 했었네.”
잠시 허공을 보며 옛 기억을 되살리던 김소희는 다시 배용수를 보았다.
“자네가 살아 있었다면, 그 배역은 자네의 것 같군.”
“그렇습니까?”
“그자도 무척 정이 많았지.”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싸우러 가는 의병들에게 다치지 말라고, 다치고 오면 밥 안 준다는 으름장을 하고는 했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밥을 해 주려고 산에서 나물 캐어 오고 버섯 캐 오고…… 참 많이 노력을 했었어.”
“그럼 그분은 전장에는 안 나가셨나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다리 하나를 잘 쓰지 못했네.”
“다리가요?”
“조총에 맞았는데…… 그 다리를 쓰지 못했지. 그래서 우리들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려고 그렇게 밥을 하고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네.”
김소희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동료가 있으면 참으로 미안해했어.”
“같이 싸우지 못해서요?”
“그렇지. 자기는 밥밖에 못 한다고…….”
작게 고개를 저은 김소희가 말을 이었다.
“허나 꼭 검과 활을 들어야만 의병이 아닌 게지. 그 이는 그가 할 수 있는 걸로 우리와 함께 싸운 것이네. 게다가 밥을 안 먹고 어찌 싸울 수 있겠나.”
김소희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총과 칼이 없으면 싸울 수 없지만, 밥이 없어도 싸울 수 없는 법이죠. 그러니 군대에 취사병이 있는 거고요.”
배용수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소희를 쓰다듬었다.
“우리 소희는 전쟁 없고 아픔이 없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 고모는 안심이 된단다.”
김소희가 꿀 떨어지는 눈으로 황소희를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예쁘세요?”
“예뻐할 수밖에 없는 아이가 아닌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김이슬이 다가왔다.
“저 다 먹었어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황소희를 안은 채 말했다.
“제가 좀 더 안고 있을게요.”
“아니에요. 제가 안을게요.”
김이슬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황소희를 내밀었다. 다시 황소희를 품에 안은 김이슬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쉬면 되는데 강진 씨는 음식 준비도 하고 어떻게 해요.”
“제가 좋아서 하는걸요.”
강진이 먹은 그릇들을 정리하자, 황민성이 말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집에 가져가서 해도 되는데요.”
“집에 가서 귀찮게 언제 해. 여기서 정리하는 거지.”
아이스박스에 그릇들을 담은 황민성이 그것을 들고 펜션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정원에서 사람들은 과일과 차를 먹고 있었다.
황소희를 안고 있고 있는 김이슬은 문지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혼여행을 미국으로 간다고?”
“네.”
“신혼여행은 발리나 하와이가 좋은데. 왜 미국이야?”
“미국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거든요.”
문지나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미국이 여행하기는 좋은데…… 신혼여행하기에는 그리 좋은 곳은 아니야.”
지금이라도 바꾸지 그러느냐는 듯 보는 김이슬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오빠가 할리우드를 꼭 가 보고 싶어 했어요.”
김이슬이 보자 문지나가 말을 이었다.
“오빠 대신 제가 가서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할리우드에서 파는 햄버거도 먹어 보고…… 오빠한테 이야기해 주려고요. 오빠가 할리우드 가 보고 싶었던 곳과 맛집들 이야기를 자주 해 줬거든요. 거기 다 가 볼 거예요.”
“그렇구나.”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자를 보며 강진이 사과를 한 조각 먹을 때, 펜션 앞에 차 한 대가 다가왔다.
‘신수호 씨인가?’
강진은 다가오는 차를 보다가 가방을 들고는 일어났다.
“저 손님이 와서 잠시만요.”
“응? 누구?”
“신수호 변호사님요.”
“그분이 왜?”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김이슬과 문지나 쪽을 슥 보고는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지혁 형님 변호를 맡으셨거든요.”
“변호? 아…… 거기에서구나.”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차를 향해 걸어갔다. 정차한 차에서 내린 신수호는 다가오는 강진을 보다가 자신을 보는 황민성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황민성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신수호가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주는 것이 아니기에 강진은 사양하지 않고 봉투를 받았다. 그러고는 들고 온 가방을 내밀었다.
“여기 안에 책과 대본 들어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가방을 열어서는 책과 대본을 보았다.
“잘 챙겼으니 보실 필요는 없으세요.”
강진의 의미심장한 말에 신수호가 그를 힐끗 보고는 가방을 닫았다.
“내용물은 전해 드리고 가방은 제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방은 못 가져가는 거겠죠?”
“이승 물건을 저승에 가져가는 건 돈이 참 많이 드는 일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저승은 정말 돈이 최고네요. 돈이 있으면 저승 물건을 이승으로도 가져오고, 이승 물건을 저승으로도 가져가고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가방을 차에 조심히 넣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신수호가 몸을 돌리려 하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문지혁 씨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대본과 책을 가져가는 걸로 돈을 써서 저승에서 풍족하게 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승보다는 잘 지낼 겁니다.”
“그래도 돈이 좀 남으시나 보네요?”
“VIP이니까요. 게다가 드라마 출연도 없었던 일이 되기도 했고.”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럼 지옥은 문제되는 것 없겠죠?”
“지옥은 죄 지은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곳이지, 선하게 산 사람을 강제로 잡아 두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VIP는 작은 죄 정도는 검사들도 재량껏 기소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부탁드립니다.”
“제 고객이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신수호는 차를 타려다가 다시 몸을 돌려서는 주머니에서 봉투를 내밀었다.
“이건 문지혁 씨가 이강진 씨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에게 편지를 건넨 신수호가 차에 타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신수호가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은 문지혁이 준 편지를 펼쳤다.
편지를 읽은 강진은 다른 종이를 펼쳐 보았다.
수표 금액을 본 강진이 놀란 눈으로 종이를 보았다.
“이백? 돈도 없으실 텐데…….”
저승에 책과 대본을 가져가느라 돈을 많이 썼을 텐데 하는 걱정에 수표를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하늘을 보았다.
“이건…… 제가 가지고 있다가 형수 아이 낳으면 아기 용품 형님이 주신 돈으로 사서 드릴게요.”
강진은 하늘을 올려다본 채 미소를 지었다.
“장설하 씨 아시죠? 저하고 많이 친해요. 만나면 제 이야기 하면서 친해져 보세요. 그리고 같이 연기도 하시고. 장설하 씨하고 같이 정말 하늘의 별이 되세요.”
강진은 일전에 만났던 장설하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장설하 씨는 이미 스타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장설하 씨 스타 됐으면 그쪽 라인 타세요. 이승도 연예계 라인이 중요하면, 저승도 라인이라는 것이 있을 테니까.”
웃으며 종이를 주머니에 넣던 강진은 문득 종이를 보았다.
“그런데 미역국에 참치를 넣는다고?”
소고기, 황태, 조개를 넣은 미역국은 들어 봤지만 참치를 넣은 미역국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다.
강진은 편지에 적혀 있던 조리법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조리 방법은 간단했다. 일반 미역국 끓이는 것처럼 끓이고 참치를 넣으면 되는 것이었다.
“참치 다 으깨질 것 같은데…… 하긴, 밥 말아서 먹으면 으깨져도 다 긁어먹을 수 있겠네.”
조리 방법을 보던 강진은 주머니에 종이를 집어넣고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녁을 먹은 사람들은 펜션 앞에서 강상식과 문지나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형 여기서 자고 가지 그래요.”
오늘 다 여기서 하루 자고 갈 거라 예상해 일부러 큰 곳을 빌린 것이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저녁인데 둘이 오붓하게 있어. 그리고 어머니 잠자리 바뀌면 불편해하시기도 하고.”
“하긴, 잠은 편하게 주무시는 것이 좋죠.”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지나를 보았다.
“결혼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럼 서울에서 보자.”
황민성이 미리 불러둔 택시에 먼저 오르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형 결혼 축하드리고요.”
강진은 강상식에게 작게 속삭였다.
“지혁 형님 저승에서 잘 하고 계시대요.”
“그래?”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고맙다. 서울에서 보자.”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문지나에게도 인사를 한 뒤 차에 올라탔다.
강진은 차가 출발을 하자 창문을 열고는 손을 흔들었다.
“형수! 결혼 정말 축하해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와 강상식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 고마워!”
“조심히 가세요!”
신혼부부의 인사에 강진이 웃으며 앞을 보았다. 앞서가는 택시 위에 김소희가 서서 하늘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희 아가씨도 결혼을 하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김소희도 결혼을 하고 싶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