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63
864화
저녁 장사를 일찍 마무리한 강진은 푸드 트럭에 음식들을 싣고 있었다. 그런 강진의 옆엔 최호철이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초코파이 실었지?”
최호철의 말에 식재를 차에 싣던 배용수가 초코파이 박스를 들어 보였다.
“다섯 박스 넣었어요. 그런데 먹을 거 많은데 초코파이가 먹고 싶대요?”
“초코파이가 먹고 싶다고 부탁하더라고.”
푸드 트럭에 실리는 음식들을 보며 미소 짓는 최호철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좀 일찍 갈걸. 제가 간다고 말을 해 놓고 늦어서 미안하네요.”
“너도 바쁘잖아. 그리고 이렇게 가는 게 어디야.”
“그분들 많이 기다렸을 텐데 미안하네요.”
최호철과 같이 일하는 경찰 귀신들을 위해 출장 영업을 하려고 생각을 했었다.
죽어서도 범죄자들 잡겠다고 잠복하거나 귀신들을 수소문하며 정보를 얻어 오는 그들을 위해 음식이라도 접대하려고 말이다.
그런데 일들이 있고 해서 이때까지 가지 못하다가 더는 미루지 않기 위해 오늘 가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한 번 가고 나면 다음에는 그분들 부르면 되니 식사 대접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귀신들 얼굴과 이름을 알면 거리가 멀어도 부를 수 있었다.
물론 부른다고 계속 이곳에 머물 수는 없지만,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식사 잘 하다가 원래의 자리로 갈 수 있을 것이었다.
배용수가 실린 식재들과 음료들을 확인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빠진 것 없지?”
“잠깐만. 삼겹살, 닭꼬치, 소고기하고…….”
배용수가 메모지에 적힌 식재와 실린 것들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실었어.”
“그럼 이제 출발하자.”
배용수가 푸드 트럭에서 내리자, 강진이 문을 닫았다.
덜컥! 덜컥!
캡을 다 닫은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다들 문 잠그고 나오라고들 하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서둘러 가게 안에 들어가서는 여자 직원들을 데리고 나왔다. 직원들이 모두 나오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문 잠그셨죠?”
“문도 잠그고 불도 끄고 다 했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오늘 들러야 할 곳이 많으니 서두르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지붕을 잡고는 푸드 트럭 위에 올라갔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자, 이혜미가 그 손을 잡았다. 그에 최호철이 그녀를 잡아 올렸다.
그렇게 하나둘씩 여직원들을 끌어올린 최호철이 지붕에 자리를 잡았다.
“그럼 떨어지지 않게 조심들 하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차에 타자, 배용수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렇게 모두가 탑승하자 강진은 창문을 열어 지붕을 향해 말했다.
“그럼 출발할게요.”
“출발.”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기어를 바꾸고는 액셀을 밟았다.
부릉!
강남을 벗어나며 배용수가 말했다.
“그럼 오늘은 용인, 평택, 천안이야?”
“거리가 너무 멀면 저승식당 시간을 못 맞추니 일단 거기 들러서 경찰 귀신분들 안면부터 익히려고.”
도시 몇 곳을 다니며 최호철과 일하는 경찰 귀신들 안면을 익히고 밑에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 오늘 일정이었다.
귀신들 얼굴과 이름을 알아야 그들을 부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위해 최호철이 미리 각 지방에 있는 경찰 귀신들과 일을 도와준 귀신들에게 어디에 모여 있으라고 말을 해 둔 상태였다.
사람들을 픽업하는 것처럼 강진은 귀신들과 안면을 익히고 난 후 저승식당 오픈할 곳에서 그들을 부르려는 것이다.
***
천안의 한 길가에 강진의 푸드 트럭이 서 있었다.
“정성수, 정성수, 정성수. 이진송, 이진송, 이진송…….”
푸드 트럭 앞에서 강진은 귀신들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강진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의 앞에 귀신들이 나타났다. 평범한 사복을 입은 이들도 있었고, 경찰복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 최호철과 함께 나쁜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귀신 수사대였다.
“이야…… 좋네.”
“그러게요. 제삿날에 집에서 불러 주는 것 빼고 이렇게 남이 불러서 오기는 처음이네요.”
귀신들은 웃으며 말을 하다가 이미 불러져서 모여 있는 귀신들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갔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성민 형!”
“어? 성수야. 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형 죽고 얼마 있다가 죽었어요.”
“새끼, 천천히 가지……. 젊은 놈이 뭘 이리 일찍 가.”
“그러는 형님도 늙은 건 아니죠.”
“그런데 어쩌다가?”
“모르겠어요. 기억 안 나는 거 보면 사고였나 봐요.”
고개를 저은 남자가 웃으며 자신에게 말을 건 경찰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죽어서 이렇게 보니 반가우면서도 섭섭하고 기분 드럽네요.”
“좋은 사람은 너무 일찍 죽는구나.”
모인 경찰 귀신 중 서로 아는 이들은 상대방이 죽은 것을 아쉬워했다.
이처럼 같은 지역에 있다고 해도 서로 죽은 지 모르고 있던 경찰 귀신들이 제법 있었다. 이미 죽은 이에게 조문 연락이 갈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은 남은 경찰 귀신들을 마저 불렀다.
강진이 부른 귀신들과 여기에 모여 있던 귀신들까지 합치면 열 명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귀신은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 근방에 사는 일반 귀신들도 저승식당이 오픈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들 모인 것이다. 그래서 푸드 트럭 주위는 귀신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귀신들을 모두 불러 모은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저는 서울 저승식당에서 온 이강진입니다. 오늘 천안에서 가게를 오픈해서 기쁘…….”
말을 하던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밥 드리러 와서 말이 많을 이유가 없겠죠. 음식 곧 준비해 드릴 테니 편하게 쉬고 계세요.”
말을 마친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오자 배용수가 귀신들을 향해 소리쳤다.
“일단 재료들 있는 내에서 여러분들이 먹고 싶은 음식 해 드릴게요! 드시고 싶은 음식들 있으면 빨리 말하세요!”
“LA 갈비요.”
LA 갈비 주문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첫 주문부터 이런 말 해서 그렇지만 그건 없어서 안 돼요. 고기는 삼겹살하고 닭꼬치, 그리고 소고기 이렇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거 주문해 주세요. 좀 일반적인 메뉴로 부탁할게요.”
“김치찌개 됩니까?”
“됩니다.”
“계란말이는요?”
“그것도 됩니다.”
귀신들이 제각기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자, 배용수가 최대한 되는 메뉴들을 받았다. 빠르게 받아 적던 배용수가 손을 들었다.
“메뉴가 너무 많네요. 죄송하지만 지금 받은 메뉴들로만 음식을 할게요.”
“더는 안 되는 겁니까?”
한 귀신이 아쉬운 듯 말하자, 배용수가 손을 들어 푸드 트럭 내부를 가리켰다.
“음식을 할 공간도 적어서요. 한 번에 여러 음식을 못 만들어 냅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받은 메뉴에 따로 삼겹살하고 다른 고기 안주 나가니 그걸로 아쉬움 달래 주세요. 그리고 저희가 과자하고 초코파이를 좀 가져왔으니 그것도 좀 드시고요.”
여자 직원들이 푸드 트럭 앞에 과자들과 초코파이를 놓자, 귀신들이 와서 그것을 집으려 했다.
“잠시만요. 지금 드시지 마세요.”
“지금 먹으면 안 됩니까?”
한 경찰 귀신이 의아한 듯 보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먹어 봐야 제삿밥 맛밖에 안나. 잠시 기다렸다가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먹어.”
“그거나 이거나 같은 거 아닙니까?”
“이따 되면 알아.”
최호철이 웃으며 하는 말에 경찰 귀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가라서 간간이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길가에서 영업을 해도 됩니까? 사람들 눈도 있는데.”
최호철이 보자, 경찰 귀신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런 곳에 하는 거 노점 영업이라 불법이잖습니까.”
경찰 귀신은 여자 직원들이 물건을 옮기는 것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직원분들이 물건을 옮기는데 저거 사람들이 보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경찰 귀신의 말에 최호철이 웃었다.
“누가 경찰 귀신 아니랄까 봐, 너 밥 주러 온 사람한테 법 따지는 거야?”
“법은 법이니까요.”
“살아서도 법 안 지키는 놈들도 많은데 우리가 죽어서까지 법 따질 필요 있어?”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죠. 지키지 않는 사람 잡으라고 경찰이 있는 건데.”
고지식한 경찰 귀신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노점상은…… 그래, 네 말대로 불법인데 사람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귀신 장사하는데 법으로 어떻게 제재할 거야? 길가에서 귀신한테 밥 판다고 처벌하는 법이 있어?”
“그건…… 그러네요.”
경찰 귀신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최호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람한테 물건 옮기는 거 안 보이니 걱정하지 마.”
“이렇게 잘 보이는데 왜 안 보여요?”
“너는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이 바닥을 잘 몰라서 그래.”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귀신이 모여 있으면 사람들은 그곳을 보지 않으려 하거나, 봐도 여기를 인식 못 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귀신 한둘은 몰라도 여럿이 있으면 귀기가 짙어져요. 그래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곳을 피하려 하거나 인식을 못 하죠.”
“인식을 못 해요?”
“마치 이곳이 안 보이는 것처럼 보지를 못하더군요. 보세요. 저기 사람들이 서 있지만 이곳으로는 전혀 오지 않잖아요.”
강진이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들과 길 건너를 가리키자 경찰 귀신이 그쪽을 보다가 주위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반대쪽 길가에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 이 주위에는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신기하네요.”
“그리고 제가 그동안 출장 영업으로 노점을 많이 했지만, 주민 민원이나 경찰이 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장사 접을 때까지는 귀신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이곳을 모르니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식사하세요.”
강진은 경찰 귀신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영업시간 되려면 시간이 좀 있으니 이야기들 하고 계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의자를 세팅하는 이혜미의 옆에 가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기 인사들 해. 여기는 내 아내 이혜미 씨.”
“형수님이셨군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이야, 호철이 너…… 나이 먹고 이렇게 예쁜 아내를 다 맞이하고. 출세했네.”
경찰 귀신들이 축하해 주는 것을 보며 웃은 강진은 김치찌개를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되자, 근처에 있던 귀신들이 현신하기 시작했다.
화아악! 화아악!
현신을 한 귀신들은 깜짝 놀라 자신의 몸을 보았다.
“사람…… 사람이 됐어.”
“몸이 생기다니?”
귀신들이 자신들의 몸을 만져보고 옆에 있는 이들의 몸을 보는 것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몸이 있어야지.”
최호철은 초코파이를 하나 집어서는 한 경찰에게 던졌다. 경찰이 얼떨결에 그 초코파이를 잡아채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에는 이렇게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러니 마음껏 많이 먹어.”
최호철의 말에 경찰이 초코파이를 보다가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바스락! 바스락!
비닐이 소리를 내는 것을 들으며 경찰이 미소를 지었다.
“초코파이다.”
그는 비닐을 벗겨서는 초코파이를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는 경찰을 강진이 바라보았다.
‘되게 젊어 보이네?’
강진이 경찰을 볼 때, 최호철이 다가와서는 말했다.
“우유 가져왔지?”
“그럼요.”
강진이 아이스박스에서 우유를 꺼내 내밀자, 최호철이 그 우유를 경찰에게 던졌다.
“초코파이는 우유하고 먹어야지.”
우유를 받은 경찰은 초코파이를 우물거린 채 환하게 웃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