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90
891화
태호가 볼일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데리고 가서 볼일 보게 할게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희 가게 뒤편에 인적 없는 곳 있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태호를 보았다.
“태호야, 가자.”
강진의 말에 태호가 최향미를 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장님하고 가서 볼일 보고 와.”
최향미의 말에 태호가 엉덩이를 떼자, 강진이 지순이를 보았다.
“지순이 너도 가서 볼일 보자.”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순이도 동생하고 같이 볼일 보고 와.”
오지민의 말에 지순이가 엉덩이를 바닥에서 뗄 때, 최향미가 말했다.
“그러지는 않을 건데 혹시 애가 큰 거 보면요.”
최향미가 목줄 손잡이를 가리켰다.
“여기에 배변 봉투 있어요.”
지순이의 하네스 옆에 배변 봉투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 봉투로 어떻게 치우세요?”
애가 볼일을 봐도 그게 보여야 담아서 치울 테니 말이다. 강진의 질문에 최향미가 웃다가 말했다.
“오늘은 정말 특이한 경우고요. 보통은 밖에서 볼일을 잘 안 봐요. 그래서 집에 오면 후다닥 볼일부터 봐요.”
“그렇겠죠.”
“혹시 해서 봉투 말하기는 했는데 큰 건 안 볼 거예요.”
아무래도 사람들 사이를 오고 가야 하니 볼일 보고 싶다고 아무데서나 큰일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강아지한테는 미안하지만, 자리를 비우는 순간 주인이 위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애들 볼일부터 보게 해.”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럼 애들 볼일 보게 하고 올게요. 식사하세요.”
강진은 두 강아지를 데리고 뒷문으로 나왔다. 그러곤 구석진 곳으로 가자 아이들이 알아서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두 마리 다 큰 것을 보지는 않아서 배변 봉투를 꺼낼 일은 없었다.
볼일을 본 지순이 머리를 오종철이 쓰다듬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배변 봉투를 가지고 있는 건 치운다는 건데……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치우는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오종철이 피식 웃었다.
“아까 향미가 말한 것처럼 애들은 밖에서 일을 잘 안 봐. 그리고 밖으로 나갈 일 있으면 미리 소변이나 대변 같은 거 보게 해서 데리고 나와.”
그러고는 오종철이 강진을 보았다.
“애들도 생명이라 가끔 급할 때가 있기는 하지. 그래도 다행히 밖에서는 큰일을 잘 안 봐. 애들도 아는 거지. 자기가 밖에서 볼일 보면 주인이 힘들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계속 참고 또 참다가 집에서 볼일을 보는 거야. 그래도 사람이나 동물이나 급똥 마려울 때는 애들도 어쩔 수 없는 거지.”
웃으며 오종철이 지순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배변 봉투를 챙겨 다니는 거야. 혹시라도 애들이 큰 걸 보면 치워야 하니까.”
멍!
조금 크게 짖으며 오종철의 손길을 즐기는 지순이를 보던 강진이 태호를 보았다. 볼일을 보고 나서 그런지 태호의 얼굴이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물론 아까나 지금이나 웃는 얼굴이기는 했지만…….
‘애는 참 얼굴이 웃상이네.’
강진이 태호를 볼 때, 오종철이 말했다.
“자네도 몸 관리 잘해.”
“네?”
“요즘 어떤 젊은이들은 오늘만 살 것처럼 마음껏 마시고, 놀면서 몸 상하게 하는데 적당히 금주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살아.”
입맛을 다신 오종철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오늘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삶이라…… 오늘만 있는 것처럼 살다가 오늘 안 죽으면 나중에 남는 건 골골거리는 몸하고 배고프다고 우는 애들밖에 없거든. 오늘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면 내일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건강 챙기면서 열심히 살아야지.”
“맞는 말씀이네요.”
“몸이라는 게 건강할 때는 있으나 없으나 한 것 같지만 사지 육신,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라도 없으면 참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니거든. 그러니 있을 때 잘 해.”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너무 나 때는 말이야 같은 말이었나?”
자신이 너무 꼰대 마인드로 말을 했나 싶어 웃는 오종철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저씨 하신 말씀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관통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
“있을 때 잘 해라…… 맞는 말이잖아요.”
강진은 태호에게 주먹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했다.
킁! 킁!
지순이야 자주 보고 쓰다듬기도 했지만, 태호는 오늘 처음 보니 친해지게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다.
태호가 자신의 손 냄새를 맡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부모님도 계실 때 잘 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때 잘 해야 하고…… 뭐든지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잘 해 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요.”
“하!”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뭐든지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이었어. 부모님과 건강은 당연한 거고…….”
오종철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없지?”
물음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말에 강진이 가슴을 손으로 문질렀다.
“아픈데요.”
“왜, 어디 아파?”
“아뇨. 마음이요. 방금 푸욱! 하고 들어왔어요.”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연애도 젊을 때 해야 해. 나이 먹고 하면 그건 연애가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하게 돼서 사랑도 자유롭지 않더라고.”
“제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분이 오시겠죠.”
“좋은 말이네. 보통은 좋은 사람 생기면 그때 해야죠, 하는데 자기가 먼저 되려고 하네.”
“제가 안 좋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 만나기 바라면 안 되죠.”
“그런데 자네 정도면 좋은 거 아닌가?”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저와 친한 아저씨 생각이고요.”
강진은 지순이와 태호의 목줄을 잡고는 말했다.
“들어가자.”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이 아이들을 놓자, 아이들이 바로 오지민과 최향미 옆에 가서는 척하니 앉았다.
“혹시 애들 큰 거 봤어요?”
걱정스럽게 묻는 최향미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작은 것만 봤습니다.”
“다행이네요.”
“다행은요. 볼일 보면 치우면 되는 걸요. 음식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니요. 정말 맛있게 먹고 있어요.”
두 여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음식을 한 번 살피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진이 주방에 들어오자 이혜미가 주방 입구에 서서는 홀을 살폈다. 혹시라도 두 손님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으면 강진에게 바로 말을 해 주려고 말이다.
강진과 두 여인은 공원의 정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되게 시원하네요.”
오지민의 말에 최향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아까는 되게 더웠는데…… 신기하다.”
두 여자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는 강진의 가게에서 일하는 귀신 직원들과 오종철이 있었다. 그래서 시원한 것이다. 귀신들이 모여 있으니 말이다.
‘시원하면 된 거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문득 귀신 직원들을 보았다. 그들은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분들 없었으면 여름에 전기료도 장난 아니었겠어.’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은 옆에 놓아둔 커피를 들어 마셨다. 아메리카노의 조금은 쓴맛을 즐기며 강진이 말했다.
“나오니 좋으세요?”
“좋네요.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가 다른 것 같아요.”
“주위에 나무하고 잔디, 그리고 꽃 같은 것들이 많아서 그럴 거예요.”
“꽃 향까지는 몰라도 나무 향은 나는 것 같아요.”
미소를 짓는 최향미를 보던 강진의 눈에 한쪽에서 달려오는 세 마리 개들이 보였다. 전에 오지민이 왔을 때 다가왔던 강아지들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민 씨 친구들 오네요.”
“친구요?”
“전에 놀러 왔던 강아지들요.”
“그래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얘들아.”
“오른쪽이에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오른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멍! 멍!
오지민이 아는 척을 하자, 그녀에게 유난히 친근하게 붙어 있던 강아지가 뛰어와서는 그녀의 발에 머리를 비볐다.
“어머!”
자신의 발에 닿는 감각에 오지민이 웃으며 강아지의 머리를 손으로 더듬어 만졌다.
“언니 기억하고 있었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지민의 손길에 강아지가 기분이 좋은 듯 짖었다.
멍! 멍!
우렁찬 울음에 오지민이 크게 웃었다. 그런 오지민을 보던 강진은 자신에게 와서 친밀함을 드러내는 다른 애들을 보았다.
“너희 요즘도 다른 애들 괴롭히고 그러는 거 아니지?”
멍.
“그래. 사이좋게 지내야 해. 싸우고 그러면 혼나.”
헥헥헥!
자신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강아지들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너희는 건강하니까 배고프고 힘 약한 애들 좀 더 챙겨줘. 힘 있는 애들이 약한 애들 챙겨 줘야 하는 거야.”
멍!
강진이 크게 짖는 강아지를 볼 때, 최향미가 말했다.
“얘들이 이 근처에서 제일 센 강아지들이에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강아지들을 보았다.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는 거죠.”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웃었다.
“선문답 좋아하세요?”
강진이 하는 말이 마치 스님들이 하는 그런 말처럼 들린 것이다.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스님들은 그런 말에 의미를 담으니 말이다.
마치 영원한 것은 없으니 힘 있고 권력 있을 때 잘 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건 아니고요.”
강진은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강아지들도 그들만의 서열이 있더라고요.”
“원래 강아지들은 서열 생활을 하니까요. 어릴 때 친구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는데, 강아지가 아빠를 서열 제일 밑으로 인식을 했는지 깔보더라고요.”
“그래도 가족으로는 인식을 하겠죠.”
“그건 그렇죠.”
“얘들 몸이 약해서 사료도 가장 나중에 먹고는 했는데…… 건강해지더니 순식간에 대장이 되더라고요. 그러고는 자기 괴롭히던 애들 못살게 굴고. 얘들도 복수를 하더라고요.”
말을 하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당한 것도 있고 해서 그냥 뒀는데 나중에는 그러지 말라고 했죠.”
“그래서 다음부터는 그 애들 안 괴롭혀요?”
“밥도 다 같이 먹더라고요.”
“어머…… 말을 했다고 그렇게 하고 애들이 사람 말을 정말 잘 알아듣네요.”
“애들 정말 똑똑해요.”
“봤으면 좋겠다.”
씁쓸한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최향미는 눈이 보이다가 안 보여서 보는 것에 대한 그런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웃으며 강아지들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는 최향미에게 강진이 말했다.
“손 한 번 내밀어 보세요.”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강아지 한 마리가 그 손에 머리를 가져다 댔다.
“정말 똑똑하네요.”
자신의 손에 바로 머리를 대는 강아지를 쓰다듬던 최향미가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름 안 지어줬어요.”
“왜요?”
유기견이라고 해도 밥을 주다 보면 친해지고, 친해지면 이름을 부르게 되는데 부를 이름이 있어야 하니 말이다.
의아해하는 최향미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름을 부르면 이 아이가 저를 너무 좋아할까 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