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89
890화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전 주인한테 온 문자인가 보네요?”
“그렇게 생각을 했지. 그래서 답할까 하다가 그냥 뒀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이면 그 번호로 문자가 온다는 거야. 여기는 비가 오는데 거기는 어때? 우산 꼭 챙겨 다녀. 이런 식으로 날씨 이야기 같은 것도 오고.”
“전 핸드폰 주인 지인이 안부 문자를…….”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답장을 하지 않았을 텐데, 전화는 안 하고 문자만 왔대요?”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계속 없다면 이상해서라도 전화를 할 것이다. 남자라면 ‘이놈아, 문자를 몇 개나 씹냐. 죽을래?’라는 욕이라도 할 것이고 말이다.
어쨌든 전화 연락을 한 번쯤은 할 법했다.
“그렇게 한 네 번 문자가 수요일마다 오니까 아무래도 이상하게 생각이 되어서 향미가 답장을 한 거지. 핸드폰 주인 바뀌었습니다, 하고.”
“근데 문자가 오는 걸 네 번이나 보셨어요?”
자신이라면 바로 문자를 보내서 알려줬을 텐데 말이다.
“지민이도 그걸 물었는데 오다 말겠지 했대.”
“아…….”
“그래서…….”
오종철이 말을 해 주는 문자 내용에 강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오종철이 문자 이야기를 더 했다.
자신의 예상이 맞는 것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딸이 수요일에 죽어서…… 수요일마다 문자를 보냈군요.”
“그렇지.”
오종철이 입맛을 다셨다.
“먼저 보낸 딸 생각에 그렇게 문자를 보낸 거야.”
오정철은 지그시 오지민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비가 오면 우산은 들고 다니는지, 눈이 오면 미끄러울까 걱정되고…… 그리고 밥은 먹고 다니나 걱정되고 말이야. 죽은 딸이 문자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딸이 걱정이 돼서 그렇게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보낸 거지. 그걸 안 향미가 앞으로도 문자 계속 보내라고 한 거야.”
“문자를요?”
“그래. 그래서 수요일에 문자가 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날…….”
“그날 문자 보낸 아주머니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어.”
“남편한테요?”
“오늘 이야기 들었다고. 너무 감사하고 또 너무 감사하다고…… 딸 죽고 시름시름 누워만 있던 애 엄마가 오늘 정말…… 평생 처음 보는 행복한 얼굴로 오늘 있었던 이야기 해 줬다고. 그래서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말이야.”
“그렇군요.”
“그래서 향미는 지금도 친엄마한테 보내는 것처럼 문자 보내. 밥 먹을 때 음식 뭐 먹었다고 찍어서 보내주고.”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아직 안 만나 보셨나 보네요?”
아까 오종철이 얼굴도 보지 못한 사이라고 말을 했으니 말이다.
“향미가 미안해해.”
“왜 향미 씨가 미안해해요?”
“처음에는…… 그 아주머니 마음 생각해서 딸이 보내는 것처럼 문자를 보냈는데, 자신이 눈이 안 보이는 것을 알면 그 아주머니가 실망할까 싶어서.”
“무슨……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당연히 반갑게 만나고 좋아하시겠죠.”
“나도 그럴 거라 생각을 하는데, 눈이 안 보이잖아. 아주머니가 생각하는 아가씨와 다를 거라 생각을 하나 봐. 그래서 안 만나고 문자로만 연락해.”
오종철의 말에 강진은 홀에서 식사를 하는 최향미를 보았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그녀를 잠시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말했다.
“최향미 씨 되게 착하네.”
“그러게 말이야.”
배용수가 홀을 보다가 말했다.
“그 문자 보내신 어머니…… 문자 받고 어떠한 기분이었을지 감이 오지 않네.”
“감이 올 수가 없지. 죽은 딸 번호로 온 문자인데. 그것도 어머니라고…….”
고개를 저은 강진이 말했다.
“영수 어머니도 그러셨잖아. 영수 생각이 나서 영수 핸드폰 정지 안 시키고 전화 걸어서 음성 녹음에 말을 하셨잖아.”
“그랬지.”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천장을 보다가 말했다.
“예림이 아버지는 예림이가 하던 게임 캐릭터 키우시고…… 가은이 부모님은 교복 세탁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던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 어머니는 문자를 보내셨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이상해.”
“뭐가?”
배용수가 보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저승식당 하기 전에는 이런 일 겪는 사람들 내 주위에 없었거든. 그래서 이런 슬픈…… 아니다. 슬프다는 말은 좀 아닌 것 같다.”
“애잔하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런 단어도 쓸 줄 알아?”
“나를 음식만 할 줄 아는 멋진 도시의 시크남이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기분을 풀어 주려는 듯 농을 섞어 말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슬프다기보다는 애잔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고는 강진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저승식당 맡은 후에 이런 애잔한 일들과 사연을 많이 겪는 것 같아.”
“그래서 힘들어?”
“아무래도 그렇지. 마음으로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린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마음에 멍이 좀 많이 든 것 같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그 어깨를 두들겼다.
“사연 없는 귀신은 없는 법이다.”
“알지.”
사연이 없으면 귀신이 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래.”
“그런가?”
“죽어도 승천을 못하는 사연들인데…… 그 사연에 웃음이 나오면 그게 미친놈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미소 짓다가 눈을 찡그렸다.
강진의 눈에서 뭔가를 발견한 것이다. 그 뭔가가 무엇인지 눈치챈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미친놈이 이런 분위기에서도 이상한 소리 하고 싶냐?”
“나는 언제나 진심이다. 용수야. 역시 나는 너밖에 없다.”
“하아! 병원 좀 가. 너 아프다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자신을 보며 웃는 직원들이 보였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사실 마지막 드립은 직원들 분위기 풀어 주려고 한 말이었다. 귀신들 사연 때문에 우울해할까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배용수도 그것을 알고 장단을 맞춰 줬을 것이다.
“저놈 병원 가야 한다니까요.”
“왜요?”
“가끔 저렇게 이상한 말을 하는데…… 죽겠어요.”
“나는 나를 저렇게 좋아해 주는 남자가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저는 남자거든요.”
“남녀가 뭐가 중요해요. 성별일 뿐인데. 그냥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이혜미가 웃으며 하는 말에 그녀를 보던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 들으니 마음이 더 불편하네요.”
배용수와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내 마음 알았던 거 아니었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피식 웃은 강진은 홀로 나와서는 강아지들 밥그릇과 물그릇에 사료와 물을 담았다.
“애들 밥 좀 먹여도 될까요?”
“그러면 좋죠.”
그러고는 오지민이 최향미를 보았다.
“태호 밥 먹여도 돼?”
“여기서?”
“전에 여기서 우리 애도 먹었어. 여기 사장님이 근처에 유기견들에게 밥을 주셔서 그릇도 있고 사료도 있어.”
“그럼…… 감사합니다.”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사료를 아이들 앞에 놓았다.
“밥 먹자.”
강진의 말에 지순이가 사료에 얼굴을 대고 먹다가 태호를 보았다. 그리고 작게 짖자, 태호도 사료에 입을 대고는 먹기 시작했다.
아드득! 아드득!
사료 씹히는 소리에 최향미가 웃었다.
“밥이 입에 맞나 봐요. 잘 먹네요.”
“그걸 소리만 들어도 아세요?”
“그럼요. 아드득, 아드득 소리가 경쾌하잖아요. 우리 태호 맛있는 거 먹어서 기분 좋은가 봐요.”
웃던 최향미가 문득 말을 이었다.
“개도 편식하는 거 아세요?”
“제가 본 개들은 대부분 다 잘 먹기는 하던데…… 하지만 사람도 음식에 호불호가 있는데 개도 좋아하는 사료, 싫어하는 사료가 있겠죠.”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전에 몸에 좋은 건강 사료 섞어서 줬는데 입에 안 맞는지 그걸 안 먹더라고요.”
“사료 섞어서 주는데 그걸 안 먹어요?”
“그러니까요. 나중에 가서 통 만져 보면 건강 사료만 안 먹고 남아 있어요.”
“건강 사료 생긴 게 다른가 보네요.”
“조금 다르기는 한데 크기는 비슷해요.”
최향미의 말에 강진이 아이들이 먹는 사료를 보았다. 사료는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크기가 비슷한데 대체 어떻게 골라내는 거죠?”
“그건 저도 신기해요. 손으로 골라내려고 해도 힘들 텐데…… 애들은 입하고 혀밖에 없잖아요. 그런데도 용케 그것만 골라서 안 먹더라고요.”
최향미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참 신기한 일이었다. 입과 혀로 사료 속에 자신이 싫어하는 사료만 빼고 먹는 일이니 말이다.
“후! 사람이나 개나…… 자기가 싫어하는 거 안 먹는 건 똑같네요.”
“그러게요. 애들도 같이 있어 보면 사람하고 똑같아요.”
이야기를 할 때, 지순이가 강진의 다리를 발로 긁었다.
탓탓!
그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지순이가 태호를 보았다.
멍.
아주 작게 짖는 지순이의 모습에 강진이 태호를 보았다. 태호는 밥을 먹고 배가 부른지 헥헥거리며 최향미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멍.
다시 지순이가 짖는 것에 오지민이 의아한 듯 손을 내밀었다.
“지순아 왜?”
오지민의 말에 지순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이다.
하지만 눈은 태호를 보는 것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볼 때, 지순이가 다시 발로 그의 다리를 긁었다.
‘태호가 뭐 필요해서 지순이가 나한테 신호를 보내나?’
저승 사료를 먹고 영물처럼 되어 가는 중이라 지순이의 머리는 아주 좋았다.
태호를 보던 강진이 최향미에게 말했다.
“태호 뭐 필요한 것 같은데요.”
“네?”
최향미는 태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태호야.”
최향미의 부름에 태호가 그녀의 손에 머리를 가져다 댔다. 손을 주면 언제든 자신의 머리를 주겠다는 듯 말이다.
그런 태호의 행동에 강진이 웃을 때, 최향미가 말했다.
“혹시 화장실 가고 싶어?”
멍.
최향미의 말에 태호가 작게 짖자 강진이 웃었다.
“볼일 보고 싶었군요.”
“그러게요. 집에서 볼일 보고 나왔는데…….”
나와서 볼일 보기 어려우니 나오기 전에 미리 볼일을 보게 한 것이다. 사람과 달리 강아지들은 마킹할 곳만 있으면 언제든지 일을 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