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12
913화
채송화가 승천 못 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샌드위치를 먹은 강진이 밥상을 보았다. 밥상 위에는 샌드위치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귀신들과 같이 먹으려고 네 개를 했으니, 귀신들이 먹은 샌드위치 세 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아깝네.’
최광현 먹으라고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둘 수도 있지만…… 귀신이 먹은 음식이라 두세 시간 정도 지나면 쉬어서 먹지 못한다.
그러니 남겨 둘 수도 없었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채송화를 보았다.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해?”
“봉투에 싸서 냉동고에 넣어. 그리고 좀 모이면 버리고.”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닐 팩을 하나 가져다가 귀신 셋이 먹은 샌드위치를 담았다.
모양 흩어지지 않게 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넣는 강진의 모습에 채송화가 물었다.
“버리게?”
“응.”
“아깝다. 광현이 먹게 두지그래?”
“귀신이 먹은 거라 두세 시간 정도 후면 상해서 사람이 못 먹어.”
“아…… 그렇구나.”
채송화는 아쉬운 눈빛으로 봉투에 들어가는 샌드위치를 보았다. 그런 채송화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나도 아깝기는 한데 어쩔 수 없어. 그렇다고 상한 음식 먹으라고 놔 둘 수는 없잖아.”
강진이 봉투를 냉동고에 넣으려 하자 채송화가 말했다.
“거기 보면 상자 있어. 그 안에 넣으면 돼.”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냉동고를 보니 옆에 플라스틱 상자가 있었다. 아마도 식재와 섞이지 않게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 놓는 모양이었다.
사실 이렇게 분리해 놓는다고 해도 비위생적인 것은 맞았다. 먹는 음식과 버릴 음식을 같은 공간에 두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자취생에게는 좋은 팁이기도 했다. 음식물을 얼리면 냄새가 나지 않고 벌레가 꼬이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혼자 자취를 하는 사람에게 음식물 쓰레기는 많이 나오지 않으니 버릴 분량이 될 때까지 모으는 것이 더 큰일인 것이다.
혼자 자취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장단점을 따졌을 때, 냉동고에 음식 쓰레기 보관하는 것이 더 나았다.
물론 음식 쓰레기와 식재 관리를 잘해야겠지만 말이다.
냉동고 상자에 봉투를 넣은 강진이 문을 닫고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뭐 더 먹고 싶은 것 없어?”
“괜찮아.”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대방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아버님, 저 강진입니다.”
[그래. 잘 지내고 있지?]“그럼요. 혹시 오늘 저녁에 뭐 약속 있으세요?”
[쉬는 날인데 집에서 쉬어야지. 다른 건 없어.]“잘 됐네요. 저 광현 형 집인데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할까 해서요.”
[그럼 좋지. 그래, 언제 올 거야?]“집 말고 밖에서 먹게요.”
[집에 찬 많은데 뭘 밖에서 먹어. 돈 쓰지 말고 그냥 우리 집으로 와.]“밖이기는 한데 돈 쓰면서 먹을 건 아닙니다. 제가 푸드 트럭을 가지고 왔거든요.”
[푸드 트럭?]“푸드 트럭에서 음식 해서 제가 대접해 드리려고요.”
“그런데 제가 부탁을 좀 드릴 것이 있어요.”
[부탁? 뭔데?]“제가 김치를 안 가져와서요.”
[하하하! 김치. 알았어. 내가 가져다줄게.]“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전에 막걸리 먹은 슈퍼 앞에서…….”
강진이 핸드폰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다섯 시에 뵐게요.”
[왜? 바로 오지.]“지금 저녁 하기에는 너무 이르잖아요.”
[아 그런가? 그래, 알았어. 그럼 다섯 시에 보자고.]“이따 뵙겠습니다.”
[그래. 알았어.]그걸로 통화를 끊은 강진이 핸드폰을 바닥에 놓고는 기지개를 켰다.
“나 한숨 잔다.”
“자려고?”
“다섯 시까지 시간 비잖아. 오랜만에 낮잠 좀 자련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킨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네 시 반에 깨워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장대방을 보았다.
“여기에서 TV 좀 보든지. 아니면 집에 다녀올래?”
“집에 갔다 올게요. 이따가 일어나시면 저 불러 주세요.”
“그럼 가 있어.”
“네.”
장대방이 집을 나서자, 강진이 채송화와 배용수를 보았다.
“TV 보고 있어. 나는 좀 잔다.”
강진은 최광현의 방으로 들어가려다 멈춰 섰다.
“뭐지?”
강진이 문을 열어 놓고 가만히 있자, 배용수가 다가왔다.
“왜?”
“향이 나지 않아?”
“향?”
배용수가 코를 벌렁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냄새가 나네?”
“너도 의아하지?”
“조금…… 그러네. 남자 자취방에서 날 냄새가 아닌데?”
배용수의 말에 TV를 보던 채송화가 말했다.
“디퓨저 있어서 그래.”
“디…… 뭐?”
“책상 보면 나무젓가락 같은 거 두 개 꽂혀 있는 병 있지? 그게 방향제. 디퓨저야.”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책상을 보았다. 그녀 말대로 병에 길쭉한 나무 막대기가 꽂혀 있었다.
“이게 그 디…… 뭐?”
“디퓨저 몰라?”
“모르죠.”
강진은 디퓨저 근처로 다가가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냄새를 맡았다.
“향 좋네.”
“그런데 광현 형하고는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광현 형은 남자 냄새 향수가 더 어울리지 않냐?”
“그러게.”
두 사람의 말에 채송화가 문 밖에서 말했다.
“냄새난다고 했던 말이 충격이었나 봐. 어느 날 사 와서 방에 놓더라고.”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디퓨저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광현 형이 너 신경 많이 쓰네.”
“…….”
강진의 말에 채송화가 손을 휘젓고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나 좀 잘게. 네 시 반에 깨워줘.”
“푹 자.”
그러고는 배용수가 방을 나가자, 강진이 문을 닫고는 그대로 이불에 누웠다.
“방향제를 둘 거면 이불에도 좀 뿌리지.”
공기에는 좋은 향이 나는데, 이불에서는 여전히 남자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이다. 그에 피식 웃은 강진이 눈을 감았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네. 낮에 졸린 걸 보면…….’
생각을 이어나가던 강진은 곧 잠에 빠져들었다.
***
네 시 반에 배용수가 깨워 주자 강진은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는 채송화를 보았다.
“그럼 나 간다.”
“가게?”
아쉬움이 느껴지는 채송화의 목소리에 강진이 멈칫해서는 그녀를 보았다. 하루 종일 혼자서 TV를 보다가 대화를 할 사람이 와서 좋았던 모양이었다.
“다음에 또 올게.”
강진의 말에 채송화가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마음대로 해.”
그러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TV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던 강진은 작게 고개를 젓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가자.”
“그래.”
배용수는 강진의 뒤를 따라 걷다가 채송화를 보았다.
“나 또 놀러 올게.”
“그래. 너도 자주 와.”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너도’라는 말은 나도 자주 오라는 말 같네?”
“쳇! 어서 가.”
채송화의 말에 웃은 강진이 몸을 돌려서 신발을 신고는 집을 나섰다.
“다음에는 햄버거 빵으로 사 와. 샌드위치보다 햄버거가 더 좋아.”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다음에는 햄버거 빵. 접수 완료.”
그러고는 강진이 문을 닫자, 문 너머로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맛있게 잘 먹었어.”
그에 강진이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애가 좀 까칠한 기가 있기는 한데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좀 안쓰럽다.”
“뭐가?”
“까칠한 느낌이…… 마치 자신을 보호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그런가?”
“보호 기재 같은 거겠지. 장미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시를 가진 것처럼 말이야.”
채송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밑으로 내려온 강진은 푸드 트럭에 올라타고는 장대방을 불렀다.
“장대방, 장대방, 장대방.”
곧 장대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어나셨어요?”
“집에 있다 온 거야?”
“네.”
“집에 다 계시고?”
“어머니는 지금 낮잠 주무세요.”
장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시동을 켜고 슈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슈퍼 앞에 푸드 트럭을 세운 강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할아버지가 있는 평상에 가서 앉았다.
“또 왔네?”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말을 걸자, 강진이 푸드 트럭을 가리켰다.
“대방이 부모님께 저걸로 음식을 좀 해 드리려고요.”
“저게 푸드 트럭인가 하는 거지?”
“아시네요?”
“늙었다고 모를 거라 생각을 한 거야?”
“그런 건 아닌데 어르신들은 이런 거 잘 모르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웃었다.
“나 젊었을 때도 저런 거 있었어.”
“그래요?”
“나 때는 푸드 트럭이라고 안 하고 밥차라고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트럭에서 밥하는 건 같으니까.”
“그건 그렇죠.”
강진의 답에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푸드 트럭을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저기서 음식 해서 대방이 부모에게 밥해 주려고?”
“집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밖에서 저렇게 먹는 것도 재미잖아요.”
“부럽구먼.”
“할아버지도 와서 드세요.”
“나도? 그래도 되나?”
“그럼요. 그래서 여기에다 차 세운 걸요. 어르신에게도 식사 대접해 주려고요.”
“그럼 나야 너무 좋지. 아! 하는 김에…… 우리 할망구도 좀 먹을 수 있을까?”
슬쩍 슈퍼 쪽을 보며 말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당연하죠. 남의 가게 앞에서 음식 하는데 가게 주인에게 음식 안 주겠어요?”
“하하하! 그것도 그렇구먼.”
기분 좋게 웃는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가게 앞에서 밥한다고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요?”
“정리만 깨끗하게 하고 가면 싫어하지 않지. 게다가 대방이 부모도 우리 할망구하고 안면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슈퍼를 보았다.
“그럼 대방이 아버지 오시면 그때 말씀드려야겠네요.”
“그렇게 해.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말을 해야 더 수월하지.”
“할머니는 뭐 좋아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짜장면.”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멈칫했다.
“짜장면은 하기 어려운데…….”
“에이!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거지, 자주 먹는다는 건 아니야. 그냥 되는대로 해 줘. 아! 면 좋아하니 국수를 해 줘도 되고.”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유독 여성분들이 국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도 국수 좋아하셨는데.”
“그런 것도 있고 후루룩 먹기 좋잖아.”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럼…… 춘장을 사다가 간단하게라도 짜장면 한 그릇 볶아 볼까요?”
“짜장면도 할 줄 알아?”
“짜장면이 뭐 어렵나요? 그냥 재료 볶고 춘장 볶아서 섞으면 되는 걸요.”
“그럼 우리 할망구 무척 좋아하겠네.”
“제 주 전공은 아니지만 한번 맛있게 볶아 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환하게 웃다가 피식 웃었다.
“짜장면 생각하니 예전 생각나네.”
“예전요?”
“옛날에 나하고 우리 마누라 시골에서 농사지었어.”
“그러셨어요?”
“어느 날 마누라가 몸살이 났는데 짜장면이 갑자기 먹고 싶다는 거야. 근데 시골에 중국집이 어디 있나. 배달도 안 되는 곳이고……. 그래서 내가 버스 타고 짜장면을 사러 갔지.”
“버스를 타고요?”
“어떻게 해. 평소 먹고 싶다는 것 말 안 하는 사람이 얼마나 먹고 싶으면 아픈 중에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겠어.”
말을 하던 할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그때 내가 짜장면 사러 가면서 뭘 가져간 줄 알아?”
“글쎄요?”
짜장면 사러 가면서 뭐가 필요한가 싶어 강진이 보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주전자를 가지고 갔어.”
“주전자요?”
“그때는 일회용 그릇이 없어서 배달을 시키면 그릇을 수거해 갔단 말이야. 그런데 우리 동네는 배달을 안 오니 어디 담아 갈 그릇을 내가 가져가야 했어. 그래서 가져간 것이 주전자야.”
“그런데 왜 주전자를 가져가요? 냄비나 그런 걸 가져가시지.”
“냄비는 두 손으로 들고 와야 하잖아. 대신 주전자는 한 손으로 들고 와도 되고 말이야.”
주전자에 짜장면을 받아왔던 그날이 생각나는지 할아버지가 허공을 보며 웃었다.
“주전자에 짜장면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