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13
914화
“주전자에 짜장면이라…….”
할아버지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어르신이 애처가이셨네.’
아내가 아프다고 버스 타고 짜장면을 사러 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보통은 짜장면 사 오는 사이에 불어 터져서 못 먹는다고 말하며 다른 것을 먹게 할 텐데,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먹고 싶다고 하니 불더라도 일단 사러 간 것이다.
“그래서 맛있게 드셨어요?”
“집에 와서 먹으라고 주전자에서 짜장면 꺼내는데 불어가지고 한 덩어리로 빠지더라고.”
할아버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보고 이걸 어떻게 먹이나 싶어서 고민하는데 할망구가 웃더라고.”
“저라도 웃겼겠네요. 주전자에서 나오는 덩어리진 짜장면이면.”
“그러게 말이야.”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막 웃더니 어디서 났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말해 줬지. 당신이 먹고 싶다고 가서 읍내 가서 사 왔다고.”
-버스 타고 거기까지 가서 사 온 거야?
-먹고 싶다며. 그래서 주전자 들고 가서 짜장면 두 그릇 받아 왔지.
-두 그릇이나?
-나도 먹어야지 않겠어?
-당신은 거기서 먹고 오지 그랬어.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 나나. 그런데 이거 이래서 못 먹겠는데?
-아니야. 맛있을 것 같아.
할아버지가 허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 불어 터진 걸 마누라하고 한 입씩 베어 먹었지.”
“베어 먹어요?”
“젓가락으로 풀려야 말이지.”
할아버지가 웃었다.
“그거 먹고 한 이틀 소화가 안 돼서 고생했지.”
“할머니는요?”
“이상하게 우리 마누라는 그거 먹고 몸살이 나았더라고.”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플 때 먹고 싶은 거 먹는 것만큼 몸에 좋은 약도 없죠.”
“그거 참 맛도 없었는데…….”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골목에서 장대방 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강진아.”
그걸 본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가 자네를 참 좋아하는 듯해.”
“제가 좋아서겠어요? 저를 보면 아들 생각이 나서 그러신 거죠.”
웃으며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하하하! 그래.”
“김치를 뭘 이리 많이 가져오셨어요?”
보자기에 싸인 네모난 것을 보니 분명 김치일 것이었다. 그것도 김장 통으로 하나 큰 놈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음식 하고 남은 건 집에 가서 먹으라고 가져왔어.”
“저희 집도 김치 많아요.”
“원래 김치는 집집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서 나눠 먹고 하는 거야. 그리고 내 아내 김치가 맛이 좋아.”
그가 받으라는 듯 김치 통을 건네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김치 통의 묵직한 무게에 강진이 웃었다.
“김치 무게만큼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네요.”
“김치는 사랑이지.”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나 자취할 때는 냉장고에 김치가 있으면 마음이 편했어. 김치가 떨어지면 반찬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고.”
김치 통을 넘긴 아저씨가 푸드 트럭을 보았다.
“강진이 푸드 트럭이 이건가?”
푸드 트럭에 다가가는 아저씨에게 강진이 말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안에 보여 드릴까요?”
“그래. 보고 싶네.”
강진이 푸드 트럭 캡을 열고는 뒤쪽도 열었다.
“잠시만요.”
강진은 트럭 안으로 들어가 목욕탕 의자와 집기들을 밖으로 꺼냈다.
“이런 건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강진이 건네는 목욕탕 의자들을 받아 옆으로 놓으며 아저씨가 의아해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의자가 크면 안에 물건 쌓기도 어렵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더라고요.”
“그러면 손님들이 여기에 앉아서 먹는 건가?”
“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런데 이런 트럭 가지고 장사를 하면 힘들지 않아?”
“이걸로는 장사 안 해요.”
“푸드 트럭으로 장사를 안 해?”
의아한 듯 푸드 트럭을 보던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장사를 안 하는데 푸드 트럭은 왜 있어? 트럭에 가게 이름 적혀 있는 거 보면 어디서 빌려 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 푸드 트럭은 제가 음식 봉사 하러 갈 때 쓰는 거예요.”
“음식 봉사?”
“제가 음식 봉사를 하는 보육원이 몇 곳 있거든요.”
“아…… 그럼 보육원에 이거 가져가서 음식 해 주는 건가?”
아저씨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보육원에서 밥 잘 나오지만 통닭이나 튀김, 순대 같은 간식들은 일반 아이들에 비하면 자주 먹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이거 끌고 가서 통닭도 튀겨 주고 떡볶이도 해 주고 해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다행이라는 듯 푸드 트럭을 보았다.
“나는 자네가 이걸로 노점상 하는 줄 알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네.”
“그러셨군요.”
“그리고 좋네. 애들을 위한 푸드 트럭이라니 말이야. 좋은 일 하고 사는구먼. 나보다 나아.”
“좋은 일이 별거겠어요. 저한테 많은 거 조금 모자라고 부족한 분들한테 드리는 거죠.”
“그런가?”
“시간이 많으면 시간이 필요한 분들한테 좀 드리고, 저는 음식이 많으니 음식 필요한 분들한테 좀 나눠 드리는 거예요. 봉사나 좋은 일…… 막상 해 보면 별거 아니더라고요. 올라오세요.”
강진이 손을 내밀자 아저씨가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트럭 위로 올라갔다.
“아직 남의 손 빌려서 올라갈 정도로 나이 많지 않아.”
트럭에 올라온 아저씨가 푸드 트럭 내부를 보았다.
“좀 허리 숙이셔야 해요.”
“그러네.”
고개를 끄덕인 아저씨가 손으로 천장을 짚으며 말했다.
“여기 안에 오래 있으면 허리 아프겠다.”
“애들 음식 해 주러 가서 하는 거라, 저도 쉬고 싶을 때는 잠시 내려와서 쉬고 다시 올라와요. 그래서 허리 아플 때까지 하지는 않으니 괜찮아요.”
“하긴, 몸 상할 때까지 하면 안 되지.”
내부를 보던 아저씨가 웃었다.
“전자레인지도 있네?”
“일반 주방을 예로 들면 거기에 냉장고 빼고는 다 있어요.”
“냉장고는 왜 없어?”
“냉장고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거 전기도 많이 먹고 안에 식재들 많이 들어가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평소에는 아이스박스에 식재 담아서 이동을 해요.”
“하긴, 음식을 하루 종일 하는 것도 아니고 애들 먹을 동안만 음식 신선도 유지되면 될 테니까.”
“그렇죠.”
아저씨가 내부를 보다가 가스레인지를 보고는 물었다.
“이건 지금 되는 건가?”
“잠시만요.”
강진이 밸브를 열고는 가스레인지를 켰다.
화르륵!
불이 켜지는 것에 아저씨가 웃었다.
“이거 좋네. 어디 놀러 갈 때 이거 하나 끌고 가면 집에서 먹는 것처럼 먹을 수 있겠어.”
“그런 셈이죠.”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었다.
“어머니는요?”
“피곤한지 아까부터 계속 잠을 자네.”
“어디 몸 안 좋으신 건 아니고요?”
“그건 아니고 그냥 피곤하대.”
아저씨가 웃으며 푸드 트럭을 보다가 물었다.
“음식은 어디서 하려고?”
“여기서 하려고요.”
“이왕이면 공원 같은 곳에서 하지 그래?”
“공원에서 음식 하면 사람들이 보잖아요. 그리고 그런 곳은 취사 불가예요.”
“하긴, 다른 사람들 공원에서 여유롭게 있는데 음식 냄새 풍길 수는 없지.”
“그리고 여기 슈퍼 할머니에게도 음식 좀 대접해 드리려고요.”
“음식 나눠 먹으면 좋기는 한데…… 힘들지 않겠어?”
“슈퍼 앞에서 음식 하려는데 우리만 먹을 수 있나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
“슈퍼에서 재료 좀 사서 음식 준비하다가 삼십 분 후쯤 어머니 모시면 되겠네요.”
“그래. 그렇게 하자고. 아! 그리고 혹시 음식 얼마나 할 건가?”
아저씨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다.
“더 부르고 싶은 분들 있으세요?”
“이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몇 있거든.”
“그럼 그분들도 부르세요. 음식이야 넉넉하게 해 보고, 모자라면 더 하면 되니까요.”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을 툭툭 쳤다.
“집이나 식당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먹는 것도 재미잖아요.”
“하하하! 알았어.”
강진은 아저씨와 함께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아기자기하고 재밌네.”
“마음에 드세요?”
“경치 좋은 곳에 이런 푸드 트럭 가져다 놓고 음식 하면 그것도 힐링이겠어.”
아저씨가 푸드 트럭에 다시 올라가려 하자, 강진이 그를 잡아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푸드 트럭에 올라간 아저씨가 조리대에 앉아서는 밖을 보았다.
“지금은 슈퍼밖에 안 보이지만, 이 앞에 바다가 있고 강이 있고 산이 있으면…… 그게 바로 힐링 아니겠어?”
그는 조리대 앞에 있는, 손님들이 음식을 받아가는 선반을 보았다.
“그리고 이 앞에 마누라하고 아들하고 앉아서 내가 해 주는 음식 바로 바로 가져다 먹고 말이야.”
아저씨는 조리대 위에 있는 음식을 집어 선반으로 옮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웃으며 선반을 지그시 보았다.
가족과 함께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듯했다. 그러던 아저씨가 문득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옆에 있는 장대방의 손을 잡아 주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장대방을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아버님이 생각하는 힐링에 대방이가 보이시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강하게 문질렀다.
“흠! 흠!”
기침을 몇 번 하며 가라앉은 목을 푼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주는 상상을 하는데…… 우리 아들이 웃으며 접시를 내미는 게 보이더라고.”
강진이가 보자 아저씨가 선반이 있는 곳을 보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대방이가 살아 있으면 내 자리는 어디일까?”
“아버님 자리요?”
강진이 묻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선반 앞에서 아내와 함께 대방이가 해 주는 음식을 먹는 것도 어울리고, 대방이와 함께 여기에서 음식을 해서 마누라하고 대진이한테 음식을 해 주는 것도 어울리고. 아니면 내가 음식을 해 주고 그걸 아이처럼 받아먹는 대방이 모습도…… 어울리더라고.”
상상 속의 힐링 캠핑에선 장대방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정말 힐링이지.”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 힐링에 큰아들이 빠졌지만…….
입맛을 다시던 아저씨가 웃었다.
‘아들 휴가 나왔을 때 캠핑이라도 좀 갈 걸 그랬어.’
애들 어렸을 때는 물놀이 가서 고기도 구워 먹고 했는데, 애들 고등학교 다니고 하면서 그런 즐거움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아들을 떠올리며 선반 쪽을 보던 아저씨가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슈퍼에서 뭐 살 것 있다고 했지?”
“재료 몇 가지만 사려고요.”
“그래. 가자고.”
아저씨가 푸드 트럭에서 내려서는 슈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