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20
921화
장대방이 입술을 깨물 때, 장대진이 카드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꼭 필요할 때만 쓸게요.”
“그렇게 하고…… 말은 필요할 때만 쓰라고 했지만, 뭐 먹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도 써. 아! 그리고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네.”
장대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푸드 트럭으로 가자, 장대방이 아버지를 보았다. 그는 기분 좋은 얼굴로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너는…… 그냥 군대 가. 의경이나 그런 데 가지 말고.”
아버지의 작은 중얼거림에 장대방이 재차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빠 미안해.”
물론 자신의 미안함이 아빠에게 전해지지는 않겠지만…….
한편, 아저씨의 중얼거림을 들은 친구가 그를 보다가 소주병을 들었다.
“저 카드가 그 카드지?”
친구의 말에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해지하지.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친구가 소주를 따라 주는 것에 아저씨가 웃었다.
“아들이 여자친구하고 기분 좋게 쓰던 카드인데 해지는……. 그리고 우리 둘째도 써야지.”
웃으며 소주를 마신 아저씨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놔뒀지.”
“자네도 참…….”
친구의 말에 아저씨가 웃었다.
“자네들도 아들 여자친구 생겼다고 하면 카드나 하나 만들어 줘.”
“술 마시라고?”
“후! 필요하면 마셔야지.”
아저씨는 강진의 옆에 앉는 장대진을 보고는 친구들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이게 의외로 재밌어.”
“재미?”
친구가 의아한 듯 보자, 아저씨가 웃었다.
“저 녀석이 카드 쓰면 띵동 하고 문자 오잖아. 그럼 저 녀석이 뭐하고 노는지 다 뜨거든. 그래서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알 수가 있어.”
“아!”
“이런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친구들이 놀라 보자, 아저씨가 웃었다.
“돈 주는데 이 정도 알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
“대방이도 몰랐어?”
친구의 물음에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모르니. 저 카드로 모텔도 긁었겠지.”
모텔이라는 말에 친구들이 입을 벌렸다. 다 큰 성인들이니 모텔을 가는 거야 이해되지만, 자식이 모텔 가는 걸 아버지가 알았다니 놀란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가장 놀란 것은 장대방이었다. 방금 전까지 아버지가 죽은 자신의 카드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울컥해하고 있었는데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어안이 벙벙한 것이다.
“아…… 아버지?”
멍하니 아버지를 보던 장대방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강진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자친구하고 모텔을 가던 것을 아버지가 알고 있었다니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장대방이 카드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해 주자 배용수와 강진이 웃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모텔비는 따로 해야지, 아버지가 준 카드를 쓰면 어떡해.”
“그 생각을 못 했어요. 그리고 알람 갈 줄 제가 알았나요.”
“몰랐어?”
“네.”
“그래도 신용카드 명세서 보면 내역 다 뜨잖아.”
“아버지는 명세서 같은 거 안 보셔서 모르실 줄 알았죠. 그리고 그런 생각도 못 했어요. 그냥…….”
입맛을 다시는 장대방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그냥 좋다고 썼구먼.”
“네.”
장대방이 침울한 얼굴로 말하자 강진이 웃었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장대진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강진이 갑자기 혼자 웃으니 의아한 것이다. 그에 강진은 심란한 얼굴의 장대방을 보고는 장대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보니까 아저씨가 카드 주는 것 같던데?”
“네.”
장대진이 웃으며 카드를 꺼내 보여 주자, 강진이 그것을 보다가 말했다.
“그걸로 이상한 데는 가지 마.”
“이상한 데요?”
“하긴, 성인이니 이상한 데라고 하기는 그렇겠다. 그냥…… 도서관에서 친구들하고 공부한다고 하고 모텔은 가지 말라는 거야.”
“모텔요?”
의아해하는 장대진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여자친구하고 말이야.”
강진의 말에 장대진이 놀라 급히 뒤를 보고는 작지만 빠르게 말했다.
“아니, 형. 무슨 그런…….”
“괜찮아. 어린애도 아니고 성인인데 사랑하는 사람하고 갈 수도 있지.”
“형, 저는 아직…….”
당황해하는 장대진의 어깨를 강진이 두들겼다.
“안 간다는 말은 안 하고 ‘아직’이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 가고는 싶나 보네.”
강진의 말에 장대방도 “호오.” 하고는 말했다.
“아직, 이라.”
강진의 말에 장대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에 강진이 웃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 그런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모솔 녀석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냐? 너도 여자하고 모텔 가 본 적 없잖아. 아니, 여자친구 사귄 적도 없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는 시늉을 하며 그를 보았다.
‘웃으면서 가슴에 칼을 꽂는 놈 같으니.’
강진이 배용수를 흘겨볼 때, 장대진이 그를 보았다.
“가슴 아파요?”
“아…… 아니야.”
웃으며 고개를 저은 강진이 장대진을 보았다.
“카드는 정말 데이트하다가 돈 떨어졌을 때 쓰고, 거기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되도록 다른 돈을 쓰라는 거야.”
“알겠습니다.”
장대진의 말에 장대방이 웃었다.
“역시 안 가겠다는 말은 안 하네.”
장대방의 말에 배용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성인인데 뭐. 성인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도 돼.”
“그건 그렇죠.”
“그리고 노래방이나 멀티룸보다는 훨씬 건전하잖아.”
“노래방하고 멀티룸요?”
장대방이 그게 뭐냐는 듯 보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살짝 놀람과 충격이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노래방과 멀티룸? 너 설마…….’
강진이 충격받은 눈으로 보자, 배용수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어렸을 때지. 어렸을 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을 벌렸다.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을 했던 배용수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강진이 멍하니 배용수를 볼 때, 아주머니가 소주와 맥주를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아니에요. 오래 계시던데 안에 무슨 일 있으세요?”
가게에 들어간 지 오래인데 이제야 나오니 말이다.
“어르신 마음 좀 싱숭생숭한 것 같아서 이야기 좀 하고 나왔어.”
“그러셨군요.”
“그래도 기분은 좋아 보이시더라.”
아주머니가 소주를 따고는 두리번거리자,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이 푸드 트럭 쪽으로 몸을 넣었다. 그러고는 소주잔과 맥주잔을 꺼내 놓았다.
“여기요.”
“그럼 어디 엄마가 술 한 잔씩…… 아, 엄마라고 해도 되나?”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친구 어머니, 형 어머니, 동생 어머니…… 다 제 어머니시죠. 어머니, 저 한 잔 따라 주십시오.”
강진이 잔을 내밀자, 아주머니가 소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르륵!
아주머니가 따라주는 소주를 받아 마신 강진이 잔을 내밀었다.
“어머니도 한 잔 드세요.”
“그럼 그럴까?”
아주머니는 기분 좋은 얼굴로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가만히 강진을 보았다.
“이렇게 강진이 보고 있으니…… 또 아들이 보고 싶네.”
아주머니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장대방이 그녀를 보았다.
“엄마.”
장대방의 슬픈 목소리에 입맛을 다신 강진은 소주병을 들고 아주머니에게 따라 주었다.
쪼르륵!
“‘또’가 아니라…… 늘 보고 싶으시죠.”
“그래. 맞아. 늘 보고 싶어.”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어도 보고 싶은 게 자식이라잖아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장대진을 보았다.
“그 말이 맞네. 이렇게 옆에 있어도 보고 싶어.”
아주머니가 자신의 손을 잡자, 장대진이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그러던 장대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 여친 생겼어.”
장대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아들 여친 생겼어?”
“응.”
“우리 아들 다 컸네.”
웃으며 아들을 보던 아주머니가 문득 말했다.
“의경은 안 돼. 육군 가.”
아주머니의 말에 장대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장대방이 급히 말했다.
“맞다! 그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그에 강진이 보자, 장대방이 말을 이었다.
“저처럼 군대나 의경하다가 순직을 하면 가족 중 한 명은 면제예요.”
장대방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면제?”
“경찰 귀신 선배 중 한 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순직을 해서 국가유공자가 됐잖아요. 그럼 그 가족 중 한 명은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고요. 훈련소에서 사 주 훈련받고 나오면 된다고 하던데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아주머니에게 슬며시 말했다.
“대방이가 국가유공자잖아요.”
“그렇지.”
“그럼…… 대진이 군대 안 가도 되지 않아요? 제가 알기로는 훈련소에서 사 주 훈련받고 나오면 되는 걸로 아는데.”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
“아세요?”
“대방이 국가유공자 되었을 때 그 혜택에 대해 들었어.”
“그럼 대진이 군대 면제되는데 군대 보내시게요?”
강진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장대진을 보았다.
“나는 안 보내려고 했는데…… 대진이가 가겠대.”
아주머니의 말에 장대방이 놀란 눈으로 동생을 보았다.
“왜? 뺄 수 없어서 그렇지, 뺄 수 있다고 하면 군대 갈 사람 없을 텐데 왜 굳이 가려고 해?”
남자라면 다 가는 것이 군대라는 말이 있듯 대한민국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를 간다. 심지어 군대를 가겠다고 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군대를 정당한 방법으로 뺄 수 있다고 하면 뺄 사람들 역시 많을 것이다.
군대에서 겪은 고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못 받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2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시간이니 말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다지만, 피할 수 있다면 모두가 피하고 싶은 것이 군대였다.
강진도 의아한 듯 장대진을 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남자라면 가야 하는 곳이잖아요.”
“그게 다야?”
강진의 물음에 장대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요. 그게 다예요. 남자니까요.”
“고추 떼서 안 가려고 하는 놈들도 있는데…….”
작게 고개를 저은 장대방이 피식 웃으며 장대진에게 가서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왕이면 해병대 수색대 가라. 거기 보니까 정말 남자, 아니 짐승을 만들어 주더라. 가서 짐승남이 되어 와.”
장대방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무래도 동생이 군대를 피할 방법이 있는데도 가겠다고 하는 것이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도전하는 것은 보기 좋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힘든 도전을 동생이 하겠다고 하니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래. 갈 수 있으면 가야지. 잘 생각했다.”
강진이 웃으며 소주병을 들자, 장대진이 잔을 들었다.
“그래도 좀 겁은 나요.”
“겁이 나는 것이야 당연하지. 집 떠나서 이 년 가까이 모르는 사람들하고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근데 형은 네가 잘할 것 같다.”
쪼르륵!
소주를 따라 준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자친구하고 형 가게에 한 번 와. 형 가게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메뉴들 꽤 있어.”
“알겠습니다.”
장대진이 웃으며 소주를 마시자 강진이 아주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도 대단하시네요. 군대 뺄 수 있는데도 그냥 보내 주시고요.”
“자기가 하고 싶다는데 보내 줘야지. 그리고 대방이도 이런 일로 동생 군대 뺀다고 하면 싫어할 거야.”
“맞아요. 이 녀석은 군대 가서 고생을 좀 해 봐야 집 소중한 걸 알 거예요.”
장대방은 활짝 웃은 채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