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51
952화
기획사 분배 문제를 말하는 박혜원의 모습에 황민성이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꽃 피어나다 출연할 때 나오는 출연료는 전액 혜원 양이 가질 수 있도록 제가 조치하겠습니다.”
“정말요?”
원래는 안 되는 일이지만, 기획사에 말해서 그 정도 조치는 해 줄 수 있었다. 기획사도 박혜원에 대한 기대보다는 황민성과의 인연을 맺는다 생각하고 거들기로 한 것이니 말이다.
“대신 꽃 피어나다 이후에 기획사와 계속 일을 하게 되거나, 광고나 인터뷰 화보 같은 걸 찍을 때는 분배를 해야 할 겁니다.”
“광고요? 제가요?”
의아해하는 박혜원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드라마가 잘 되면 혜원 양 인기도 많아지고, 그럼 광고도 들어오지 않겠어요? 그리고 다른 드라마나 영화 촬영에 캐스팅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인기가 많아질 거라는 말이 다가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박혜원의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건 꽃 피어나다 이후의 일이니 그때 다시 생각을 해 보시죠. 그리고 그때 기획사 옮기고 싶으면 옮겨도 되니까요.”
“기획사를 옮겨도 되나요?”
“물론이죠. 지금 기획사가 마음에 안 들면 말하세요. 제가 다른 곳으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 조항으로 넘어갈까요? 일단 학교 문제인데…… ‘수업은 빠지기 싫다.’ 이건 감독님과 이야기를 해 봐야겠지만, 아역 출연자들 촬영을 주말에 몰아서 하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모두 그럴 수는 없을 테고, 몇 번은 평일에 촬영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많이요?”
“최대한 학교 안 빠지는 쪽으로 스케줄을 짜도록 하겠습니다.”
확정을 못 해 주는 황민성의 모습에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조항들을 하나씩 읊어준 황민성이 연필을 집고는 말했다.
“그럼 이제 여기에 제가 하나 적어도 되겠습니까?”
“뭔데요?”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나 싶어 보는 박혜원을 보며 황민성이 글을 적었다.
황민성이 쓴 것을 본 박혜원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보호자 면담요?”
“네.”
“꼭…… 해야 하나요?”
“법적으로도 보호자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혜원 양 부모님과 식사라도 하고 싶군요.”
“그…….”
잠시 말을 하지 못하던 박혜원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저 할아버지하고 살아요.”
“그럼 할아버지와 식사를 하면 되겠네요. 할아버님도 귀한 손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실 테니까요.”
별일 아닌 것처럼 말을 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박혜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을 조금 서두르는 기분이 들지만, 최대한 빨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최대한 빨리요?”
“연기 트레이닝을 받으려면 일단 할아버님 승낙이 필요하니까요.”
“할아버지는 제가 하는 일 반대 안 하시는데…….”
“알고 반대 안 하는 것과 믿고 반대 안 하는 건 다릅니다.”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뵙기로 해요.”
“오늘요?”
“하기로 했으면 하는 거죠. 그리고 할아버지가 혹시라도 거절을 하면 더 빨리 설득도 해야 하고. 그래서 이따가 할아버지 오면 이야기하고 만나시는 걸로 해요. 혹시 오늘 다른 일정 있으세요?”
박혜원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인천에 또 오는 것보다는 오늘 할아버지 뵙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군요.”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말 편하게 해 주세요.”
“그래. 그럼 그러자.”
바로 말을 놓은 황민성의 모습에 박혜원이 웃었다.
“말 편하게 하라고 일찍 말할걸 그랬어요.”
“어디 그럴 수 있나. 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님인데.”
“그럼 왜 이제 말을 놓으세요?”
“일 이야기는 다 했잖아. 그럼 이제는 내 동생이 좋아하는 동네 아이처럼 대해야지.”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그를 보다가 슬며시 물었다.
“그럼 몇 가지 물어도 돼요?”
“나한테 궁금한 거 있어?”
“그럼요.”
“뭐가 궁금한데?”
“투자 대표면 돈이 엄청 많은 거죠?”
“적지는 않지.”
“그럼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는 거예요?”
“돈 버는 방법이 궁금해?”
고개를 끄덕이는 박혜원을 보며 황민성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나 같은 경우는 간단해.”
“돈 버는 것이 간단해요?”
말을 하는 박혜원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돈 버는 것이 간단하다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런 박혜원을 보고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허황된 이익을 보장하는 사람의 말은 믿지 말고 투자처도 믿지 마. 다 거품이니까.”
“허황된 이익요?”
“백만 원 투자해서 이백만 원 만들어 준다는 것들 말이야. 그런 투자처가 있으면 자기들이 하지, 왜 남한테 하자고 하겠어. 다 사기야.”
황민성이 투자 관련 이야기를 해 주자, 박혜원이 그것을 노트에 적어가며 들었다.
정말 성실히 듣고 적는 박혜원의 모습에 황민성도 말하는 재미가 있는 듯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황민성과 강진은 박혜원의 집 인근에 차를 세워 둔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혜원이 성격 좋네.”
“형을 우상처럼 봐서 좋은 거 아니고요?”
“후! 내가 존경스럽단다.”
황민성에게 투자 이야기를 한참을 들은 박혜원은 그에게 존경한다고 말을 했던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형이 존경받을 만하죠.”
“뭐야? 너도 나를 존경하고 있었어?”
“그럼요.”
농으로 말을 했는데 진지하게 답하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보다 존경스러운 사람들 많다. 나야 그냥 할 일 하는 거지.”
할 일이라는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할 일이라…… 보통 사람은 형처럼 못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사실 황민성이 하는 일은 많다. 예전부터 치매 치료를 위해 연구소를 만들고 그에 대한 연구비를 지원했다. 게다가 불량 학생들 선도를 위해 학교도 만들었다.
치매 치료는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서 시작했고, 퇴학당한 불량 학생들은 사회 나와서 자신처럼 나쁜 일 하지 말라고 학교를 만들었다.
고등학교라도 나와야 사회에서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보육원에 후원까지 하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황민성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혜원이 성격이 아가씨하고 비슷한 것 같기는 해.”
자신을 존경한다는 화제를 바꾸고 싶은 듯 황민성이 말을 돌리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할아버지한테 어떻게 말을 하나 고민하더니 바로 오늘로 날짜 잡아 버리잖아. 그것도 할아버지 조퇴까지 시키면서 말이야. 애가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면 뭐가 되도 될 아이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녁 장사 시간 괜찮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4시 50분이었다.
“다섯 시 십 분에는 넘어가야죠.”
“그 JS 통해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차장에서 빌라로 통하는 문을 보았다.
“다행히 여기 지하실이 있어서 그쪽으로 바로 넘어가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식사하게 되면 내가 너희 가게로 모시고 갈게.”
“그럼 저야 좋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박혜원과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왔다.
“저희 할아버지세요.”
박혜원의 말에 강진과 황민성이 자세를 바로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황민성입니다.”
“이강진입니다.”
할아버지는 조금은 불안함과 의심이 깃든 눈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갑자기 손녀가 드라마 아역이 되겠다고 하고, 그걸 처음 본 어른 둘이 지원한다고 하니…… 불안하고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박혜원이 슬쩍 손을 잡자,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혜원이 할아버지 되는 박다성입니다.”
박다성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혜원이한테 이야기는 들으셨는지요?”
“듣기는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황민성을 보던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일단 갑자기 드라마 출연이라는 말에 좀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의심도 됩니다.”
“그러실 겁니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할아버지가 집을 가리켰다.
“이 집 저희 집도 아닙니다.”
사기꾼이라고 의심하는 티를 내는 할아버지를 보며 박혜원이 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 그런 거 아니라니까.”
“어허! 어른들 이야기하잖니.”
할아버지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지금 하시는 일이?”
“공장에서 지게차 운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회사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공장 이름요?”
“네.”
“그건 왜 물어봅니까?”
정말 수상하다는 듯 경계심을 높이는 할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황민성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거기 회사 아는 분이 있을 듯도 해서요.”
“아는 사람?”
“아무래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의심을 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건…….”
잠시 말을 멈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제 딸한테 드라마나 연예계 쪽 일을 제안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의심부터 할 겁니다. 보호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그리고 의심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겁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 이상한 사람 아니라는 걸 보증해 줄 사람하고 연결해 드리려고 합니다.”
“보증이라면…….”
“제가 아는 사람보다는 어르신이 아시는 분…… 그중에 아무래도 공장 사장님이 저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 말씀해 주시면 믿음이 더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증을 하는 것보다 아는 사람이 보증해 주는 것이 안심될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그래서 공장 사장과 연결을 해 보려는 것이다.
제주도 살아도 몇 다리 건너면 서울 사는 사람하고 연결이 되는 것이 좁은 한국 땅이니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성금속입니다.”
“일성금속. 알겠습니다.”
황민성은 한쪽으로 가서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할아버지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조금은 불안한 듯 황민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짜로 박혜원을 좋게 보고 제안을 한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무례를 저지른 것이니 말이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혜원이 생각해서 돌다리도 짚어 보시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러니 궁금하시거나 확인하고 싶은 거 있으시면 물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트렁크에 다가갔다.
“형, 트렁크 좀 열어 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자동차 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스르륵!
강진은 열린 트렁크 안에 쌓여 있는 꽃 피어나다 책을 보았다. 황민성은 늘 트렁크에 책을 가지고 다녔다.
아쉽게도 책이 많이 팔리지 않고 있으니 아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주려고 말이다.
‘잘 팔려야 하는데…….’
책이 많이 팔려서 황민성이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김소희의 일대기를 읽는 것이었다.
김소희가 자신의 책이 많이 안 팔린다는 것을 알면 실망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