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55
956화
후덥지근한 칠월의 마지막 날 아침,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공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 되게 덥고 습하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슬그머니 옆으로 한 발 다가왔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귀신이 가까이 있으면 음기가 돌아서 더위가 조금은 가신다. 그래서 배용수가 옆으로 조금 더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배용수 한 명으로는 어떻게 감당이 되지 않을 더위와 습기였다.
“오늘 몇 도까지 올라간대?”
“몇 도까지는 모르겠고…… 그냥 덥다고 하더라.”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배용수의 옆에 바짝 붙었다.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지 않냐?”
그런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걸음을 옮겼다.
“올해 여름은 늘 작년보다 덥지.”
“그런가?”
“응. 늘 그래. 여름은 늘 작년보다 더 더워. 그래서 몇 십 년 만의 폭염이라는 기사가 해마다 나오잖아.”
“그놈의 몇 십 년 만의 폭염이 너무 자주 찾아온다.”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러다가 지구가 타들어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네가 있어서 그나마 버티는데, 귀신 없는 집들은 어떻게 이 여름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귀신 없는 것이 가장 좋지. 있는 게 뭐가 좋냐?”
“왜, 나는 너하고 다른 분들 있어서 좋은데.”
웃으며 걸음을 옮기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께서 공을 많이 들이시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앞을 보았다. 그곳에는 김성수가 카스를 비롯한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있었다.
김성수는 처음 애들을 보고 난 후 식구가 되자고 이렇게 매일 아침마다 와서 밥을 주며 놀아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공원 강아지들은 같이 가자고 말하는 순간 발길을 돌려서, 김성수를 조금 서운하게 하고 있었다.
“어르신께서 한 달이나 이렇게 매달리실지 몰랐네.”
개를 키우고 싶으면 애견 센터나 일반 가정 분양을 받으면 될 일인데 말이다.
“가족을 만드는 일이니 공을 들여야지.”
강진은 웃으며 김성수에게 다가갔다.
“오늘 날씨가 무척 덥네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웃으며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강아지가 몸을 뒤집으며 배를 드러냈다.
그런 강아지를 보고 김성수가 웃으며 배를 쓰다듬었다.
부욱! 부욱!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지.”
“그건 맞는데 너무 더운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강아지 배를 쓰다듬다가 툭툭 치고는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는 법일세.”
당연한 말을 참 당연하게 하는 김성수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은 안 더우세요?”
“나라고 안 더울 리가 있겠나? 하지만…….”
김성수가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덥다고 불평한다고 안 더운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더운 날에 부는 한 줄기 바람에 즐거움을 느끼게. 그러면 힘들어도 버틸 만할 게야.”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더운 날에 시원한 곳에 들어가거나 바람을 맞으면 무척 기분이 좋고 상쾌하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성수가 말했다.
“안 좋은 상황에도 즐거움은 있는 법이지. 그걸 즐길 줄 알면 삶이 그리 힘들기만 하지는 않다네.”
“어르신은 힘든 시절이 있으셨어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웃었다.
“힘든 시절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나도 젊었을 적에는 감옥도 가고, 깡패들한테 두들겨 맞기도 했지.”
“깡패들한테요?”
“깡패들은 남의 돈을 내 돈처럼 보는 놈들이거든. 그러니 내 돈이 얼마나 탐이 났겠나.”
김성수는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잠시 허공을 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강진을 보았다.
“오늘 아역 오디션을 보는 날이지?”
“들으셨어요?”
“어제 민성이가 그러더군. 너와 민성이 마음에 드는 애가 오디션을 본다고.”
“소희 아가씨 아역을 잘 연기할 아이입니다.”
“응모한 애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면서?”
“그렇다고 하네요.”
김성수의 말대로 이번 드라마 아역에 응모한 아이들이 꽤 많았다.
“민성이가 오늘 구경하러 오라고 하더군. 자네도 같이 갈 텐가?”
“열 시부터 한다고 하는데 저는 장사를 해야 해서요.”
“그렇군.”
“대신 오디션 보시고 점심은 저희 가게에서 드세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아, 점심에는 잔치국수가 먹고 싶군.”
“알겠습니다.”
점심땐 원래 정해진 메뉴를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수 아버님이 드시고 싶다는데…… 메뉴에 잔치국수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오혁과 이강혜가 웃으며 다가왔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밝게 웃으며 오혁이 인사를 하자, 김성수가 그를 보고는 웃었다.
“자네는 볼 때마다 밝군.”
“제가 성격이 좀 이런 편입니다. 하하하.”
기분 좋게 웃어 보인 오혁이 김성수 발밑에서 뒹굴고 있는 개들을 보았다.
“이제는 애들이 어르신을 많이 따르는 것 같네요.”
오혁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배를 드러내고 있는 애들의 배를 빨래하듯이 쓰다듬었다.
부욱! 부욱!
조금 거칠다 싶을 정도로 배를 문지르던 김성수가 웃으며 말했다.
“공을 들인 만큼 마음을 주는 것을 보면 이 아이들만 한 친구들도 없는 것 같아.”
김성수는 아이들을 보다가 오혁을 보았다.
“그나저나 자네 많이 좋아진 것 같군. 하루가 달라 보여.”
김성수의 말에 오혁이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우두둑!
주먹에 핏줄이 올라오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제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아직이지만, 이제는 지팡이 없이도 걸을 만하니까요.”
오혁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지. 내 몸 상하면 나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도 같이 다치는 것이네.”
“그걸 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죠.”
오혁이 웃으며 이강혜의 손을 잡았다. 그것을 보던 김성수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도 어서 애 가져야지.”
김성수의 말에 오혁이 웃었다.
“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제가 아주…… 아야!”
오혁이 옆구리를 쓰다듬는 사이, 이강혜가 웃으며 김성수를 보았다.
“저희도 이제 애를 가지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 투희를 보니 역시 부부 사이에는 애가 있어야겠더군. 아! 투희는 우리 애들 애칭이네. 소희, 황희 해서 투희.”
투희 이야기를 하자 얼굴에 미소가 어리는 김성수를 보며 오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 형님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투희,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오혁의 말에 김성수가 환하게 웃었다.
“그런가?”
“애들 부르기 너무 쉽고 편하지 않습니까. 투희야 밥 먹어라, 투희야 학교 가야지!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고는 오혁이 이강혜를 보았다.
“우리도 한 자 따서 포 뭐라고 하자.”
“포?”
이강혜가 그게 뭐냐는 듯 보자, 오혁이 웃으며 손가락 네 개를 펼쳤다.
“포.”
오혁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안 이강혜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애를 넷이나 낳게?”
“요즘 같은 저출산 시기엔 이게 애국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애국하시려면 정말 부단하게 노력하셔야겠네요.”
“옛날이면 일본과 싸우는 독립투사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 이런 식으로라도 애국을 열심히 해야지. 암! 아주 열심히…….”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얼굴을 붉히며 그 손을 쥐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이강혜가 부끄러워하는 것에 오혁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형수하고 조조 영화 볼 건데 같이 갈래?”
“영화요?”
“아홉 시 영화 예매해 놨거든.”
“무슨 아침부터 영화를 봐요?”
“영화를 시간 정해 놓고 보나. 밖에 나온 김에 보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더운 날에는 시원한 영화관이 피서야. 갈래?”
“영화 보면 점심 장사 준비 못 해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
오혁이 웃으며 김성수를 보았다.
“그럼 어르신,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오혁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강혜를 보았다.
“자네와 함께 유기견 봉사한다는 분들 다음에 같이 한 번 보세나.”
“같이 하시게요?”
“애들 밥 주다 보니…… 나름 노년 보내기 좋은 일 같아.”
“알겠습니다. 다음에 저희 봉사활동하러 갈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사를 한 이강혜는 오혁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지팡이를 안 짚고 걷는 오혁을 보던 김성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두 사람 사이가 무척 좋군.”
“두 분이 무척 사랑하시니까요.”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
김성수는 손을 내밀어 강아지들을 쓰다듬고는 정자 밑에 놓인 강아지들 밥그릇을 챙겼다. 그 모습에 근처에 있던 비서가 급히 다가와 밥그릇과 물통들을 쇼핑백에 담았다.
그 사이, 강아지들이 김성수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런 강아지들을 보며 김성수가 말했다.
“이 녀석들이 참 똑똑해. 밥그릇을 챙기면 내가 가는 줄 알고 이렇게 보더군.”
“아쉬운 거죠.”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웃으며 강아지들을 보았다.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사이에 같이 살자고 하면 뺨을 맞을 일이지만…… 어떠냐? 나하고 같이 가지 않겠니?”
김성수의 말에 강아지들이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서 가는 것에 김성수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자리를 벗어나던 강아지들이 힐끗거리며 김성수를 돌아보았다.
‘애들도 어르신한테 정이 많이 들었나 보네. 이거 서운한데?’
자신보다 김성수를 더 좋아하는 듯한 느낌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애들이 저보다 아버님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외로운 사람과 외로운 개들이니…… 서로에게 더 끌리는 것이지.”
“외로우세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았다.
“딸과 투희와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불 꺼진 내 집에 들어설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김성수는 멀어져 가는 강아지들을 보았다.
“저 애들도 외롭고, 나도 외로우니…… 서로에게 더 끌리는 것 같아.”
끼잉! 끼잉!
카스가 위로를 하려는 것처럼 발로 그의 신발을 긁었다. 그에 김성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너무 급하게 생각을 한 모양이구나. 가족을 만드는 건데 한 달 놀아주고 같이 살자고 하면 안 되겠지. 아이도 열 달은 뱃속에 있다 나오니 말이다.”
김성수는 다시 강진을 보았다.
“조깅할 건가?”
“네.”
“날씨가 더워서 뛰기 힘들 것 같은데?”
“이런 날에 뛰어야 땀도 더 잘 나고 좋죠.”
“무리하지 말게나.”
그러고는 김성수가 카스의 목줄을 잡았다.
“가자꾸나.”
김성수가 카스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마무리로 발목을 비틀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가자.”
강진이 천천히 뛰기 시작하자, 배용수가 그 옆에서 같이 뛰기 시작했다.
귀신인 그가 뛴다고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운동이 될 일은 없지만, 강진이 뛰니 같이 뛰는 것이다.
달리기는 혼자 뛰는 것보다 둘이 같이 페이스를 맞춰서 뛰면 더 오래, 멀리 뛸 수 있으니 말이다.
같은 시각, 차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던 김성수는 카스가 멈추는 것에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니?”
김성수는 카스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던 김성수가 미소를 지었다. 강아지 삼총사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