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57
958화
자신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하고 감사해하는 아주머니 귀신을 강진이 볼 때, 황민성이 말했다.
“입구에 있지 말고 들어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일단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박혜원, 그리고 매니저와 일행 일곱 명 정도가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모두 들어오자 강진이 입구를 보다가 밖을 내다보았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물었다.
“누구 더 오기로 했어?”
“신예 씨도 오늘 오디션 보러 가지 않으셨어요?”
“아! 신예 씨는 감독님하고 따로 갔어.”
“감독님하고요?”
“무술 아카데미 가서 무술 합 맞춰 본 것 좀 본다고 같이 갔어.”
“그렇구나.”
“왜? 신예 씨 올 줄 알고 기대했어?”
“아니에요. 오디션 보러 가신다고 해서 오늘 같이 오시나 했죠.”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같이 온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쪽은 드라마 제작을 도와주는 분들이야.”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사람들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 중 세련된 인상의 중년 여성을 황민성이 가리켰다.
“드라마 기획사 대표 김인아 씨야.”
황민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드라마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돈만 내는 거고, 대부분은 여기 이분의 손에 의해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거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사장님이 투자 안 해 주셨으면 이렇게 좋은 작품 저희가 만들 수 있나요.”
김인아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드라마 기획하는 뿌리 대표 김인아입니다.”
김인아가 명함을 꺼내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고는 자신도 명함을 꺼내 주려다가 웃으며 말했다.
“식당 사장 명함이 필요하실지 모르겠네요.”
“맛집 사장님 명함이 얼마나 좋은데요. 예약을 하기도 좋고요.”
김인아는 강진의 명함을 받아 보고는 지갑에 넣으며 말했다.
“황 사장님한테 여기 식당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형이 저희 가게 홍보를 많이 해 주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김인아가 주위를 보며 말했다.
“맛도 있지만 마음이 편한 곳이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래서 한 번 와야지, 와야지 했는데 이렇게 오게 되네요.”
“마음 편한 곳이라. 최고의 칭찬이네요.”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김인아가 자리에 가서 앉자, 강진이 그녀의 뒤를 보았다.
김인아의 뒤에는 백발의 할머니 귀신이 있었다. 강진이 백발 할머니 귀신을 보는 사이, 황민성 또한 할머니를 보았다.
귀신을 보고 살기로 결심한 이후 저승 비타민을 챙겨 먹고 있다 보니, 그도 할머니 귀신을 보는 것이다.
강진과 할머니 귀신을 번갈아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뭐야?”
“오늘은 잔칫날이니 잔치국수 어떠세요?”
잔치국수라는 말에 박혜원이 웃었다.
“저 국수 좋아해요.”
“다행이네.”
강진은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다른 음식들도 할 수 있으니 면이 안 좋으신 분들은 다른 메뉴 주문하셔도 됩니다. 일단 여기 메뉴판에 적힌 것이 점심 메인 메뉴인데 이건 참고만 해 주시고, 드시고 싶은 걸로 주문하셔도 됩니다.”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벽에 걸려 있는 아크릴 판에 적힌 메뉴를 보았다.
“그냥 저희도 잔치국수 주세요. 오늘 혜원 양 좋은 날이니 잔치국수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인아의 말에 강진이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배용수에게 주문을 할 때, 황민성도 주방에 들어왔다.
“형 왔다. 안녕하세요.”
황민성의 인사에 배용수와 여자 직원들이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 사이 홀을 보고 있던 강진이 황민성에게 물었다.
“김인아 씨 어머니 귀신인가요?”
“맞아. 어머님껜 내가 대충 너희 가게 이야기해 놨어.”
“그래서 저희 가게로 모신 거예요?”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너희 가게 좋아하잖아. 식사 한 번 하려고 데리고 온 거야. 그리고 어머니 식사도 좀 하게 해 드리고.”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수호령이라는 게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저승식당에 마음대로 올 수가 없으니 그건 좀 불편한 것 같아.”
일반 귀신들은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오고 갈 수 있는데, 수호령은 붙어 있는 사람이 가게에 오지 않으면 올 수가 없으니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 옆에 있는 것이 저는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럼요. 일반 귀신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오래 못 있고 멀리서 지켜봐야 하잖아요. 가까이 가면 귀신 기운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니까요. 하지만 수호령은 사랑하는 사람 옆에 계속 있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잖아요.”
이혜미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물론 상대는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에요.”
이혜미의 말에 황민성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멀리서 봐야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그런데 혜원이 할아버지는요?”
“일하시지.”
“오디션 보러 안 오시고요?”
“심장 떨려서 못 보시겠다고 안 오셨어.”
“그럼 합격 소식은 드렸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원이가 합격 소식 듣자마자 할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이야기했어.”
“엄청 좋아하셨겠어요.”
“물론 좋아하셨지.”
황민성은 홀로 나가며 말했다.
“두 어머님 모셔서 음식 좀 해 줘.”
“물론이죠.”
황민성이 홀로 나갈 때 같이 나간 이혜미가 두 어머님을 모시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아주머니 귀신은 몇 번 와 본 만큼 자연스럽게 따라왔지만, 할머니 귀신은 조금 어색한지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주방에 있는 귀신들을 보고는 움찔거렸다. 이렇게 많은 귀신이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두 귀신을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네.”
할머니 귀신이 어색하게 인사를 받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민성 형이 어머니 아는 척했을 때 깜짝 놀라셨죠?”
“그걸 어떻게?”
“저를 처음 만난 분들도 제가 인사를 하고 말을 걸면 무척 놀라시거든요.”
강진은 음식들을 꺼내 싱크대 한쪽에 세팅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일단 식사부터 좀 하세요. 저희 식당이 귀신들에게는 최고 맛집이에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여기가 정말 맛이 좋아요.”
“그래요?”
“네.”
이야기를 나누며 수저를 드는 어머님들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어느새 국수를 다 만들어선 그릇에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 귀신이 말했다.
“귀신이…… 음식을 하네요?”
“귀신들 식사 해 주는 곳이라서 직원도 귀신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귀신 주방장 음식 정말 잘해요.”
웃으며 이야기한 강진은 국수 그릇에 따뜻한 육수를 붓고, 김 가루와 계란 지단 그리고 파를 올렸다.
“양념은 입에 맞게 올리세요.”
강진의 말에 두 귀신이 서로를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들에게 참 인사를 많이 받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두 귀신이 양념장을 국수에 넣는 것을 보았다. 취향에 맞게끔 양념을 넣고 휘저은 두 어머니 귀신이 면을 크게 집었다.
화아악! 화아악!
불투명한 면을 입에 넣는 두 귀신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국수는 크게 떠서 먹어야 맛이 좋죠.”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수가 너무 맛있어요.”
“입에 맞으셔서 다행이네요. 아!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에요. 저는 이거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드시다가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할머니 귀신이 본격적으로 국수를 먹기 시작하자 강진은 나머지 국수 그릇들을 쟁반에 올려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강진이 국수들을 서빙하자 김인아가 웃으며 말했다.
“잘 먹을게요.”
“맛있게 드세요.”
국수 그릇을 모두 놓은 강진이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음식 더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너도 이리 와.”
“저는 손님…….”
“괜찮아. 괜찮아. 우리밖에 없는데 무슨. 이리 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손님들을 보고는 말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그러고는 의자를 하나 끌고 와 근처에 앉았다. 강진이 합석한 테이블에는 황민성과 박혜원 그리고 매니저가 앉아 있었다.
“이쪽에 앉지, 왜 통로에 앉아?”
“여기 있어야 손님들이 부르면 바로 가죠.”
그러고는 강진이 박혜원을 보았다.
“어떻게, 오디션 할 만했어?”
“하러 가기 전에는 그리 긴장 안 했는데 가서는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래?”
“갔는데 와…… 진짜 인형 같은 애들이 있는 거예요.”
박혜원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예쁜 애들이 많아서 긴장을 했는데, 결과는 제 승리죠.”
웃으며 브이 자를 그린 박혜원이 국수를 후루룩 먹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했다니 할아버지 좋아하시지?”
“그럼요.”
박혜원이 황민성을 보았다.
“전에 트렁크에 책들 많던데 지금도 많아요?”
“왜? 책 좀 줘?”
“할아버지가 책 좀 가져올 수 있으면 한 열 권 가져다 달라고 하셨어요.”
“주변 분들 나눠 줄 생각이신가 보네?”
“그러신가 봐요.”
웃으며 박혜원이 말을 이었다.
“아직 촬영을 한 것도 아닌데…….”
“자식이 상을 받아 오면 주위에 자랑하고 싶잖아. 근데 너는 TV를 나오는 거니 더 자랑하고 싶으시겠지.”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한 박스 줄 테니까 줄 사람 나눠 주고 앞집, 윗집, 옆집도 한 권씩 줘. 아! 학교 친구들한테도 좀 주고.”
“학교 친구들은 나중에요.”
“왜?”
“원래 이런 건 조용히 있다가 ‘짠!’ 하고 나와야 더 멋진 거예요.”
“하! 하긴 그러네.”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국수 퍼진다. 먹어.”
황민성과 박혜원이 국수를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주위 손님들을 살폈다.
강진은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손님들을 배웅해 주었다.
“할아버님 모시고 한번 밥 먹으러 와.”
“그래야죠.”
“그럼 조심히 가.”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 할아버지 생일 밥 사러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오빠를 만나고 난 후 정말 좋은 일…… 아니,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박혜원이 깊이 고개를 숙이자, 아주머니 귀신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모녀가 같이 고개를 숙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박혜원을 토닥였다.
“나는 네가 좋은 일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해 준 게 더 고맙다. 그리고 네 꿈대로 나중에 성공해서 돈 많이 벌면…… 너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줘.”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웃으며 말했다.
“오빠는 정말 좋은 생각을 가진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전에도 도움을 받으면 다음에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했잖아요. 오빠처럼 사는 건 정말 힘들 것 같지만…… 오빠가 나한테 잘 해 주고 좋은 사람이 되어 줬으니 저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볼게요.”
박혜원은 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하지만 내 재산 다 털어서 남을 돕거나 그런 건 못 해요. 어디까지나 내가 도울 수 있고 되어 줄 수 있는 선에서 착한 사람이 될 거예요.”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네 손이 닿는 정도로만 좋은 사람이 되면 되는 거야.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강진의 말에 웃은 박혜원은 손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매니저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