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58
959화
박혜원을 태운 차가 출발을 하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황민성이 김인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아! 특히 야외 화장실 중요합니다.”
“이미 야외 화장실 몇 개 확인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김인아가 강진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 국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김인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김인아는 국수가 마음에 들었는지 두 그릇을 먹었다.
“입에 맞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맛이 좋았어요. 게다가 국수 면발이 얼마나 매끈하던지……. 저희 어머니가 점심에 해 주던 국수 생각이 나더라고요.”
김인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집이 국수를 좋아해서 점심에 자주 국수를 해 먹었거든요.”
미소까지 짓는 김인아를 보던 강진이 그녀 뒤에 있는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할머니는 흐뭇한 눈빛으로 딸을 보고 있었다.
자기 자식이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어머니가 해 주던 음식 맛이라…… 정말 기분 좋은 극찬이네요.”
“그런가요?”
“혀가 기억하는 가장 맛있고 오래된 맛은 어머니 손맛 아니겠어요? 그 맛하고 비슷하다니 요리사 입장에서는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이죠.”
강진의 말에 김인아가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했다.
“밥 먹으면서 여기 검색을 해 보니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 준다고 하던데, 맞아요?”
“물론입니다.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혹시 소갈비찜이 될까요?”
“소갈비찜요?”
“간장 소스로 좀 달달하게요. 아! 당면도 들어가게 해서요. 저희 어머니가 잘 하시던 음식인데…… 제가 요리를 잘 못해서 그걸 못 배웠거든요. 아까 국수 먹는데 갑자기 그게 먹고 싶더라고요.”
김인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엄마가 해 준 것 같은 국수를 먹다 보니 엄마가 해 주던 음식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갈비찜이 생각났나 봐요.”
“소갈비가 되기는 하는데, 지금은 소갈비가 없어서요. 내일 저녁은 될 것 같습니다.”
“하긴, 갑자기 소갈비찜을 하기는 그렇겠네요. 그럼 내일 저녁에 올게요.”
“음식은 생각났을 때 먹어야 가장 맛있는데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재료가 없는 걸 어떻게 해요.”
말을 하던 김인아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혹시 제가 재료를 사다 드리면 오늘 저녁에 될까요?”
김인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정말 갑자기 확 드시고 싶으신가 보네요?”
“네.”
김인아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뭔가 꽂히면 꼭 해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도 김인아가 그런 스타일인 모양이었다.
“그럼 제가 준비할게요.”
“귀찮게 해 드리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마트 가깝기도 하고요.”
강진은 저 멀리 보이는 마트 건물을 가리키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몇 인분 준비하면 될까요?”
“십 인분요.”
“십 인분요?”
“이왕 먹는 거 저희 직원들도 같이 와서 먹으려고요. 아! 그냥 이십 인분 해 주세요.”
“이십 인분요?”
“사람이 열 명인데 십 인분 주문해서 회식하자고 하는 건 중국집에서 자장면 시켜주는 사장하고 다를 바가 있나요. 이십 인분으로 해 주세요.”
김인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혹시 어머니가 해 주시던 갈비찜 특색이 있을까요?”
“음…… 달달하면서 고기가 되게 연했어요. 그리고 당면도 들어있고요.”
“다른 건?”
“간장 양념을 한 것 같아요.”
말을 하던 김인아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제가 요리를 잘 모르고 먹을 줄만 알아서…… 뭐라고 설명을 못 하겠어요.”
이 정도 설명으로는 어머니가 만든 소갈비찜이 무슨 레시피인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강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물어볼 사람…… 아니, 귀신이 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어머니가 만든 갈비찜을 먹고 싶다고 하면서 설명을 이렇게 밖에는 못 드리네요. 그냥 맛있게 해 주세요.”
김인아가 미안해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따가 몇 시에 오실지 전화를 한 번 주세요. 오실 때 맞춰서 드시게 준비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김인아는 황민성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직원들과 함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김인아를 보던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는 배용수를 불렀다.
“용수야.”
자신을 부르는 강진의 목소리에 주방을 정리하던 배용수가 나왔다.
“왜?”
“너 할머니 좀 따라갔다가 와야겠어.”
“할머니?”
의아해하는 배용수의 손을 잡고 데리고 나온 강진이 한쪽으로 걸어가는 김인아 일행을 보며 말했다.
“소갈비찜 예약을 하셨는데 어머니가 잘하던 음식이었대.”
“아…….”
무슨 말인지 알아챈 배용수는 급히 김인아 일행의 뒤를 쫓아가다가 강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십 분 있다가 불러!”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손가락 열 개를 펴 보였다.
‘십 분?’
강진이 입 모양으로 묻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소갈비찜 레시피 거기서 거기지. 그냥 팁만 몇 개 들으면 돼! 십 분 있다가 불러! 드라마 봐야 해!”
배용수의 외침에 강진이 피식 웃을 때, 황민성도 웃으며 말했다.
“용수가 드라마 좋아하나 보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가게에서 할 일 없으면 드라마 보다 보니 재미가 들린 모양이에요.”
“그럼 매일 드라마를 봐?”
“네.”
“드라마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보다 보면 볼 것도 없지 않아? 게다가 귀신은 잠도 안 자니 하루면 드라마 하나 다 보지 않아?”
“요새 나오는 드라마도 보고 예전에 나온 드라마도 보고…… 보려고 하면 볼 드라마가 어디 한둘인가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연도 별로 볼 드라마 적어서 메모까지 해 놨어요.”
“메모?”
“해마다 대박 친 드라마들 있잖아요. 드라마를 모두 다 보기는 어려우니 연도 별 대박 드라마 리스트를 검색해서 찾아놨더라고요. 아마 그거 다 보기 전에 승천 못 할 것 같아요.”
승천이라는 말에 황민성은 사람들을 쫓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배용수를 보았다.
‘저 녀석이 가면 강진이가 많이 외롭겠구나.’
승천을 해서 떠나면 자기도 배용수가 무척 보고 싶을 테지만, 강진의 마음에 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배용수를 보는 황민성에게 강진이 물었다.
“촬영은 언제 시작하는 거예요?”
“캐스팅은 거의 마무리 단계야. 그리고 세트장도 잘 지어지고 있고……. 팔월 28일에 첫 촬영 시작할 거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뭔가 뚝딱뚝딱 진행되는 것 같네요.”
책을 만들고 드라마를 하겠다고 한 지 일 년도 안 돼서 촬영 날짜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겠어?”
황민성이 쓰게 웃었다.
“돈 정말 많이 들어갔다.”
“작품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죠?”
강진이 걱정스럽게 말을 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왜, 안 될 것 같아?”
“그렇지는 않은데, 드라마는 사람들이 많이 봐야 하잖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를 보았다.
“꽃 피어나다 책 재밌었지?”
“소희 아가씨 일생을 재미로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독자로서는 재미가 있었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들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꽃 피어나다를 읽으면서 마음이 움직였어. 슬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리고 책이나 드라마에서 이런 것을 느낀다면 그게 바로 재미가 있다는 거겠지.”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나는 꽃 피어나다가 잘 된다는 확신이 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책은 트렁크에 가득 넣어두고 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분명 재미도 있고 배울 점도 있는데 책이 그렇게 나가지 않고 있었다.
“광고라도 하면 괜찮을 텐데.”
“광고 안 하세요?”
“아가씨께서 광고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하셨어.”
“왜요?”
“낭중지추.”
주머니 안에 넣어 둔 바늘은 튀어나온다는 말로, 뛰어난 인재는 숨겨 두려고 해도 드러난다는 의미였다.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거 아가씨가 한 말이죠?”
“응.”
“좋은 책이니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볼 거라는 말이군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를 해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보다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보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
말을 하던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나. 요즘 책 읽는 사람도 많이 없고…… 이번에 책 만들면서 보니 한 달에 나오는 책 종류도 어마어마하던데.”
“그래요?”
“서점에 진열된 책들은 운이 좋은 거야. 서점에 진열도 안 되고 사라지는 책들도 많더라.”
“안쓰럽네요.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이 책에게는 가장 큰 행복일 텐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 말을 들으니…… 앞으로는 라면 받침으로 쓰면 안 되겠다.”
라면 받침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자 황민성이 말했다.
“가게 정리 얼마나 걸려?”
“십 분 정도요. 왜요?”
“정리하고 아버님 댁으로 가자. 애들 집 봐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해요.”
가게 안에서는 이혜미와 직원들이 홀을 정리하고 있었다.
“커피 탔어요. 드세요.”
이혜미가 커피가 놓인 테이블을 가리키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뭘요.”
커피가 놓인 자리에 앉으며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김인아 씨는 무슨 일 있으세요?”
“일? 무슨 일?”
“보통 수호령은 자신의 수호 상대가 걱정이 되고 안심이 안 될 때 남게 되거든요.”
“음…….”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남의 속사정을 얘기하는 것이 그렇기는 하지만…… 나중에 할머니 승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이야기해 줄게.”
“제가 듣는다고 승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들었으면 하네요. 그래야 할머니 여기 오시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 드리죠.”
강진도 남 이야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귀신들을 편하게 모시고 승천을 할 수 있게 도우려면 그 사정을 알아야 했다.
“김인아 씨가 일 욕심이 대단해.”
“그러신 것 같네요. “
“우리나라가 참 일하는 여자에게는 힘든 환경이야.”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특히 임신을 하면 회사에서 눈치 주고, 경력 단절되고…… 애 좀 키우고 다시 일하려 하면 사회가 어디 도와주나. 그냥 집에서 밥이나 하고 애나 잘 키우라고 하지.”
“너무 싫다.”
황민성의 말에 홀에 나와서 정리를 하던 이혜미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여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참고로 저희 회사에는 여직원 셋이 모두 유부녀들이고 애들도 있습니다. 저는 직원들 애 낳는다고 퇴사하라고 하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그래요?”
“그럼요. 가족이 생겼다고 그만두라고 하면 되겠어요?”
“정말 멋지세요.”
“당연한 겁니다.”
웃으며 답한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김 사장이 일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야.”
말을 하던 황민성은 입맛을 다시며 커피 잔을 쥐었다.
“그리고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은…… 가족에게 신경을 못 쓰는 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