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7
97화
강진은 왕강신과 김봉남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음식을 만들며 강진은 힐끗 홀을 보았다.
왕강신과 김봉남은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당을 하신다고요?”
“운암정이라고 작은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운암정…… 운암정…….”
운암정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던 왕강신이 미소를 지었다.
“가게 이름이 운치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노인을 보며 강진이 음식을 보았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왕 어르신이 좋아하실지 모르겠네?”
왕강신의 식성을 보면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죽은 담백하고 두부는 조금 평범했다.
“중국 사람들도 죽 좋아해.”
“그래?”
“아침에 죽으로 식사 때우기도 하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죽과 두부튀김을 가지고 강진이 나오자 김봉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으면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김봉남의 말에 왕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먹으려니 적적했는데, 같이 하시지요.”
왕강신의 말에 김봉남이 그 맞은편에 앉으며 강진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같이 주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들을 내려놓았다.
“소고기 전복죽과 두부튀김인가?”
“간과 신장에 단백질이 좋다고 해서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부드러운 죽에 바삭한 두부튀김이라…… 식감을 생각한 건가?”
“네.”
강진의 답에 김봉남이 젓가락으로 죽과 두부튀김의 양념 맛을 보았다.
“간도 잘 맞췄군. 심심함을 양념으로 보완을 했어. 잘했어.”
“감사합니다.”
김봉남의 칭찬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왕강신을 보았다.
“어제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아서 오늘은 좀 가볍게 했습니다.”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해 준 건가?”
왕강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 어르신께서 요즘 간과 신장이 좋지 않으셔서 보양식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르신께도 좋을 듯해서 같이 냈습니다. 혹시 입에 안 맞으신다면 새로 음식을 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음식을 보다가 물었다.
“간과 신장에 좋은 음식인가?”
“알부민이 풍부한 좋은 음식입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와서 계속 기름진 음식만 먹어서 속이 조금 안 좋았는데…… 보약이 되겠어.”
왕강신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좋은 음식은 몸에 보약이 되지요. 그럼 드시지요.”
김봉남의 말에 왕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먹었다.
“음…… 맛이 좋군요.”
왕강신의 말에 김봉남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맛입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강진이 자리를 비켜주자 김봉남이 왕강신을 보았다.
“맛이 괜찮으십니까?”
“맛있군요.”
“몸에 좋은 음식이니 보약이라 생각하고 드십시오.”
“이렇게 맛있는 보약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웃으면서 왕강신이 죽과 두부튀김을 먹었다. 기분 좋게 두 어른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며 강진도 주방 한쪽에서 죽과 두부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강진도 저녁을 먹기는 해야 하니 말이다.
강진이 주방에서 죽을 먹는 사이 문자가 왔다.
임호진의 문자에 강진이 답을 보냈다.
그걸로 문자를 끝낸 강진이 죽을 먹을 때, 왕강신이 말했다.
“자네 거기서 그럴 거면 이리 와서 같이 먹지.”
“네?”
“궁상맞게 주방에서 그게 뭔가? 이리 와서 같이 들게나.”
그러고는 왕강신이 김봉남을 보았다.
“그래도 괜찮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부르려 했었습니다.”
김봉남이 주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진아, 이리 오거라.”
편하게 부르는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죽이 담긴 그릇을 들고는 주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한 식탁에서 세 사람이 맛있게 죽과 두부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죽과 두부튀김으로 식사를 마친 왕강신이 입을 열었다.
“술 없나?”
왕강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어제도 많이 드셨잖아요.”
“어제 먹은 것이 무슨 많이인가? 그냥 반주로 먹었을 뿐이지.”
“반주요? 어제 드신 것이 고량주로 몇 병인지는 아십니까?”
“하하하! 우리 중국인들은 술이 강하다네.”
웃는 왕강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어떻게, 고량주로 사 올까요?”
“그렇게 해 주면 좋지. 한국 술은 너무 심심해.”
왕강신의 말에 순간 김봉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워낙 작은 변화라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중국분들이 센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요.”
말을 하며 김봉남이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한국 술도 좋은 술이 많습니다.”
“그렇습니까?”
“한국에는 처음이십니까?”
“젊었을 때 몇 번 오기는 했습니다.”
“그렇군요.”
웃으며 김봉남이 전화를 걸었다.
“나네. 그래, 가게에 일은 없지? 그렇군. 다른 것이 아니라 감홍로하고 청백로 몇 병 보내줘야겠어. 그래, 위치는…….”
그리고 전화를 끊은 김봉남이 왕강신을 보았다.
“저희 가게에서는 전통주도 좀 만듭니다.”
“그렇습니까?”
“한국 술도 좋은 것이 많습니다.”
웃으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김봉남이 몸을 일으켰다.
“주방 좀 내가 써도 되겠나?”
“드시고 싶은 요리 있으면 제가 해 드려도 되는데요.”
“아니야.”
“그럼…….”
강진이 주방을 가리키자 김봉남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돼지고기를 꺼낸 김봉남이 강진을 보았다.
“술과 안주는 서로 뗄 수가 없는 관계다. 맛있는 안주를 먹으면 술이 생각이 나고, 맛있는 술을 먹으면 먹고 싶은 안주가 떠오르는 법처럼 말이야.”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파전에 막걸리, 소주에 닭발 혹은 회처럼 어울리는 술과 안주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술을 낼 때에는 그에 맞는 안주를 내고, 음식을 낼 때에는 그에 맞는 술을 준비하면 좋지.”
“그럼 감홍로라는 술은 돼지고기가 어울리는 건가요?”
“돼지고기가 아니더라도 육류에는 다 어울리는 술이지.”
그러고는 김봉남이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홍로는 벌꿀이 들어가 조금 단맛과 함께 계피 향이 나지.”
“맛있겠네요.”
“맛있지. 하지만 독하다.”
“독해요?”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가게에서 빚은 감홍로는 57도다.”
“57도…… 엄청 독하네요.”
“청백로는 62도다.”
“와…….”
강진이 놀라 눈을 크게 뜨자 김봉남이 힐끗 홀을 보고는 웃었다.
“한국 술의 무서움을 보여주지.”
“네?”
“아니다.”
그러고는 김봉남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김봉남이 칼을 쓰는 모습에 강진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영화 같네.’
김봉남의 손길에 고기가 잘리고 채소가 썰리는데,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맛있어 보이네.’
자신의 냉장고에서 나온 재료인데도 김봉남의 손길에 다듬어지니 무척 맛있게 보였다.
스윽! 스윽!
고기를 길고 조금은 가늘게 썬 김봉남이 소금과 후추를 툭툭 쳐서 간을 하고는 그 위에 기름을 발랐다.
“됐다.”
그걸로 끝을 내는 김봉남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이게 끝입니까?”
“술 오면 그때 채소 넣고 구우면 끝이다.”
그러고는 김봉남이 강진을 보며 웃었다.
“고기야 구우면 맛있는데 더 무슨 요리를 하겠니?”
“그건 그렇지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한국 최고의 한식 전문가인 김봉남이 칼을 잡은 거라 뭔가 대단한 요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재료가 너무 간단한 것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김봉남이 왕강신 쪽을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왕 선생께서 그동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드셨다고 하시니 담백하고 가볍게 먹는 것이 좋겠지.”
“아! 그래서 양념을 최소한으로 하신 거군요.”
“그것도 있지만…… 이렇게 소금만 쳐도 맛있는 것이 고기란다.”
재료 손질을 마친 김봉남이 김치를 보다가 말했다.
“국물 요리로 김칫국이나 하나 더 끓이면 좋겠구나.”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손을 닦은 김봉남이 홀로 나가자 강진이 김칫국을 끓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술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김봉남에게 전화가 왔다.
“응. 응…… 그래? 알았네.”
김봉남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게를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김봉남이 쇼핑백을 들고 들어왔다.
쇼핑백을 식탁에 올린 김봉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앞에 있는데?”
“왜 그러세요?”
“우리 직원이 여기 바로 앞에서 가게를 못 찾고 전화를 했더군. 바로 코앞에 있는데 말이야.”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힐끗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는 배용수와 허연욱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왕강신은 한 번이라도 온 사람이라 귀신 둘이 있어도 알아보고 찾아왔지만,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직원은 귀신 둘이 있으니 가게를 못 찾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김봉남이 말했다.
“너무 허름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
“아니면 길눈이 어두운 모양이죠.”
강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김봉남이 쇼핑백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 놓았다.
나무 상자는 고풍스럽게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각각 감홍로와 청백로라고 한자로 쓰여 있었다.
“저희 가게에서 만든 술입니다.”
그러고는 김봉남이 상자를 열어 도자기로 된 술병을 꺼내들었다.
“감홍로와 청백로입니다.”
그러고는 김봉남이 나무 상자에서 작은 술잔들을 꺼냈다.
“술잔도 들어 있네요?”
나무 상자에서 나온 잔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묻자 김봉남이 미소를 지었다.
“맥주는 맥주잔, 소주는 소주잔이 있지?”
“네.”
“그처럼 술은 그에 맞는 잔이 따로 있는 법이야.”
“그런가요?”
“맥주를 사발에 마신다고 생각을 해 보거라.”
“그건…… 좀 이상하네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술은 그에 맞는 잔에 마실 때 맛이 더 오르고 흥도 돋는 법이지. 괜히 소주잔, 맥주잔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야.”
말과 함께 김봉남이 잔을 훅훅 불어 앞에 놓았다. 하얀 자기로 된 잔이었다.
잔을 내려놓은 김봉남이 감홍로의 뚜껑을 열었다.
뽕!
경쾌한 소리와 함께 향긋한 향이 퍼져 나갔다.
“향이 좋군요.”
“따르면 더 좋습니다.”
말과 함께 김봉남이 잔에 감홍로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쪼르륵! 쪼르륵!
“상자에 넣을 때 깨끗하게 씻어서 넣은 것이니 더럽다 생각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김봉남의 말에 왕강신이 물었다.
“그런데 혹시 씻지 않은 것이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아무리 깨끗이 씻어서 상자에 넣었다고 해도 보관하는 중에 먼지가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김봉남도 훅훅 불어 먼지를 날렸을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주방도 바로 뒤이니 씻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에 무슨 이유가 있나 물은 것이다.
왕강신의 물음에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잔에 물기가 닿게 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물기?”
“술에 물이 들어가면 맛이 변하지 않겠습니까?”
“씻는다 해도 물기는 조금일 텐데요?”
“그 조금이 맛을 변하게 하는 것입니다.”
김봉남의 말에 왕강신이 탄복을 한 듯 그를 보았다.
“대단하시군요.”
“음식에 대한 자존심일 뿐입니다.”
“하! 술도 음식입니까?”
“입에 들어가는 것은 다 음식이지요.”
그러고는 김봉남이 잔을 가리켰다. 그에 왕강신이 잔에 따라진 감홍로를 보았다.
감홍로는 불그스름하면서도 맑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하얀 자기에 따라서 그런지 더 색이 진하고 맑았다.
“흐음!”
향을 맡는 왕강신을 보며 김봉남이 말했다.
“아직 드시지 마시고 잠시 기다리십시오.”
말과 함께 김봉남이 주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제가…….”
“아니다.”
그러고는 김봉남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잠시 후 고기 굽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치이익! 치이익!
고기가 익는 소리와 함께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왕강신이 입맛을 다셨다.
“술을 앞에 두고 보고만 있으려니 죽을 맛이군.”
“잠시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주방을 보고는 말했다.
“운암정이 어떤 곳인가?”
“운암정요?”
“작은 식당이라고 했는데…….”
왕강신이 앞에 놓인 술병을 보았다.
“작은 식당에서 이런 술을 만들 것 같지는 않군.”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술병과 술이다. 작은 식당에서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