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75
976화
간단하게 감자를 먹은 강진은 아직 해가 지지 않은 하늘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한쪽에서 청소 도구를 꺼내왔다.
“뭐하게?”
황민성이 감자를 입에 넣으며 묻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해 좀 있을 때 청소 좀 하려고요.”
“청소?”
황민성이 주위를 보다가 문득 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마을에 풀 같은 게 없네?”
산골에 있는 버려진 마을이니 여기저기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을 것 같은데 마을에는 풀이 많지가 않았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마당이나 길에 풀이 가득해서 제초를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풀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하는 사이, 돼랑이가 다가왔다. 돼랑이는 주위를 보다가 한쪽에 난 작은 풀을 보고는 그것을 입으로 물어 뜯어냈다.
그러고는 한쪽으로 가서는 입에 문 풀을 휙 던지고는 돌아왔다.
휘익! 휘익!
꼬리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자신을 보는 돼랑이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설마 네가 마을에 난 풀들을 뽑아서 버리는 거야?”
꾸잇!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돼랑이 모습에 황민성이 웃었다.
“와. 이 녀석이 정말 사람하고…… 아니, 사람보다 낫다.”
“그러게요. 저도 이 녀석이 마을을 관리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돼랑이를 보며 웃은 강진이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너희들이 마을에 풀 많이 나면 와서 정리 좀 하고 그렇게 해. 마을에 풀이 너무 많이 나면 인적 없어 보이잖아.”
꾸잇.
알았다는 듯 재차 고개를 끄덕이는 돼랑이를 보며 웃은 강진이 청소 도구를 들고 마을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청소라고 해도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저 마을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을 모아서 아궁이 옆에 쌓아 놓는 것이었다.
청소도 하고, 이따가 음식 할 때 쓸 장작도 모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황민성도 강진과 함께 청소를 시작했다.
***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강진은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간이 아궁이에서는 불이 화르르 타오르고 있고, 그 위에 있는 솥단지에서는 얼큰한 육개장이 끓고 있었다.
부글부글!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육개장을 보던 강진이 그 안에 파와 야채들을 넣었다. 용암 같은 국물에 담가진 파와 야채들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오르락내리락했다.
그 비주얼에 미소를 지은 강진이 옆을 보았다. 마당 중심에는 돼랑이 식구들이 끌고 온 커다란 죽은 나무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화르륵! 화르륵!
캠프파이어처럼 타오르는 나무들을 보던 강진은 한쪽에서 소화기를 보고 있는 황민성을 보았다.
“뭘 그렇게 보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소화기를 들어 보였다.
“정말 이거 하나면 되는 거야?”
“뭐가요?”
“이런 캠프파이어 할 때는 소화기 한 두세 개는 있어야 안전할 것 같은데.”
황민성은 조금은 불안한 듯 소화기를 보았다. 아무래도 소화기가 너무 작아서 불안한 모양이었다. 혹시라도 불이 나서 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거 저승에서 가져온 거라 성능이 이승 것보다 월등해요.”
“그래?”
“전에 한 번 써 봤는데, 바로 불길 잡아 버리더라고요.”
“이렇게 작은데 그렇게 성능이 좋아?”
“저승이 이승하고 비슷해도 제품들은 더 질이 좋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소화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며 밸브를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한 번 써 보실래요?”
“그래도 돼?”
“몇 개 더 있어요.”
강진은 트럭에서 소화기를 하나 더 꺼내 놓았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소화기 밸브를 잡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말고, 이따가 불 끌 때 이걸로 해 볼게.”
“그러세요.”
강진은 고개를 돌려 마당 가운데를 보았다.
그곳에는 큰 장작들이 모여서 불을 피우고 있었고, 옆에는 작은 아궁이가 하나 더 있었다.
작은 아궁이라고 해도 정식으로 된 것은 아니고 벽돌들을 쌓고 그 위에 가마솥 뚜껑을 얹은 것이었다.
배용수와 할머니들은 그 가마솥 뚜껑에다가 반죽을 부어 부침개를 만들고 있었다.
배추로 만든 배추전, 동그랑땡, 김치전과 파전들을 만들며 배용수는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배추전이 맛있네요.”
배용수가 배추전을 입에 넣으며 하는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용수가 했는데도 맛이 좋아. 아! 용수 음식이 맛없다는 소리는 아니야.”
“알죠.”
배용수는 부침개를 뒤집으며 말을 덧붙였다.
“저도 저승식당에서 오래 일을 해서 그런지 제 손에도 귀신 MSG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
“강진이 손맛처럼 엄청 맛있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배용수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김치전을 뜯어 입에 넣었다.
귀신들이 전을 먹고 있는 것을 보던 강진이 그 옆에 가서 앉았다. 그에 배용수가 김치전을 가리켰다.
“김치전 맛있다.”
“어디 김치로 만들었는데 맛이 없겠어.”
“그건 맞지. 김치전이든 김치찌개든 김치만 맛있으면 어떻게 해도 맛이 있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김치전을 손으로 뜯어 입에 넣었다. 김치전에는 오징어를 잘라 넣었는데, 가끔씩 씹히는 오징어가 맛이 좋았다.
강진이 김치전을 더 먹을 때, 할머니가 말했다.
“그런데 사람도 몇 없는데 음식을 너무 많이 만든 것 아닌가?”
할머니가 옆에 쌓인 전들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마을 잔치를 해도 되겠어.”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많이들 드시고 다 못 먹으면 돼랑이 가족들 있는데 무슨 걱정이세요. 돼랑이도 먹으라고 일부러 돼지고기 안 넣고 만든 거잖아요.”
김치 부침개에도 돼지고기를 조금 넣어서 만들면 맛이 좋다. 김치와 돼지고기는 언제나 옳으니 말이다.
하지만 돼랑이 가족들도 먹으라고 일부러 돼지고기를 넣지 않았다.
먹으라고 주면 좋다고 먹을 것 같기는 하지만…… 돼지한테 돼지를 먹이는 건 잔인하니 말이다.
“그건 그런데…….”
할머니가 음식을 보며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돼랑이 가족도 같이 먹기는 할 테지만…… 다른 손님들을 좀 더 모시려고 하거든요.”
“다른 손님들?”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마을 잔치처럼 북적거리게 해 보려고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지.”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곧 밤 11시였다. 그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장대방, 장대방, 장대방. 최호철, 최호철…….”
강진의 입에서 친한 귀신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나왔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귀신들은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심산유곡이니 말이다.
그런 귀신들을 보고 웃은 강진이 다른 귀신들을 더 불러냈다. 그렇게 삼십 명가량 친한 귀신들을 불러 모은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들 오세요.”
“여기는 어디예요?”
장대방이 의아한 듯 보자, 최호철이 말했다.
“강원도.”
“강원도요?”
“여기서 한끼식당 김치를 만들어.”
그러고는 최호철이 할머니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들 하세요.”
최호철은 김장할 때 따라와서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최호철의 인사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네.”
“자주 찾아와 인사드리고 싶은데 나쁜 놈들 잡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일이 바쁘면 좋은 거라고 하지만…… 자네 일은 바쁘면 안 되는 건데 말이야.”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최호철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오늘은 저승식당 여기에 오픈하게?”
“그러려고요.”
“쉬는 날은 쉬지, 뭘 또 오픈을 했어?”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다가왔다.
“할머니들 식사 챙겨 드리려고 오픈을 했죠. 누가 오빠 먹으라고 오픈한 줄 알아요?”
“그건……. 그럼 우리는 왜 불렀어?”
“일 인분 차리나 십 인분 차리나 같으니까요. 그리고 이왕이면 다 같이 먹는 게 좋잖아요.”
강진은 다른 귀신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다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갑자기 모셔서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웃었다.
“우리가 바쁘기는 뭐가 바쁘다고요. 우리야 불러줘서 오히려 좋죠.”
“그러게요. 저희야 강진 씨가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호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타지에서 멀리 못 가는 귀신들이었다. 그래서 강진이가 부를 때만 이렇게 저승식당에 올 수가 있었다.
그러니 강진이 부르기를 늘 기다리는 것이다. 강진이 일부러 이들을 부른 이유가 이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자주 와서 먹는 이들보다 자주 못 오는 이들 위주로 부른 것이다.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이 마을 주인이세요. 음식 만드는 데에 손을 많이 거들어 주셨으니 인사들 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귀신들이 웃으며 인사를 하자 할머니들이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인적 없고 귀신 적은 산마을에 귀신들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아 주니 할머니들은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니 다행이네.’
노인정 어르신들도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많이 오면 좋아들 하시니 말이다.
흐뭇한 얼굴로 할머니들을 보던 강진이 장대방을 보았다.
“잘 지냈지?”
“네.”
“형이 요즘 바빠서 너를 따로 못 불렀네. 미안.”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광현 형이 저 불러 주는데 모르셨어요?”
“부른다고?”
“얼마 전에 형이 저를 부르는 것처럼 광현 형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광현 형 집에 가고는 해요.”
“그래?”
“광현 형도 혹시나 될까 싶어서 불렀는데 제가 와서 살짝 놀라신 모양이더라고요.”
“의사소통은 어떻게 했어?”
자신처럼 귀신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장대방이 왔다고 해도 못 볼 테니 말이다.
“광현 형 집에 연필 있잖아요.”
“아!”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대화를 했구나.”
“형이 하루에 한 번씩은 불러 주셔서 자주 가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아무나 불러도 되는 건가?”
자신이야 저승식당 사장이니 뭔가 다른 것이 있을 테지만, 최광현은 일반인이었다.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저도 광현 형도 몰라요. 광현 형은 혹시나 해서 저를 불렀는데 그게 된 거고요.”
“하긴,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것이 좋지.”
이유야 어쨌건 최광현이 부를 수 있으면 좋은 일이었다. 그럼 장대방이 집을 한 번이라도 더 갈 수 있으니 말이다.
‘대방이 사진을 봐서 되는 건가?’
강진도 귀신을 부르려면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어야 했다. 최광현은 장대방의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진을 통해 얼굴을 보아 알고는 있었다.
화아악! 화아악!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귀신들이 하나둘씩 현신하는 것을 보았다.
귀신들이 현신을 하자 강진이 할머니들을 보았다. 순박한 얼굴로 옛날 한복…… 양반들이 입는 그런 한복이 아닌 일반인들이 입을 것 같은 수수한 한복을 입은 할머니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식사들 하시죠.”
강진이 음식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 전 있고, 저기에 국 있습니다. 그리고 밥은 여기에.”
강진이 육개장이 끓고 있는 아궁이 옆에 놓인 솥뚜껑을 열었다.
화아악!
그러자 하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고소한 밥 냄새가 퍼져나갔다.
고소하면서도 살짝 탄 향이 나는, 맛있는 가마솥 밥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