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09
108화
용맥을 오염시키는 원인을 확인하고 제거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여전히 백소은 수색이라는 가장 중요한 임무가 남아있었다.
수감소로 이송되는 광신도들에게 이곳에서 발견한 여자아이에 대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자아이.’
어째서 그들이 백소은을 그렇게 지칭하는 건지, 강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조금 특이한 아이이긴 하지만 저런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닐 텐데…….’
그의 의문은 카밀라와의 대화를 통해서 해소되었다.
“아, 그 아이….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있는 곳까지 왔었거든요.”
어린 소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카밀라가 있는 곳까지 왔다는 건 꽤나 대단한 일이었다.
“저는 그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그 아이의 정신이 이상하다고까지 했는걸요.”
카밀라는 백소은을 만났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 * *
죽은 피를 만들 때를 제외하곤 다른 일을 하지 않는 카밀라는 진절머리 날 정도의 무료함을 느껴야 했다.
백소은이 그곳을 찾아왔을 때도 카밀라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검은 호수를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는 상태였다.
그날은 이상하게 자신을 감시하던 두 명의 사제가 각각 다른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일꾼들도 무슨 이유인지, 일을 중단한 상태였다.
사제도 일꾼도 없는 공간, 카밀라는 무심하게 천장을 바라봤다.
‘사람이 없다고 해도 나는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겠지.’
카밀라가 있는 곳은 경계하는 인원들은 따로 없었다.
‘이곳은 나를 가두기 위한 감옥이니까.’
이 공동은 용맥을 오염시키기 위한 죽은 피를 모아두는 장소이기도 했지만, 카밀라를 달아날 수 없도록 가둬둔 곳이기도 했다.
카밀라가 있는 장소는 광신도들이 만든 지하시설들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했다.
그리고 여기서 지상으로 나가려면 무조건 세뇌당한 일꾼들이 일하고 있는 거대한 공동을 지나가야 했다.
감시로 붙여둔 사제들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광신도들의 눈을 피해 도망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휴우….”
카밀라가 회한의 한숨을 쉬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입구에서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헤, 여기였구나!”
“어…?”
카밀라가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소녀의 눈동자는 자신이 누군갈 매혹할 때처럼 칠흑같이 검었다.
그러나 자신과 달리 상대를 꿰뚫어 보는 기분이 들었다.
“헤헿, 아줌마 재밌는 분이네요!”
“……뭐? 나 아줌마 아니야! 아니, 그것보다 너는 누구니?”
“저요? 하핳, 저는 지형을 조사하고 있는 조사관이요!”
소녀가 카밀라의 말에 답하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펴고 가슴을 내밀었다.
그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워 카밀라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저 소녀는 이런 수상한 공간에 있는 자신을 보고도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웃는 걸까.
잠시 감상에 젖어있는 사이, 카밀라는 이곳이 어디인지 떠올리고는 소녀를 잘 타일렀다.
“그래? 조사관이라…. 정말 멋지구나. 하지만 이곳은 굉장히 위험한 곳이니, 확인했으면 이제 돌아가지 않을래?”
말을 차분하게 했지만, 카밀라의 마음은 다급했다.
잠시 멈춘 일이 언제 재개될지 몰랐고, 자리를 비운 사제들도 언제 돌아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핳, 안 그래도 이제 나가려고 했어요.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어, 어. 그래…. 잘 가렴.”
어딘가 모자라 보였지만 소녀는 순수했다.
그 아이는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꾸벅하고 인사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렸던 소녀가 뭔가 잊은 말이 있는지, 다시 카밀라에게 말을 걸었다.
“맞다. 아줌마.”
“아줌마, 아니라니까….”
“이제 그렇게 슬퍼하지 않으셔도 돼요! 헤헤, 곧 이곳에서 나가실 수 있게 되실 거예요.”
“으응? 그래, 고맙다.”
이때, 카밀라는 그 소녀가 한 말을 그냥 무심코 넘겨버렸다.
그 아이가 왔던 길로 돌아가자, 소녀가 걱정됐다.
자신은 이곳에서 나가지 못하지만, 순수해 보였던 소녀가 광신도들에 의해 세뇌된 상태로 다시 이곳을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카밀라는 소녀가 이 공동에서 도망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소녀가 이곳으로 통하는 외길을 빠져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기다린 뒤, 카밀라가 구석에 있는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여기 침입자가 있는데…. 아는 사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곳은 카밀라를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감소였다.
즉, 이곳의 광신도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카밀라라는 소리였다.
카밀라가 무전을 끝내고 죽은 피를 이용해 몸에 두를 드레스를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밀라의 무전을 듣고, 자신을 감시하던 사제 둘과 평신도급 광신도들이 카밀라가 있는 공동으로 몰려왔다.
“언니!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그들 중에서 가장 카밀라를 오래 알고 지내왔던 여자 사제가 카밀라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몸을 더듬으려 하자, 카밀라가 질색하며 사제의 손을 쳐냈다.
여사제가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카밀라에게는 그 모습이 오히려 가증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뭐 하다가 이제 와, 침입자가 여기까지 왔는데, 너희가 늦어서 도망가 버렸잖아!”
카밀라는 뻔뻔하게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길이 하나밖에 없는 이곳에서 침입자가 도망갔다며 광신도들을 나무랐다.
“여기까지 누가 어떻게 들어왔다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경계를 서고 있었길래…….”
카밀라의 말을 들은 남자 사제가 평계급 신도들에게 화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표정은 보기 좋게 구겨졌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카밀라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언니, 제가 그 침입자를 잡아 올테니, 화를 푸세요.”
광신도들의 시선을 이곳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눈앞의 여사제가 마음만 먹으면 그 소녀는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잡힐 것이 분명했다.
카밀라는 속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흥! 이제 와서 뭘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이곳으로 왔었던 그 여자 꼬맹이는 정신이 이상해 보였으니까, 다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 거기 너!”
카밀라가 평신도 한 명을 가리키자, 그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넵!”
“내가 지금 괜히 신경 써서 어깨가 아픈데, 이리 와서 내 어깨 좀 주물러 줄래?”
교태스러운 몸짓으로 카밀라가 이야기하자, 그것을 본 평신도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카밀라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사제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여사제가 이를 갈며 당장이라도 카밀라가 지목한 평신도를 찢어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이, 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언니의 몸을…….”
“히익!!”
방금까지 얼굴을 붉혔던 평신도가 여사제의 표정을 보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흐응~ 왜? 동생이 직접 해주게?”
카밀라가 놀리듯이 여사제에게 말하자, 그녀는 방금까지 일그러졌던 표정이 화사하게 변했다.
미소를 띤 여사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네! 네! 제가 할게요! 제가 더 잘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네가 해보렴.”
“네! 언니!”
다행히 상황은 카밀라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갔다.
처음부터 여사제에게 시켰으면 카밀라의 성격을 알고 있는 그녀가 이상하게 여겨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러 질투를 유발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여사제가 자진해서 이곳에서 머물도록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했다.
‘하…. 얘가 내 몸을 만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지만, 그래도 그 아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면야….’
길지 않은 만남이었는데 카밀라가 왜 이렇게까지 그 소녀를 도와주려고 한 것일까.
아마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을 그 소녀에게 투영한 것일지도 몰랐다.
“너희들은 뭐해! 빨리 침입자나 쫓아가! 언니가 덜떨어진 계집애라고 했으니까, 너희들끼리도 충분하겠지! 더 이상 언니를 실망시키지 마!”
“어휴, 저 진상……. 자, 얼른 가서 찾아보자.”
“네, 알겠습니다.”
유난히 깔끔을 떠는 남사제가 툴툴거리며 다른 평신도들과 함께 공동을 나갔다.
그러자 여사제는 카밀라의 어깨를 조심히 손으로 감쌌다.
“흐흐. 언니의 부드러운 몸…….”
중얼거리는 소리부터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자, 마치 뱀이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
카밀라는 죽어버린 눈으로 공동의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후….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있어야 하는 걸까…….’
* * *
“그 이후로 그 소녀가 잡혔다는 보고가 없었으니, 아마도 공동에서 무사히 빠져나갔을 거예요.”
“끝까지 쫓지는 않은 겁니까?”
강신이 묻자 카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소녀 같으니, 정보가 새어나갈 위험은 없을 거라고 했거든요.”
광신도들은 카밀라의 말을 듣고 수색에 열의를 쏟지 않았다.
카밀라의 도움으로 백소은이 광신도들의 손에서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강신은 안심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백소은이 광신도들의 손에서 빠져나갔음에도, 계속 모습을 감추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던 백소은을 찾아야 했다.
다시 2팀 팀장의 주도하에 백소은을 찾는 수색이 진행되었다.
강신은 1팀 인원들과 함께 상황실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백운학과 그의 친구인 지효원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 소은이는 찾았나?”
“죄송합니다. 아직 소은이는 찾지 못했습니다.”
강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백운학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 이제 소은이를 쫓는 이들이 없으니, 찾기만 하면 된다는 겐가?”
“네, 어르신 말대로 이젠 찾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잠시 재정비를 마치고 3팀과 함께 소은이의 수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 소은아, 어디 있는 거니.”
큰 위험은 제거되었지만, 그럼에도 백운학은 손녀의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 정비를 끝내고, 강신과 1,3팀이 막 상황실에서부터 수색을 출발하려고 할 때쯤이었다.
현재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최승회 부장이 그들을 찾아왔다.
“소은이를 찾았습니다!”
“소은이를 찾았다고? 지, 지금 어디에 있나?”
“아까 전투가 일어났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데…. 소은이의 상태가 조금 이상합니다.”
“세상에, 어디 다친 겐가?”
백운학이 손녀를 걱정하며 물었지만, 최승회 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다친 건 아닌 것 아닌데……. 자신을 찾은 우리쪽 요원들을 보고 갑자기 도주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