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0
109화
최승회의 보고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머릿속에서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왜?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백소은이 도망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녀를 쫓던 광신도들은 이미 모두 잡았고, 용맥의 오염 또한 막아냈다.
오염된 용맥은 그냥 흐르게 내버려 두면 자연스럽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째서 백소은이 계속 도망 다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봐야 어린 소녀였다.
건장한 성인 요원들이 백소은을 잡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위험 요소가 모두 제거되자, 최승회는 조를 깨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도록 지시했다.
* * *
몇 시간 뒤, 시간이 꽤 흘러 산속은 어둠에 휩싸였다.
그리고 백소은은 영악하게도 어둠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숨어다녔다.
“소은이를 잡는 걸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었죠….”
김대리가 한숨을 내쉬며 일행들을 바라봤다.
현재 작전의 지휘권을 잡고 있는 최승회가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설마, 그렇게 잘 도망 다닐 줄은…. 죄송합니다. 어르신.”
최승회가 백운학에게 사과했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현재 상황을 최승회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지치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건지….”
김대리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자, 척준신이 그의 말에 살을 덧붙였다.
“애초에 중학생이 훈련을 받은 특수 요원들로부터 도망 다니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
“저는 아직도 소은이가 왜 도망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신도 백소은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백소은을 잡는 일이 쉽지 않았으니, 일행들은 어째서 도망을 다니는 건지 원인을 파악하기로 했다.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했으면……. 그냥 착란 상태가 아닐까요?”
고작 이틀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성인 남성이라도 제대로 된 식사나 휴식없이 사람들을 피해 산을 돌아다니긴 힘들었다.
그걸 견뎌낸다고 해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헛것을 보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김대리의 의견도 일리가 있군.”
척준신이 김대리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은 백소은의 입장이 되어 도망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었다.
“요원이 아닌 사람들이 아직 소은이를 쫓고 있는 거 아닐까요?”
강신은 방금 자신이 한 말이 큰 실례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어렵게 말을 꺼냈다.
“강선임님, 설마 저희가 지금 광신도들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최 부장 진정하게, 강선임의 말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네.”
“압니다. 알아요. 그래도 저희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가설이란 걸 알아도 기분이 나쁘군요.”
최승회는 강신이 1,3팀을 제외한 다른 팀들과는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실력을 의심하는 듯한 말을 대놓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신의 말은 작전을 진행한 요원들과 지휘한 자신을 모욕하는 것과 같았다.
“최 부장님, 죄송합니다.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격정적으로 화를 내는 그를 보고, 강신이 빠르게 사과했다.
최승회는 더 이상 강신에게 뭐라고 하진 못했지만, 화가 완전히 풀리진 않았다.
그는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상황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분위기를 망쳐서 죄송합니다.”
평소 울프팀과 있었을 때 이런 말을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함께 작전을 진행하는 사람이 있었고, 말을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강신이 사과하자, 척준신이 고개를 저으며 강신의 편을 들어주었다.
“강선임, 자네의 의문은 충분히 타당했네.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니….”
척준신이 강신을 다독이고 있는 동안, 옆에서 모든 일들을 지켜보고 있던 백운학이 갑자기 헛기침을 했다.
“크흠!”
순간 강신과 일행들의 시선이 모두 백운학에게 쏠렸다.
백운학은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갑자기 끼어들어서 미안하네만……. 소은이가 도망 다니는 것이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거창한 이유가 아닐 수도 있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김대리가 되묻자, 백운학이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후……. 강선임, 내가 전에 소은이가 관상을 보지 못한다고 했던 말 기억하나?”
백운학이 아무리 가르쳐도 백소은은 관상을 보지 못한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히 기억하죠.”
“사실, 소은이는 안면인식장애를 갖고 있네.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하지. 사람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네.”
백운학의 이야기를 들은 강신은 그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신이 알고 있는 안면인식장애라는 건 사람의 얼굴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지, 아예 볼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소은이 본인의 말로는 사람이 내뿜는 오라가 얼굴을 보지 못하게 가린다고 하더군.”
강신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일행들은 어째서 백소은이 계속 도망을 다니고 있는지 짐작하게 되었다.
오라로 사람을 구별하는 그녀에게 자신을 쫓는 광신도와 친분이 없는 현장 요원의 차이는 고작 복장뿐일 것이다.
그리고 소은이의 피로도를 고려했을 때, 복장이 백소은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소은이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 가야겠네요.”
때마침,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최승회가 상황실로 들어왔다.
김대리는 그에게도 정보를 공유하며,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작전을 세웠다.
사실 새로운 작전이라 할 것도 없었다.
백소은이 발견되면 그곳으로 친분이 있는 자들이 가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럼 어르신 두 분과 3팀, 울프팀과 1팀이 각각 다른 지점에서 움직이면 되겠네요.”
김대리가 작전을 제의하자, 최승회를 포함한 다른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강신이 의견을 추가했다.
“죄송합니다만 최 부장님. 요원들에게 저희가 직접 움직인다는 말보다, 소은이와 친분이 있는 요원이 움직인다고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이해가 잘되지 않는 요구였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어두운 산속으로 들어갔다.
* * *
백소은은 밤이 되고 나서 더 찾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요원들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두운 산속에서 백소은의 작은 흔적을 발견해냈다.
-G-8 섹터 관상가님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
통신을 들은 강신은 생각을 정리하고 곧바로 상황판을 꺼냈다.
랜턴으로 비춰 해당 위치를 파악하고, 다용도 렌즈로 내비게이션을 작동시켜 그곳으로 향했다.
G-8 섹터라고 불린 곳으로 향하는 길.
서둘러야 했지만, 강신은 홀로 수색 중인 다른 요원을 발견하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울프팀의 강선임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척준신 부장님이시죠. 혹시 직접 보신 것들에 대해서 간단히 브리핑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강신의 행동은 현재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일행들은 뭔가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일단 강신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브리핑을 요구당한 요원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브리핑했다.
“이상입니다…….”
요원은 더 물어볼 것이 없냐는 듯이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시 G-8 섹터로 이동하는 동안 몇 명의 요원들을 더 마주쳤다.
처음 만났던 요원에게 물었던 것처럼 강신은 계속해서 요원들에게 브리핑을 요구했다.
요원들은 말하는 투와 자세만 조금 다를 뿐, 대부분 비슷한 내용들을 이야기했다.
들은 이야기를 또 듣고 있는 강신이었지만, 그는 브리핑의 내용은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척준신은 그런 강신의 태도에서 의문을 느끼고, 질문을 던졌다.
“내용이 궁금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브리핑을 듣는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이는군.”
하지만 강신은 확실하게 그 의문을 해결해주지 않았다.
“네, 조금…….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으니,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죠.”
“알겠네.”
척준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이 어둠을 헤치고, G-8 섹터에 도착했다.
이미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어서인지, 강신 일행보다 멀리 있던 백운학과 3팀 요원들이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들이 강신을 보고 아는 척하려고 할 때, 강신은 백운학과 3팀 요원들만 보이도록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리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서 백소은의 흔적을 발견하고, 강신과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던 요원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울프팀의 강선임입니다. 그리고 저기 계신 분이 척준신 부장님이시죠. 혹시 이곳에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흔적을 발견한 요원은 강신과 일행들을 보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다른 요원들보다 깔끔한 말투와 자세, 그리고 시선 처리까지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브리핑이었다.
“……20분 전, 마지막 흔적을 발견했고, 친분이 있는 분들이 오실 때까지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던 일행들은 현장요원의 깔끔한 브리핑을 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강신만 그들과 달리 눈빛이 변했다.
“자, 여기서 언제까지 있을 수는 없죠. 어서 소은이를 찾아야죠.”
김대리가 재촉하자, 흔적을 찾은 요원이 자신이 찾은 흔적을 랜턴으로 비추며 말했다.
“그럼, 흔적을 따라가겠습니다.”
백소은의 흔적이라고 해봐야 보일 듯 말 듯한 발자국과 수풀을 억지로 헤치고 지나간 흔적이 전부였다.
현장 요원은 그런 잘 보이지도 않는 흔적을 어둠 속에서 찾아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흔적들 끝에서 백소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가 적은 공터라 달빛이 지상을 비췄고, 랜턴이 없어도 주변이 어느 정도 식별 가능했다.
백소은이 발견된 곳은 절벽이 보이는 작은 계곡이었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절벽 끝에 서있었다.
이틀 동안 고생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얼굴에는 검댕이가 잔뜩 묻어있었다.
옷이 찢어지진 않았지만, 흙먼지 속에서 굴렀는지 상당히 더러워 보였다.
백소은은 갑자기 나타난 일행들을 보고 경계를 하다가, 이내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할아버지? 하핳……. 강신 아저씨! 왜 제 부탁을 안 들어주셨어요!”
백소은은 백운학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아채고, 강신에게 투덜댔다.
하지만 강신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탁 들어준다고 한 적이 없는걸?”
“아으……. 헤헿, 그렇긴 하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거기 위험하니까 조심히 이쪽으로 와. 할아버지한테 크게 혼날 준비하고.”
시답잖은 농담이었지만, 백소은은 강신의 농담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았다.
“헤헿…. 아저씨 말을 들으니까, 더 가기 싫어지는걸요. 그리고…….”
백소은이 뭔가 말하려고 하자, 그녀의 말을 자르고 먼저 말을 꺼냈다.
“괜찮아. 왜 그런지 아니까. 걱정하지 말고.”
“헤헿. 역시 아저씨네요. 그렇다면 그쪽으로 갈게요.”
절벽 끝에 있던 백소은은 천천히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때였다.
흔적을 찾아내고, 일행들을 이곳으로 안내했던 요원이 백소은이 있는 방향으로 튀어나갔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강신은 그가 돌발 행동을 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요원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켁!!”
목이 졸려진 요원은 크게 기침을 했고, 강신은 그대로 요원의 하체를 발로 찼다.
그리고 손으로 당겨 자세를 무너트리면서 요원의 머리를 지면에 가차없이 꽂아버렸다.
쾅!!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강신과 백소은을 제외한 일행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