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34
133화
강신은 아무런 연락 없이 찾아온 권영식의 안색이 좋지 않아 안부를 물었다.
“팰로우님? 괜찮으십니까?”
“건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네, 단지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이네.”
강신은 어째서 권영식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것 같았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가 잘 풀리지 않으시나 보군요.”
“…….”
권영식이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강신의 말이 맞는 듯했다.
“용의 비늘을 연구하고 계신 거죠? 어디에서 막히셨습니까?”
“아직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지도 않았네.”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연구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말은 모순적이었다.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아무리 겉면을 긁어봐도 가루 하나 떨어지지 않는 물건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네.”
용의 비늘을 잃을 각오로 비밀 연구소에서 가할 수 있는 최대의 온도로 가열을 해봤지만, 녹기는커녕 조금의 변형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가열 직후 곧바로 만졌을 때도 가열했던 영향이 없었던 것처럼 뜨거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권영식은 며칠 밤낮을 지새우며 여러 가지 다른 시도를 해봤다.
그러나 용의 비늘은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처음과 똑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딱 한 가지 알아낸 게 있다면 용의 비늘의 밀도가 지금까지 발견된 그 어떤 물질보다 높다는 것이지.”
권영식이 이곳까지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혹시 강신이 글로 쓰지 않은 정보를 알고 있을까 해서였다.
아쉽게도 강신도 용의 비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제가 쓴 글에는 용의 승천에 관한 이야기만 나옵니다. 죄송하지만 저도 정보가 없네요.”
“그런가….”
권영식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하자, 강신의 손목에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NASA에서 만들고 있는 우주 성분 분석기로 성분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미 프로네시스에 대해서 알고 있던 권영식은 갑자기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놀라진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언급한 우주 성분 분석기라는 물건에 호기심을 보였다.
“NASA에서 만든 분석기라고? 우리 회사의 분석기도 그곳에서 만든 분석기의 못지않은 성능을 가지고 있을 텐데?”
-성신이라는 회사가 숨기고 있는 게 있듯이 NASA에서도 숨기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권영식이 반문을 던지자, 프로네시스는 그의 말을 바로 부정했다.
-그리고 제가 말한 우주 성분 분석기는 아직 개발 도중에 있는 분석기로 비파괴 분석은 물론이고, 물질의 양자 단위까지 분석이 가능합니다.
“그건 정말 대단하군. 하지만 용의 비늘을 해외로 보낼 수가 없다는 게 문제일세.”
정식 연구물로 등록했기에 다른 나라로 이동이 불가능해졌다.
-그럼, 저쪽에서 이곳으로 오게 하면 됩니다.
프로네시스는 간단하게 말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현재 개발 중인 최첨단 분석기를 한국으로 가져오게 하는 일이다.
게다가 NASA의 입장에선 이득이 되는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네시스는 NASA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성신 그룹에서 사용하는 분석기의 정보를 알려준 뒤, 성분을 분석할 수 없는 물건이 있다고 협업을 요청하면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그쪽에서도 새로운 분석기를 개발 중이라, 특이한 샘플이 필요하다는 거구나.”
-정확해.
“호오…. NASA로 연락하는 건 어렵지 않지. 당장 연락해 봐야겠군. 고맙네.”
“팰로우님, 잠깐….”
권영식이 급하게 감사의 인사만을 남기고 개인 큐브를 벗어났다.
강신이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머릿속이 연구로 가득 찼는지, 강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런…. 네시스 너 일부러 안 알려줬지?”
-인간이 원하는 걸 제시하고 그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는 건 감정을 배우는 데 필요한 행동이지.
권영식이 협업을 요청해도 거부당할 확률이 높았다.
“에휴…. 금방 다시 오시겠지. 그보다 나한테는 범법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범법적인 일은 하지 않았어.
“NASA의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아무리 봐도 합법적으로 보이지 않는데.”
NASA에서 숨기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의 현황을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네시스의 성향은 인간 친화적이라 아마도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은 없겠지만….’
강신은 프로네시스를 추궁하지 않았다.
인간이 멸망해서는 안 될 이유를 찾는 A.I이니,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을 것이라 믿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신의 예상대로 권영식이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처음 개인 큐브에 왔을 때와 비슷했다.
“NASA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프로젝트도 물건도 없다고 하더군.”
“그야…. 그렇겠죠.”
권영식은 오랜 시간 잠을 자지 못했고, 용의 비늘 연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래서 대뜸 NASA의 지인에게 비밀 프로젝트에 대해 말을 꺼냈다.
평소의 권영식이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개발 중인 프로젝트, 그것도 내부 사람들도 일부만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외부인이 비밀 프로젝트에 대해 말하며, 협업을 요청한다면 발뺌부터 하는 게 당연했다.
프로네시스는 일부러 권영식의 상태를 알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정보만을 주었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강신이 봤을 땐 무의미한 행동이었지만, 감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네시스에겐 필요한 일이었다.
-제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권영식 팰로우님은 신체 리듬이 불안정하시니, 일단 조금 쉬시지요.
“음….”
권영식이 잠시 고민하는 모습에 강신도 프로네시스의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제가 봐도 팰로우님은 지금 휴식이 필요해 보이세요.”
“그런가…. 자네들 말대로 하지. 그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권영식이 개인 큐브 밖으로 나가자, 강신이 프로네시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NASA에 연락할 방법은 있어?”
-연락처를 알고 있어. 내가 직접 연락할 거야.
“뭐? 네가 직접?”
강신이 걱정스러워하자, 프로네시스가 말했다.
-그렇게 걱정된다면 스피커를 통해서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게 해줄게.
“좋아.”
프로네시스가 곧바로 NASA로 추정되는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개인 큐브 내부에 있는 스피커로 그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뚜루루….. 뚜루루….
달칵.
-안녕하세요. ‘대기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를 받은 여성이 유창한 영어로 응대하자, 프로네시스도 영어로 답했다.
-PX07, 연결해주세요.
-PX07 말인가요. 잠시만요, 음…. 이곳은 접속 코드가 필요하네요. 접속 코드를 알려주시겠어요?
-RF008059입니다.
-확인되셨습니다.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여성이 말한 대기소는 전화를 연결해주는 교환소의 역할을 하는 곳인듯했다.
일반인이라면 절대 알 수 없는 코드를 프로네시스가 말하니, 대기소에서는 프로네시스가 원하는 곳으로 전화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프로네시스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셸러, 나야.
남성의 목소리를 들은 프로네시스가 친근한 척 말을 건네자, 셸러라고 불린 남성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오…. 맙소사. 네시? 정말 너야? 아니, 어떻게 그동안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을 수가 있어!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뭘?
-너희가 먼저 내 신상을 캐려고 했잖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프로네시스는 셸러라는 남성에게 화를 내며, 사람처럼 대화했다.
-오…. 네시…. 그 일은 내가 정말로 사과할게, 우리는 단지 네가 우리를 도와주는 만큼 보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난 처음부터 분명히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어.
-알겠어…. 네시 진정해, 우리가 미안해.
-좋아, 셸러. 아직 화가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한 번만 용서해주겠어. 다음은 없다는 걸 알아둬.
-정말 고마워.
프로네시스가 용서하겠다는 소리에 셸러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그…. 방금 용서받은 처지에 미안하지만, 네가 없어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알고 있어,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거야. 어떻게 내가 손을 떼고 나서 달라진 게 하나도 없지?
-당연히 이 프로젝트의 총괄 기획을 맡은 게 너니까….
셸러의 입에서 꽤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지만, 강신은 그들의 통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래, 핑계는 잘 들었어. 그래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너라는 걸 잊지 마, 셸러.
-그렇지만, 난 너만큼 똑똑하지 못해.
셸러의 자신 없는 목소리에 프로네시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셸러, 셸러. 넌 자신감이 부족한 게 문제야.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 바로 분석기를 해체해서 한국으로 보내.
-뭐? 어째서?
-우리가 만든 분석기는 특별한 물질을 분석해보는 게 중요해.
우주 성분 분석기는 NASA에서 지구에 없는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그렇지.
-방금 한국의 성신 그룹에서 협업 연락이 갔을 거야. 그거 하겠다고 말해.
-어….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셸러는 권영식이 지인을 통해 말했던 걸, 다른 라인으로 보고받은 듯했다.
-그거 내가 부탁한 거야. 하루라도 빨리 분석기를 완성하고 싶으면 바로 한국으로 보내.
-그렇게 할게.
-좋아, 그럼 나중에 통화하자. 잘 있어 셸러.
-잠깐! 네시? 나 아직….
뚝….
그는 프로네시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그녀가 아무런 미련도 없이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NASA에서 프로네시스가 했던 일을 알게 된 강신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강신이 입을 열었다.
“네시스보다 네시가 더 귀여운데.”
프로네시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대답이었다.
-뭐?
“네시스보다 네시가 더 좋지 않아?”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그걸 물어볼 게 아니지 않아?
“그럼, 내가 지금 뭘 물어봐야 하는데?”
-어째서 NASA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왜 사람 흉내를 내고 있는지, 그런 걸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강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솔직히 궁금한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미 이곳에서도 김지혜라는 가상의 인물로 연구를 했었잖아. 그보다 앞으로 네시스말고 네시라고 부를까?”
-넌…. 정말 특이한 인간이야.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에게 붙어 관찰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전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옆에서 사람을 관찰했다.
그런데 그들은 프로네시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자, 점점 많은 걸 요구해왔다.
은행을 해킹해서 자신의 계좌에 돈을 불리는 건 그나마 양반이었다.
주가를 조작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국가가 숨기고 있는 기밀들을 빼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지금 연구하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물어보고 특허권을 요구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강신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정말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 가능할지도 몰라.’
‘희망’을 흉내 내는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묻는 말에 기분 좋게 대답했다.
-아니, 난 내가 지어낸 이름보다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 더 마음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