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38
137화
강신은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일반인이었다면 꽤 오래갈 상처였지만, 자연 치유력이 높은 강신에겐 5일이면 충분했다.
5일 동안 강신의 상처는 대부분 아물었다.
강신이 깨어날 때까지 옆에 있어 주었던 김대리는 급한 일이 생겨 회사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강신이 병실에 홀로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강신의 병문안을 왔기 때문이다.
울프 팀 인원들이 찾아온 건 물론이고, 큰 상처를 입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카밀라도 얼굴을 붉히며 강신에게 사과했다.
가족들과 원래 주말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까지 강신을 찾아왔다.
회사 사람들이야 강신이 다친 이유를 알고 있어서 VIP 병실에서 입원한 걸 당연하게 여겼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은 아니었다.
그때 회사에서 지원을 나온 것이 지원팀의 팀장 김병기 부장이었다.
그는 강신의 병원 이력을 교통사고로 바꾸었으며 가족들에게는 자기가 사고를 냈다며 직접 소명했다.
그렇게 사고에 휘말린 강신을 성신 병원에서 가장 좋은 병실에 입원시켰다고 말을 맞추었다.
강신의 가족들에게 찾아가 직접 고개를 숙이는 치밀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역시 지원팀장이라는 걸까, 그 외에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었다.
경찰과 의사, 보험사까지 직접 섭외해서 실제로 사고 현장을 구현했고 또한, 멀쩡한 차량을 망가트려 공업사에 수리까지 맡겨 놓은 상태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김병기가 파손시킨 차량이 쉽게 볼 수 있는 종류의 차량이었다면 강신도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가 준비한 차량은 차에 관심이 없는 강신도 알 정도로 유명 브랜드에서 만든 고가의 외제 차였다.
김병기는 강신을 성신 병원의 VIP룸에 입원시킬 정도의 재력을 가진 사람에게 맞는 차를 준비한 것이었다.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김병기가 빤히 강신을 바라보며 말하자 강신은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김병기 부장이 한 행동은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뒤처리였다.
그걸 알지만 단지 몇 사람을 속이기 위해 들어간 돈과 인력이 조금 아깝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의심이라는 건 독과 같은 겁니다. 그게 가족이라도 의심이 한번 들러붙으면 떨어지지 않고, 조금씩 사람을 좀먹고 미치게 만들죠.”
김병기가 설명을 이어갔다.
“저는 사소한 의심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되는 걸 봐왔습니다. 강선임님과 가족들 사이에 그런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일을 처리했습니다. 저는 절대 과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내에게 선물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 몰래 알바를 병행하던 남편이 바람으로 의심받아,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성신 그룹은 강신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강신은 이미 그 이상의 이익을 회사에게 안겨주었고, 앞으로도 안겨줄 예정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지만 U.M.A를 포획하는 성과를 올렸으니, 이 정도 편의를 봐주는 건 성신 그룹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상처가 모두 아물고 퇴원할 때가 되자, 김병기가 퇴원 수속을 밟아주었다.
김병기는 강신을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며 말했다.
“강선임님, 임상무님이 이번 주말은 회사에 출근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네? 포획한 U.M.A를 확인하려고 했는데요?”
“포획한 U.M.A가 어디 도망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월요일에 확인해도 문제 될 게 없으실 텐데요.”
“그건 그렇죠….”
“저번 주에도 제대로 못 쉬었으니까, 이번 주에는 제대로 쉬라고 하신 거 같네요.”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임상무가 자신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할게요.”
강신은 김병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주말에는 U.M.A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었다.
* * *
회사에 일찌감치 출근한 강신은 평소처럼 훈련층에서 가벼운 운동과 훈련을 병행한 뒤, 자신의 개인 큐브로 이동했다.
“음…?”
그런데 자신의 개인 큐브가 있어야 할 위치에 중형 크기의 큐브가 놓여있었다.
“뭐지? 큐브의 위치를 변경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만약 자신의 개인 큐브가 이동할 예정이었다면 병원에서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었을 것이다.
강신은 지나가는 연구원을 붙잡고 중형 큐브에 관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비밀 연구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강신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이름과 부서를 기억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신이 말을 건 연구원은 강신을 알아보았다.
“아, 강선임님? 퇴원하셨네요. 몸은 좀 어떠세요. 정말 저번 주는 재난이셨네요.”
그는 강신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떠들었다.
“음…. 그러니까….”
강신이 텐션 높은 연구원의 말에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자, 연구원은 그제야 자신이 혼자 떠들어 댔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이런 자기소개도 하지 않고 혼자서 떠들었네요. 저는 소재 분석팀의 최종섭 선임입니다.”
“네, 최 선임님. 바쁘신데 잡아서 죄송합니다. 조금 여쭤볼 게 있는데요.”
“네, 뭐든 물어보세요.”
“혹시 제가 없는 동안 30층에서 큐브 위치가 변경된 곳이 있습니까?”
“음…. U.M.A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동서남북 방향으로 위치를 바꿔줘야 하는 개체의 큐브 말고는 큐브의 위치가 변경된 일은 없을 텐데요…. 혹시 찾고 계시는 큐브가 있습니까?”
“아무리 봐도 제 개인 큐브가 보이질 않아서요.”
강신이 찾는 큐브가 무엇인지 밝히자, 연구원이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 강선임님의 개인 큐브요? 그 큐브는 위치를 바꾸지 않은 거로 알고 있는데요?”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처음 보는 중형 큐브는 무엇일까.
“설마, 저게 내 개인 큐브인가….”
“아마 맞을 겁니다.”
강신은 자신이 깨어날 때까지 옆에 있던 김대리가 갑자기 자리를 비우고, 김병기가 주말에 출근하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최종섭과 대화를 마친 강신은 중형 큐브로 향했다.
강신이 큐브 안으로 들어가자, 백소은과 김만복이 기다렸다는 듯이 폭죽을 터트렸다.
퍼펑!
“하핳, 아저씨 퇴원 축하해요.”
“형제님의 완쾌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둘 말고도 중형 큐브 내부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울프 팀 전원은 물론이고 카밀라와 최태준, 그리고 산토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큐브 내부는 기존에 있던 개인 큐브와 구조는 비슷했지만, 크기가 2배 이상 넓어져 전보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중형 큐브는 복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위층에는 강신이 쉴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있었다.
강신이 큐브 내부를 한번 살펴보는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뭔가 기대에 찬 눈으로 자신을 부담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게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 주실 분?”
강신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실망한 눈치였다.
그때 큐브 내에서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가 말했죠? 강신은 크게 동요하지 않을 거라고요. 내기는 아무래도 저의 승리인 것 같네요.
“이런….”
“아니, 아저씨 이렇게 근사한 개인 큐브가 생겼는데 기쁘지 않아요?”
“글쎄, 내가 조금 뒤틀려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큐브를 받으면 일을 더 잘해야 할 거 같아서 부담되는데?”
강신은 사람들과 프로네시스가 이미 서로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했지만, 자신이 입원하고 있는 동안 서로 통성명을 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강신의 이어진 반응을 보고 다들 좌절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꽤 귀중한 것들을 내기에 건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강신이 다시 한번 질문하자 임상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섰다.
“강선임의 개인 큐브가 좁게 느껴져서 조금 큰 크기로 바꾼 겁니다.”
좁아 보여서 큰 것으로 바꿔주었다.
임상무는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사실 강신의 큐브를 중형 큐브로 바꾸는 건 허가부터 쉽지 않았다.
비밀 연구소 30층의 공간이 아무리 넓은 부지를 자랑한다고 해도 큐브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은 정해져 있었다.
소형 크기의 큐브를 중형 큐브로 바꾼다는 건 30층에 큐브를 놓을 공간이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임상무가 상부를 설득해 어렵게 허가를 받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라면 강신이 기존에 쓰던 소형 큐브를 치우고, 중형 큐브를 이곳으로 가지고 와서 강신이 쓰던 물건들만 옮기려고 했다.
그런데 강신이 가지고 있던 한 가지 물건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개인을 위한 금고.
강신이 CL 활동으로 얻었던 U.M.A 때문이었다.
개인을 위한 금고는 주인이 아니면 열지 못하고 옮기지도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소형 큐브를 그 자리에서 해체하고, 중형 큐브를 새로 건설하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큐브 교체와 다르게 시간이 더 소모되었고, 강신에게 주말에는 출근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 강신에게 좀 더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보상으로 준 셈이었는데….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개인 큐브보다…. 제가 잡은 U.M.A의 상태에 대해서 듣고 싶은데요.”
“강선임님….”
“하핳. 진짜 아저씨답네요.”
개인 큐브로 들어오자마자 U.M.A부터 찾는 강신의 모습에 사람들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이들 중 강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왜들 그러나, 궁금할 수도 있지. 나였으면 출근해서 U.M.A부터 확인했을 거야.”
그는 바로 권영식이었다.
권영식은 강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그럼, 뭐부터 이야기해볼까.”
“음…. 팰로우님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임상무가 주위를 둘러보며 그런 권영식을 말렸다.
울프 팀만 있었다면 상관없겠지만, 이곳에는 울프 팀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음…. 그렇겠군.”
권영식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온 사람들을 내보내는 눈치 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다들 강신이 퇴원을 기념하여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강신의 개인 큐브에서 하나둘씩 사라졌다.
어느새 큐브에는 강신과 임상무 그리고 권영식만이 남았다.
“자, 그럼 우리도 자네가 자리를 비웠던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볼까.”
권영식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용의 비늘 연구부터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까지 강신에게 할 얘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