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8
207화
강신은 CCTV를 보며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로나는 예전의 건방졌던 태도를 보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가끔은 웃기도 하고 짜증도 냈는데, 결벽증이 있는 사제에게 바닥에 있는 흙을 뿌리며 장난도 쳤다.
사제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메나가 몰래 신호를 보내자, 간수 중 한 명이 방송으로 체육 활동 시간이 끝났음을 통지했다.
다행히 메나와 로나의 연기가 먹힌 건지, 독방으로 돌아가는 광신도 사제들의 시선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접촉 자체는 사고 없이 끝났어. 문제는 아이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었을지인데….’
강신에게 필요한 정보는 강제로 구역을 여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성공했구나.”
로나가 잘난척하듯이 가슴을 펼치며 대꾸했다.
“당연하죠! 다 이야기해드릴 테니, 여기 앉아보세요.”
메나와 로나는 번갈아 가며 수감 시설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들어가자마자, 궁금한 걸 물어보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어떻게 붙잡히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했죠.”
로나는 자신이 이순자에게 잡히기 전까지 했던 행동들을 그들에게 모두 밝혔다.
화를 돋우는 벌레로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기업들을 습격해 신을 위한 공물을 훔쳤으며 마지막에는 정부의 비밀 시설을 노리기까지.
특별 수감시설에 갇혀있던 두 사제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했다.
메나와 로나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동지라고 생각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계획이 실패했고 성신의 요원들에게 붙잡혔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들은 짜증을 내며 욕했다.
“내가 볼 때 아저씨는 정말 몸조심해야 할 거예요.”
로나가 마치 협박이라도 하듯이 강신에게 말을 덧붙였다.
“어…. 나? 어째서?”
강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흙을 다루는 아줌마가 성신의 강선임이라는 사람이 언니를 납치해갔다며 엄청 화를 냈어요.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의 복수를 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흙을 다루던 여사제가 카밀라에게 집착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강신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정말 조심해야겠네….”
“어쨌든, 그렇게 우리 사정을 말하고 신을 위한 공물을 많이 준비했다는 얘기로 살짝 도발했어요. 그리고 저쪽 사정을 물어봤죠.”
아이들은 며칠만 보지 않아도 훌쩍 커버린다고 했던가.
강신이 처음 메나, 로나를 봤을 때만 해도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들은 스스로 어른들과 심리 싸움을 하고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잡았다.
아이들이 무슨 목적으로 어떤 일을 꾸몄는지 말하자, 두 사제도 이에 질세라 자신들이 했던 일들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죽은 피를 생산해서 용맥을 더럽히는 일을 했다고 했어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음에 열릴 신단수의 열매를 얻는 일의 초석을 다졌다구요.”
“표면적으로는?”
“저희가 다른 기업의 물건들을 노리는 척하면서 황금 잉어를 키운 사람을 노렸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로나의 말을 풀어보면 그들의 행동 뒤에 숨겨진 일이 있다는 소리였다.
“만약 이번 일이 잘되었다면 그분이 지상으로 강림했을 거라고 잘난 척했더니, 그쪽에서도 자신들이 뒤쪽에서 한 일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더라고요.”
비록 실패하고 특별 수감시설에 붙잡혔지만, 두 사제는 그들이 신을 위해서 한 일들이 결코 어린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게 메나, 로나에게 숨겨진 이야기까지 모두 내뱉었다.
애초에 같은 광신도 사제끼리는 비밀로 할 정보가 아니었으니,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들이 카밀라를 가두고 죽은 피를 대량으로 생산한 이유는 용맥의 오염도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물건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사혈(死血)의 결정이라는 부르는 물건을 만들었데요.”
“사혈의 결정?”
한자를 풀어보면 죽은 피의 결정이라는 뜻이었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업적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죽은 피를 응축해서 만든 결정체인데, 이게 반타 블랙이라는 색으로 응축되면 이단의 공간을 억지로 열어재끼는 역할을 한대요.”
속해 있는 집단이 달라 사용하는 용어가 달랐지만, 강신은 그들이 말하는 이단의 공간이 ‘구역’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강신의 예상대로 용맥을 오염시키는 일을 하던 사제들은 구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구역의 좌표와 연동되는 곳으로 가면 사혈의 결정이 알아서 반응해 입구를 열어준다고 했어요. 더 물어보면 의심을 살까 봐, 자세히는 물어보지 못했어요.”
로나는 조금 아쉬운 듯이 말했다.
그러나 성신에는 죽은 피를 생산할 수 있는 카밀라와 시간만 있다면 그것을 응축시킬 수 있는 과학자, 권영식이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꼬여있던 실이 풀리기 시작했어.”
자기 생각보다 더 큰 성과를 가져온 아이들에게 강신은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은 그런 강신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쑥스러워할 뿐이었다.
그렇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강신은 다시 정부에서 지원해준 헬기를 타고 특별 수감시설을 빠져나왔다.
* * *
수감시설에서 얻은 정보를 권영식에게 알렸고, 그는 곧바로 카밀라와 함께 사혈의 결정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죽은 피를 응축해 사혈의 결정을 만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고, 시간 또한 상당히 소모될 것이 분명했다.
‘응축 조건이 단지 액체를 압축시킨다는 말인지, 아니면 죽은 피를 기화시켜서 다시 액체로 만든다는 건지 모르겠어. 그 외에 제작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할 텐데….’
연구소에서 사혈의 결정을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리는 동안, 강신은 실종된 소년이 사라진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사혈의 결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실종자가 어디에서 구역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부터 찾아야겠네….’
성신이 가지고 있는 감지기라면 흘러 들어갈 당시 생긴 에너지를 감지해 그 위치를 단번에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소년이 실종될 당시 성신의 감지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감지기는 비용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작동시키거나, 혹은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조금의 흔적이라도 남아있진 않을까?’
강신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회사에 감지기 사용을 요청했고, 그 결과는 프로네시스를 통해 강신에게 전해졌다.
-우선 지역 내 U.M.A로 판단되는 개체는 없어. 기계 오작동으로 판단되는 위치만 다섯 곳 있지.
프로네시스가 기계 오작동이라고 판단할 정도면 감지기에서 감지된 파동이 정말로 미약하다는 소리였다.
감지기의 오작동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래도 확인해봐야 했다.
강신은 특정 조건을 걸어 장소를 선별했다.
“오작동으로 판단되는 장소 중에 CCTV가 배치되어 있고, 평소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곳은 배제해줘.”
소년이 사라지는 모습이 CCTV에 찍히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었으니, 강신의 배제 조건은 타당했다.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CCTV와 유동인구가 많았으니, 두 조건만으로도 미약한 신호가 잡힌 곳이 두 곳으로 좁혀졌다.
인적이 적고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길과 빌딩과 빌딩 사이에 숨겨진 공간.
강신은 우선 현재 자신이 있는 곳과 가까운 빌딩 근처로 이동했다.
감지기에 미약한 파동이 잡힌 장소는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았으며,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여 낮인데도 조금 어두웠다.
이곳까지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건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람이 이곳에서 실종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거리와 격리된 장소였다.
그곳을 유심히 살펴보던 강신은 한숨을 내쉬곤 입을 열었다.
“여긴 아마 아닐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
강신의 의견을 들은 프로네시스가 강신에게 되물었다.
“실종된 학생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해보면 이곳을 지나다니진 않았을 테니까.”
강신은 자신이 낀 만능렌즈를 통해 프로네시스가 볼 수 있도록 손을 들어 올려 수북하게 쌓여 있는 담배꽁초들을 가리켰다.
-담배꽁초가 왜?
“내가 확인한 실종자 프로필에는 학생이 비흡연자라고 나와 있었어.”
담배꽁초의 양을 보았을 때, 이곳을 이용하는 흡연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흡연자는 당연히 담배 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흡연자들도 자신이 남이 피운 연기는 썩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문제집을 산 서점에서 실종된 학생의 집까지 돌아가는 길을 살펴보았을 때, 이곳은 지름길이 아니었고 오히려 돌아가게 되는 길이었다.
그런데 굳이 담배 냄새를 참으면서까지 이 길을 이용할 비흡연자가 있을까?
“뭐, 단순한 변심으로 이쪽 길을 지나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집에 핸드폰을 두고 나올 정도로 잠깐 나왔던 거라면 굳이 돌아가는 길로 빠질 이유는 없지.”
-음…. 일리는 있다고 봐. 그러면 실종자가 사라진 위치는 여기가 아니라 인적이 드문 길일 확률이 높겠네.
프로네시스는 강신의 생각에 동의했다.
-근데 이제 와서 실종자가 흘러 들어간 위치를 찾아서 뭐 하려고? 네가 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한다면 흘러 들어간 흔적이 구역의 입구는 아닌 거잖아?
구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건 불의의 사고와 같은 현상이었다.
실종자들이 차원의 미아가 되어 특별한 존재들의 구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종자들이 사라진 장소는 어디까지나 흘러 들어간 흔적일 뿐, 구역의 입구가 아니었다.
프로네시스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강신도 처음에는 프로네시스처럼 생각했으니까.
“실종자가 사라진 곳이 구역과 연동된 장소일 확률이 높으니까. 광신도 사제가 구역의 좌표와 연동되는 곳으로 가면 사혈의 결정이 알아서 입구를 열어준다고 했잖아.”
강신은 사혈의 결정이 완성됐을 때 사용할 장소를 찾아보고 있는 것이었다.
사혈의 결정이라는 물건에 대해 알게 된 후, 강신은 과거의 어떤 사건을 다시 떠올려 봤다.
과거 광신도들은 용맥을 오염시키고 약화된 신단수의 구역에 침입했었다.
그때, 그들이 사용했던 특이한 장비가 있었다.
그들이 열매를 챙겨 도망가려고 했을 때, 사용했던 포탈을 여는 장비.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들이 사용한 장비에 위화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마 광신도들은 사람들이 구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현상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 현상을 연구해서 그 장치를 만든 것이겠지.’
포탈 같은 게 아니었다.
사혈의 결정을 통해 공간을 이어, 구역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였을 거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추측이기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때 정황을 다시 생각해봤을 때, 떠오른 강신의 개인적인 추측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는 것보단 어떤 시도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종자가 사라진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그 시도들 중 하나였다.
“뭐,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하면 어쩔 수 없지.”
심각하게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지니, 강신은 조금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정말 운이 좋다면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실종자가 돌아올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때마침, 권영식에게서 사혈의 결정이 완성됐다는 연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