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21
220화
“엠엠이 정말로…. 당신의 후계자였다면 어째서 그렇게 다른 개체들 사이에서 고립되도록 내버려 둔 겁니까?”
깨진 모습의 존재가 가진 권력이라면 엠엠이 아무리 돌연변이라고 하더라도 마을에서 그런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엠엠이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그저 방관했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너는 외부인이라 잘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완성되어있는 다른 동족들과는 다르게 불완전하게 태어났지.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어.”
엠엠의 그릇이 완성되기 전까지 깨진 모습의 존재는 절대 접촉해서는 안 됐다.
“나와 접촉하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불완전한 그릇이 깨질 수도 있었거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예 손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앞에서는 방관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랐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몇몇 이에게 시켜 엠엠을 몰래 챙겨왔다.
“괴롭힘이 너무 심해지면 나를 따르는 동족을 통해서 주의를 주기도 했지.”
U.M.A를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게 과연 도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강신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릇이 완성되었다고 판단이 되었을 때, 이번 일을 계획했지.”
그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을 유도해 엠엠과 대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엠엠이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지켜볼 심산이었다.
불의에 대응하며 싸울 것인가, 아니면 그 불의에 동참할 것인가.
그릇이 완성되었으니, 어떤 것을 선택해도 상관은 없었다.
그는 그저 엠엠이 어떤 심성을 가졌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엠엠의 심성에 대해 알면 그에 맞춰 옆에서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엠엠은 전혀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설마 숨어버릴 줄은 몰랐지.”
엠엠이 거울 조각을 가지고 모습을 감춰버리자,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계획은 엠엠이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을 처리하려고 했으니까.
거울 미로 지역에 숨은 탓에 찾을 수도 없었다.
계획은 틀어졌고 아직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을 처리하지도 못했을 때, 외부인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평소라면 곧바로 밖으로 내보냈을 인간을 본 그는 한가지 꾀를 냈다.
엠엠이 거울 미로에서 천천히 말라가는 인간을 본다면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소년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이 될 때까지 엠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까운 패를 잃을 수는 없었기에 깨진 모습의 존재는 결국 소년을 마을로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
그런데 때마침 엠엠이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소년을 데리러 간 다른 비추는 상을 보곤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그다음부터는 네가 알고 있는 그대로야. 너를 이용해 그 아이를 끄집어냈지. 그사이 나는 처리하지 못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고 말이야.”
자신이 죽을 뻔했던 이야기를 가볍게 하는 그의 모습에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엠엠이 위기감이 부족한 게 누굴 닮았나 했더니….’
만약 일이 조금 더 잘못되었다면 깨진 모습의 존재가 저렇게 멀쩡히 모습을 되찾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지금 내가 너무 안일하다고 생각했지?”
강신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그가 예리하게 찔러 들어오자, 강신은 순간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런데 나도 아무런 생각도 없는건 아니었어. 저번에 내가 이렇게 모습이 변한 이유를 설명했었지?”
강신은 그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분명 거울을 매개체로 구역을 펼치기 위해서라고 했었다.
“그분이 주신 거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거울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야 하지. 그 과정에서 몸이 거울이 가진 힘을 이기지 못해 이렇게 깨지게 되는 거야.”
깨진 모습의 존재는 자신의 몸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한번 이렇게 변하게 되면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구역 밖으로는 영원히 나갈 수 없게 되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짓는 그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오싹했다.
“이런 흉측한 모습으로 영원히 이곳에서 갇혀 지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 반란을 도모한 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없게 된다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응? 몇 년? 몇십 년? 그것도 아니면 몇백 년?”
그토록 외부로 나가길 원했던 이는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인지하고 절망에 빠질 것이다.
괴로워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취했을 것이니….
사실 그의 입장에서는 시간은 얼마나 걸려도 상관없었다.
정체를 숨기고 있던 그를 추종하는 이가 거울 조각을 깨진 모습의 존재에게 돌려주었을 테니까.
강신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어째서 오싹한 느낌이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깨진 모습의 존재가 가진 생각은 위험했다.
‘광신도들도 한 수 접어줄 정도의 광기가 느껴져….’
제정신이 박혀 있는 존재라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배팅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많지 않은 이들 중 하나가 자신 앞에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강신은 문득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거울 조각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그 힘을 견디지 못해 모습이 깨진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존재가 하나 있었다.
“그럼, 엠엠은 어째서….?”
강신은 분명 엠엠이 훔친 거울 조각을 몸속에서 꺼내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후계자인 거야.”
거울 조각의 힘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그릇.
그것이 바로 엠엠이었다.
“이번 일은 많이 꼬여서 돌고 돌았지. 그래도 그릇이 완성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아이의 심성도 파악했으니…. 뭐,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모든 의문을 푼 강신은 마치 목에 걸려 있던 가시가 빠진 것처럼 개운해졌다.
하지만 깨진 모습의 존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네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외부로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지. 어때?”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그는 외부인인 강신이 조금이라도 빨리 구역에서 나가길 원하는 눈치였다.
‘내가 이곳에 있으면 엠엠에게 나쁜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강신은 자신들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고, 후계자인 엠엠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이었다.
이곳에서 쫓아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의 말을 따르자면 후계자가 된 엠엠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강신의 존재는 자꾸 구역 밖의 세상을 떠올리게 할 터.
그동안 방관으로 일관했던 깨진 모습의 존재와 다르게 가장 힘들 때, 손을 내민 게 강신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내보내고 싶은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인사할 시간은 주셔야죠.”
깨진 모습의 존재는 작별 인사를 하겠다는 강신을 탐탁지 않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엠엠이 큰 반감을 품을 수도 있었으니, 마지못해 허락했다.
“……그래, 인사 정도야. 인간 소년과 그 아이는 내가 불러올게.”
그는 둘을 부르기 위해 자리를 잠시 떴다.
* * *
깨진 모습의 존재가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동안 강신은 불편한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구역 밖으로 나갔을 때,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구석에 놓인 트래킹 배낭에서 응급 키트를 꺼냈다.
그리고 성분을 알 수 없는 액체에 담겨 있던 압박대로 상체를 조였다.
미세한 파편들이 아직 몸에 있는 듯한 이물감이 느껴졌지만, 액체에는 진통 효과를 가진 성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금세 고통은 줄어들었고 몸을 압박해주는 압박대가 한층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후…. 다른 물건을 사용하면 거동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더 확실한 효과를 가진 물품도 있었지만, 그걸 쓰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강신이 사용한 물품은 성능만 봐서는 굉장했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강한 물건이었다.
강신도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을 물품이었으니까.
바르자마자 고통이 줄어들었다는 건 부분 마취가 될 정도로 독한 성분을 가진 약품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 무리하게 움직이면 상처가 더 심해질 수도 있었다.
‘조금 더 쉬고 싶지만….’
깨진 모습의 존재가 이곳에서 나가기 원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식량도 식량이고…. 소년의 건강 상태도 걱정이고….’
강신의 회복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제거하지 못한 작은 파편들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러다 상태가 악화하여 자칫 거동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면 더 위험했다.
그러니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이곳을 벗어나는 게 맞았다.
강신은 보호 장비를 제대로 입고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어느새 깨진 모습의 존재와 엠엠, 소년이 들어왔고, 놀란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어…. 벌써 괜찮아진 거야?”
완전히 나은 건 아니지만, 설명으로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던 강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그럼 저희 진짜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거예요?”
“그래, 이제 집에 가야지.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내심 강신의 상태를 보고 이곳에서 더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소년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렇게 급하게 갈 필요가 있어? 몸이 조금 더 괜찮아지면 가지….”
“지금도 많이 늦은 거야.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이 아이의 건강도 걱정되고 나도 나가서 다친 부분을 제대로 치료해야 하니까.”
“그래…….”
엠엠은 내심 아쉬운 듯 말했지만, 자신이 둘을 만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잠시 시무룩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기운을 차리고는 자신있게 말했다.
“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مَعْرِفَة가 말한 대로 후계 교육이 끝나면 내가 만나러 갈게.”
거울을 품으면 이곳에서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엠엠은 깨진 모습의 존재와는 다르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강신은 엠엠의 희망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 이번에는 내가 밖에서 기다릴게. 몸 건강하고….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말했던 거 기억하지?”
거울 미로에서 사담을 나눌 때, 강신은 자신이 어디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엠엠에게 말해주었다.
“물론이지.”
엠엠이 고개를 끄덕이자, 깨진 모습의 존재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인사가 끝났으면 이제 문을 열어도 되겠지?”
“네.”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한쪽 손을 몸속으로 집어넣어 거울 조각을 꺼냈다.
“으으….”
꽤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몸에서 꺼낸 거울 조각과 손에 들고 있던 거울 조각을 하나로 합쳤다.
그러자,
“으흐아아아….”
고통일까, 흐느낌일까.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른 그의 몸은 천천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깨진 조각들이 5미터 반경으로 밀려나며, 행성의 고리처럼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하나가 된 거울이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그 거울은 점점 팽창하여 깨진 조각들의 크기에 맞춰 늘어났다.
그리고는 갑자기….
쩌정!
쨍그랑!
거울이 깨져나갔다.
강신이 순간 표정을 굳혔지만 깨진 거울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공간을 확인하고, 입구가 제대로 열렸다는 걸 깨달았다.
“가자.”
강신은 품속에 설야를 조심히 넣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트래킹 배낭을, 다른 손으론 소년의 손을 잡고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엠엠이 강신을 향해 소리쳤다.
“도와줘서 고마워!! 꼭! 찾아갈게!!”
‘힘내라.’
강신은 살짝 미소를 짓곤 어두운 공간만이 존재하는 구역의 출구로 들어갔다.
어두운 공간을 통과하자, 눈앞에 기와집이 보였다.
그리고 날은 이미 저물어 주변이 어두웠다.
“어? 왜 기와집이…….”
순간 강신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그때,
-돌아왔구나!
크게 동요하고 있는 강신의 통신 패치로 다행히 반가운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