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4
243화
많은 정보들과 함께 한 가지 의문을 남기고, 붉은 머리의 사내는 숨을 거뒀다.
강신은 병실에서 나와 곧바로 권영식과 임상무를 찾아갔다.
마침 그 둘은 29층에 있는 임상무의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권영식은 임상무의 사무실을 찾아온 강신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강책임, 어서 오십시오.”
“여기까진 어쩐 일인가?”
평소 강신이 이곳까지 찾아오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말입니까?”
“네.”
“그럼 나는 자리를 비켜주겠네.”
평소 웃음기 가득한 강신의 표정이 진지한 걸 깨달은 권영식이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두 분 다 들으셔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흠…. 그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마실 거라도 가져오죠.”
권영식은 반쯤 일어났던 몸을 다시 의자에 맡겼고, 임상무는 직접 커피를 내려왔다.
“자, 그럼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들어볼까?”
“지금부터 제가 할 이야기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저희가 알지 못했던 정보입니다.”
강신은 천천히 이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미 사전에 강신에게 이야기를 들었고, 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 태반이었다.
그럼에도 권영식과 임상무는 강신의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해 주었다.
그들이 몰랐던 할리 키튼과 블레이저 오튼에게서 들었던 정보를 이야기할 때, 권영식과 임상무의 표정이 흥미롭게 변했다.
“호오…. 어쩐지, 사로잡은 프랭크들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U.M.A일 줄은….”
권영식은 포획한 프랭크를 이틀간 조사하며 느꼈던 의문들이 풀렸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해외 지부라…. 확실히 크툴루라고 불리는 존재가 나오는 소설은 해외 소설이 원작이니,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겠죠….”
임상무는 그간 사건 사고를 가져왔던 집단이 작은 지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턱을 쓸며 고민했다.
블레이저 오튼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는 사실과 이번 일이 할리 키튼을 토사구팽을 하려던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마쳤다.
그러자, 임상무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블레이저 오튼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할리 키튼에게 사실을 말하고, 비밀 종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도록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해 봐야겠군요.”
임상무는 강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비밀 종교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권영식이 강신에게 물었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 아닌 것 같은데?”
모든 이야기를 끝냈음에도 강신의 표정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진지했으니, 권영식은 강신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생각했다.
“…….”
강신은 블레이저 오튼이 이야기했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블레이저 오튼은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극비로 알려진 교단의 비밀까지 강신에게 모두 말했다.
그런 그가 강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31층은 분명히 존재할 거야….’
강신이 이렇게 확신하는 건 블레이저 오튼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신은 예전에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에게 쫓겨 회사로 도망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지하 연구소로 들어가기 위해 작동 중지된 지하 승강기를 이용했었다.
1층에서 뛰어내린 U.M.A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했다.
30층에서 멈추지 못한 채, 한층 더 밑으로 떨어졌다가 올라왔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31층이 존재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었다.
‘어째서 알려주지 않은 걸까….’
권영식과 임상무가 31층에 대해서 자신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냥…. 모르는 척 평소처럼 행동하는 게 좋을까?’
자신이 31층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었다.
강신에게는 그곳에서 행해지는 연구를 중단시킬 권한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자신과 성신의 관계만 틀어질 수도 있었다.
권영식은 강신이 입을 열 때까지 계속 기다려 주었다.
째깍, 째깍….
벽에 붙어 있는 아날로그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사무실 내부에 울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강신은 드디어 결심이 선 듯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블레이저 오튼이 그러더군요. 인간으로서 선을 넘는 것은 자기뿐만이 아니라고…. 우리 회사도 똑같다고요.”
“흐음….”
강신의 말에 권영식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부정하시지 않는군요…. 저에게 선을 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 31층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신의 입에서 31층이라는 말이 나오자, 권영식과 임상무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상무의 입이 어렵게 떨어졌다.
“……꼭 봐야겠습니까?”
임상무의 대답으로 31층의 존재는 더욱 확실해졌다.
강신은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가 직접 봐야겠습니다.”
“끄응….”
임상무는 단호한 강신의 대답에 머리가 아픈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임상무가 대답을 미루는 사이, 결국 권영식이 대답했다.
“…좋네, 보여주지.”
“팰로우님?”
권영식이 강신에게 31층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자, 임상무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만하면 충분하네. 숨기면 숨길수록 오히려 괜한 오해가 쌓여가겠지.”
숨길수록 강신은 회사에 대한 불신이 쌓일 게 분명했다.
그러다 강신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회사에서는 그것만큼이나 큰 손해는 없었다.
권영식은 그럴 바에 확실하게 보여주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괜히 시간을 두고 보여주었다가 자네에게 뭔가 숨겼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으니, 바로 준비하게.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31층을 보여줄 테니.”
권영식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서자, 강신이 따라 나갔다.
강신이 사무실에서 벗어나자, 임상무는 책상 밑에 있는 작은 버튼 하나를 빠르게 누르곤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권영식은 처음 강신이 이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올라갔던 30층 전체가 훤히 보이는 중앙 기둥으로 향했다.
그리고 강신과 함께 계단을 따라 기둥 위로 올라갔다.
31층으로 향하는데 어째서 위로 올라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강신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아무 말 없이 권영식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기둥의 정상에 오르기 전, 권영식이 자신의 출입증을 올라가던 기둥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작은 기계음과 함께 막혀있던 벽면에서 기둥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입구가 나타났다.
새로운 공간의 등장에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권영식이 새롭게 생긴 입구로 들어가자, 강신은 곧바로 권영식을 쫓아갔다.
중앙 기둥 내부는 권영식이 들어가자마자 환하게 조명이 켜졌다.
기둥은 꽤 넓은 면적을 자랑했다.
기둥 내부의 중앙에는 작은 승강기가 존재했다.
“여기일세.”
오로지 31층을 오가기 위해 설치된 승강기는 버튼도 하나밖에 없었다.
권영식은 승강기의 버튼을 누르고 승강기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승강기가 도착했다.
띵.
권영식과 강신은 승강기에 탑승했다.
승강기 내부는 평범한 아파트 승강기 모습과 흡사했다.
“강책임, 마지막으로 묻겠네,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꼭 봐야겠나?”
권영식이 강신에게 물었다.
하지만 강신의 대답은 아까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네,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혹시 속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면 이야기하게나.”
권영식은 강신의 대답을 예상했는지, 담담하게 답할 뿐이었다.
그사이, 승강기는 31층에 도착했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31층 연구소로 진입하는 문 앞에는 보안팀의 정예로 불리는 보안 10팀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이곳을 지키는 거였구나.’
“팰로우님 오셨…. 어어…. 강책임님?
그들은 권영식을 보고 인사하다가, 옆에 있던 강신을 발견하고는 당황스러워했다.
“강책임님이 여긴, 어떻게….”
강신을 보고 당황한 보안 요원이 권영식의 눈치를 보자, 권영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어디서 31층에 대해 듣고 왔더군.”
“이런….”
보안 요원은 이 공간이 강신에게 들키면 안 되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문을 열어주게.”
“…알겠습니다.”
권영식의 요청에 보안 요원은 조심스럽게 31층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었다.
“후우….”
강신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열린 입구를 통해 31층으로 들어갔다.
31층을 확인한 강신의 소감은 30층과 비슷하다였다.
비록 중앙 기둥과 큐브의 세부 위치는 조금 달랐지만, 정말로 30층과 닮아있었다.
강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권영식이 말했다.
“임상무, 큐브들의 내부를 볼 수 있게 변환해주게.”
어느새 그들을 따라온 임상무가 손목에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큐브들의 외벽이 뒤집히더니, 내부를 훤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촤라라락!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던 광경이었기에 큐브가 바뀌는 것에는 동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큐브 내부를 확인한 강신은 안색이 굳어졌다.
30층처럼 31층 큐브 내부에도 U.M.A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30층과는 전혀 달랐다.
30층에서는 큐브 내부에 있는 U.M.A를 관리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U.M.A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U.M.A를 돌보며 필요한 기술을 연구했다면 31층은….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권영식의 말대로였다.
31층에 있는 U.M.A 중 멀쩡한 모습을 한 개체가 없었다.
강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큐브 내부에는 순록과 비슷한 모습의 U.M.A가 있었다.
하지만 그 U.M.A의 뿔은 한쪽이 잘려나가고 없었으며, 눈 하나가 도려내져 있었다.
“저 U.M.A는 보는 상대에게 동정심을 일으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그래서 그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눈을 채취해서 연구에 사용했네.”
권영식은 담담하게 잔혹한 말을 내뱉었다.
다른 한 곳에는 과학실에서 본 것 같은 거대한 개구리가 액체로 가득 찬 원형 통에 담겨있었다.
“저기 있는 개구리를 닮은 U.M.A는 성격이 포악하고 사람을 즉사시킬 정도로 지독한 독을 분사하지. 관리가 힘들다고 판단해서 해부한 뒤 포르말린에 넣어 둔 것이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잠자리를 닮은 U.M.A는 날개가 무자비하게 뜯겨있었으며, 검은 털에 뒤덮인 U.M.A의 몸에는 전극이 꽂혀있었다.
지금도 전류가 흐르고 있는지, 몸을 움찔움찔 떨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큐브에서 강신은 자신이 잡았던 U.M.A를 볼 수 있었다.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한 그 존재는 몸 곳곳에 살가죽이 벗겨져 있었는데, 고통에 허덕였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인체실험을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간과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 U.M.A의 얼굴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틈새 동거자….”
좁은 틈 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내, 그 사람으로 의태해 사람을 잡아먹고 인간인 척 살아가는 이들.
강신이 사용한 보호 장비의 의태 기능은 저 개체에서 뽑아낸 기술이었다.
내부에서는 분명 밖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틈새 동거자는 손톱이 다 빠져 손끝이 뭉툭해진 손으로 벽면을 긁으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죽여줘….”
그 모습을 본 강신의 눈동자는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