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5
244화
큐브 안에서 틈새 동거자가 고통받는 이유는 분명 자신 때문이었다.
틈새 동거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는 회의에서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U.M.A로 취급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제시했었으니까.
“계속 가지. 자네가 보고 싶다고 한 것들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네.”
권영식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틈새 동거자를 뻔히 바라보고 있는 강신에게 말했다.
조명은 밝았지만 활기찬 분위기의 30층과 다르게, 31층은 왠지 음습하고 분위기가 무거웠다.
큐브 내부를 돌아다니는 연구원들 또한, 표정이 어두웠다.
복장 또한 하얀 연구원 가운이 아니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연구원 가운을 입고 있었다.
“저들이 입고 있는 검은색 연구복들은 모두 현장 요원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와 비슷한 차단력을 가지고 있는 복장일세.”
30층보다 31층이 훨씬 위험했으니, 연구원들의 안전을 위해 강력한 보호 수단을 준비하는 건 당연했다.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큐브들을 돌아다니자, 강신의 안색도 점점 나빠졌다.
이미 사람이 죽는 상황도 많이 봤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U.M.A의 신체를 자르고 조각내며 연구하는 모습은 강신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팰로우님, 조금 쉬었다가 가시죠.”
강신의 안색이 창백해진 걸 확인한 임상무가 앞장서서 걷고 있는 권영식에게 말했다.
그제서야 권영식은 강신의 안색을 확인했다.
“흠…. 그러는 편이 좋겠군.”
임상무는 강신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다시 큐브의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조작했다.
그러는 동안 권영식이 강신을 걱정스럽게 보며 말했다.
“강책임, 속은 좀 괜찮나?”
“…네, 괜찮습니다.”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기에 약한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아있네. 그리고 우리가 자네에게 사과해야 할 일도 있지. 그러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아주게.”
‘내게 31층의 존재를 숨긴 걸 사과하겠다는 건가?’
그것 말고는 강신에게 사과할 일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강신이 괜찮아지자, 31층 탐방은 재개되었다.
큐브들을 돌고 돌다가 권영식은 강신을 조금 특이한 큐브로 데려왔다.
큐브의 크기는 월례회의를 진행했었던 특별 큐브만큼이나 넓었다.
그 안에는 여러 기계 장치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U.M.A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웠다.
흔히, 서버실이라고 불리는 장소와 비슷해 보였지만, 저 정도 크기의 서버실은 어디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치가 들어가 있었다.
“여긴…….”
“이게 우리가 자네에게 사과해야 하는 이유라네.”
권영식은 강신에게 정말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프로네시스일세.”
“프로네시스라고요?”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왜 미안하신 일입니까?”
강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성신 그룹에게 흡수된 중소기업에서 보았던 프로네시스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더 연구를 진행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권영식의 말은 강신을 불쾌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실 프로네시스는 처음부터 이곳에서 만들어졌네.”
“뭐라고요?”
순간 강신은 권영식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회사에서 가상의 박사를 찾기 위해 도움을 청했고, 자신이 프로네시스를 찾기 위해 애썼었다.
“프로네시스는 사실 처음부터 자네를 서포트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A.I였네.”
권영식의 입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진실이 흘러나왔다.
강신의 장비가 늘어나자 스스로 컨트롤하기 어려워지는 걸 보고, 강신을 서포트하기 위해 기존의 A.I를 개조한 게 프로네시스였다.
“어째서…. 그런 연극을 하신 겁니까?”
자신을 위한 A.I였다면 그냥 다른 장비들처럼 주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터였다.
연극인지 모르고 자신이 여러 일을 해결했다며 좋아했는데, 진실을 알게 되자 이제는 수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자네의 호기심이라면 프로네시스라는 A.I를 붙여주면 분명 본체를 보고 싶어 했겠지. 하지만 당시 우리는 자네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에 최상급 기밀인 31층을 보여줄 수가 없었네…. 그렇다고 자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로네시스를 붙이지 않을 수도 없었지.”
그래서 권영식과 임상무는 중소기업과 연기자들을 섭외했다.
강신이 문제 해결을 하면 보상처럼 프로네시스가 자연스럽게 강신에게 붙을 수 있도록….
강신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럼 분석기는요.”
NASA에서 프로네시스가 위장 신분으로 연구하고 있던 분석기.
권영식은 그 분석기에 대해 모르는 것처럼 말했었다.
“……그것도 사실 우리와 NASA에서 공동 개발중인 물건이었네.”
그때 권영식이 프로네시스의 제안에 매우 기뻐했던 걸 떠올렸다.
배신감이 들었다.
그동안 회사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 온 강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꾸며진 무대 위에서 대본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설마 다른 현장들도 다 꾸며진 것이었을까?’
의심이 싹이 트자, 강신은 이전까지 있었던 모든 현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권영식이 고개를 숙이고 솔직히 사과했다.
“절대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없었네…. 미안하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배신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후우….”
강신은 간신히 화를 삭이며 길게 호흡을 뱉어냈다.
“이제 됐습니다. 그만 봐도 되겠네요.”
이곳에 더 있으면 분명 자신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리라 판단했다.
그래서인지, 냉정하게 31층으로 내려왔던 입구로 몸을 돌렸다.
강신은 이미 31층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확인했기 때문에 이곳을 더 돌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실험이라면 잔혹할지 몰라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능한 수준의 연구였다.
‘적어도 광신도들처럼 인간으로 실험을 하진 않으니까.’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도 강신은 냉정히 31층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홀로 30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권영식과 임상무는 잘못한 게 있어서인지, 강신을 차마 붙잡지 못했다.
강신이 31층을 벗어나자, 임상무가 권영식에게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네. 강책임이 보지 못한 거지, 우리가 숨긴 건 아니니까…….”
권영식의 뒤쪽에는 강신이 프로네시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가서 살펴보지 못한 큐브들이 있었다.
그 큐브 내부에는 살점들이 뒤엉켜 있는 괴상하게 생긴 U.M.A가 있었는데, 그 U.M.A는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아 넝마가 된 장비를 걸치고 있었다.
장비에는 ‘문어’ 모양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즉……. 여…. 즈어….”
그 모습을 덤덤히 보던 임상무가 모든 큐브의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닫아버렸다.
그리고 이내, 큐브들의 배치가 임상무가 사무실에 있는 버튼을 누르기 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 * *
어느 외딴 나라의 성당을 닮은 석조 건물 내부.
강신이 31층의 진실을 알아가는 동안,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 든 한 성직자가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성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런가…. 그 아이는 신의 품에 안겼나요….”
아련하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처럼 말하는 늙은 성직자의 눈은 촉촉했다.
“그리고 프랭크를 총 12기나 동원하고도 우리를 방해하는 단체에는 어떤 피해도 주지 못했습니다.”
나이 든 성직자는 소매로 눈가를 살짝 훔치고는 사내에게 말했다.
“어차피 그 임무는 처음부터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할리는 어떻게 되었죠?”
“……할리의 암살도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배정된 임무는 모조리 실패하고 겨우 성신 그룹의 핵심 인원에게 이간질이라니….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그가 질문하기 무섭게 그 옆에 있던 남성이 늙은 성직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아직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라 믿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죠. 후후, 어차피 이번 일의 최종 목적은 정보꾼과 성신 그룹과의 이간질이었습니다.”
대사제라고 불린 성직자는 언제 슬퍼했냐는 듯이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질문했던 사내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겨우…. 이간질을 위해서 그 많은 신도가 희생된 겁니까? 그리고 이간질이라고 해봐야, 성신에서는 정보꾼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할 수 있다고….”
퍽!
우드득.
사내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털썩.
질문을 던졌던 사내의 몸이 허물어졌다.
“어……. 으…?”
쓰러진 사내가 입에서 침을 흘리며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허리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지만, 비명도 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더벅머리의 작은 소년이 분노한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바라봤다.
“감히 두 번이나 저분을 의심하다니. 건방진 놈이….”
분노한 소년이 쓰러진 사내를 끝장내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대사제가 온화하게 입을 열었다.
“그만, 아직 그자는 쓰임이 있으니, 죽이지 말거라.”
대사제가 말하자, 소년이 휘두르던 주먹을 사내의 눈앞에서 멈췄다.
“그래, 착하구나. 아직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았으니, 자리를 비켜주겠니?”
“네….”
자신을 물리는 늙은 성직자의 말에 소년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터벅터벅 성당을 나갔다.
소년이 성당 밖으로 나가자, 늙은 성직자가 쓰러진 사내와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미안하군요. 저 아이는 저를 너무 좋아해서요. 가끔 이렇게 과격한 행동을 하곤 하죠.”
늙은 성직자가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쓰러진 사내의 허리를 쓰다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쿨럭, 어?”
허리에서 거짓말처럼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걸 기적이 아니라고 하면 무엇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늙은 성직자가 가진 ‘재능’은 그야말로 신이 베푸는 기적과도 같은 힘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은 아주 작은 이간질이면 충분하니까요. 믿음의 균열이라는 건, 아주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되거든요.”
늙은 성직자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몰랐지만, 쓰러진 사내의 어깨를 잡아 몸을 일으켜 주고는 흙먼지를 손수 털어주었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 그 불신은 아주 큰 실수를 만들게 할 겁니다.”
성신 그룹이 강신을 속이고,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가 성신이 했던 행동들을 용서한다고 하더라도 믿음이 필요한 순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성신 그룹을 의심하게 만들 테니까.
“자, 그 부분은 확실하게 불씨를 심어둔 것이니까, 당신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할리가 살아남았다는 게 의외군요…. 흠, 그 부분은 믿고 맡겨도 되겠습니까?”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남성은 대사제가 온화하게 말을 걸자, 빠르게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당신이 직접 믿음이 부족한 할리에게 신과 대면할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맡겨주십시오, ‘대사제’님!”
대사제로 불린 늙은 성직자는 사내의 대답이 흡족했는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두 사내가 성당을 벗어나자, 대사제는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후후…. 이렇게 예상을 벗어나다니, 정보꾼은 정말로 재밌는 존재군요….”
대사제는 섬뜩한 눈으로 뒤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방금까지 온화해 보였던 그의 모습이 마치 가면이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