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64
263화
성경에는 네피림이 나오는 구절이 있었다.
굶주림에 모든 동물을 잡아먹고 인간을 잡아먹었으며, 나중에는 동족상잔까지 한 세상의 혼란을 일으킨 거인.
이를 보고 분노한 신이 대홍수를 일으켜 네피림들을 멸절시켰다고 한다.
강신은 특별한 힘으로 보호받는 네피림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의 힌트를 성경에서 찾았다.
‘홍수로 거인을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돼.’
칸다하르 거인은 4m에 불과했지만, 성경에 나오는 네피림 중 가장 큰 개체의 크기는 3천 큐빗.
즉, 1,350m라는 말도 안 되게 큰 개체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과장이 들어간 것이겠지만.’
사람들의 공포나 두려움을 자극하기 위해 과장되게 꾸미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과장을 빼고 10분의 1 크기라고 해도 135m.’
그래도 매우 큰 체구였고, 그런 존재가 고작 홍수로 인해 죽었다는 말은 믿기지 않았다.
멸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네피림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어나갔다면, 뭔가 네피림들을 상대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게 분명했다.
‘네피림을 멸절시킨 대홍수는 어디에서 일어났지?’
대홍수는 성경뿐 아니라 세계 곳곳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신화였다.
홍수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신은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 홍수를 일으키지만, 의로운 사람에게는 홍수가 있을 걸 미리 알려준다.
그렇게 배를 건조하게 하여 의로운 사람이 살아남는 전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노아의 방주였다.
그런 대홍수가 어느 지역에서 일어났는지 특정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강신은 네피림이 어디 있었는지를 떠올렸다.
‘가나안.’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요단강 서쪽 모든 지역을 일컬었다.
그 지역 근처에서 홍수가 날 만한 곳은 요단강과 사해밖에 없었다.
그리고 평범한 물이 아닌 특이한 물을 떠올린다면 사해였다.
사해, 염도가 너무 높아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
한국에선 수영을 못 하는 사람의 몸이 저절로 뜨는 곳으로 유명했다.
‘혹시 소금물에 약한 건가?’
사해라는 건 결국 염분이 높은 호수였다.
그 수치가 어마어마할 뿐이지만 결국 소금물이었다.
허나 소금물로 거인을 상대하는 건 도박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변수를 줄이고자, 김만복에게 부탁했다.
“사해에서 떠온 물에 주교급 이상 사제님의 콘세크라시오(Consecratio)를 받아 달라고요?”
콘세크라시오는 축성을 의미했다.
“어렵지는 않은데…. 시간은 조금 걸릴 겁니다.”
혹시 몰라 강신은 사해에서 가져온 물을 김만복에 부탁해 축성까지 받았다.
그렇게 얻은 축성 받은 사해의 물로 권영식이 특별한 헥사곤 바인더를 제작했다.
비록 실전에서 고체화되는 장치가 고장 났지만, 축성 받은 사해의 물은 제 역할을 똑똑히 해냈다.
거인을 보호하고 있는 특별한 힘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거인이 무기력해졌으니까.
* * *
“미 정부 쪽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답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야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대리가 그물에 엉킨 상태로 헥사곤 바인더로 구속되어있는 거인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카밀라가 투덜댔다.
“흐잉…. 저는 제대로 쉬고 싶었는데….”
카밀라가 한 건 없지만 산을 오른다고 체력을 꽤 소비했다.
그리고 일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이런 딱딱한 바닥보다는 푹신한 침대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미 정부는 저희가 성공할 줄 몰랐나 보군요.”
그렇지 않으면 애타게 갖고 싶어 했던 거인을 가지러 오는데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뭐…. 오래전부터 난제였던 의뢰였으니, 성공할까 싶었겠죠.”
이순자가 미 정부의 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유력한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모두 실패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성공할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을 테니, 강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대리가 미라처럼 붕대가 칭칭 감겨있는 와플 요원 둘을 가리켰다.
“글쎄요…. 이부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도망갔던 와플 요원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모를까.
저들을 이대로 두고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거인을 가로채기 위해 왔던 이들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와플에게 넘기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연륜은 무시 못 한다고 했던가, 다행히 이순자가 묘수를 제시했다.
“거인을 미 정부에 인계할 때, 함께 인계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강신은 이순자가 하고자 하는 일을 단번에 깨달았다.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그게 좋다고요?”
카밀라가 이순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그래서 강신은 카밀라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했다.
“지금 저희는 미 정부에서 그토록 원하던 거인을 사살도 아니고 ‘생포’ 한 겁니다.”
“근데, 그게 왜요?”
“미 정부는 기대 이상의 일을 해준 저희에게 엄청 호의적이라는 거죠.”
성신에게 호의적인 미 정부에게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거인을 넘겨준다.
그리고 몸 상태가 엉망인 와플 요원의 신병을 넘긴다면, 미 정부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고 할 것이다.
와플의 악명은 기업뿐 아니라 대부분 정부도 알고 있었고, 요원들의 상태를 본다면 이번 작전을 방해하다 실패했다는 걸 금방 알아챌 것이다.
“그런 상황이면 미 정부가 와플을 고운 눈으로 보진 않겠죠.”
굳이 성신이 와플에게 항의하지 않아도 된다.
미 정부가 성신 대신 불편함을 드러내며 와플을 압박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와플은 미 정부의 눈치를 보며 당분간 몸을 사릴 게 분명했다.
“헤에….”
카밀라는 손을 대지 않고도 코를 풀 수 있는 상황을 계획하는 강신과 이순자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뭐, 미 정부가 와플을 방관해도 사실 상관은 없습니다.”
강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이렇게 방해하는데, 화나지 않아요?”
“상관없다고 했지,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닌데요.”
강신이 음침한 미소와 함께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이 모두 몸을 움찔했다.
강신의 미소가 영화 속에서 음모를 꾸미는 악당의 것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강책임님이 무슨 짓을 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와플이 불쌍해지네….’
이순자뿐만 아니라 일행들은 모두 그녀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은 없었다.
* * *
그날 저녁.
강신과 일행들은 동굴 앞 공터에 거인을 넣고도 남을 거대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그렇게 큰 텐트를 어디서 구했냐고 묻는다면 입고 있는 복장이 바뀐 강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설마 보호 장비가 이렇게까지 늘어날 줄은 몰랐네요.”
텐트는 강신이 입고 있던 보호 장비를 의태 시킨 것이었다.
“최대한 얇게 만들어서, 다행히 모두 쉴 수 있을 만큼 넓어지긴 하네요. 무리하게 팽창시켜 내구력이 많이 약해졌으니까, 찢어지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강신과 일행들은 이후 혹시 모를 침입자에 대비해 2명씩 불침번을 세우고 휴식에 들어갔다.
다행히 밤사이 와플은커녕 들짐승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강신과 일행들이 야영하고 있는 공터로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에 구속당한 거인을 보고 놀라워하며 자기들끼리 소곤댔다.
“저걸 정말로 생포했다고?”
“와…. 미친.”
“내가 듣기로는 성신 쪽에서는 다친 사람이 없다던데?”
떠들고 있던 군인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입니까?”
기본적인 영어를 알아듣는 현장 요원들의 시선이 강신에게 향했다.
그런데 강신은 옆에 있는 이순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십니다.”
순간 이순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지만, 강신의 생글생글 웃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휴…. 그래요. 제가 이야기할게요. 네, 그쪽 분들은 어디에서 오셨나요?”
“저희는….”
이순자가 태연하게 지휘관에게 걸어갔다.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이부장님에게 맡겨도 괜찮나요?”
“네, 어차피 거인하고 와플 요원만 넘겨주면 끝나는 일인데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카밀라의 질문에 강신이 대답했다.
상대하는 사람이 강신이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자신보다 연륜 있는 이순자가 처리하는 게 더 나았다.
강신의 생각대로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금방 군인들이 구속된 거인을 옮길 준비를 했다.
“그럼,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군인이 만족한 표정으로 이순자와 악수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작은 원통을 꺼내 하단부를 바닥에 강하게 내려쳤다.
대낮인데도 멀리서 보일 정도로 밝은 빛을 내는 붉은 신호탄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를 내는 헬기가 나타났다.
두두두두두두두!
흔히 군부대에서 수송용으로 사용하는 치누크 수송 헬기였다.
“그런데…. 저걸로 옮기기에는 좀 작지 않나요?”
김대리가 의문을 표했고 강신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아무리 수송용 헬기라고 해도 거인을 옮기기에는 치누크 수송 헬기는 조금 작은 감이 있었다.
둘이 의문을 표하는 사이, 어느새 지휘관과 대화를 마치고 온 이순자가 수송 계획을 알려주었다.
“우선 줄로 치누크와 연결해서 거인을 산 아래로 내린 다음,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로 미국까지 수송한다고 하더군요.”
C-17 글로브마스터는 단거리 이착륙이 용이하고, 거의 모든 종류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괴물 수송기였다.
“정말 미 정부에서 제대로 애가 타긴 했나 보네요.”
“그러게요. U.M.A를 인계받는 일로 델타 포스가 움직일 정도면 말이죠.”
“…누구요?”
순간 김대리는 자신이 이순자의 말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순자는 또박또박 제대로 현재 이곳에 온 군인들의 정체를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델타 포스요.”
“어…. 그 델타포스요?”
“네.”
미국 특수 부대에서도 최상위 티어에 있는 팀이었다.
실제 명칭이 기밀이어서 세간에서 붙여준 이름이 델타 포스였다.
이들은 미국 육, 해, 공군의 다른 특수부대와는 다르게 통합특수전사령부의 통제 체계에서 벗어나, 연합특전사의 지휘체계를 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해외에서 인질 구출 작전, 마약 밀매단 와해 공작 같은 극비를 요구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일반인들은 알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U.M.A 관련 작전도 수행했다.
이번 네피림처럼 각 국가가 협의한 상태에서 U.M.A를 옮기는 게 아니라면 국제법 위반이다.
하지만 델타 포스는 다른 국가가 눈치채기 전에 U.M.A를 미국으로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투박해 보이던 군인들이 델타 포스라는 이야기를 듣자, 뭔가 달라 보였다.
거인이 치누크 헬기에 연결되어 산 아래로 내려가고, 델타 포스들은 강신과 성신 요원들에게 짧게 인사했다.
그들은 다친 와플 요원들을 데리고 산 아래로 먼저 내려갔다.
델타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강신이 현장 요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전 종료, 이제 저희도 내려가죠.”
강신은 일행들에게 웃으며 작전 종료를 알렸다.
그렇게 칸다하르의 거인을 성공적으로 포획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