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68
267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일까.
강신이 빛나는 뱀에 관심을 두자, 리폰은 밝은 표정으로 관련이 적은 이야기부터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그날 나 일했다. 늦게까지.”
술에 취한 리폰이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 * *
리폰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비자가 유효한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리폰은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항상 야근을 하는 편이었다.
어제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힘든 일을 모두 처리하고 리폰이 시계를 봤을 때는 어느덧 시간이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술이 한잔 생각나는 시간이었지만, 오후 11시면 술자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거라고 판단했다.
리폰은 아쉽지만, 발걸음을 숙소로 돌렸다.
리폰이 일하는 공장은 외진 공장 단지에서도 깊숙한 곳에 위치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려면 다른 공장들을 지나쳐야 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공장들이 있었다.
그걸 보고 자신은 편한 일을 하고 있다며 리폰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 때 그것을 보았다.
깜깜한 밤길에 스스로 빛을 내는 무엇인가를….
리폰은 무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똑똑한 편에 속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처음 겨울을 겪는 것도 아니었다.
따뜻한 자신의 나라와 다르게 한국의 겨울엔 뱀들이 동면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리폰이 처음 빛나는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당시, 그것이 빛을 내는 조명이나 자동차의 불빛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입김이 나올 정도로 쌀쌀한 날, 뱀이 돌아다니며 스스로 빛을 내는 것보단 그편이 더 현실적이었으니까.
뭐가 되었든 빛나는 그것은 숙소로 돌아가던 리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리폰은 천천히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빛을 내는 매끈한 비늘과 머리는 세모였던 ‘생물’.
리폰이 접근하자 그 ‘생물’은 리폰의 인기척을 느끼곤 고개를 들어 리폰을 빤히 바라봤다.
그 모습은 분명 생물의 움직임이었다.
입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혀가 날름거렸고, 리폰은 그 생물이 뱀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몸이 덜컥하고 움직이지 않더니,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이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은 마치 뱀 앞에 있는 생쥐가 된 것처럼 크게 위축됐다.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고 있는 리폰에게 뱀이 아주 천천히 기어갔다.
그 모습을 본 리폰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왠지 이대로 있으면 좋지 않은 일을 당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때 근처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 사람은 가만히 서 있는 리폰을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다른 사람의 인기척을 느낀 뱀은 리폰에게 다가가다가 멈춰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입맛을 다시더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신기한 건 자신을 발견한 지인은 밝은 빛을 내는 뱀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잠깐 환상을 보게 된 것일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뱀이 있던 자리 근처에는 방금 죽은 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쥐들의 사체가 있었고, 뱀이 똬리를 틀었던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 * *
“그 뱀, 먹지 않았다. 쥐.”
사람들은 그 쥐들이 추운 날씨에 얼어 죽은 것이라고 했지만, 아무 이유없이 쥐들이 한곳에 모여서 죽을 리 없었다.
“그 빛나는 뱀,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 알려줄 수 있어?”
강신이 묻자 리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 뱀 본 곳, 삼화와 신길 공장 사이.”
리폰의 말을 들은 강신이 눈을 빛냈다.
‘찾았다.’
강신은 그 외에도 리폰에게 이것저것 묻고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이른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어? 강 씨? 벌써 가려고?”
“네,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요.”
“그려, 피곤하다니 어쩔 수 없구먼. 어여 들어가.”
강신이 간다고 하자 사람들이 아쉬워했지만, 술자리를 끝내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뒤로하고 강신은 식당을 나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바로 김대리가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강신을 본 김대리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어? 강책임님? 오늘은 상당히 빨리 오셨네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곳에서 감지된 U.M.A가 무엇인지 알아냈습니다. 자세한 건 숙소로 이동해서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어…. 알겠습니다!”
강신의 대답에 김대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동안 강신도 고생했지만, 김대리도 한동안 별다른 성과없이 이곳에 있었으니, 좀이 쑤실 만도 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김대리는 강신을 태우고 곧장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는 이미 척준신과 1팀 요원들이 강신과 김대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들었네. 이 현장에 나타난 U.M.A가 무엇인지 알아냈다고?”
“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건 아니지만 이곳에 있는 U.M.A가 무엇인지 특정해낼 정보는 충분히 모였습니다.”
강신이 있으니 정체만 알게 되어도 위치를 찾고 포획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생각했다.
요원들이 모두 거실에 모이자, 강신은 이제까지 사용했던 커다란 지도 앞에서 입을 열었다.
“우선 이곳에서 발견된 U.M.A가 무엇인지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현장에서 저희가 찾고 있던 U.M.A는 ‘탐욕을 기르는 뱀’이라는 개체입니다.”
탐욕을 기르는 뱀.
외형은 일반 뱀들과 비슷하지만, 지능이 극도로 발달한 U.M.A였다.
“탐욕을 기르는 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여기서 감지된 개체가 탐욕을 기르는 뱀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
처음 들어보는 개체명에 척준신이 묻자, 그는 탐욕을 기르는 뱀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이 뱀은 평범한 뱀들과 다르게 지능이 높고 겨울에 동면하지 않습니다.”
“아, 뱀처럼 생겼지만 사실 뱀은 아니라서 동면이 필요 없다는 건가요?”
김대리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탐욕을 기르는 뱀은 U.M.A로 취급되지만, 이 개체는 엄연히 파충강 뱀 목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그러고 뱀 목에 해당하는 동물은 변온동물이죠.”
변온 동물은 주변의 온도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신진대사가 서서히 멈춰 사망에 이른다.
때문에 뱀은 따뜻한 곳에서 스스로 가사 상태에 빠져 겨울을 보냈다.
그것을 사람들은 동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개체는 자신을 가사 상태로 만들지 않고도 겨울에 생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입니다.”
변온 동물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가 없다.
탐욕을 기르는 뱀은 이 문제를 자신이 아닌 다른 생물에게서 체온을 빼앗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리폰이 탐욕을 기르는 뱀을 발견했을 당시, 해당 개체 주변에 쥐들의 사체가 있었던 이유다.
체온이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탐욕을 기르는 뱀이 취한 최소한의 조치였을 것이다.
강신은 자신이 리폰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일행들에게 풀어 놓았다.
빛을 내는 비늘, 겨울에도 움직이는 모습, 마치 잡아 먹힐 것 같은 기분까지….
이야기가 끝나자, 요원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쏟아냈다.
“강민수 요원부터 이야기하시죠.”
강신이 손을 들고 있는 강민수를 지목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왜 굳이 따뜻한 공장 내부를 내버려 두고 외부에 있었던 거죠? 지능이 높다면 건물 내부가 활동하기 좋다는 걸 잘 알 텐데요?”
“사냥감을 물색하기 위해서라고 추측됩니다.”
동면에 들어가면 따로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다른 뱀들과 달리, 이 개체는 동면에 들어가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영양분이 필요했다.
그러니, 당연히 섭취할 음식도 필요했다.
“사냥감이라면…. 그 아까 리폰이라는 사람 말입니까?”
“네.”
여기서 탐욕을 기르는 뱀의 특징이 나왔다.
“탐욕을 기르는 뱀은 탐욕스러운 존재를 자신의 사냥감으로 삼습니다.”
그게 동물이든 인간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탐욕을 가진 생물이라면 무엇이든 사냥감으로 삼았다.
어떤 식으로 이 개체가 다른 이들의 탐욕을 측정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두쇠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을 정확하게 노렸다.
리폰 또한, 돈을 악착같이 벌었고 다른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모습을 보였다.
탐욕을 기르는 뱀 입장에서 리폰은 충분히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이자, 이제까지 이 개체를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탐욕스러운 존재가 아니면 탐욕을 기르는 뱀 자체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화려한 빛을 내는 개체가 아직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개체는 지능이 높아 자신이 탐욕을 가진 이들에는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따라서 사냥에 나서는 게 아니라면 최대한 숨어서 지냈다.
“어…. 그럼, 만약 저희 중에 그 개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간 요원들이 새벽 시간대에 오도동을 돌아다녔으나, 한 번도 탐욕을 기르는 뱀을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곳에 나와있는 현장 요원들은 해당 개체를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강신과 하루종일 붙어 있는 설야나 초코도 해당 개체를 보지 못했다.
“그건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죠.”
현장에 있는 U.M.A의 정체를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곳에 있는 U.M.A를 잡을 방법을 구상하는 건 강신이라고 해도 무리였다.
“우선 회사에 연락해서 필요한 장비들을 지원을 받는 게 좋겠네요.”
탐욕을 기르는 개체를 보지 못해도 포획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보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었으니.
그 개체는 보이지 않을 뿐, 분명 그 장소에 존재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해당 개체를 볼 수 있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하나….”
척준신이 고민하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해당 개체를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누가 볼 수 있는지 모를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 개체가 경계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럼, 덫을 놓거나 유인해서 개체가 함정에 빠졌다고 예상되는 순간에 그 공간 자체를 가두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김대리가 의견을 내자, 강신이 턱을 쓸며 고민했다.
“으음….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네요. 대신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이 개체는 워낙 교활하고 지능이 높아서 웬만한 방법으로는 금방 눈치챌 테니까요.”
만약 실패한다면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이들을 피해 이 장소에서 영영 모습을 감출 수도 있었다.
강신은 탐욕을 기르는 뱀을 잡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강조했다.
“어떻게든 한 번의 시도로 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