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73
272화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강신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곧 그 내용을 토대로 작전에 써먹을 방법을 찾아낸 게 바로 지금 상황이었다.
‘타깃이 움직이는 걸 따라다니며 대처하는 것보다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일이 끝날 때까지 잡아두는 게 낫지.’
김대리가 성신의 명찰을 달고 공장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에 이태수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약속이었지만 현재 공장의 80%가 넘는 물량을 대주는 성신이었기에 이태수는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이태수는 자신의 차를 내어주며 강신에게 성신에서 나온 김대리를 정중하게 모셔오라고 했다.
그 덕분에 숙소에서 작전 회의를 할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정장을 입고 있는 이유도 의심하지 않겠지.’
이태수는 강신이 자신보다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있는 게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김대리에게 집중할 때였다.
“하하….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마시고 사무실로 가셔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그럼, 그럴까요?”
“추운 날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이쪽으로 오세요.”
이태수가 김대리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김대리는 이태수가 눈치채지 못하게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원판 모양의 물체를 사무실 문에 붙였다.
김대리와 이태수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강신은 귀밑에 보이지 않게 붙어 있는 통신 패치를 작동시켰다.
“타깃 유인 완료.”
김대리와 이태수가 사무실로 들어간 걸 알리자, 곧바로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차단 거미줄 작동.
김대리가 붙였던 원판이 빠르게 돌아가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얇은 거미줄을 사방으로 분사했다.
이전에 일본으로 출장을 갔을 때, 붙잡았던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거미줄을 이용해 만든 소리 차단 장치였다.
공장 내부가 시끄러워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소음을 막아줄 것이다.
‘그래도 너무 소란스러우면 안 되겠지만.’
저 장치가 소리를 막아준다고 해도 바깥이 어수선하면 이태수가 사무실 밖으로 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했다.
-소리 차단 완료.
“전 요원 위치 확인.”
-A조 예정 위치 도착.
-B조….
통신 장비로 각 조에서 준비 상태를 알려왔다.
“전 요원 예정 위치 대기 확인, 프로네시스 목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
U.M.A가 움직이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지, 아직 U.M.A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U.M.A가 압력 센서에 감지되면 바로 알려줘.”
-알겠어.
그렇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때, 척준신이 통신 장비를 통해 강신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말이야…. 강책임 정말로 혼자서 괜찮겠나?
“네. 이번에는 혼자여야 하잖아요.”
평소라면 척준신과 함께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게 불가능했다.
이태수에게 불려가 잔소리를 들으면서 일한 강신과 달리 현장 요원들은 이태수와 직접적인 접점이 없었다.
그들은 탐욕을 기르는 뱀의 특수한 페로몬이 전혀 묻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경계심이 많은 탐욕을 기리는 뱀이 수상함을 눈치채고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탐욕을 기르는 뱀은 제가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뚫을 능력이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흠…. 알겠네.
둘의 대화가 끝나자, 곧바로 프로네시스가 경고했다.
-U.M.A로 추정되는 존재가 공장 외부에 출현.
“좋아, 적외선 방사기 켜주고 요원들은 뱀이 공장 내부로 완전히 진입할 때까지 대기해 주세요.”
-적외선 방사기 작동 완료.
“만능렌즈, 적외선 탐지로 변경.”
-렌즈 모드 변환 완료.
강신이 프로네시스의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바닥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강신의 발목까지 완전히 차오른 붉은빛들은 모두 적외선 방사기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뱀은 인간과 다르게 적외선을 볼 수가 있었다.
핀포인트로 발사되는 적외선은 피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아예 지면 전체를 적외선으로 덮어버렸다.
만능렌즈를 낀 강신의 눈에는 U.M.A가 이 붉은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게 확실히 보일 것이다.
강신은 위험을 감수하고 U.M.A를 포획하기 위해 공장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U.M.A 공장 진입 10초 전. 9, 8….
프로네시스가 곧 탐욕을 기르는 뱀이 공장 내부로 들어간다는 걸 알렸다.
-3, 2, 1. 진입!
스르륵…….
프로네시스의 경고 끝에 뭔가가 외부에서 기어들어 오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붉게 물든 바닥에 보이지 않는 이물이 나타났다.
강신은 티가 나지 않게 적외선이 끊어진 지점을 힐끔 보곤 아무것도 못 본 척 딴청을 피웠다.
공장 내부로 들어온 탐욕을 기르는 뱀은 바닥을 덮고 있는 적외선을 보고 당황해 주위를 살피는 듯했다.
‘제발…. 그냥 넘어가라.’
강신의 속마음이 통한 것인지, 한참을 경계하던 탐욕을 기르는 뱀은 조심스럽게 바닥을 기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장 내부에 있는 강신이 자신이 들어왔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특별한 일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가 경계를 풀었습니다. 3분 후 모두 다음 위치로.”
강신은 탐욕을 기르는 뱀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당당하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탐욕을 기르는 뱀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오히려 뭔가 꾸민 듯 소곤대면 탐욕을 기르는 뱀이 강신을 수상하게 여길 수도 있었다.
그렇게 3분이라는 시간 동안 탐욕을 기르는 뱀은 공장 중앙에 있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무슨 의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원을 그리며 다가갔다.
-현장 요원 전원 이동 완료.
현장 요원은 공장을 중심으로 눈치채지 못하게 멀리서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었다.
탐욕을 기르는 뱀이 공장 내부로 들어와 경계를 풀자, 포위망을 좁혀왔다.
“지원 요원, 냉각 장치 준비는요?”
-지금 이동합니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오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는 지원 요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냉각 장치를 가지고, 현장 요원들 쪽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장치 준비 완료.
“냉각 장치 가동.”
지원 요원들이 강신의 지시에 가지고 온 장치를 작동시키고, 현장에서 이탈했다.
푸쉬이…….
어디선가 가스가 새는 소리와 함께 하얀 수증기가 공장 내부로 스멀스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이변을 눈치챈 탐욕을 기르는 뱀이 깜짝 놀라며 왔던 길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하얀 수증기가 모든 입구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얀 수증기에 몸이 닿은 탐욕을 기르는 뱀이 부르르 떨다가 수증기를 피해 안쪽으로 들어왔다.
‘좋아, 효과가 있어.’
질소로 만든 급속 냉각 가스는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증발하는 양이 많아 냉각 가스로 공장 내부를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탐욕을 기르는 뱀이 이곳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냉각 가스에 의해 공장 내부의 온도가 점차 내려갔다.
그와 더불어 방금까지 활발하던 탐욕을 기르는 뱀의 움직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둔해져 갔다.
‘내부가 확실히 추워졌어. 슬슬 나도 움직여 볼까.’
탐욕을 기르는 뱀을 볼 수 있는 눈과 행동을 제약하는 방법, 이제는 포획만 하면 이번 작전은 성공으로 끝나게 될 터였다.
강신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촘촘하게 짜인 그물을 꺼내 던질 준비를 했다.
움직임이 둔해졌으니, 자신이 그물을 던져도 피하지 못할 것이라 강신은 믿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탐욕을 기르는 뱀이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그물을 넓게 펴서 던졌다.
촤르륵!
그리고 그 순간, 강신은 자신이 탐욕을 기르는 뱀을 너무 얕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탐욕을 기르는 뱀이 엄청난 속도로 바닥을 기더니, 강신이 던진 그물을 피해냈기 때문이다.
‘진짜 교활한 놈이네…. 그게 연기였다고?’
강신은 서둘러 그물을 수거했지만, 이미 탐욕을 기르는 뱀은 강신과 멀찍이 거리를 벌린 후였다.
‘괜찮아. 아직 이곳에서 도망치지 못할 테고 시간이 더 흐르면 움직임이 더 둔해질 거야.’
방금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도 한계를 쥐어짠 것일 확률이 높았다.
강신이 다시 탐욕을 기르는 뱀에게 다가가자, 그 개체는 강신이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걸 확신하고 강신을 위협했다.
쉭, 쉭.
탐욕을 기르는 뱀이 아무리 강신을 위협해도 강신에게는 그 행동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강신이 다시 그물을 던질 준비를 하는 순간, 갑자기 사무실의 문이 억지로 열렸다.
문에 부착되어 있던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실들이 힘없이 뜯겨 나갔다.
“어…. 뭔…. 거미줄…. 가…. 있어.”
이태수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끊겨서 들려왔다.
그런 이태수 뒤에는 그를 말리려는 김대리가 언뜻 보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탐욕을 기르는 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신이 사무실 방향으로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붉은빛으로 가득한 바닥 속에서 유영하고 있던 뱀의 형체가 갑자기 사라졌다.
‘큭. 놓쳤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디로 모습을 감추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표적을 놓쳐 마음이 조급해질 만도 했지만, 강신은 현재 상황을 더 냉정하게 바라봤다.
‘차분하게 생각해.’
탐욕을 기르는 뱀은 강신이 붉은빛을 통해 자신을 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도주를 막고 있는 냉각 가스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직 이곳을 빠져나가지는 못했을 거야.’
탐욕을 기르는 뱀이 지금은 어디 있을까, 그리고 어디로 향할까.
그러나 강신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아오, 피곤한가…. 왜 소리가 안 들린다냐…. 신아! 공장이 왜 이리 춥냐! 손님도 오셨는데, 따뜻하게 온풍기 좀 켜봐라!”
잠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걸 자신이 피곤한 탓으로 치부한 이태수가 전기세 때문에 못 쓰게 했던 대형 온풍기를 켜라며 소리쳤다.
사무실을 막고 있던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거미줄이 모두 끊어진 것이다.
그리고 곧 강신은 자신이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탐욕을 기르는 뱀을 찾지 않고, 곧바로 몸을 돌려 이태수를 향해 달려갔다.
강신이 대답 없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걸 본 이태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늦겠어.’
강신은 탐욕을 기르는 뱀이 움직이는 속도를 기억했다.
“김대리님! 끌어당겨요!”
강신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의 말에 즉각 반응한 김대리가 이태수의 몸을 사무실 내부로 끌어당겼고, 바로 문을 거칠게 닫아버렸다.
뒤이어 뭔가가 사무실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퍽!
강신은 달리는 와중에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그물을 뿌렸다.
촤라락!
강신이 뿌린 그물이 방금 부딪히는 소리가 난 사무실 입구 근처를 덮쳤다.
사무실은 반 층 높이 위에 있었고, 적외선 방사기가 그곳까지 닿지는 않았다.
따라서 강신은 자신이 던진 그물에 탐욕을 부르는 뱀이 잡혔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잡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