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
2화
“이게 무슨…….”
현재 강신이 보고 있는 것은 실체가 있는 진짜였다.
자신의 상상에만 존재했던 U.M.A.(미확인 생물)들을 본 강신은 작가들이 영상화된 작품을 보고 느꼈을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
“저희는 U.M.A.가 들어가 있는 구조물들을 통칭 큐브라고 부르죠.”
큐브.
포획한 U.M.A.들을 격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육면체의 구조물로 성신 그룹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었다.
큐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내부 커스텀이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서로 다른 U.M.A.들의 특성에 맞추어 큐브 내부를 꾸밀 수 있었다.
“저기 있는 컴퓨터가 보이십니까?”
감격한 강신의 모습을 본 임 상무는 상당히 만족한 표정으로 책상과 컴퓨터만 놓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컴퓨터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저 책상도 큐브 안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저것도 어떤 U.M.A.인가요?”
“아닙니다. 저기 있는 컴퓨터는 강신 씨가 쓴 글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입니다. 데이터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을 먼저 시켜 드려야겠군요.”
“데이터를 삭제한 게 아니었군요?”
“중요한 자료이니,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당연하죠.”
강신은 자신이 그동안 취미로 썼던 글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왜 내가 쓴 글들을 큐브에 보관하는 거지?’
“그럼 가 보실까요?”
강신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일단 임 상무를 따라갔다.
탑 형태의 구조물에서 내려와 책상과 컴퓨터가 놓여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강신은 큐브로 불린 구조물 내부에 있는 미확인 생명체들을 구경했다.
앞에서 소리를 내며 카트가 움직였지만, 미확인 생명체들은 카트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강신은 안과 밖을 완전히 차단하는 특별한 장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강신이 바로 책상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임 상무가 그를 말렸다.
“잠시만요.”
강신을 제지한 임 상무가 책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쓸자, 손바닥이 지나간 부분에 빛의 굴절이 일어났다.
지지직….
“처음 오는 분들은 그대로 큐브 벽에 부딪히기도 해서 조심해야 합니다.”
큐브의 외벽을 오픈해 놓은 상태라고 생각했던 강신은 임 상무의 설명에 어째서 U.M.A.들이 외부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큐브의 기술은 강신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꼼짝없이 속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이었다.
강신이 놀라는 동안 임 상무는 자신의 출입증을 갖다 댔다.
작은 전자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큐브의 외벽이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다가 슬라이드 되며 열렸다.
SF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디자인의 문이었다.
임 상무는 문이 열렸음에도 바로 들어가지 않고 강신에게 처음을 양보했다.
강신이 머뭇거리며 임 상무를 바라보자, 그가 살짝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시는군요. 저라면 흥분해서 바로 들어가려고 했을 텐데, 판단력도 나쁘지 않으시고. 그래도 제가 안전을 보장했는데 믿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 섭섭하군요.”
“안전‘만’ 보장했으니까요. 저에게는 큐브 또한 미지의 것이니, 조심해서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판단입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죠.”
임 상무가 먼저 큐브 내부로 들어가자, 강신도 따라 들어갔다.
강신이 큐브로 들어오자, 밖에서 내부가 환하게 보였던 것과는 다르게 안쪽에서는 외부를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래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구나.”
외부를 보고 U.M.A.가 어떤 반응을 할지 몰랐기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안에서 보기에는 그냥 벽 같은데, 어떻게 밖에서는 큐브 안이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신기하네…….’
“그럼 저희가 보관 중인 강신 씨의 작품을 직접 확인해 보시죠.”
생각에 잠겨 있는 강신은 바로 책상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자신의 소설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항상 자신이 날짜를 기준으로 정리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글들이 나오게 정리되어 있었다.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파일이 너무 많았기에 강신은 자신이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들의 키워드를 검색하며 글들을 찾아 읽었다.
그의 뒤에서 임 상무가 눈을 가늘게 뜨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임 상무가 작게 중얼거렸지만 강신은 글에 집중하고 있어 듣지 못했다.
“이곳에 제가 쓴 글들이 모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근에 썼던 글들은 모두 있는 것 같네요.”
확인을 마친 강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음을 비운다고 비웠지만 그래도 수년간 적어 왔던 자신의 소설들이 사라지는 것은 굉장히 아까웠다.
“사정이 있어서 과한 방법을 쓰긴 했지만, 강신 씨를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제 보여 드릴 것들은 모두 보여 드렸으니, 저희의 사정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군요.”
“성신 그룹의 사정이라……. 굉장히 궁금하네요.”
“그 전에 잠시만.”
임 상무가 자신의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 워치를 살짝 돌리자, 큐브 외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촤라라락!
강신이 긴장하자, 임 상무는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끼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리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지 외부의 사람들이 안을 보지 못하게 한 것뿐입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먼저 저희가 강신 씨에게 했던 행동들을 사과드려야겠군요.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보셨던 것처럼 직접 보지 않으면 대화를 이어 나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득이하게 강신 씨에게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군요.”
“저도 설명으로만 들었다면 믿지 못할 광경이었으니,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잠시 이야기 드렸지만 저희는 오래전부터 강신 씨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영하시는 블로그 또한 항상 주시하고 있었죠.”
“예전부터 계속 제가 쓴 글들을 보고 있었단 소리군요.”
“네, 하지만 저희가 강신 씨의 블로그를 찾은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들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임 상무는 몇 년 전에 있었던 상황을 떠올렸다.
성신 전자 소속의 대외 사이버팀 중에는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쓰는 개인과 세력들을 색출하는 팀이 있었다.
그 팀이 어느 날 어떠한 유언비어와 관련한 조치 사항을 묻기 위해 상부에 보고서를 올렸고, 그 보고서를 본 상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이 성신 그룹의 비밀 연구소와 U.M.A.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밀 연구소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글의 출처가 바로 강신의 블로그였던 것이다.
“저희 부서에서 정말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에는 작가가 자신의 상상을 적은 픽션이라고 했지만, 그 내용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
“심지어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계속 새로운 글을 썼으니까요.”
“네, 그게 문제였습니다. 매번 새로 올라오는 글들……. 그것 때문에 저희는 블로그를 주시할 수밖에 없었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강신은 우선 임 상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려고 했다.
“대부분의 글이 연구소 내부에서 기밀을 빼돌리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내부 직원들을 감찰했습니다.”
“‘저’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을 찾진 못했겠죠. 블로그의 글들은 정말로 제 상상을 적은 글들이었으니까요.”
“맞습니다. 산업 스파이들이 색출되었지만, 강신 씨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없었죠. 그래서 회사에서도 살짝 혼란이 왔습니다.”
성신이라는 대기업이 자신 때문에 혼란스러웠다는 말에 강신은 크게 놀랐다.
“비밀 연구소는 강신 씨에 대해서 파악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의심을 완전히 지울 수 있었던 것은 저희 회사에서 보호하고 있는 U.M.A.뿐만 아니라, 아직 찾지 못한 U.M.A.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는 것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음……. 궁금한 게 있는데요. 회사에서 찾지 못한 U.M.A.에 대한 내용을 보고 어떻게 의심을 지울 수 있었던 거죠?”
“작전 중에 처음 마주친 U.M.A.를 강신 씨 글에 담긴 정보의 도움을 받아서 포획하게 되었거든요.”
“아…….”
“그래서 저희는 강신 씨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우고, 블로그의 글들을 토대로 U.M.A.를 상대하는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성신 그룹은 사람을 붙여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강신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강신은 성신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비밀 연구소와도 전혀 연관이 없고 U.M.A.조차 마주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성신 그룹은 강신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아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의 생김새들과 여러 특징, 생활 패턴까지 마치 직접 보고 관찰한 사람처럼 디테일하게 적었기 때문이었다.
상상력만으로 실제 존재하는 U.M.A.의 정보를 다루는 강신은 누가 봐도 이레귤러였다.
“이야기 중에 정말로 죄송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자신이 살던 세계와 너무 다른 세상을 보고 들어서인지, 강신의 오른손이 잔잔히 떨려 왔다.
강신은 왼손으로 오른손을 꽈악 잡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질문을 참고 있었던 강신은 단 한 가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궁금한 게 있으신가 보군요.”
“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입니다. 혹시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던 U.M.A.들이 제가 글을 업데이트하고 나서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나요?”
강신이 가장 걱정하는 일.
혹시 자신이 적는 글에 저런 생명체들을 탄생시킬 정도의 힘이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면 중2병 혹은 미친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겠군요. 그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런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저희가 볼 때는 강신 씨의 글은 정보를 제공할 뿐입니다.”
“확실한 건가요?”
“오히려 저희가 포획한 U.M.A.에 대한 글들이 늦게 업데이트되어서 추가적인 특징을 찾은 경우는 많았죠.”
“다행이네요…….”
강신이 안도하자, 임 상무가 계속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럼, 계속 이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연구소에서는 강신 씨가 쓴 글을 토대로 연구 분석한 결과, 글에서 나오는 내용과 U.M.A.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약 80% 정도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80%라…….”
80%, 이것이 이들에게 어떤 수치인지 강신은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게 확률이지만, 저희에게 있어서 80%는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U.M.A.를 상대할 때,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메리트가 있었죠. 그리고 글을 통해서 아예 새로운 개체를 발견하기도 했고요.”
“그렇군요. 이미 연구가 끝난 개체라면 무의미할지라도. 아예 개체조차 찾지 못했다면 엄청난 소득이었을 것 같네요.”
“맞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몇 년 동안 회사에서 개발된 모든 제품의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것은 강신 씨가 쓴 글들 덕분에 저희의 연구 속도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소설이 성신 그룹의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에 강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