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
3화
취미로 써 왔던 글들이 성신이라는 거대 회사의 기술 발전을 도왔다는 말을 듣고 강신은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네요.”
“어떤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까?”
“꽤 오랫동안 블로그를 통해서 제가 쓴 글들을 보아 왔는데, 어째서 갑자기 저와 접촉을 하고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들을 알려 주신 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저희가 이곳으로 강신 씨를 안내한 이유는 총 세 가지였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작성하신 글들 때문에 일어날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NASA가 아는 정보를 사회에 푼다면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임 상무가 지금 이야기하는 말은 자신이 쓴 글들이 NASA의 정보만큼이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도 강신이 작성한 글들은 비교적 가벼운 내용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현실로 받아들이기엔 무겁거나 난해한 내용을 다룬 글들도 여럿 있었다.
“그럼 두 번째는요?”
“두 번째는 그 글들로 인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는 강신 씨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현재는 특정 연구소를 제외한다면 U.M.A.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만약 그것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순간 강신의 글들은 주목을 받을 게 분명했다.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U.M.A.의 정보를 작성하는 강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그들은 강신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 강신의 인권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움직일 확률이 높았다.
‘그래, U.M.A.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라면 내 글들을 보고 날 노릴 가능성이 크겠지. 오히려 지금까지 별일 없었던 게 신기한 걸지도.’
비밀 연구소는 성신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신은 음모론이 무성한 회사들이 비밀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고 적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대표적인 예로는 외계인과 협력을 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미국의 AREA51(51구역).
우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NASA는 물론이고 성신 그룹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HG 그룹 등 세계 곳곳에 많은 비밀 연구소가 있었다.
“저를 위해서라…….”
“그리고 세 번째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회사의 사익을 위해서였습니다.”
마지막 이유를 말하는 임 상무는 조금도 숨김없이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임 상무를 본 강신은 속으로 꽤 놀란 상태였다.
자신을 회유하기 위해 사익보다는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하고, 그동안 성신 그룹이 해 온 노력에 대해 말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강신의 입장에서도 사기업에 해당하는 성신 그룹의 임원인 임 상무가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면 오히려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짧게 요약하자면 사회의 혼란을 막고 저를 보호하면서,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거군요?”
“음, 짧게 줄이자면 그렇습니다.”
강신은 임 상무의 설명을 간단하게 압축해 버렸다.
“저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잘 알겠네요. 그런데 저에게 원하는 게 더 있으신 거겠죠?”
단지 자신이 쓴 글들을 독점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렇게 강신에게 기밀을 알려 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글만을 원했다면 뒷공작으로 강신이 쓴 글을 독점하는 것이 성신에는 더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예리하시군요. 이게 저희가 원하는 것입니다.”
임 상무는 자신이 챙겨 왔던 몇 장의 서류 뭉치를 꺼내, 강신이 앉아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근로 계약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신 씨가 저희와 함께 일하는 것을 원합니다. 만약 수락하신다면 직책은 사무직 대리에 해당하는 연구직, 선임 연구원부터 시작하시게 될 것입니다.”
강신은 임 상무가 올려놓은 근로 계약서를 살펴보았다.
“연봉은 평범한 선임 직급의 연봉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뒷장을 보시면 추가 수당 덕에 과장급 연봉 정도가 지급됩니다. 그리고 근무시간은 자율 출퇴근제를 적용해 중요한 일이 없다면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꿈꾸는 꿈의 직장이 이러할까?
이제 막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제시할 만한 조건이 절대 아니었다.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파격적인 조건이네요. 그럼 저는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면 되는 건가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바로 혹할 만한 계약서였지만 강신은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했다.
방금까지 사익을 추구한다고 했던 임 상무였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를 자신에게 원하고 있다는 소리로 들렸다.
“이곳으로 안내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함께 일하게 된다면 회사에서 원하는 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 봐도 될까요?”
“첫 번째는 강신 씨가 지금까지 써 왔고, 앞으로 쓸 소설들을 모두 회사에 제공해 주실 것. 물론 제공해 주는 정보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보를 이용해 개발한 기술과 제품에 대한 로열티도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는 연구소에서 이전처럼 소설을 작성하고 회사에서 지정하는 인물에게 직접 ‘인쇄’해서 보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U.M.A.를 포획하는 작전이 시행되는 현장에 현장 요원들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고 제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제 입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지만, 저는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서요. 아까 탑에 올라갈 때도 숨이 찰 정도였으니.”
U.M.A.라고 부르는 존재들에 대해 글을 써 왔던 강신은 U.M.A.가 얼마나 위험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 능력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훈련받은 요원들과 함께 현장을 간다고 해도 그들의 방해가 될 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설명이 부족했군요. 요원들과 함께 U.M.A.를 포획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작전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U.M.A.의 특징, 행동을 보고 어떤 U.M.A.인지 특정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U.M.A.에 대한 정보들을 현장 요원들에게 알려 줘서 포획을 빠르게 끝내길 원하는 겁니다.”
U.M.A.를 포획하는 작전에서 지금 잡으려는 U.M.A.가 어떤 특징을 가진 개체인지 특정하는 일은 빠르게 끝날수록 좋았다.
그리고 강신이 현장에 나가게 되면 그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곳 비밀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는 U.M.A.들을 어떻게 특정해 왔습니까?”
“어디든 비슷할 것입니다만…. 현장 요원들이 직접 부딪히며 시간을 끄는 동안 후방에서 대기하는 지원 팀원들이 U.M.A.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했죠. 그 정보를 작전 본부로 보내면, 본부에서 강신 씨의 글을 보고 정체를 특정했습니다.”
임 상무의 말을 들은 강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희생이…. 있었겠네요.”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것은 현장 요원들이 정체도 알지 못하는 괴물들과 맞서서 싸웠다는 소리였다.
U.M.A.로 불리는 괴물 중에는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할 개체들이 잔뜩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신은 참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 오기 전 내부를 볼 수 있게 해 준 큐브 속에 위험한 개체도 많았다.
그것들을 포획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랐을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거짓말이라도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요.”
“…….”
강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잠시 미묘한 침묵이 이어졌지만 임 상무가 그 침묵을 깨고 말을 이어 갔다.
“강신 씨가 현장에 나가게 된다면 그런 희생도 줄어들겠죠. 그리고 안전이 걱정이시라면 강신 씨의 안전만은 어떻게든 보장하겠습니다.”
임 상무의 말은 강신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외에도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계약서 내용의 세부 조정도 가능합니다. 최대한 맞춰 드리죠.”
강신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들썩였다.
“이 정도면 나쁜 조건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만약에……. 제가 이 제안을 거절하면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시게 되겠죠. 이곳에서 본 것들을 밖에서 떠든다고 해도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고, 소문이 난다고 해도 저희가 그 소문을 조용히 사라지게 만들 테니까요.”
“그게 다인가요?”
“아 참, 취미로 쓰시는 글들은 수시로 지워질 겁니다. 글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U.M.A.에 대해서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강신 씨의 보호를 위해 배치되었던 저희 회사 인원들도 모두 철수하겠죠.”
거절해도 아무 일 없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임 상무의 말에는 하나같이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여기서 거절하면 아마 성신 그룹의 계열사나 관련된 협력 업체들은 내 이력서를 보자마자, 불합격 통보를 보내겠지.’
성신뿐만 아니라 그 눈치를 보는 모든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기 힘들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된 다른 기관의 비밀 연구소는 자신에게 접근할 때, 성신 그룹만큼 신사적으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자신을 납치해서 감금시키고 온종일 글만 쓰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저에게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시간을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많은 시간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며칠…. 며칠만 주신다면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며칠이라, 몇 주도 아니니…. 알겠습니다. 그 정도 시간을 드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겠군요.”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이곳까지 먼 걸음을 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가시는 길은 아까 보셨던 척준신 부장이 배웅해 드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임 상무가 굉장히 흡족한 표정으로 강신에게 악수를 청했고, 강신은 그 손을 거절하지 않고 맞잡았다.
* * *
강신은 척준신을 따라 나가고, 임 상무는 큐브가 있는 공간 위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는 피곤했는지, 자신의 소파에 깊숙이 몸을 맡기고 한시름 놨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연신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임 상무는 사실 강신을 대할 때, U.M.A.를 상대하는 현장 요원이 된 것처럼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그를 응대했다.
과한 긴장 때문에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임 상무가 몰려오는 피곤 때문에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그런 그의 휴식을 방해하는 방해꾼이 그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타다다닥!
쾅!
거칠게 사무실의 문을 열며 나타난 연구원들의 하얀 가운을 입은 남성.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나 있는 것과 얼굴의 주름을 보면 50대 정도로 보였다.
“권 팰로우님, 적어도 노크 좀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에게 노크를 바란다면 자네가 나에게 ‘그’ 일을 숨기면 안 됐지!, 어째서 ‘그 녀석’이 온 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은 거지?”
권 팰로우로 불린 중년의 남성은 임 상무의 태연한 태도에 역정을 냈다.
그는 이곳 SL(Secret Lab, 비밀 연구소) 부서에서 임 상무에게 말을 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관리직인 상무의 직책을 포기하고 연구 현장에 남는 것을 택한 인물이었으며, 임원급 전문가인 마스터의 직책을 넘어 팰로우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연구원이었다.
권 팰로우, 본명은 권영식.
천성 연구자인 그는 SL 부서에서도 많은 연구원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직책에 걸맞게 현장 요원들이 포획한 U.M.A.를 연구하고 분석했으며,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해 냈다.
많은 사람이 천재라고 받들었지만, 그는 항상 검소하게 생활했고 심지어 자기 개발을 쉬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노력하는 천재가 바로 권영식이라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난리 치실까 봐 말하지 않은 겁니다. 그리고 강신 씨라면 이미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갔습니다.”
“끄응…. 내가 늦었구먼. 아쉽군, 아쉬워…. 그래서 그 녀석은 뭐라고 하던가? 언제부터 출근하는 거지?”
“며칠 동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군요.”
“시간은 무슨 시간! 계약 조건이 좋지 않았나? 이 자리에서 바로 확답을 들었어야지! 자네가 그렇게 일을 허술하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계약서의 내용은 누구라도 침을 흘릴 정도로 만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상황과 분위기도 확답을 할 정도로 만들어 놨지만…. 자기감정 조절에 능숙해 보이더군요.”
임 상무는 강신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말했다.
“처음에는 조금 흥분한 것처럼 보였는데 계약서를 내밀었더니, 곧바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계산했습니다. 특별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저희와는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상대하기 쉽지 않더군요.”
“하, 자네가 그런 농담을 하다니. 내가 자네를 알고 지낸 지가 얼마나 됐는데, 천하의 임 상무가 대하기 힘든 상대라니 그런 헛소리를 믿을 것 같은가?”
“농담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임 상무는 유능한 사람이었지만 그를 시샘하는 사람들이 뒤에서 말하기를 능구렁이라고 불렀다.
그가 계략과 전술에 능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임 상무가 단호하게 강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그제야 권영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 이것 참……. 임 상무가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이야. 그럼 글뿐만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상당히 기대할 만하겠군. 그래서 입사할 가능성은 보이던가? 혹시 거절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미리 준비는 다 해 두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친 표정으로 조용히 눈을 감은 임 상무는 자신이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계획해 왔던 물밑 작업들이 부디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