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
1화
“왜 블로그와 웹하드에 올려놓은 글들이 모두 사라진 거지…….”
청년의 이름은 강신이었다.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취준생이었다.
평소 일할 때 미소가 기본이었던 그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강신이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전날 있었던 한 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그의 취미는 자작 소설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으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 온 취미였다.
음모론을 각색하기도 하고 꿈속에서 보거나 자신이 상상한 괴물들을 주제로 글을 적기도 했다.
인기가 있지 않았지만, 단 몇 명이라도 자신의 글을 재밌게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강신은 꾸준하게 블로그에 소설을 올렸다.
문제가 된 것은 전날, 자신이 관리하는 블로그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구정지 되어 있었고, 자신이 올린 글들도 전부 삭제되어 있었다.
혹시 몰라 웹하드에 올려놓은 파일들까지 모두 사라져 있었다.
불행은 한 번에 찾아오는 것일까?
오래 사용한 컴퓨터까지 수명을 다했는지 본체에서 이상한 연기가 나며 고장이 났다.
심지어 하드까지 파손되어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들을 살릴 수가 없었다.
그 모든 것을 종합하면 그동안 자신이 작성한 모든 글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허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언제까지 힘들어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최면을 걸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다 날아간 건데, 어쩔 수 없지. 이참에 블로그도 새로 만들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글을 써 보자.’
컴퓨터가 망가지면서 생각지 못한 지출이 생겨 조금 속이 쓰렸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편해진 얼굴이었다.
그때, 편의점으로 특이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패딩은커녕 코트조차 두르지 않고, 검은색 슈트를 입은 두 명의 남자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였는데, 그와 함께 들어온 사람은 190cm가 넘는 장신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가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었다. 운동선수처럼 근육질의 거대한 체구를 가진 사내가 등 뒤에 커다란 첼로 가방을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의점으로 들어온 둘은 물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카운터로 다가왔다.
“강신 씨?”
“네? 찾으시는 거 있으신가요?”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살짝 당황했지만, 자신의 가슴에 달려 있는 명찰을 떠올린 강신이 바로 대답했다.
두 사람 중 비교적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는 사내가 명함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명함에는 대한민국의 1위 기업이자, 세계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성신 그룹의 로고가 크게 박혀 있었다.
그가 소속된 부서와 직책 그리고 이름 또한 적혀 있었다.
‘직책이 상무? 이름도 조금 이상하네. 임 상무라……. 그럼 회사에서 이 사람을 부를 땐 임 상무 상무님이라고 부르나?’
잠시 실없는 생각을 했지만, 대뜸 명함을 건네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많이 봐도 서른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임에도 대기업의 상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오너 일가나 정말로 특출 난 사람이 아니라면 저 나이에 대기업의 간부 자리에 오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왜 뜬금없이 나에게 명함을 주는 거지?’
“성신 그룹이면 좋은 회사에서 일을 하시네요. 이 앞에 있는 성신 단지에서 일을 하시나 봐요?”
“그렇습니다. 영통구청에 있는 단지에서 일을 하고 있죠. 강신 씨 본인이 맞으십니까?”
“네, 강신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용건이신가요?”
“여기서는 조금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보다시피 제가 아직 일하는 중이라서요. 지금 당장 시간을 내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 같네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언제쯤 시간이 괜찮을까요?”
강신이 최대한 에둘러 친절하게 거절했지만, 임 상무는 그런 강신과 과할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그런 그의 행동은 강신을 경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작정 시간을 내 달라고 하면서 장소를 옮겨 얘기하자는 사람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강신 씨 입장에서 저를 이상하게 보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럼 근무 중이 아니실 때,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죠. 건네어 드린 명함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보관해 주십시오.”
임 상무는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강신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리고 함께 온 남성과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강신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지…….”
조금 시간이 흐르고, 강신은 자신을 찾아온 이상한 사람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금세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진열대 빈 곳들에 물건들을 채우고 카운터에서 손님들을 상대하자, 어느새 근무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교대자가 올 시간이 되었다.
후다다닥.
작은 키의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여성이 급하게 편의점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그녀의 호흡은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헥, 헥…. 오빠 저 아직 안 늦었죠?”
“그렇게 급하게 올 필요는 없었는데, 조금 늦을 것 같으면 뛰지 말고 연락을 하지.”
“후읍, 하아…….”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에이~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그래요.”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우선 숨 좀 고르고 근무 복장 갈아입고 나와.”
“네에~.”
금방 근무 복장을 갖춘 신하린이 강신이 있는 카운터로 들어왔다.
그런 그녀를 보던 강신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맞다. 아까 낮에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 왔었어.”
“이상한 사람들이요?”
“응.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성신 그룹 명함을 주면서 갑자기 시간을 내 달라고 하더라고.”
“성신 그룹이요? 제가 아는 그 성신 그룹 맞죠?”
“그래, 그 성신 그룹. 어떤 목적으로 온 건지 모르겠으니까. 만약에 네가 일할 때 그런 사람들이 오면 괜히 자극하지 말고 적당히 상대해.”
“음…. 그럴게요.”
강신은 신하린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녀는 금방 평소처럼 쾌활하게 대답했다.
“설마, 제가 일하고 있을 때 그 사람들이 또 찾아오겠어요? 그런 걱정 하지 마시고 얼른 퇴근이나 하세요.”
“그래야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네가 볼 때 이상한 사람들이 온 것 같으면 바로 점장님이나 나한테 연락해.”
“네네,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세요.”
* * *
강신은 신하린에게 인사한 뒤,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 잦은 야근에 시달리던 그의 형, 강찬이 웬일인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거실 소파에 누워 있었다.
“왔냐?”
“맨날 야근하더니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는 축 늘어져 있었는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래도 HG 그룹 과장이잖아. 야근을 많이 해도 부러운데.”
강신은 형과 대화하며 외투를 벗었다.
“신아 뭐 떨어졌다. 명함인 거 같은데?”
외투를 벗다가, 낮에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명함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응? 아, 그거……. 맞다. 형 혹시 아는 사람 중에 성신에서 일하는 사람 있어?”
“있긴 하지.”
“그럼, 이 명함 주인이 정말로 그 회사에 있는지도 알 수 있어?”
“요즘은 뭐, 회사 인트라넷으로 대부분 검색이 되니까 어렵지는 않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오늘 명함을 받았는데, 혹시나 해서.”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집에서 쉬고 있었지만, 얼마 걸리지 않을 일이었기에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아봐 줄게. 근데 상무라는 사람의 명함을 어디서 받았어?”
수상한 사람들이었기에 형이 괜히 걱정할까 봐, 강신은 명함을 받은 상황을 둘러댔다.
“일하던 편의점에 지갑하고 핸드폰을 안 가지고 왔다고 명함을 맡기고 가더라고.”
“그걸…. 그냥 받아 줬다고?”
“금액도 그리 큰 게 아니라서…. 얼마나 걸릴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너 씻고 나오면 끝나 있을걸?”
“고마워, 형.”
강찬은 성신 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신이 씻고 나오자, 그사이 강찬은 명함의 주인이 성신 그룹에서 정말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신 다니는 친구 말로는 성신 전자 소속 상무이사 맞다는데.”
“그렇구나. 고마워, 형.”
“난 이제 정말로 쉰다아…….”
늘어지는 말과 함께 다시 소파와 한 몸이 되는 자신의 형을 보고, 강신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대기업 상무가 무슨 용건으로 나를 찾아온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접점이 없었기에 강신은 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때였다. 강신의 스마트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인데.”
[여보세요?]“네, 누구신가요?”
“네?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알고 계신 건가요?”
[그 부분은 방금 강신 씨가 제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넘어가 주시면 좋겠군요.]“…….”
임 상무는 형의 도움으로 임 상무에 대해서 알아봤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제 제 신원은 충분히 증명된 것 같군요.]“저에게 용건이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혹시 어제 이상한 일이 있지 않으셨나요?]“이상한 일이라면…?”
[갑자기 운영하시던 블로그가 폐쇄되었다든가, 백업을 위해 쓰고 있던 웹하드의 자료들이 사라졌다든가, 오래된 컴퓨터가 고장 났다든가 하는 이상한 일 말입니다.]“설마…….”
정확히 어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임 상무의 말을 듣고, 강신은 전날에 있었던 일들의 범인이 임 상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저희가 한 일입니다.]“어째서, 그런 짓을…….”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 사정을 설명해 드리기 위해서 저희 회사로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크게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회사로 온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도 괜찮습니다.]“……좋습니다. 그러면 언제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그럼, 내일 바로 찾아뵙는 것으로 하죠.”
지금은 늦은 시간이었고 오전에는 아르바이트가 있었기 때문에 일이 끝나는 대로 회사에 방문하기로 하고 임 상무와의 통화를 끝냈다.
‘어떤 이유로 내 글들을 전부 없앤 건지 꼭 알아야겠어.’
* * *
다음 날.
강신은 전날 통화했던 대로 영통구청 옆에 크게 조성되어 있는 성신 그룹 연구 단지로 향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직원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신은 단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단지 앞에서 강신은 전화를 걸어 임 상무에게 자신의 도착을 알리고 잠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에서 검은색 세단이 보안 게이트를 통과해 강신 앞에서 멈춰 섰고, 임 상무가 차에서 내렸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이 차량에 탑승해 주시겠습니까?”
강신이 서 있는 방향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강신은 차량 뒷좌석에 탑승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게 많으시겠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셔서 말씀을 나누시죠. 먼저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조수석에 탄 임 상무가 뒤를 돌아보며 강신에게 검은 안대를 건넸다.
“이건?”
“안대입니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닌데요.”
“지금 저희가 들어갈 곳은 회사에서도 기밀로 취급되는 곳이라 안대를 착용해 주셔야 합니다.”
임 상무의 표정은 단호했다.
강신은 안대를 받고 순순히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런 그의 행동을 본 임 상무는 강신에게 의문을 던졌다.
“너무 무방비하신 거 아닙니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굳이 트러블을 만들 필요는 없겠죠.”
“좋습니다. 그럼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임 상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차량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차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방향을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금방 멈춰 섰다.
“벌써 도착한 겁니까?”
너무 짧은 거리를 이동한 것이 이상해서 강신이 임 상무에게 물었다.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덜컹.
육중한 소리의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강신의 귀에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살짝 부유감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평소 아파트 승강기를 타고 아래층으로 이동할 때, 느낄 수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임 상무가 갑자기 강신에게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강신 씨, 예전에 강신 씨가 작성했던 글 중에서 저희 회사를 모티브로 삼은 글들이 몇 개 있었는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강신은 그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했다.
성신 그룹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글로벌 회사였고,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그래서인지, 여러 음모론도 많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성신 그룹의 총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나, 회사의 비리를 알리는 이야기들도 그중 하나였다.
성신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 중에는 사람이 아닌 기업 그 자체에 관련된 음모론도 있었다.
‘아니, 음모론이라고 하기엔 조금 웃긴가.’
어떻게 보면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떠도는 이야기였다.
‘성신 그룹은 어떻게 매번 이런 혁신 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는 거지? 혹시 회사 지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외계인을 납치해서 기술을 알아내는 것이 아닐까?’
매년 새로운 물건들을 시장에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이 놀라면서 장난으로 했던 말들이었다.
강신은 몇 년 전, 그런 이야기들을 각색해서 글을 적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게 탄생했던 글은 성신 그룹의 지하에 존재하는 비밀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였다.
성신 그룹이 여러 지역에 회사 부지를 사들여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게 비밀 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U.M.A.라 부르는 특별한 생명체들을 연구해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몇 가지가 떠오르기는 하는데, 지금 그런 말을 하시는 것을 보니 저를 찾아오신 게 제가 쓴 글들과 관련이 있나 보군요. 설마…….”
임 상무는 작게 웃을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제가 쓴 글이 우연히 회사의 상황과 맞는다고 해서 블로그를 폐쇄시키고 데이터들을 삭제했다고요?”
“후후, 우연이라……. 저희도 그랬으면 이렇게 강신 씨를 찾아가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네?”
“이제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어느새 느껴졌던 부유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전자음과 함께 육중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대를 풀어도 됩니다.”
강신은 답답하게 시야를 가리고 있던 안대를 풀었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밑으로 내려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강신은 비밀 연구소를 보고 지하에 도시를 옮겨 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위로는 건물 3층 높이 정도로 보였고, 부지의 넓은 공간은 안이 보이지 않는 구조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럼 내리시죠.”
임 상무를 따라 차에서 내리자, 전날 임 상무와 함께 편의점에 왔었던 장신의 남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첼로 가방이 어디 갔는지 사라졌고, 대신 허리춤에 검과 도가 한 자루씩 살짝 교차되어 매여 있었다.
“오셨습니까, 상무님.”
“굳이 이렇게 나와 있을 필요는 없었는데…….”
“어제오늘 저의 임무는 상무님을 경호하는 것이니까요.”
“회사 내부에서 경호가 필요할까 싶지만, 척 부장이 그게 편하다면야 어쩔 수 없군요. 말씀드렸던 것은 준비되었습니까?”
“네,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럼, 가시죠.”
척 부장으로 불린 남성은 임 상무 뒤에 있는 강신을 흘깃 보고는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카트로 그들을 안내했다.
운전대를 잡은 척 부장이 모두 카트에 오르자, 능숙하게 운전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몰랐지만, 강신은 침착하게 지하에 있는 구조물들을 관찰했다.
‘특이하네.’
구조물들은 모두 베이지로 통일되어 있었고, 알 수 없는 금속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크기만 조금씩 다를 뿐 전부 정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작게는 작은 방 하나 크기부터 크게는 2층 크기의 구조물까지.
하부에는 모두 지게차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같은 크기의 홈까지 파여 있었다.
구조물을 관찰하는 동안 강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연구원들과 ‘화기’로 중무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총…?’
총기가 금지되어 있는 국가에서 버젓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곳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강신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이미 이 공간 자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기에 질문은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 하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카트를 타고 이동 중인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띄어서 쳐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시선은 카트 앞에 있는 두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임 상무도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강신에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이해해 주세요. 여기까지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저희는 오래전부터 강신 씨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분들에게 있어서 강신 씨는 아이돌 같은 느낌일 겁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카트를 세워서 말을 걸고 싶지만 참고 있는 것이죠.”
“왜 저에게? 그것보다 전부터 저를 알고 있었다고요?”
“도착했군요. 강신 씨가 먼저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자세한 건 그것들을 보신 다음에 이야기하죠.”
강신이 도착한 곳은 이상한 지하 공간에서 유일하게 정육각형 모양의 큐브가 아닌 탑의 형태로 만들어진 구조물 앞이었다.
탑의 형태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계단을 통해서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임 상무는 강신을 그 구조물의 꼭대기로 안내했다.
“후우…….”
강신이 호흡을 거칠게 쉬며 꼭대기로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자, 다양한 크기의 구조물들과 아까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보여 주려고 하는 거지?’
임 상무는 강신이 호흡을 가다듬을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다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 보게 되는 것들은 아마도 강신 씨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겁니다. 준비되셨나요?”
“……네.”
강신이 대답하자, 임 상무가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고작 손가락 두 개를 튕겼을 뿐인데, 그 작은 소리가 건물 내부에 크게 울려 퍼졌다.
소리에 반응하듯 아래에 보이던 정육면체의 구조물들이 일제히 변하기 시작했다.
촤라라라락!!
베이지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던 구조물의 벽들이 껍질이 벗겨지는 것처럼 내부로 말려 들어가며 사라졌고, 내부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구조물들의 내부는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작은 초원을 그대로 옮긴 곳, 물이 가득 차 있는 구조물.
어두운 공간만이 존재하는 곳까지 내부의 모습이 전부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크르르르….
-키에엑!!
-취익….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생명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신은 그 괴생명체들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끔찍하게 생긴 생명체들도 있었지만, 강신은 그것들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거짓말, 어떻게…….”
“실제로 보시는 건 처음이죠? 저는 그동안 당신이 쓴 글의 독자였습니다. 이 순간을 항상 손꼽아 기다려 왔죠.”
단지 처음 보는 괴물들을 봤다면 놀라고 끝났을 일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놀람을 넘어서 감격에 가까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곳에 있는 괴생명체들이 그동안 강신이 스스로 꿈에서 보거나, 상상하며 적어 내렸던 글에 나오는 U.M.A.(미확인 생물)들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강신은 혹시 이것이 꿈인지 자신의 볼을 꼬집어 봤지만, 느껴지는 고통은 지금 상황이 현실임을 일깨워 주었다.
“자, 어떻습니까? 자신이 상상한 것들과 직접 마주하는 기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