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
프롤로그
아주 어두운 공간, 그곳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얼마 전에는 움직이는 마네킹이었고, 어제는 꾸물거리는 촉수였지. 오늘은 뭘 보여 주려나.’
그는 가끔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이상한 생명체들이 등장하는 꿈을 꾸곤 했다.
오늘은 어떤 존재가 나타날지 기대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그러자 마치 스포트라이트가 비친 듯이 한 줄기의 빛이 내려왔다.
빛이 비치는 곳에는 검은색의 기체가 넘실댔다.
청년이 자신을 관찰하는 것을 아는 것일까?
검은 기체에서 붉은색 눈동자가 생겨나더니 청년을 노려봤다.
섬뜩한 시선이지만 청년은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가만히 기체를 바라볼 뿐이었다.
둘의 눈싸움이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투둑.
갑자기 하늘에서 한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두운 공간에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
청년은 소나기를 맞고 있음에도 검은 기체에 시선을 고정했다.
소나기가 붉은 눈을 가진 검은 기체를 덮치자, 몸을 이루고 있던 기체가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결국, 바닥에는 붉은색 구슬 두 개만 남아 버렸다.
그때, 탐정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검은 실루엣이 유리병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바닥에 있던 붉은 구슬 두 개를 유리병 속에 집어넣었다.
물기가 점점 사라지자 붉은 구슬에서 다시 검은 기체가 뿜어져 나왔고, 청년이 처음 보았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어두웠던 공간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부실 정도로 환해지자, 청년은 잠에서 깨어났다.
-짹짹.
밖에서는 참새 소리가 들리고,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침대에 누워 있던 청년의 얼굴을 비추었다.
“흐음, 잊기 전에 써야지.”
청년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컴퓨터를 켜고 자신이 꿈에서 봤던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키보드를 칠 때마다, 모니터 속의 글자들은 빠르게 늘어났다.
완전히 집중한 것인지, 그의 시선이 모니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영감을 얻거나, 꿈에서 봤던 것들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자기만족을 위한 취미이며, 습관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오랜 시간 한 자세로 키보드를 두들기던 남자는 자신이 적고 있던 글에 마침표를 찍어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청년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갔다.
블로그의 방문자를 확인시켜 주는 그래프에 나온 숫자는 고작 한 명.
한 달 평균 방문자는 다섯 명이었다.
“후우.”
괴멸적인 방문자 수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청년은 방금 완성한 단편 ‘소설’을 블로그에 올렸다.
글을 올리고 난 뒤, 청년은 지쳤는지 다시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침대에 누운 남자는 알지 못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자마자, 마치 알람을 맞춰 놓은 것처럼 방문자 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 * *
“글 올라왔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바로 확인하고 관련된 개체를 찾아!”
청년이 쓴 블로그의 글을 확인한 것은 연구실에서 하얀 가운을 걸친 연구원들이었다.
그들은 청년이 쓴 소설을 확인하고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그들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연구원 하나가 말했다.
“확인해 보니, 지금 1팀에서 대치 중인 개체와 비슷한 유형으로 보입니다.”
“타이밍이 끝내주는군…….”
“어서 1팀 팀장님에게 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
연구원들은 청년이 작성한 소설의 내용을 정리해 현장에 나가 있는 팀장에게 전송했다.
* * *
높은 건물의 옥상, 키가 2m는 돼 보이는 거구의 남성이 있었다.
“음, 알겠네. 그렇게 처리하지.”
사내는 자신이 소속된 연구소에서 보내온 정보를 듣고는 눈앞에 있는 검은 기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과 대치하고 있는 팀원들에게 명령했다.
“‘그것’은 내버려 두고 근처에서 물을 뿌릴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와!”
“네! 팀장님.”
그의 지시에 정장을 입은 덩치 좋은 남성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지시대로 물을 뿌릴 수 있는 여러 물건을 가지고 왔다.
그중에는 건물 내에서 화재를 진압할 때 사용하는 소방 호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시를 내렸던 거구의 남자가 소방 호스를 잡고 그대로 검은 기체에게 물을 뿌렸다.
촤아~~.
검은 기체가 물살을 피하려고 격렬하게 움직였지만, 사내는 마치 검은 기체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빠르고 넓게 물을 뿌려 댔다.
결국 검은 기체는 붉은색 구슬만을 남기고 형체를 잃어버렸다.
팀장은 바로 준비해 놓은 유리병 속에 그 구슬들을 집어넣었다.
“임무 완료.”
며칠 동안 자신들을 괴롭혔던 존재를 너무나 쉽게 포획했다.
거구의 팀장은 연구소에서 보내 준 정보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임무를 마친 그는 곧장 복귀해 자신의 의문을 풀어 줄 인물을 찾아갔다.
“임 상무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뭐가 말입니까?”
사내의 질문에 사무실의 주인이 오히려 되물었다.
“이건,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었던 개체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 상세한 정보라니…….”
“그 덕분에 쉽게 포획할 수 있었잖아요.”
“…….”
커다란 덩치의 사내는 그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곧 아시게 될 내용이니 말씀드리죠. ‘정보 제공자’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없죠.”
임 상무는 씩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가져온 검은 기체가 든 유리병을 건드렸다.
툭.
충격을 느낀 것일까, 유리병 속에 있던 검은 기체에서 붉은 눈 한 쌍이 희번덕이더니, 사무실 안에 있는 둘을 무섭게 노려봤다.
그러나 임 상무는 그 모습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다른 곳에서도 어렴풋이 눈치를 채기 시작한 것 같아 슬슬 저희 쪽으로 데려오려던 참입니다.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