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12
311화
그렇게 강신은 요정의 둥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
“우연이라고 해도 찾은 건 찾은 거죠. 한 가지 아쉬운 건 바디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거 정도네요.”
강신의 보호 장비에 부착된 바디캠이 놀이기구에 붙들린 가족이 나타난 이후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그들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보다, 요정의 둥지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순자가 요정의 둥지를 어떻게 할지 강신에게 물었다.
“글쎄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가능하면 채집해서 연구소로 보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긴 한데요.”
U.M.A 국제 조약때문에 이곳에서 채집한 요정의 둥지는 수원 지부로 옮기는 게 어려울 테지만, 그래도 미국 지부에서 연구가 진행될 테니, 마냥 손해라고 할 수 없었다.
“강책임이 보고한 대로라면 위험성이 꽤 높아 보이는데, 괜찮겠어요?”
요정의 둥지를 채집하기 위해서는 그곳을 지키는 스프라이트와 그와 공존하는 놀이 기구에 붙들린 이들까지 상대해야 했다.
위험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건 당연했다.
반면 요정의 둥지를 파괴하는 방법은 그 놀이 기구를 철거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니, 위험의 정도가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채집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들 하잖아요?”
“그건 맞지만, 굳이 그런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도 보상은 충분하지 않나요?”
요정의 둥지가 값이 얼마가 되었던 이미 지니즈에서 제시한 조건이 대단했고,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저희가 언제부터 안전한 일만 찾아서 했나요.”
“어, 음….”
강신의 대답에 이순자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U.M.A를 포획하는 일은 항상 위험이 동반되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강신의 정보로 조금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원래는 다치는 이들이나 간혹 사망하는 이들도 나왔다.
오히려 예전에는 지금처럼 U.M.A의 정체와 특성을 모두 알고 있는 게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하긴 예전 현장과 비교해보면 그다지 위험한 것도 아니네요. 나도 요즘 안일해졌나….”
과거와 지금을 비교한 이순자가 스스로 반성하자, 김대리가 나서서 상황을 다시금 정리했다.
“그러면 요정의 둥지는 채집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네요. 강책임님, 그럼 실키나 스프라이트는 예정대로 샘플만 채취하시는 거죠?”
“네. U.M.A를 많이 포획해봐도 좋을 것은 없습니다.”
지니즈 랜드에 있는 모든 실키와 스프라이트를 포획해도 그들을 관리 및 격리할 시설이 부족했다.
만들고자 한다면 만들지 못할 건 아니었지만, 그러기에는 손해나 위험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좁은 곳에 모아두면 실키가 반전을 일으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고, 스프라이트들이 지속해서 장난을 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곤란했다.
그래서 강신은 요정들의 일부만 포획하고, 나머지 요정은 지니즈 랜드에서 쫓아내거나 다른 곳에 방생하기로 했다.
“요정의 둥지를 채집하려면 준비할 것도 많겠어, 채집 자체는 D-Day에 할 예정인가?”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겠죠. 그전까지 최대한 안전하게 채집할 방법을 찾아보고, 하는 김에 놀이 기구에 붙들린 이들을 해방할 수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죠.”
사실 강신의 목적은 요정의 둥지를 채집하는 것보다 그들을 해방하려는 게 더 컸다.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처절한 애원은 강신이 들었을 때, 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강신은 숙소로 돌아와서도 끔찍한 모습으로 애원하는 그들을 머릿속에서 쉽게 지울 수 없었다.
그런 강신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 다른 일행들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자를 못 본척하지 않는 강신의 성격은 이미 함께한 현장에서 수도 없이 봐왔다.
강신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아무도 강신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자, 이순자가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짝짝.
“그럼 안전하게 요정의 둥지를 채집하고, 그들을 해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겠네요.”
그렇게 요정의 둥지를 탐색하는 팀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새롭게 만들어졌다고는 했지만, 사실 기존에 있던 강신과 이순자의 조를 합친 것이었다.
요원들이 지니즈 랜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프라이트를 찾는 동안, 강신과 일행들은 요정의 둥지가 나타난 잇츠어스몰어스에 집중했다.
“여기 놀이 기구 설계도입니다.”
장웨이가 놀이 기구의 설계도를 구해주는 건 물론이고, 예전에 놀이 기구에서 일하던 직원을 불러 이곳에서 일어났던 이상 현상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루머와 비슷한 내용이네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김대리와 이순자가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신기하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강신은 우선 카메라를 설치한 빈 놀이 기구를 운행시켜 놓고, 상황을 지켜봤다.
“역시나 나타나지 않네요.”
전날과 다른 점이라고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았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이 기구에는 붙들린 가족은커녕 스프라이트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몇 차례 빈 놀이 기구가 돌고 돌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타야 할 것 같네요.”
강신의 의견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척부장님.”
강신이 척준신을 호명하자, 척준신이 기다렸다는 듯이 빈 놀이 기구에 탑승했고 강신은 그 옆에 착석했다.
“김대리님, 가동해 주세요.”
강신이 외치자, 멈췄던 놀이 기구가 다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놀이 기구가 내부로 들어갔다.
강신과 척준신은 잔뜩 긴장을 유지한 상태로 붙들린 가족과 스프라이트들의 장난에 대비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혼자 타지 않아서 붙들린 가족들이 나타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스프라이트들과 요정의 둥지는 어디로 간 거지?’
붙들린 가족들과는 달리 스프라이트가 출몰하는 건 인원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전날 이곳에서 보았던 스프라이트들을 생각해보면, 적어도 한두 개체라도 보이는 게 정상이었다.
그리고 현재 강신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요정의 둥지였다.
요정의 둥지라고 판단했던 거대하고 이상하게 생긴 가면은 어제와는 달리 평범한 가면으로 보였다.
이후 놀이 기구를 다시 멈추고, 직접 물에 들어가 내부를 살펴도 변하는 건 없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혼자 타봐야겠습니다. 조금 위험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척준신은 강신의 의견에 반대했다.
“차라리 내가 타는 게 낫지 않겠나?”
자신이 타겠다고 말하는 척준신을 보며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척부장님이 아니면 누가 저를 놀이 기구에서 구해줄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척준신이 아니어도 이순자나 다른 요원들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그것 말고 다른 상황을 상정해 자신이 가려는 것이었다.
하체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을 대처하는 건 척준신이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초코가 있으니까.’
강신은 하체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그림자 반려가 있었다.
이 말을 꺼내면 혹여나, 척준신의 기분이 상할까 다른 말로 둘러댄 것이었다.
“하지만….”
척준신이 뭔가를 더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대화를 듣고 있던 눈치 빠른 이순자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본 척준신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알겠네, 자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강신은 결국 홀로 놀이 기구에 탑승했다.
“그럼, 가동하겠습니다!”
컨트롤룸에서 김대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강신을 태운 놀이 기구가 움직였다.
강신을 태운 보트가 어두운 곳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초코가 경계심으로 가득한 울음소리를 냈다.
-그르르르….
그리고 앞 좌석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4인 가족이 나타났다.
이미 한번 겪었던 터라 강신은 어제보다 차분했다.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그들을 자세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
루머에 나왔던 내용 그대로의 4인 가족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1980대에서나 볼 수 있는 복고풍의 스타일이었고, 피부가 살짝 푸르스름하고 붉은 핏줄이 도드라져있었다.
강신은 그들을 관찰하는 걸 그만두지 않았다.
누군가 그들을 본다면 겁에 질리겠지만, 강신은 측은하게 여겼다.
그렇게 놀이 기구가 이동하는 데 멀리서 작은 빛덩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프라이트들은 강신을 기억하고 있는지, 초코에게 겁먹어 함부로 장난을 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놀이 기구가 이상한 가면이 있던 곳까지 가는 동안 강신은 그렇게 주변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상한 가면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강신은 자신이 본 게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전날 보았던 분홍색 빛덩어리가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모를 정도지만, 분명히 조금 더 커져 있었다.
‘도대체 뭐지.’
강신은 혼란스러웠다.
분명 척준신과 놀이기구를 탔을 때와 직접 걸어 들어왔을 때는 이상한 가면은 요정의 둥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혼자 놀이기구를 타고 들어온 지금 보이는 건 분명히 둥지였다.
강신이 고민하는 사이, 놀이 기구가 요정의 둥지를 지나쳐 출구로 나왔다.
강신을 기다리고 있던 요원들은 앞 좌석에 타고 있는 가족을 보고, 흠칫 몸을 떨었다.
그야 끔찍한 가족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척준신은 두 번째 보는 것이라 동요하지 않았고, 바로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왔다! 잡아!”
척준신이 움직이자 다른 요원들도 이내, 모두 달려들어 강신을 잡아당겼다.
저번과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잡아당겨서인지, 강신은 금방 보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앞 좌석에 앉아있던 가족들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강신을 붙잡고 애원하지 않았다.
‘곧 구해드릴게요.’
강신은 그렇게 사라지는 보트를 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강책임, 괜찮나요?”
이순자가 걱정스레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리고 요정의 둥지도 확인했습니다.”
“그건 다행인데…. 왜 통신을 받지 않으신 겁니까?”
이순자가 통신에 대답하지 않은 강신을 질책했다.
통신이 들리지 않았던 강신은 억울할 뿐이었다.
“통신하셨다고요?”
“네, 계속 통신을 보냈습니다.”
이순자가 다른 요원들을 보자, 그녀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만?”
통신 장비가 이상하거나 꺼져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강신은 이곳에서 보낸 통신을 받지 못했다.
문득 강신은 이런 비슷한 상황을 전에도 겪어봤다는 걸 깨달았다.
바디캠은 작동했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통신이 연결되지 않았던 상황.
‘숲속 마을.’
위치들의 은신처이자, 대모가 만든 ‘구역’과 흡사한 공간.
그제야 강신은 어째서 그간 요정의 둥지가 보이지 않았는지 깨닫고는 중얼거렸다.
“구역. 아니, 구역과 현실 사이의 틈 같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