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5
324화
“남은 건 없지만 그래도 뿌듯하네요.”
이순자가 이제는 모두 재가 되어 사라진 가족을 보며 말했다.
생계를 위해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남을 돕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다친 사람 없이 모두 무사하니까, 이제 그만하시죠.”
이순자는 가족들이 사라지자마자 다시 강신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척준신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직 멀었네. 해야 할 이야기가 아직 더 있네.”
척준신은 이참에 강신에게 단단히 일러두려고 하는 건지, 잔소리를 끝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순자가 눈짓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척부장님,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가 나서 주변을 보지 못했던 척준신이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현장 요원들이 모여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김대리까지 이순자의 편을 들자, 척준신이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쯧, 하여간 다들 휴가에 눈이 돌아서는….”
척준신이 작전 종료를 선언한 이상, 현장 요원들의 일은 끝났다.
이제 현장 정리와 표본 채취는 이 지역 지부의 일이었다.
이미 한국에서 그들의 장비를 수거할 지원 요원들이 놀이 공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즉, 이제 그들은 휴가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냥 가도 충분하지만, 강신이 그들에게 약속한 게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길어지는 걸 막고 강신이 빨리 척준신에게 벗어날 수 있도록 눈치를 준 것이다.
강신은 다른 현장 요원들에게 감사의 눈짓을 보내고는 품속에서 미리 챙겨 두었던 수십 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가 약속했던 돈이 들어있는 카드였고, 현장 요원들은 눈을 빛냈다.
“다들 한 장씩 받아 가시면 됩니다.”
곧 강신의 앞에 현장 요원들이 작은 줄을 만들었다.
강신은 한 명, 한 명 직접 카드를 넘겨주며 이번 일에 대한 노고를 위로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박대리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강책임님, 정말 여기 들어있는 금액을 다 안 쓰면 나중에 따로 환전받을 수 있는 겁니까?”
박대리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강신에게 물어봤다.
강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도 웬만하면 다 쓰시는 걸 추천해 드릴게요. 어차피 돈이야 지니즈에서 나눠주는 주식을 나누면 충분하실 테니까요.”
“아…. 맞아, 그랬죠….”
박대리는 오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지금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처럼 보였다.
현장 요원들이 받는 연봉을 생각하면 강신이 건네는 금액은 엄청나게 큰 금액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위험수당과 잦은 출장 수당을 합치면 현장요원들이 받는 돈은 꽤 많았으니까.
하지만 현장 요원 중 목숨이 위험한 일을 하는 이유가 돈인 사람들도 있었다.
집에 빚이 많던가, 위독한 가족을 위해서 큰돈이 필요하다던가.
개인 사정은 각자 달랐지만, 자신의 월급을 쉽게 쓸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박대리 또한, 그런 인원 중 하나였다.
* * *
박대리의 아내가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축복받아야 할 아이가 태어날 때, 그는 그만큼 절망에 빠져야 했다.
아이가 희소병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었다.
원인 모를 희소병, 진단은 물론이고 그 약값 또한 어마어마했다.
슬픈 일이었지만, 깊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아이를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박대리는 자신을 자책하며 하염없이 울던 아내를 보며 나약한 생각을 고쳐먹었다.
박대리는 울고 있던 아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아이가 아픈 건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나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 아내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태어난 아이가 희소병에 걸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값만 달에 수백에서 수천씩 나갔다.
저축해두었던 돈들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여유가 사라지니,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래서일까, 아내와 자주 싸우게 됐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점점 마모되어갔다.
하루하루 피폐해졌다.
결국, 저축은 모두 사라졌고 은행 대출을 한도까지 받았음에도 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사채까지 사용했다.
이자를 낼 수 없으니, 집은 물론이고 회사까지 덩치들이 찾아왔다.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잘리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회사에서 그만두자, 더는 돈이 나올 구석이 없었다.
정신이 피폐해진 아내가 울면서 차라리 다 같이 죽자고 소리칠 정도였다.
그런 아내를 진정시키고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 재운 뒤, 너무나 답답한 현실에 숨이라도 쉬고 싶어 집 밖으로 나왔다.
주머니를 뒤져보자, 천 원짜리 한 장과 백 원짜리 동전 몇 개가 잡혀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시원한 냉장고 안에는 답답한 가슴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초록색 병이 보였다.
계산을 하기 위해 돈을 아르바이트생에게 건넬 때, 어찌나 손이 떨어지지 않던지….
그는 아주 오랜만에 큰맘 먹고 술을 구매했다.
고작 소주를 사는데도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게 비참했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근처 공원에서 아무 안주 없이 소주를 마시는 박대리.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마치 자신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서글퍼졌다.
너무나 암담한 현실에 울고 싶었지만, 자신의 등을 바라보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울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요금이 밀려 착신밖에 되지 않는 꼬질꼬질한 휴대전화로 707부대에 있던 후배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을 유독 잘 따르던 아들 군번 녀석이었다.
전역하고 결혼식까지 찾아와 축하해줄 정도로 착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픈 이후로 삶의 여유가 없어 연락하지 못했다.
그놈의 자존심이 무엇일까.
원래라면 약한 소리를 하게 될까 봐 전화를 받지 않았겠지만, 오랜만에 마신 술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미 알음알음 박대리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박대리에게 고작 우리 사이가 이 정도냐며 화를 냈다.
그리고 한번 찾아오겠다며 박대리가 괜찮은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다.
박대리는 이런 비참한 모습을 옛 동료에게 보여주기 싫어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박대리가 알려주지 않아도 찾아갈 거라고 말했고 결국, 박대리는 후배와 약속을 잡았다.
회사는 이미 그만둔 상태였으니,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
갑자기 잡힌 약속임에도 후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 일찍 집으로 찾아왔다.
아이 용품과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박대리와 아내를 위한 물건들을 양손 가득히 들고서.
그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런 후배의 마음이 그저 알량한 동정심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을 걱정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날 며칠을 먹고도 남을 양의 음식 재료들을 사다 준 후배는 박대리에게 3억이라는 금액이 적혀 있는 통장을 건넸다.
후배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박대리에게 전혀 아깝지 않다는 듯이 통장을 주었다.
후배가 건넨 돈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처한 자신의 상황이 너무 절박했기에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박대리는 후배의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워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박대리가 진정되었을 때, 후배는 회사를 그만둔 박대리에게 많이 위험하지만 그만큼 보수가 좋다며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오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다.
그곳은 바로 성신이었다.
이미 후배는 성신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고, 박대리를 추천해 입사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그가 U.M.A를 처음 봤을 때,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너무나 끔찍한 괴물의 모습에 두렵고 두려웠지만, 박대리는 가족들을 위해 참고 또 참았다.
다행히 성신은 그런 박대리를 높게 평가했다.
연봉도 전 직장에 비하면 몇 배나 높았으며 위험수당이나 출장비 또한 넉넉하게 챙겨주었다.
그리고 성신과 연계된 병원에서 아이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병원비가 무료인 건 아니었지만 이제까지 냈던 병원비에 비하면 반값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아직 박대리에게는 빚이 많았고, 현재는 아이의 치료비를 내며 빚들을 청산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지니즈의 주식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도 같았다.
* * *
‘그래, 주식만 받으면 평생 아이 치료비는 걱정할 필요 없을 거야.’
그러니, 강신이 주는 카드는 그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여겨도 괜찮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박대리님, 뒤에서 다른 분들이 기다리고 계셔서요.”
너무 생각이 길었는지, 뒤에서 줄을 서고 있던 요원들이 박대리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왔다.
“이런, 죄송합니다.”
박대리는 다급히 자리를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런 박대리 곁에 한 요원이 다가갔다.
“선배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박대리를 성신에 입사할 수 있게 도와줬던 그 후배였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눈물샘이 느슨해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은 박대리는 후배에게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고맙긴요…. 선배가 부대에서 절 챙겨준 게 얼만데요. 그보다 이번 휴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따로 할 일 없으면 저랑 돌아다니실래요?”
선배와 함께 돌아다니기 부담스러울 텐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돌아다니자고 말하는 후배의 제안이 너무나 고마웠다.
“좋지!”
박대리는 이번 휴가 때, 강신에게 받은 카드로 후배에게 보답할 생각으로 벌써 가슴이 설렜다.
현장 요원들은 휴가를 공평하게 출발하기 위해 마지막 사람이 카드를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현장 요원들이 모두 강신에게 카드를 건네받았다.
척준신은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아…. 사실 나는 이렇게 거창하게 상여금을 주고 휴가를 보낼 마음이 없었는데 말이지.”
척준신이 이번 휴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하자, 주변에서 야유가 날아왔다.
그런 야유 속에서 척준신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알았다. 현장 책임자인 강책임이 계획한 것이고 사전에 나에게 미리 언질을 줬으니, 약속은 약속이지.”
그러자, 야유가 곧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휴가 기간은 모두 숙지했겠지. 혹여나 휴가 중 사고를 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그리고 사용한 장비는 놀이 공원 입구에서 대기 중인 지원 요원들에게 꼭 반납할 수 있도록!”
“네!”
“좋아, 그럼 다들 좋은 휴가 되기를 바라지.”
척준신이 먼저 말을 끝내자, 요원들이 기대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러자 강신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말을 길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 다들 충분히 즐기다 나중에 뵙시다.”
강신의 짧은 말이 끝나자, 현장 요원들의 표정이 급 밝아졌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모두 입구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현장 요원들을 바라보는 애너하임 지부 지원 요원들은 그들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자, 저희도 이만 가죠. 척부장님은 오늘 고생하셨으니, 강책임은 제가 챙기죠.”
이순자가 아직 탈진 상태인 강신을 들어 옆구리에 끼고는 말했다.
“좋지, 그보다 이번 휴가는 함께 다닐 텐가?”
척준신이 강신을 보며 말하자, 강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쁘지 않죠. 안 그래도 애너하임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예약해 뒀습니다.”
강신은 이미 현장에서 고생한 울프 팀과 이순자에게 밥 한 끼 대접할 생각이었다.
“앗, 저는 2일 차는 잠시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상관없네.”
잇츠어스몰어스는 애너하임 지니즈 랜드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놀이 기구였다.
놀이공원 입구까지 걸어가려면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했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소소하게 잡담을 나누며 입구로 향했다.
그들은 더 빨리 나가기 위해 판타지 파크 방향으로 이동했다.
작전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아니면 더는 위협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찌 됐든 성신 소속의 모든 요원들은 작전이 모두 끝난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모르고 방심했다.
띵띠리링~!
강신과 일행들이 판타지 파크 중간쯤 걸어가는데, 회전목마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