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26
325화
“저게 왜 움직이지?”
김대리는 갑자기 작동하는 회전목마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잇츠어스몰어스에서 작전을 시작했을 때, 지니즈 랜드의 모든 놀이 기구는 작동을 중지시켜놓은 상태였다.
다음날 오전부터 지원 요원과 지니즈 랜드의 직원들이 함께 놀이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과 함께 보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계획과 달리 놀이 기구가 작동되고 있었으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벌써 점검을 시작한 건가?”
“아니요,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 이릅니다.”
작전은 모두 종료되었지만 갑작스러운 이변에 신경이 쓰였다.
“잠시 확인하고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순자에게 들려 있는 강신이 말하자, 괜히 찜찜함을 남기고 휴가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다른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전목마 주위에는 사람들이 쉽게 난입할 수 없도록 1차로 쇠사슬로 바리케이드가 있었다.
그리고 2차로는 성인 남자의 골반 높이 크기의 관상용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나는 주변을 한번 훑고 오지.”
“그럼 저는 컨트롤러 룸을 확인하겠습니다.”
척준신이 회전목마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이동했고, 김대리는 놀이 기구가 작동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순자와 강신은 회전목마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먼저 돌아온 건 김대리였다.
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강신이 그의 표정을 보고 묻자,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전목마가 움직이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엥?”
이순자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오자, 김대리가 추가로 자신이 본 것을 설명했다.
“분명 전원이 꺼져있었습니다.”
김대리의 말에 이순자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고,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스프라이트가 남아 있었나 보네요.”
이순자는 강신이 휘말리지 않도록 회전목마에서 조금 떨어진 안전한 곳에 앉혔다.
“김대리,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 남은 거 있나요?”
“네. 여기….”
김대리는 크로스 백에서 예비용으로 들고 다녔던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를 건넸다.
“김대리는 여기서 강책임과 함께 있으세요. 저는 척부장님이 오시면 함께 회전목마를 확인해 봐야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회전목마 주변을 살핀 척준신이 돌아왔다.
“주변에 딱히 이상한 건 없었네. 그보다 표정들을 보니, 그쪽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상황을 척준신에게 알려주었다.
“제대로 확인해야겠군. 이부장.”
“네, 가요, 저도 빨리 끝내고 쉬고 싶네요.”
척준신과 이순자가 회전목마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앉아 있던 강신이 그 둘을 멈춰 세웠다.
“부장님들, 잠시만요.”
“음?”
“갑자기 왜요?”
갑자기 자신들을 말리는 강신을 보고 의문을 표했다.
“뭔가 이상해서요.”
“이상하다구요?”
“제가 말했던 스프라이트 특징 기억나십니까?”
척준신과 이순자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옆에 있던 김대리가 이내,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회전목마는 외부에 있잖아요.”
“그렇군.”
“스프라이트는 가볍다고 했죠….”
스프라이트는 약한 바람에도 영향을 받았고, 실제로 작전 중에 대형 선풍기로 스프라이트의 움직임을 구속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그런 스프라이트가 주변이 다 뚫려 있는 회전목마에 나타난 건 뭔가 이상했다.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하네요.”
“이레귤러일 가능성은?”
강신이 가진 정보가 많은 일치율을 보였지만, 개중에는 이레귤러라 불리며 특징이 조금 다른 U.M.A들도 존재했다.
흔히 돌연변이라고 불리는 개체였다.
“평소라면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나타난 타이밍도 그렇고 방금 저희가 상대했던 U.M.A를 생각한다면 다른 개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으음…. 이거 귀찮아졌군.”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자, 척준신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냈다.
“어쨌든 확인은 해야죠?”
강신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야죠.”
“그럼 척부장님과 다녀올게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강신은 척준신과 이순자를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둘은 피식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절레절레 흔들곤 회전목마 입구로 걸어갔다.
* * *
척준신과 이순자가 회전목마로 이동하고 시간이 조금 흘렀다.
가끔 강신의 눈에 척준신과 이순자가 탐색을 진행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척준신과 이순자가 돌아왔다.
“특이한 것이라도 발견하셨습니까?”
김대리가 그들에게 묻자, 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상해,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특이한 건 그냥 놀이 기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뿐이지, 다른 것은 없었어요.”
전혀 이상한 게 없었다는 그들의 말을 들은 김대리가 머리를 갸웃댔다.
하지만 그와 달리 강신은 심각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 분 괜찮으신 거 맞습니까?”
“네? 뭐가요?”
이순자는 갑자기 괜찮냐고 물어보는 강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옆에 있던 김대리도 이내, 뭔가를 눈치채고 얼굴을 굳혔다.
“어…. 두 분 왜 그렇게 땀을? 그러고 보니 안색도 조금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땀?”
이순자가 옷 소매로 이마를 훔치자, 물기가 묻어나왔다.
“어…. 왜 땀을 흘렸지?”
소매를 확인한 이순자는 큰 눈을 껌뻑였다.
매우 급하게 움직였으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그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며 천천히 꼼꼼하게 움직였다.
따라서 땀을 흘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피곤하군.”
강철에 가까운 체력을 가진 척준신이 흐르는 땀을 보고, 갑자기 피로를 호소했다.
이순자가 살짝 비틀거리자, 김대리가 깜짝 놀랐다.
“어, 어…. 이부장님?”
깜짝 놀라 다가오는 김대리를 보고 이순자가 손을 들어 보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김대리, 오버하지 마세요. 그냥, 조금 힘들어서 그런 거니까.”
안색이 좋지 않은 척준신과 이순자를 보고 강신은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둘의 상태를 살펴봤다.
‘두 분이 저렇게까지 지친 모습을 본 적은 드물어.’
그동안 U.M.A가 있는 수많은 현장을 함께 돌아다녔지만, 저들이 지친 모습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둘은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그만큼 체력이 좋았으며 현장에서 체력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그런 그들이 자신이 지친 지도 모른 상태로 탐색했다는 건 그들의 문제가 아니었다.
“체력을 빼앗겼다?”
놀이 기구를 탐색하는 동안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은밀하게 체력을 빼앗긴 것이다.
“그렇군, 그럴 확률이 높겠어.”
척준신도 강신의 말에 동의했다.
강신이 놀이 기구를 다시 한번 바라보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그리고 이내, 머릿속에서 TV가 지직거리는 것처럼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은 눈앞에 있는 회전목마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
강신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참으며 언제 봤던 장면인지 떠올리려고 애썼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장면과 현실의 회전목마가 겹쳐지자, 희미하게 놀이 기구에 탑승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회전목마가 즐겁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본 강신은 이 장면을 어디서 봤는지 떠올렸다.
‘언젠가 꿨던 꿈이야.
잇츠어스몰어스는 따로 기록해두어서 정리했지만, 이 꿈을 꾸었을 때는 경황이 없어 따로 기록하지 못했다.
‘왜, 여태 이걸 잊고 있었지?’
잇츠어스몰어스처럼 주어진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그때 강신이 가볍게 넘긴 탓이 컸다.
‘그래서 이다음은 어떻게 되었지?’
강신은 그날 꾸었던 꿈을 다시 떠올렸다.
사람들은 분명 회전목마 위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한 바퀴, 두 바퀴 돌 때마다 그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점점 고통스러워했으니까.
후에는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놀이 기구에서 내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잇츠어스몰어스의 4인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목마에서 내리지 못했다.
그렇게 돌고 돌던 회전목마에서 어느 순간 사람들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회전목마가 천천히 멈췄다.
그리고 잇츠어스몰어스가 등장한 꿈에 나타났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소녀가 보였다.
그 소녀는 회전목마 중앙 기둥의 작은 돌을 가리켰다.
‘저 돌이 이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물건이야.’
강신이 자신이 떠올린 걸 일행들에게 막말하려고 하는 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의 기척을 느낀 척준신이 곧장 대응했다.
“큭! 침입자! 강책임부터 보호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수의 인기척을 느낀 척준신이 움직이지 못하는 강신을 먼저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자, 이순자는 빠르게 통신 장비로 현재 상황을 다른 요원들에게 알렸다.
“판타지 파크에 침입자 다수 출현! 지원 요청 바란다!”
이순자는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보고 있던 모든 것을 브리핑했다.
“침입자는 와플에서 사용하던 인식저해 장비인 ‘투명 망토’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의 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며 무기도 불명이다.”
태양광으로 환한 놀이 공원이었지만, 적외선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강신도 프로네시스의 갑작스러운 오류로 만능 렌즈의 모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웨어러블 장치를 직접 조작해야 했다.
이제 별일이 없을 거로 생각한 강신은 만능렌즈를 사용하지 않았고,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프로네시스가 있었다면 알아서 확인해줬을 텐데….’
뒤늦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회전목마가 신경 쓰이지만, 당장은 눈앞에 나타난 적들의 움직임에 대비해야 했다.
불청객들이 조금씩 가까워지자 척준신이 검을 뽑아 들었고, 이순자가 건틀릿을 장착한 주먹을 강하게 말아쥐었다.
“젠장, 와플!”
이순자가 말했던 대로라면 불청객들은 와플이 분명했다.
저런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지난번 위치 일로 복수하려는 건가?”
김대리가 강신과 함께 보호받으며 중얼거렸다.
와플과 성신의 마찰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
위치 사건으로 인해 와플이 어마어마한 손실을 봤으니까.
하지만 그게 지금 일어날 일은 아니었다.
‘너무 일러. 경고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국제 사회에서 크게 경고를 받았던 터라, 와플은 지금 자숙하고 있어야 했다.
만약 보복을 하려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하는 게 정상이었다.
이곳에는 성신뿐만 아니라 지니즈 직원들도 있었다.
그들이 현재 상황을 증언하면 더는 경고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 때문에 한동안은 와플이 조용할 거라 생각했고, 이들이 이렇게 습격해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