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4
33화
“쿨럭쿨럭…. 이놈들!”
폭발 소리와 화염을 보고 당황한 것은 신단수뿐만이 아니었다.
강신 일행 또한, 크게 동요했다.
폭음을 듣고 의자에서 넘어진 김 대리와 의자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피는 척준신까지…….
하지만 노인은 강신 일행이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적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섭게 강신을 노려보았다.
“쿨럭, 이게 무슨 짓이냐! 기껏 손님으로 초대했건만. 이렇게 무례한 녀석들일 줄이야…….”
당황한 것은 강신도 마찬가지였다.
노인의 말에 답하기 전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척 부장님!”
강신이 다급하게 부르자, 척준신은 강하게 부정했다.
“우리 회사는 아닐세!”
“정말입니까?”
“현장 지휘권이 자네에게 넘어간 이후부터는 이번 현장에서 이런 일을 꾸밀 사람은 존재하지 않네!”
강신과 척준신의 대화를 들은 신단수는 입가에 흐르는 액체를 소매로 닦고는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흥! 숨어든 불청객을 잡아 보면 사실을 알게 되겠지!”
화가 난 노인이 그 말을 끝으로 강신과 말을 섞기도 싫다는 표정으로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불이 붙은 나무들 위로 먹구름이 생기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쏴아아!!
시원한 빗소리가 들리며 갑작스럽게 숲을 덮쳤던 화마가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단지 화재를 진압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노인이 다시 한번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젓자.
쿠구구.
일행들이 서 있는 지면이 꿀렁이며 요동쳤고, 화재가 났었던 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거대한 나무뿌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콰아아앙!
뿌리가 솟구치는 과정에서 화마를 피하지 못해 불타 버린 나무들이 쓰러졌고, 그 지면이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뒤집혔다.
그런 어마 무시한 광경을 본 김 대리는 겁에 잔뜩 질렸고, 어떤 일이 있어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척준신마저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솟구친 뿌리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움직이며, 폭발을 일으켰던 불청객들을 구속했다.
“크아악!”
“피해!”
멀리 있음에도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뿌리들을 맞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소리가 강신의 일행이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소란은 화마가 제압된 것처럼 순식간에 끝이 났다.
“잡았구나.”
드드드…….
침입자들을 뿌리로 모두 잡았는지, 노인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곧 거대한 뿌리가 강신 일행이 있는 곳까지 지면을 헤집으며 다가왔다.
거대한 뿌리 끝의 잔뿌리에는 열두 명의 사람이 구속되어 있었다.
몸이 축 늘어진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강신 일행과 전혀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검은색 헬멧과 고글은 그들의 얼굴을 완전히 가려 주고 있었고, 외국 특수부대 사람들이 총격전이 일어났을 때, 입을 법한 검은색의 튼튼한 방탄 방호복으로 온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단수의 공격을 받아 그 튼튼해 보이는 방탄복들이 이곳저곳 찌그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기형적으로 손과 발이 뒤틀려 덜렁이는 모습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강신은 구속되어 끌려온 사람들을 보고, 성신 그룹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정말로 이들과 전혀 관계가 없나?”
“네, 저희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노인의 질문에 강신 일행이 모두 고개를 저으며 일행이 아니라고 했지만, 노인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았다.
그는 곧 기절한 불청객들을 과격하게 깨웠다.
불청객들을 구속하고 있는 뿌리들이 천천히 몸을 조여 가기 시작했다.
꾸드드득….
우드득. 우득.
뿌리가 말려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의 몸에서는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고통을 참지 못한 불청객들은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으아악!!”
불청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노인은 정신을 차린 불청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어났구나. 건방진 녀석들아,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길래.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이리 무례한 짓을 하는 것이냐.”
하지만 불청객들은 질문을 들었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음성만 흘릴 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불청객들이 고까웠는지, 노인이 인상을 쓰자 그들을 구속하고 있는 뿌리들이 더 강한 힘으로 조여졌다.
“끄악!”
“끄으으.”
내부가 상한 사람도 있는 것인지, 피를 토하는 사람도 나올 정도로 고통을 주었지만, 그들의 입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것은 노인이었다.
노인은 뿌리를 조종해 불청객들을 모두 바닥으로 던져 버리고, 도주할 수 없도록 다른 뿌리들을 이용해 그들을 가두는 감옥 같은 새장을 만들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새장은 사람이 통과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강신은 불청객들을 구속하던 뿌리가 없어지자, 그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에 새겨진 로고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저 로고들, 어디서 봤더라…….’
평범한 기업을 상징하는 문양은 아니었다.
문어를 연상시키는 머리와 촉수들을 표현한 문양.
척준신은 저 문양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 급속도로 표정이 굳어졌다.
“저 문양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강신이 묻자, 척준신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척준신도 현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집단이었기 때문이었다.
“크툴루를 따르는 광신도들이 쓰는 문양이네.”
크툴루. 크훌흐루.
사람이 낼 수 없는 발음이라 부르는 명칭은 조금씩 달랐지만, 러브크래프트라는 유명한 작가의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신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제야 강신은 그들의 옷에 새겨진 로고가 크툴루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 집단이군요.”
그리고 떠오른 한 집단.
자신이 각색하고 지어냈지만, 마주치기 꺼려졌던 미친 사람들이 모인 집단.
애초에 크툴루 신화로 불리는 이야기들은 인간에게 지독하게도 가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크툴루 세계관의 소설들은 인간들이 어떻게든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났다.
미지에 대한 공포가 절묘하게 묘사되어 사람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며 허무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요즘 크툴루는 게임, 소설, 만화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로 많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창작자 중에는 강신 또한 포함이 되어 있었다.
다만, 강신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뿐만 아니라 그와 비슷한 혹독한 세계관을 가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곳에 엮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강신이 적어 내린 비밀 종교 집단이었다.
비밀 종교 집단은 크툴루뿐만 아니라 여러 고대 신과 만신전의 신들을 믿는 신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같은 비밀 종교 집단 소속이었지만, 외부 활동을 할 때는 각자가 믿는 신들을 나타내는 로고를 달고 활동했다.
눈앞에 있는 불청객들은 척준신의 말대로 크툴루를 믿는 광신도들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이 믿는 신들을 현세로 불러내는 것이었고, 그를 위해서라면 납치, 살인, 테러 등 어떤 짓이라도 벌이는 미치광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치명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들이 믿는 크툴루라는 고대의 신은 소설 속에서만 있는 공상의 존재라는 것이지.’
즉, 그들이 세상에 불러오고자 하는 신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부정하며 공상의 존재가 실존한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정말 미친놈들의 집단이었다.
그런 이들이 어째서 이곳에 왔을까, 강신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보다 목적이 무엇인지……. 그게 더 중요해.’
강신은 이들이 어째서 무리하게 신단수의 영역을 침범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신단수의 열매가 목적인가…….’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신단수의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 사람의 머리 크기만 한 열매.
‘저들이 믿는 신을 현세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생명력이 가득한 물건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니…….’
신단수의 열매는 용맥의 힘이 그대로 담겨 있는 진귀한 보물이었으니, 그들이 열매를 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신은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저들은 맹목적이고 미친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야. 어째서 이런 무모한 작전을 한 거지?’
신단수의 열매를 노리기 위해 신단수와 관련된 정보를 알아냈다.
그렇다면 신단수의 구역을 침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강신은 자신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이 종교 단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치밀한 계획을 짜는 미친놈들.
‘그런 놈들이 몰래 들어와도 걸릴 게 뻔한데, 폭발을 일으키고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강신의 생각이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했다.
“이건 함정입니다!”
강신의 외침이 신단수에게 전해지자, 나무로 된 새장 속에 갇힌 사람 중 한 명이 표정을 바꾸고 혀를 차며 자신의 신을 찬양했다.
“쯧. 우리의 신을 위해서.”
그가 그렇게 선창하자, 나머지 사람들이 그 말을 맞추어 후창했다.
“위해서!”
그러고는 그들의 이빨 속에 숨겨 두었던 몸속의 폭탄을 터트릴 수 있는 스위치를 일제히 깨물었다.
그러자, 새장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몸이 동시다발적으로 붉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수상한 것을 눈치챈, 신단수가 급하게 새장을 격리하기 위해서 남은 뿌리로 칭칭 감았지만 폭발을 막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다.
콰과과과광!!
폭발 소리와 화염과 함께 뿌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며 강신 일행들을 덮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은 신단수와 강신 일행에게 대비할 시간을 주지도 않았고, 결국 일행들은 각자 폭발의 여파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강신은 튕겨 나가 몇 바퀴나 땅을 굴렀다. 커다란 폭발음 때문에 귀에서는 삐이이 하는 이명이 들려 주변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폭발의 충격이 그들의 몸을 덮친 순간, 강신 일행이 입고 있는 장비에서 특별한 장치들이 작동했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인지, 몇 바퀴나 땅을 굴렀음에도 강신은 크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특히 강신의 장비는 권영식이 직접 제작한 수제 장비.
다른 장비들과는 차단력 자체가 달랐다.
파지직…. 파직.
몸의 취약한 부분을 덮고 있는 얇은 비닐 같은 막 외부에는 고장 난 전자 제품처럼 스파크가 쉴 새 없이 튀었다.
“크…….”
육체에는 전혀 대미지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향해 치솟았던 화염과 큰 폭발음은 강신에게 정신적으로 대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미 요원 교육을 받았던 강신은 생각보다 빠르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꾸욱.
‘진정해. 어디도 다치지 않았어. 그냥 조금 놀란 것뿐이야.’
자기에게 최면을 거는 것처럼 떨리는 손을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 머리와 손을 감싸고 있는 비닐 막을 손으로 잡아 뜯었다.
일정 이상의 충격이 착용자에게 가해지면 충격을 흡수하고 착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튀어나오는 장비였다.
촤악!
무슨 재질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폭발의 여파를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 주었다.
강신이 비닐을 가볍게 당기자, 그 비닐이 투두둑 하고 쉽게 떨어져 나갔다.
강신은 폭발 때문에 일어난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고민했다.
생각할 것들이 많았다.
일행들이야 당연히 걱정이었고, 무엇보다 아무런 보호를 받지 않은 설야와 신단수의 가족 또한 크게 걱정됐다.
‘설야는 괜찮을까? 그리고 만약 내가 열매를 노린다면 지금 이 순간을 노리지 않을까?’
일을 치르기에는 지금 같은 혼란한 상황이 제격이었으니까.
하지만 강신이 모르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강신 때문에 광신도들이 목숨을 걸고 터트린 폭탄이 원래 계획과 다르게 터졌다는 것이었다.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자 강신은 복잡한 생각을 털어 내며, 자신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강신은 거대한 신단수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고 이내, 자신이 원래 있던 곳에서 꽤 멀리 날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근처에 있던 탁자는 폭발을 이겨 내지 못했는지, 탁자가 있던 자리는 텅 빈 공터가 되어 있었다.
강신이 모습을 드러내자, 폭발과 함께 하늘로 피신했던 설야가 강신의 머리로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가장 걱정했던 설야가 무사한 모습을 본 강신은 다른 이들을 찾았다.
강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김 대리가 있었다.
그는 강신보다 더 멀리 날아간 상태였다.
강신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흉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리고 멀리서 신단수의 모습도 보였다.
노인은 폭발로부터 서낭과 당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둘을 감싸고 있었다.
작은 두 그루의 나무 또한 신단수의 뿌리로 보이는 것들이 보호하고 있었다.
하얗던 노인의 한복은 불에 살짝 그슬려 있었고, 보호를 받은 아이들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척준신의 모습을 본 강신은 깜짝 놀랐다.
‘……사람인가?’
충격의 여파로 잠시 몸을 가누지 못했던 자신과는 다르게 척준신은 처음 폭발했던 지점 근처에 우직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