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5
34화
굳건한 척준신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강신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신단수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이게 끝일 리가 없어요. 다른 계획이 있을 겁니다.”
방금 일어난 폭발로 인해 강신이 저들과 같은 일행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싸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히잉…….”
아이들은 난생처음 보는 폭발에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노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여기는 조금 위험하니, 저기 할아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으련.”
아이들은 울먹거리다가 노인을 꼬옥 안아 주고, 노인의 말대로 신단수의 본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이 신단수의 본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 노인이 강신을 돌아봤다.
“그러니까 쥐새끼 같은 놈들이 더 있다는 말이지?”
노인은 아이들까지 공격당하자, 정말로 화가 났는지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척준신도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비닐을 거칠게 찢으며 혹시나 잔당이 나타날까 봐,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인이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지면이 흔들리면서 수많은 거대한 뿌리들이 땅에서 튀어나왔다.
나무를 중심으로 뿌리들이 서로 엮여 높은 성벽을 만들었다.
두꺼워 보이는 뿌리 성벽은 내부에 있는 일행들을 보호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미안하지만 이번 일이 끝나고 나중에 다시 초대해 줄 터이니. 너희들은 이만 이곳에서 나가 주어야겠구나.”
신단수는 이번 습격과 관련이 없는 강신 일행을 구역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다.
습격에서 보호해야 하는 인원들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고, 아직 잘 모르는 강신 일행들을 이곳에 두어 변수를 만들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단수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불청객들이 눈길을 끌기 위해 폭탄을 터트렸을 때, 입 밖으로 흘렸던 피와 비슷한 붉은 액체.
그것을 토했던 원인을 잊고 있었다.
“쿨럭……. 쿨럭? 크으…….”
노인은 다시 갑작스러운 기침과 함께 붉은 액체를 토해 냈고,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렸다.
신단수의 표정이 꽤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 상태였다.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던 척준신이 노인이 비틀거리자, 빠르게 이동해서 노인이 쓰러지지 않도록 부축하며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끄으으……. 이게 무슨…….”
노인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점점 고통스러워하는 노인의 표정과 함께 갑자기 뿌리로 만들어진 성벽의 일부분이 검게 썩어 들어갔다.
쩌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썩은 부분에 실금이 가더니.
쿠구궁.
뿌리 성벽은 삭아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그에 맞추어 노인의 기침 소리가 커졌다.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중간에 껴 있는 척준신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강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강신의 표정을 보고 척준신은 얼굴을 굳혔다.
방금까지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고 있었던 강신이 굉장히 분노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미친놈들이……. 용맥을 건드렸어?”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강신의 중얼거림.
고통에 몸부림치는 신단수는 듣지 못한 것 같았지만,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던 척준신의 귀에는 분명히 들렸다.
‘용맥?’
강신이 말한 용맥이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했지만, 지금은 물어볼 상황이 되지 않았다.
“강 선임 어떻게 하겠나?”
“척 부장님에게 죄송하지만, 위험부담이 있어도 이곳에 남아야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신단수의 제의처럼 후퇴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이곳에 남기로 결정했고, 척준신은 현장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알겠네.”
강신은 현재 상황을 다시 한번 되짚어 생각했다.
‘신단수의 구역으로 들어오는 것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해.’
강신 일행은 초대되어서 신단수의 구역으로 들어왔지만, 초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곳을 들어오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중 한 가지가 신단수가 흡수하는 용맥의 기운을 오염시키는 것이었다.
신단수가 붉은 액체를 토하게 만들고, 뿌리가 검게 썩는 증상이 나타난 이유이기도 했다.
용맥을 오염시키는 건 마을을 점거하기 위해 우물에 독을 푸는 일처럼 악독한 짓이었다.
심지어 이 방법은 그냥 독을 푸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는데…….
‘신단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천천히 오염시켜야 한다. 조금이라도 눈치를 채게 되면 오염된 용맥을 다시 정화할 테니까.’
미친 광신도들은 신단수를 오염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집요하게 용맥을 오염시켜 왔다는 말이었다.
그 때문에 용맥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동물, 식물들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 신단수뿐만 아니라 무관한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광신도들.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집요하고 악독한 놈들이야.’
이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제 조건이 붙는다.
첫 번째가 신단수가 흡수하는 용맥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용맥을 천천히 오염시킬 수 있는 부정한 물건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신도들의 목표인 열매를 맺는 주기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다.
신단수가 오염이 되어 버리면 그 이후로 구역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염된 용맥의 기운을 흡수하는 뿌리가 있는 지점은 구역의 경계가 약해진다.
그저 신단수의 뿌리를 따라 들어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강신의 표정이 심하게 굳어지자, 노인이 입을 열었다.
“흐흐, 살면서 인간에게 동정이라는 것을 받아 보는구나.”
자조적으로 말을 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그 말을 부정했다.
“동정이 아니에요.”
“그럼 어째서 나를 도와주는 거지?”
“저들이 용맥을 건드렸다면 그것은 신단수님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신단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걸 어떻게…….”
신단수는 강신이 도대체 어떤 인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을 보고 원인을 완벽히 유추해 냈다.
신단수가 막 강신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하던 차에, 어디선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대사제님이 정말 계획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세운단 말이지.”
“하루 이틀 일인가, 대사제님은 대단하신 분이지.”
“오늘 일 끝나고 가볍게 한잔할까?”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진 뿌리 성벽으로 폭탄을 터트렸던 인원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스무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신단수가 잡았던 인원들과 다르게 각자 편한 방법으로 소총과 무기를 들고 있었다.
가장 앞에 나와 있는 사람이 신단수 구역으로 강신 일행이 들어온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말을 했다.
“어, 뭐야? 아까 그 폭발 속에서 어떻게 멀쩡한 거지?”
“움직이지 마라!”
그들은 강신 일행에게 총구를 겨눴다. 척준신은 화가 났는지, 이를 갈았다.
“조금 전 폭발은 신단수뿐만 아니라 우리도 함께 노린 것이었군.”
강신은 척준신의 분노를 이해했다.
강신 일행이 무사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회사의 보호 장비 때문이었으니까.
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여긴 강신 일행이 그 폭발에 휘말릴 것을 알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 폭발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광신도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의 목숨 따위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멍청한 놈들……. 기껏 순교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이런 간단한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단 말이야?”
광신도 중 한 명이 자폭을 감행했던 사람들을 가차 없이 매도하는 말을 던졌다.
“아아…. 귀찮게 손을 써야 하잖아. 시간이 지체되면 대사제님이 또 난리 치실 거 같은데.”
“아…. 무능한 것들이랑 이단자들 때문에 죄악의 방으로 가는 건 싫다.”
“잡담은 그만하고 저것들 어떻게 처리할 건지 의견 좀 내봐.”
이상한 행동을 하면 바로 발포할 생각인지 그들은 총구를 강신 일행에게 고정을 해 놓고, 자기들끼리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 갔다.
“그냥 쏘면 안 돼?”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이 미친놈 또 정신병 도졌네.”
“아! 나 좋은 생각이 있어.”
“뭔데?”
“그러니까…….”
광신도들이 강신 일행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사이, 강신과 척준신도 통신 장비를 통해 조용히 어떻게 대응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가겠습니다. 척 부장님은 이곳에서 부상한 척하면서 제가 놓친 사람들을 처리해 주세요.”
“확실히, 자네가 가진 힘이라면 방어보다는 공격이 낫겠군.”
척준신이 강신의 의견에 동의하고, 그 자리에서 신단수의 몸을 부축하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고.”
“좋아.”
광신도들도 때마침 서로 의견 나누는 것이 끝났는지, 갑자기 강신 일행을 불렀다.
“어이! 거기 너희들 운이 좋아서 폭발에서 살아남은 것 같은데, 우리도 사람을 죽이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거든? 그러니 그냥 보내 줄 테니까, 이쪽으로 와라.”
그들의 행동은 누가 봐도 재밌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 같았다.
‘거짓말.’
강신은 그들이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같은 신을 믿는 교인들이 죽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사람들이 저런 소리를 하니 당연히 믿을 수 없었다.
강신은 작은 소리로 설야를 불렀다.
“설야.”
설야는 강신이 무엇을 부탁하는지 알아채고는 바로 날개 가루를 뿌렸다. 강신은 지체 없이 그 가루를 흡입했다.
“흐읍, 후우…….”
겨울 나비 가루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좋은 말로 할 때 이쪽으로 와라.”
강신과 척준신이 움직이지 않자, 광신도들의 말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강신은 시간을 벌기 위해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그들에게 말했다.
“해, 해치지 마세요. 아까 폭발 때문에 환자가 생겼어요.”
강신이 최대한 겁에 질린 듯이 행동했다.
“아아……. 그 폭발에서 운이 나쁜 쪽도 있었구먼. 아니지, 그 녀석들이 운이 좋은 건가?”
“뭐, 상관없잖아. 거기 너 우선 너라도 이쪽으로 와라! 이상한 행동을 하면 바로 쏠 거니까. 허튼짓할 생각 하지 말고.”
광신도들이 총으로 강신을 위협했고, 강신은 연기를 이어 갔다.
“으으…. 쏘지 마세요. 갈게요. 그러니까 쏘지 마세요.”
“그래, 안 쏠 테니까. 그대로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와.”
“네, 네….”
강신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그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광신도들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몸을 살짝 떨었다.
강신의 연기에 끔뻑 속아 넘어간 광신도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잠깐 뭐, 좀 확인하고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마.”
“네, 네.”
강신이 그들과 가까워지자, 광신도 중 한 명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큭큭큭, 그걸 믿다니 정말 멍청하구나. 뭐, 그 덕분에 나는 재미 좀 보겠네.”
강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광신도가 단검을 역수로 쥐고, 그대로 강신의 가슴팍을 향해 내려찍었다.
“……?”
강신을 찌른 광신도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날카롭게 갈아 둔 단검이 강신이 입고 있는 옷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를 흘리고 처절하게 비명을 질러 자신을 즐겁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강신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비명 대신 강신의 입가에서 뿌연 입김이 흘러나왔다.
“뭐, 뭐지?”
자신의 단검이 들어가지 않자, 광신도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강신과 조금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후우…….”
강신이 호흡하자, 다시 한번 길게 뿌연 입김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강신의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제야 비로소 강신을 찔렀던 광신도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너 뭐야!”
광신도가 다급히 다시 한번 단검을 강신에게 휘둘렀지만…….
텁.
그의 손목이 강신의 손에 너무 쉽게 잡혀 버렸다.
“이익….”
광신도는 잡힌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으아악!!”
강신이 강하게 힘을 주자, 손을 잡힌 광신도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그가 들고 있는 단검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강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잡고 있던 손을 당겨 광신도가 중심을 잃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말아 쥔 오른손을 가슴으로 내질렀다.
쾅!
“크아악!”
쿠당탕.
강신에게 맞은 광신도가 20m가량 날아갔고, 쓰러진 광신도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몸만 꿈틀댔다.
심지어 그가 입고 있는 보호구에는 선명한 주먹 자국이 생겼다.
방금까지 여유로워 보였던 광신도들은 갑자기 날아간 자신의 동료를 바라보다가, 다시 강신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겁에 질려 있던 사람은 온데간데없었고, 대신 피부가 붉게 변한 한 마리의 사나운 도깨비가 그들을 보며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