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55
354화
강신이 건넨 쪽지에는 의뢰를 받기에 앞서 몇 가지 조건을 추가하기 위한 항목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바로….
-의뢰를 받은 이후 의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단체, 기관들로부터 완전하게 보호해 줄 것.
이것이었다.
세그레드 조라처럼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진 곳에서 용병이 아닌 강신을 원했던 이유는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을 거라는 신뢰 때문이었다.
반대로 용병이 귀중한 물건을 다루지 않는 상황이라면 세그레드 조라에서 용병을 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강신이 세그레드 조라의 의뢰를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때, 세그레드 조라에서는 그 지역에 있는 모든 용병을 고용했다.
그리고 강신을 노리는 집단의 습격에서 강신을 보호하도록 했다.
강신은 세그레드 조라가 고용한 용병을 이용해 자신을 노리는 기관과 단체에 피해를 줄 생각이었다.
항상 그 지역에서도 알아주는 용병들을 고용했고, 다른 지역에서 수상한 인원들이 넘어오는 걸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행동할 일은 없었다.
의뢰를 마쳤을 때 들은 이야기로는 용병들이 습격하기도 전에 적들이 누군가에게 이미 전멸해버렸다고 한다.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
항상 의뢰가 끝나고 나타났던, 그리고 자신을 보호해준 인물.
‘신하린.’
처음 그녀를 봤을 때만 해도 첩보 부서 소속으로 전투력은 대단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강신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그녀는 오빠의 복수를 갚겠다고 생각한 건지, 강신을 노리는 적들을 모조리 분쇄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무력화시킨 적들은 강신을 보호해주기로 했던 용병들이 모두 처리했다.
의뢰품을 전달할 때, 이런 상황에 대한 정보가 담긴 쪽지도 주고받으며 세그레드 조라와 거래를 지속해왔다.
그때부터 강신은 신하린이 부탁하지 않아도 그녀를 팀원으로 넣을 생각이었다.
다만, 자신을 노리는 집단이나 단체가 공격하게 만들기 위해선 혼자일 필요가 있었을 뿐이었다.
트럼프를 찾으러 슬로바키아에 이동했을 때, 자신을 습격하려던 단체가 신하린에게 전멸당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쨌든 예전과 비교하면 습격하는 인원과 단체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강신은 이쯤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때마침 종말에 휩쓸린 이들의 안전도 확인했다.
때문에 지금이 팀을 다시 꾸릴 최적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신하린은 팀원으로 넣을 거지?
“당연하지. 하린이 말고 다른 인원들도 추가로 넣을 거야.”
신하린에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사실 이미 진작에 팀원 구상은 끝난 상태였다.
강신은 신하린이 자신을 꾸짖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어버렸다.
이미 그때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그녀와 했던 대화는 거짓이 아니었다.
자신 때문에 남이 다치는 걸 다시 보기 싫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자신의 고집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어쩔 수 없지.’
효율을 생각한다면 이제 자신의 고집 아닌 고집을 내려놓아야 할 때였다.
“팀원이 될 인원들을 알려줄 테니, 그대로 보고해줄래?”
-맡겨줘.
강신은 자신이 구상했던 팀원들을 하나하나, 프로네시스에게 알려주었다.
그렇다고 강신이 지정한 인원들을 억지로 팀원으로 편성하진 않았다.
직접 그들의 의사를 물어봤고, 모두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프로네시스는 상부에 보고를 시작했다.
상부에서는 강신이 새롭게 팀원을 짜는 것 자체를 반겼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다음날, 강신은 새롭게 만들어진 팀 인원을 불러 모았다.
* * *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아직 강신이 걱정되는 것일까.
카밀라가 염려된다는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네. 이제 멀쩡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강신은 개인 큐브에 준비된 회의용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
인원을 구성할 때, 강신은 크게 고민했다.
지니즈 랜드에서 있었던 사건은 이미 회사에 소문이 돌았다.
때문에 팀원을 모아도 지원할 이들이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아무리 돈과 명예가 좋아도 목숨보다 중요할 수는 없지.’
강신은 이해했다.
성신에서 손꼽을 정도로 강한 척준신이 실종됐다.
그것만으로도 강신과 함께 일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사람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어중이떠중이들은 강신도 사절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사람들을 모아줬던 것과 달리 이번엔 팀원들을 강신이 직접 선별했다.
강신이 팀원들을 선별할 때, 확인한 부분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능력이었다.
이전 팀원들은 스페셜 리스트들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게 될 이들의 능력도 당연히 뛰어나야 했다.
두 번째는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쉽게 확인할 수 있겠지만, 세 번째 조건만큼은 달랐다.
그래서 강신은 처음부터 배신할 수 없는 이들을 뽑았다.
“이번엔 사람이 많군요.”
장웨이가 모인 이들을 보며 강신에게 말했다.
팀 인원이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권영식과 임상무, 카밀라와 장웨이처럼 믿을 수 있는 인원들은 그대로 이번 팀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추가된 인원은….
“강책임, 오랜만이네요.”
평소에는 온화한 모습이었던 예전과 달리 눈에 독기가 가득한 현장 3팀의 팀장 이순자 부장.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의 희생으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송기덕 대리.
“지원 쪽은 맡겨 두게.”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대리의 친척인 지원팀장 김병기 부장.
그리고….
“사람이 많으니까, 북적북적하네요.”
친오빠를 잃은 첩보부서 소속의 신하린까지.
모두 능력은 입증된 이들이었다.
심지어 각자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이들로 그들을 위해서라도 강신을 배신할 수 없었다.
강신은 그들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팀장을 맡게 될 강신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울프 팀이 만들어졌다.
* * *
새롭게 만들어진 울프 팀이 다시 소집된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첫 현장인 만큼은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는 권영식과 임상무도 회의 자리에 참석했다.
“팀을 꾸리고 처음 나가는 현장은 손발을 맞춰 볼 생각으로 가깝고 정보가 확실한 곳으로 정했습니다.”
강신의 말이 끝나자, 프로네시스가 홀로그램으로 지도를 띄웠다.
지도에는 이번에 나가게 될 현장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있었다.
출동하게 될 장소를 본 이순자가 의문을 표했다.
“고속도로?”
“네, 정확히는 자유로라고 불리는 고속화도로입니다.”
“자유로라….”
권영식이 턱을 쓸며 지도를 확인했다.
가양대교 북단에서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까지 연결되는 고속화도로로 임진각에 있는 자유의 다리에서 따온 명칭이었다.
고양시와 파주시의 교통량이 모여드는 장소였다.
자유로는 교통체증이 어마어마해 지옥로라고도 불렸다.
“이곳에 U.M.A가 있는 건가요?”
신하린이 질문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차가 수없이 오가는 도로에 U.M.A라니….”
“모든 구간에 사람이 많은 건 아니죠.”
강신은 자유로에서도 임진각 방면, 성동 IC 이후에서 문산 방면 전까지의 도로를 가리켰다.
“자유로의 이 부분은 교통량이 급감하고 가로등도 많이 없죠.”
강신은 준비한 사진을 일행들이 볼 수 있도록 영상을 재생시켰다.
차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은 밝고 넓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지점을 넘어가자 주변에 있던 차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가로등도 점점 줄어 어두워졌다.
도로가 어두워지자 운전자가 헤드라이트를 상향등으로 바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폭은 그대로였지만 어두운 고속도로는 조금 으스스해 보였다.
영상은 한참이나 고속도로를 이동했고, 다시 가로등이 많아지는 밝은 곳이 나오며 끝났다.
“이게 끝입니까?”
뭐라도 나올 줄 알았던 송기덕이 살짝 실망한 눈치였다.
“네, 그냥 어떤 곳인지 보여주려고 가져온 자료라서요.”
“그렇군요.”
송기덕은 강신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로라…. 뭔가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지역이네요.”
신하린이 장난처럼 이야기했지만, 그 말을 들은 강신이 답했다.
“맞아. 실제로도 귀신 목격담이 꽤 많은 곳이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고, 순간 일행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그 귀신을 잡는 건 아니죠?”
신하린은 뭔가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U.M.A도 있는 마당에 귀신이라고 없겠느냐마는 강신이 지정한 현장치고는 너무 뜬금없었다.
“그건 아니야, 우리가 대처해야 할 건 자유로 괴담에 나오는 현상이지.”
자유로에는 몇 가지 괴담들이 존재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자유로 귀신이었다.
자유로를 밤에 지나다 보면 도로 한복판에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는 괴담이었다.
자유로 괴담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었다.
자유로에 나타난 사람이 선글라스를 낀 여성처럼 보이지만,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검은 구멍이 파인 귀신, 혹은 외계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심지어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 괴담을 주제로 촬영하면서 퇴마사까지 불렀다.
남자친구와 싸운 여자가 자유로에서 내려 걸어가는 걸 보고 생겨난 괴담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자유로는 도보 이동이 불가능한 자동차 전용도로였다.
어쨌든 이번에 울프팀이 해결하려는 것은 자유로 귀신 괴담이 아니었다.
강신이 자유로를 이번 현장으로 잡은 이유는 또 다른 괴담 때문이었다.
자유로 귀신에 비하면 그리 유명하지 않은 괴담.
트럭 같은 대형차량을 모는 기사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였다.
괴담은 대형차량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내용이 다르지만, 도입부는 비슷했다.
장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대형차 운전자들이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장실을 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볼일을 보러 가면 생기는 일들이었다.
갓길주차가 위험하지만, 바지에 지릴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택배 차량에는 처음 보는 택배 상자가 추가되는데 거기서 붉은 액체가 흐른다거나, 냉동육을 실은 냉동탑차에는 얼지 않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수상한 고기가 걸려있기도 했다.
대형 트레일러 같은 경우 동료가 담요를 덮고 자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차를 세웠던 곳에 동료를 두고 왔다는 내용도 있었다.
괴담은 대부분 갑자기 생긴 수상한 물건들을 버리는 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이번 현장에서 울프 팀이 겪어야 할 일이기도 했다.
괴담에 대한 설명을 마친 강신이 개체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우리가 찾는 U.M.A는 ‘빠져나오려 하는 살덩이’라고 불리는 개체입니다.”
U.M.A의 이름을 들은 신하린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듣기만 해도 만나기 싫은 이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