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67
366화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맥스의 허물이 쓰러졌다.
그리고 하얀 눈밭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한 여성이 나타났다.
“후…. 다행히 늦지는 않았네.”
모습을 드러낸 여성은 신하린이었다.
그녀는 맥스를 기절시키고 근처에 있는 일행들에게 통신을 보냈다.
“일반인의 눈은 가렸어요. 움직여도 될 것 같아요.”
-좋아, 그럼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강신이 지시를 내리자, 이순자가 근처 눈밭에서 주변과 동화시켜주는 천을 걷어내며 등장했다.
맥스가 곰 가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일까.
크립티드의 관심은 이미 강신과 일행들에게로 돌아선 상태였다.
“피어(Fear) 준비.”
크립티드와 가장 가까운 이순자가 손바닥 크기의 작은 원통형 물체를 꺼냈다.
“투척합니다.”
이순자가 원통형 물체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그대로 자신에게 무섭게 달려오는 크립티드에게 던졌다.
그 원통형 물체는 정확히 크립티드의 몸에 부착됐다.
뭔가가 자신의 털에 붙은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크립티드는 이순자가 던진 물건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녀가 던진 물건은 떼어내고 싶다고 해서 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원통형 물체는 털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삑……. 삑…. 삑.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 예비음이 들려왔다.
예비음이 끝나고 장치가 붉은빛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하자, 크립티드가 갑자기 발광하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
크립티드의 모습은 화가 났다기보다 뭔가 두려운 걸 마주쳐 겁에 질린 어린아이의 발버둥과 비슷했다.
크립티드의 행동을 보고는 이순자가 통신으로 대기 중인 인원들에게 보고했다.
“피어,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광하는 예티의 좌우 측으로 강신과 송기덕이 등장했다.
송기덕은 이순자와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과 동화되는 천을 걷어내며 나타났다.
물론 강신은 보호 장비 자체에 달린 카모플라쥬 상태로 움직였다.
-크워!
크립티드는 갑자기 나타난 송기덕을 보고 허공에 손짓하며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위협했다.
크립티드의 신경이 모두 송기덕에게 향하자, 강신은 뒤쪽에서 육각형 공 모양의 물체를 던졌다.
그 물체는 정확히 크립티드의 오른쪽 발을 명중시켰다.
쨍강!
쩌저적!
명중된 육각형 공 모양의 물체가 터져나가며 투명한 액체가 쏟아져나왔고,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크워어!
갑자기 오른발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자, 당황한 크립티드가 더욱 발광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리고 강신과 송기덕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쨍강! 쨍강! 쨍강!
가지고 왔던 모든 헥사곤 바인더를 크립티드에게 쏟아부었다.
오른발로 시작해 왼발이 지면에 붙었고, 왼손은 몸.
오른손은 오른발과 붙고 나서야 크립티드의 행동이 둔해졌다.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크립티드가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괴성을 질러 다가오는 강신과 송기덕을 위협했다.
-크워어어어!!
만약 모르는 사람이 이 괴성을 들었다면 겁에 질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신과 일행들에게 크립티드의 괴성은 그저 귀여운 반항으로 보일 뿐이었다.
우렁찬 괴성과 반대로 크립티드의 시선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심각하게 떨리고 있었다.
“시끄러워, 이 녀석아.”
어느새 크립티드에게 가까워진 송기덕이 탁하고 크립티드의 머리를 때렸다.
-크워엉.
크립티드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울음소리를 냈다.
어느새 크립티드의 몸에 붙어 있는 붉은빛을 뿌리던 원통 장치는 정지되어 있었다.
애초에 눈앞에 있는 크립티드는 흉포한 개체가 아니었다.
이 개체는 오로지 자식의 구역을 침범하는 이들에게만 흉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곰 가죽이 이들의 공격성을 줄여준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구역을 침범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빌리가 가지고 있는 신비 동물학에는 그 부분이 두리뭉실하게 적혀있었기에, 해석의 오류로 이런 사고가 난 것이었다.
“‘예티’ 포획 완료했습니다.”
에베레스트, 만년설이 있는 지역에 산다고 전해지는 개체였다.
“하이고…. 정말, 이 사고뭉치들 때문에 지치네요.”
피곤한 듯이 곰 가죽을 뒤집어쓴 맥스를 질질 끌고 오는 신하린이 투덜댔다.
“지칠 만도 하지, 이 녀석들 쫓아다닌다고 하린씨가 그렇게 돌아다녔으니까.”
이순자가 신하린을 격려하며 다가왔다.
다른 사람보다 신하린이 더 지친 이유는 맥스와 그 친구들을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바로 빌리가 신비 동물학을 구매했을 때부터였다.
-두 사람 모두 큰 부상은 아닙니다. 그리고 신비 동물학 수거 완료했습니다.
장웨이가 신비 동물학을 수거했다는 소리에 신하린이 웃음을 터트렸다.
“풉.”
그리고 연이어 다른 요원들이 하나씩 웃음을 터트렸다.
“크흡….”
“푸흐흡…. 이런 실례.”
하지만 강신은 웃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민망해하는 강신은 갈색과 흰색이 섞인 예티의 털만 헤집어 놓을 뿐이었다.
-꾸우엉?
강신이 어째서 부끄러워하는지 설명하려면, 빌리가 가지고 있는 신비 동물학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했다.
신비 동물학, 크립티드에 대한 내용이 가득한 책.
처음 성신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이쪽 세계에서 떠돌던 소문 덕분이었다.
최근 뒷세계에 U.M.A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책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성신은 급하게 그 책을 입수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고, 결국 신비 동물학이라는 책 한 권을 입수하게 됐다.
그 책에 적혀있는 내용은 놀라웠다.
명칭만 크립티드라고 써있을 뿐, U.M.A에 대한 정확한 정보로 가득했다.
회사는 혼란에 빠졌다.
누가 이런 글을 썼을까.
어쩌면 강신과 비슷한 능력을 갖춘 이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책을 강신에게 보여주었는데….
강신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그야 강신의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책이었으니까.
신비 동물학은 강신이 만든 책이었다.
한국에서는 미확인 생명체를 U.M.A라고 부르지만, 외국에서는 크립티드라고 불렀다.
즉, U.M.A와 크립티드는 같은 의미였다.
강신이 책을 만들 때, 무리하게 번역해서 넣었기에 U.M.A라는 명칭이 아닌 크립티드라는 이름으로 들어갔다.
신비 동물학은 강신이 대학생 때, 취미로 글을 쓰다가 출간한 책이었다.
대학생 시절 한창 블로그에 글을 작성할 때, 작가 병에 빠진 강신은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당연히 출판사 쪽은 모두 강신의 글을 출판하길 거부했다.
그러던 중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친구가 있었고, 강신은 그 친구에게 부탁해 신비 동물학이라는 양장본을 만들었다.
판매하기 위해서 만든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것이었고, 딱 10부만 제작한 책이었다.
심지어 그 당시 욕심으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번역까지 했다.
한국에서 영어로 된 재미 없는 소설을 읽어 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없었다.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신은 그 10부를 가까운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강신에게 책을 받은 이들은 강신의 자작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고맙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그 책을 읽는 사람은 없었다.
강신도 몇 년 동안 잊고 살았다.
잊고 싶은 기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흑역사가 회사로 돌아왔고, 그 책을 본 관계자들이 난리를 피웠으니 강신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다.
자비로 자기만족을 위해 출판한 책이라니, 이렇게 수치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치는 수치고, 해결해야 할 일은 해결해야 했다.
강신은 자신이 책을 나눠준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회사가 입수한 한 권의 책을 제외하고 8권의 책은 쉽게 수거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지인들이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지막 남은 한 권이었다.
그 한 권의 행방이 묘연했다.
책을 선물한 지인은 그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고, 그 사람도 또 다른 이에게 넘겼다.
그렇게 책은 돌고 돌아 해외까지 나가게 됐다.
프로네시스와 해외 지부까지 동원해 책의 행방을 찾았다.
어렵게 찾은 책은 한 자선 행사에서 경매로 팔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빌리가 입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웨이가 그 책을 사기 위해 빌리에게 경고를 날려봤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장웨이는 그곳에서 책을 노리고 있는 단체가 성신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곳에는 광신도들이 있었고, 하필이면 빌리가 책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기회를 놓치면 그 책은 광신도들의 손에 들어가 영영 찾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장웨이는 서둘러 회사에 지원을 요청했고 회사는 신하린을 파견했다.
그곳에서 장웨이가 빌리를 설득해 책을 수거하는 방법을 찾는 동안, 신하린은 빌리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광신도들과 빌리, 둘 모두를 은밀히 감시했다.
그러다 광신도가 빌리를 습격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신하린은 몰래 빌리의 집에 들어가 그에게 경고하고, 책을 수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습을 감춘 신하린에게 놀란 빌리가 샷건을 쏘면서 일이 틀어졌다.
갑자기 총을 쏴버린 빌리 때문에 놀란 신하린은 한국어로 욕을 내뱉으며 빌리에게 총을 빼앗았다.
총을 뺏기고 알 수 없는 언어를 들은 빌리는 더욱 더 겁에 질렸다.
그와 더불어 발포음을 듣고 광신도들이 빌리의 집에 난입했다.
난장판이 됐다.
이대로 숨어서 기회를 노릴지, 아니면 광신도들을 처리할지 신하린은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때 신하린은 강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 흑역사로 만들어진 사태니까,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신하린에게 직접 이야기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지나가면서 혼잣말에 불과한 말이었다.
하지만, 신하린은 민간인이 하나라도 다치게 된다면 강신이 짊어지고 있는 짐이 무거워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비 동물학을 노리는 것보다는 광신도들을 처리하는 걸 우선으로 했다.
광신도들이 문과 창문을 부수고 들어오자, 그녀는 빌리에게서 빼앗은 샷건을 쏴버렸다.
광신도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도 샷건을 보호할 정도로 튼튼했으니, 신하린은 방아쇠를 당기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난입한 광신도를 최대한 빠르게 제압했지만, 빌리는 이미 도망간 뒤였다.
그 이후 빌리는 한참 뒤에 경찰에 신고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한번 경계를 샀기 때문에 신하린은 빌리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모습을 감추고 빌리가 U.M.A를 찾는 여행을 따라다녔다.
중간중간, 몰래 신비 동물학을 훔쳐보려고 했지만 빌리는 잠을 잘 때도 품속에서 그 책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빌리는 일반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촉’이 좋았다.
잠을 자는 동안 신하린이 접근하면 바로 깨어나는 건 물론이고, 평소에도 신하린이 일정 거리 안으로 가까워지면 주변을 경계할 정도였다.
그렇게 여행을 떠난 맥스와 친구들은 그렘린을 찾게 됐다.
신비 동물학에 나오는 내용은 강신이 썼던 글을 묶어둔 것이라 이미 성신에서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포획하기 편하거나, 위험도가 떨어지는 U.M.A는 이미 포획이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렘린은 조금 달랐다.
그곳은 이미 U.M.A와 농장 주민들이 공존하고 있는 장소로 성신도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그렘린을 발견한 맥스와 친구들은 의지를 불태웠다.
신비동물학에 나온 U.M.A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결국, 장웨이와 신하린만으로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강신은 울프 팀을 이끌고 직접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