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88
387화
사람들 마음속에는 크든 작든 모두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바라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아주 가끔 그런 기적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어…….”
“아니, 저게 왜….”
갑자기 일어난 일에 모두 당황했다.
그리고 그건 강신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던 강신조차도 얼빠진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다.
-이리로 온다!
-이대로 있으면 휩쓸리니까, 선박들 모두 뒤로 물려!
일본 자위대의 공격을 받았던 하늘 고래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었다.
그것도 강신과 일행들이 대기 중인 한국 영해 방향으로….
부오오오오~!!
하늘 고래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하늘 고래가 추락한 원인은 반쯤 찢어진 지느러미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구름 속에서 추락하는 하늘 고래는 피투성이가 되어 처절한 모습이었지만, 거대한 하얀 고래의 모습은 대중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고래 중에서 가장 큰 흰수염 고래보다 작았지만, 고래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늘 고래 또한,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고래가 높은 하늘에서 바다로 추락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배가 뒤집히지 않게 빠져!
-충격에 대비해!
하늘 고래가 바다로 빠졌을 때를 대비하는 현장요원들의 통신을 들은 강신이 곧바로 통신 장비의 마이크를 작동시켜 요원들에게 알렸다.
“크기와 달리 무게가 가벼워서 충격이 그렇게 크진 않을 겁니다, 그보다 그물을 가진 선박이 있습니까?”
-부산지부 박재성 대리입니다. 제가 타고 있는 선박이 어선이라 그물이 있습니다.
-울산지부….
이어서 그물을 싣고 있는 선박들에 타고 있는 지원 요원들이 곧장 강신에게 보고했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어선을 빌려 온 덕분에 그물의 숫자가 꽤 많았고, 강신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그물을 가진 선박은 하늘 고래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그물을 뿌릴 겁니다.”
-그물을요?
강신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 요원 중 한 명이 되묻자, 강신이 다급하게 설명했다.
“하늘 고래는 물에서 헤엄칠 수가 없습니다. 바다로 떨어지면 그대로 가라앉을 거예요.”
-아!
하늘 고래의 추락을 가만히 구경하면 하늘 고래는 바다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아 죽을 게 분명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네시스, 내가 사용한 만능렌즈로 하늘 고래가 떨어질 위치를 계산해서 그물이 있는 선박과 연계해서 그물들을 엮어 효율적으로 펼치게 도와줘.”
-잠시만 기다려줘.
프로네시스는 강신의 지시대로 하늘 고래가 떨어질 지점을 계산하고 그물을 가진 선박에 따로 지시를 내렸다.
-박재성 대리님이 탄 선박은….
긴박한 상황 속,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늘 고래가 마치 낙하산을 탄 사람처럼 천천히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프로네시스의 지시가 효율적이었는지, 다행히 하늘 고래가 추락하기 전 예상 지점에 모든 그물을 펼칠 수가 있었다.
“저희도 다른 선박과 최대한 붙을 수 있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신이 지시하자, 장웨이가 선내로 들어가 선장에게 이야기를 전달했고 그물을 펼친 선박과 가깝게 붙였다.
부오오오!
추락하는 하늘 고래는 어떻게든 다시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고, 예상 지점이 조금씩 바꿨다.
하지만, 다행히 프로네시스가 그때마다 대기 중인 선박을 이동시켜 세부 조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철썩~!
결국, 하늘 고래가 바다로 빠졌다.
배가 크게 출렁이긴 했지만, 강신의 말대로 하늘 고래의 무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는지, 배가 뒤집히거나 바다에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부오오!
하늘 고래는 바다에 빠지자마자, 본능적으로 자신이 위험하다는 걸 아는 것인지 펼쳐진 그물에서 몸부림쳤다.
가볍다고는 해도 하늘 고래가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물과 연결된 선박들이 하늘 고래의 몸부림에 크게 출렁였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배가 뒤집히면서 사람들과 하늘 고래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리고 강신이 선택한 것은….
“하린아.”
“네?”
“따라오지 마.”
“네?”
풍덩!
“오빠?!”
신하린이 강신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라 현장이 아닌 평소에 부르는 호칭을 썼다.
강신이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바다로 다이빙했으니, 신하린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강신이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배에서 뛰어 내린 것은 아니었다.
하늘 고래가 몸부림치면서 커다란 파도로 들썩이는 상황.
지금 아무 대비도 없이 바다로 들어간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강신이 뛰어든 곳은 하늘 고래가 바다로 가라앉지 못하게 하려고 펼친 그물이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신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넓게 펴진 그물에 몸을 던졌지만, 출렁이는 그물도 바다 못지않게 위험한 건 똑같았다.
하지만 강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초코야!”
-멍!
초코가 물속에 비친 그림자로 강신의 몸이 흔들리는 걸 붙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초코가 해줄 수 있는 건 강신의 몸이 그물에서 튕겨 나가지 않게 붙들어 주는 게 다였다.
하늘 고래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강신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스읍….”
강신은 길게 호흡하고 출렁이는 그물 위에서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사실 초코에게 부탁해 하늘 고래에게 한 번에 도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오는 강신을 보고 하늘 고래가 더 크게 몸부림칠 수도 있었기에 그러지 않고 직접 움직였다.
어업용 그물은 심하게 흔들려 중심을 잡기 어려웠지만, 촘촘했기에 발이 빠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변 선박에서 현장 요원들은 그런 아슬아슬한 모습의 강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출렁~!
“헉!”
“읏!”
선박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난간을 잡아야 할 정도로 파도로 한차례 크게 흔들렸다.
당연히 그물 위에 있는 강신도 멀리 튕겨 나갈 뻔했다.
강신은 그물이 크게 출렁이자, 재빠르게 엎드려 그물을 양손으로 잡고 버텼다.
시간이 흐르고 바다가 조금 잠잠해지자, 강신은 다시 일어나 하늘 고래가 몸부림치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나서야, 강신은 겨우 하늘 고래가 몸부림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오오오오~!!
‘생각보다 힘드네.’
강신은 하늘 고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엎드린 상태로 그물을 잡고 잠시 고민했다.
‘가능할까.’
지금부터 강신이 하려는 행동은 며칠 전 권영식이 강신에게 알려주었던 말을 떠올리고 생각한 도박이었다.
-호전적이지 않은 U.M.A는 자네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 같더군.
권영식이 알려주긴 했지만, 사실 강신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간 U.M.A를 포획하면서 비슷한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가진 가능성을 믿어보자.’
어차피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가는 하늘 고래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고, 강신은 심호흡한 뒤 하늘고래의 눈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몸부림치던 하늘 고래는 갑자기 인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보고는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무자비하게 출렁이는 그물 속에서 강신은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더는 접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적대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진정해, 너를 헤치려는 게 아니야.”
아무리 강신이 그런 말을 한다 해도 하늘 고래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할리 없었다.
“너를 도와주고 싶어.”
강신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늘 고래에게 말을 걸었다.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강신이 무엇인가를 계속 말하기 때문일까.
하늘 고래가 조금은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너는 지금 치료가 필요해.”
강신은 하늘 고래가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늘 고래가 불안하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런 강신의 소망이 하늘 고래에게 닿은 것일까, 아니면 더는 발버둥 칠 기력이 없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하늘 고래의 움직임이 점차 둔해졌다.
그리고 이내, 발버둥 치는 걸 멈추고 큰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껌뻑, 껌뻑.
하늘 고래는 강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조금만 더 너에게 가까이 갈게.”
강신은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말을 던지고는 한 발짝 움직였다.
그러자 하늘 고래가 몸을 움찔 떨었다.
“괜찮아, 긴장하지마.”
강신은 다시 한번 하늘 고래에게 말을 걸고, 하늘 고래를 안심시켰다.
다시 한 발짝, 그리고 다시 안심시켰다.
그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강신은 드디어 하늘 고래의 지척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후…….’
강신은 천천히 자신의 손으로 하늘 고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하늘 고래는 강신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자 움찔했지만, 상냥하게 쓰다듬는 강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부오오….
강신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하늘 고래는 이제까지 울었던 비명에 가까운 소리와는 다르게 뭔가 서글픈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괜찮아. 우리가 꼭 도와줄게…….”
강신의 말을 화답하는 것처럼 하늘 고래가 다시 한번 울었다.
부오오오.
권영식의 예상이 확실해진 순간이었다.
강신이 가까이에서 본 하늘 고래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일본에서 무슨 탄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늘 고래 몸 곳곳에는 날카로운 것에 베인 것처럼 많은 상처가 있었다.
가장 심각한 건 하늘 고래가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지느러미의 상태였다.
한쪽은 상처를 치료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나머지 한쪽이 문제였다.
지느러미의 반 정도가 찢겨져 떨어진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도 지느러미는 자라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대로 치료를 끝낸다고 해도 날 수 없을 거야.’
하늘 고래의 지느러미는 하늘을 헤엄치게 해주는 중요한 기관이었다.
‘어쩔 수 없네, 그 물건을 사용해야겠어.’
“네시스. 본부에 연락해서 내 개인 사물함에 있는 물건을 최대한 빨리 이곳으로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 해주겠어?”
-알겠어.
강신이 부탁한 물건이 이곳으로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늘 고래를 얌전하게 만든 강신은 일행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신이 타고 있던 배로 돌아왔다.
물론 일행들이 무모한 짓을 한 강신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화를 낸 것은 신하린이였다.
강신은 일행들이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잔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늘 고래가 얌전해졌지만, 현장의 모든 일이 마무리된 건 아니었으니까.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거기 성신 소속 여러분 들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일본 과학 기술청, 이매망량 관리 부서 1과 모리 요우타입니다.
자위대 함선의 선박 갑판 위에 있는 한 남성이 확성기로 자신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