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05
404화
“아…….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미 파견을 나왔는데 이곳에서 다시 파견이라니.”
카밀라가 콘월 지부로 넘어오면서 가지고 왔던 짐을 꾸리며 투덜댔다.
더는 현장에 나가지 않는다는 말에 이제 한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임상무가 전해온 소식은 그들의 기분을 나락으로 보내기 충분했다.
-독일 기업에서 협업을 요청했습니다.
독일의 기업과의 협업.
독일에도 성신 지부는 존재했다.
평소라면 굳이 강신이나 울프팀이 그곳으로 향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임상무는 강신을 콕 집어서 이야기했다.
-평범한 요원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강신의 소문이 독일까지 퍼진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의식 과잉이었다.
물론 강신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굳이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 강신을 부를 이유는 없었다.
-세그레드 조라의 소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세그레드 조라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강신은 세그레드 조라가 드디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강신이 아는 한 세그레드 조라는 고객의 정보를 다른 이에게 공유하는 일이 없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대답에 강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강책임이 부탁했다고 하던데요?
“아? 음…….”
그렇게 잠깐 고민한 강신이 이내, 뭔가 떠오른 듯이 말했다.
“아하, 중력과 관련된 물건 때문이군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독일 기업에서 문제 해결을 도와주면 세그레드 조라에게 공탁을 걸어놓은 물건을 한국에서 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더군요.
임상무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일을 끝내고 뒤통수 맞을 걱정은 없었다.
“보상 이야기는 들었습니까?”
아무리 원하는 종류의 보상이라고는 하나,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면 굳이 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쪽에서 보상으로 제시한 물건은 ‘부유석’이라고 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물건인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부유석이라….”
아무런 동력 없이 중력에 반하여 공중에 부유하는 돌이라면, 그 가치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참고로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땐 시큰둥했던 팰로우님도 보상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빛이 변하시더군요.
권영식이 관심을 가졌다면 필시 보통 물건은 아니리라.
“좋습니다. 그 일,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쪽에 그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렇게 강신과 울프팀의 독일행이 결정되었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그대로 독일로 향하고 싶었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독일 기업의 기밀과 관련되어 있었기에 그들이 요청한 인원은 오로지 강신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외딴곳에 강신 혼자 보내는 걸 성신에서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장웨이는 따로 협업이 약속된 독일 기업과 연락을 했고, 강신이 맡은 팀이 함께하는 걸 허락해 주었다.
그러니 당연히…….
“3팀은 한국으로 복귀할 겁니다.”
3팀은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예쓰!”
“드디어 복귀한다!”
표정이 좋지 않은 송기덕과 맥스 일행을 놀리듯이 3팀 요원들이 즐거워했다.
“왜 우리만…….”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에 정을 붙였을 시간은 아니었지만, 맥스와 친구들은 한국으로 복귀하지 못한다는 소리에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제가 따로 그쪽과 연락을 먼저 해봤는데, 저희가 가진 장비들을 독일 쪽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손을 써준다고 하네요.”
어느새 장웨이가 독일 기업과 연락을 끝내고 돌아왔다.
“그건 다행이네요. 그래서 저희와 협업을 원하는 기업이 정확히 어디입니까?”
강신이 묻자, 장웨이는 미리 받아 놓은 자료를 일행들에게 돌렸다.
“저희와 협업을 요청한 건 독일 하일브론에 있는 독일의 화학 회사 ‘마크’입니다.”
“마크?”
“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유명한 바이오 회사입니다.”
배부받은 자료에는 마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서류를 넘기다 보니, 그 회사의 주력 상품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왔다.
“아…. DNA 채취 면봉.”
강신은 뭔가 떠오른 듯이 장웨이를 바라봤고, 그는 강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강신과 장웨이가 뭔가 아는 듯한 모습에 송기덕이 두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에? 뭔데요? 저도 알려주세요.”
송기덕만이 아니었다.
함께 자리하고 있던 이순자와 카밀라, 신하린과 맥스 일행의 시선까지 강신과 장웨이에게 향해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장웨이였다.
“제가 말씀드리죠. 마크라는 회사는 여러 화학 물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DNA를 채취하는 면봉을 관공서에 납품하는 기업입니다.”
“면봉?”
“네, 흔히 범죄 현장에서 나오는 샘플을 채취하는 면봉이죠. 일반 면봉과 다르게 꽤 비싼 물건이고 다른 바이오 제품도 다룹니다. 그리고 국가에 직접 납품하는 기업이니, 그렇게 작은 회사는 아닙니다.”
물론 성신만큼 거대한 기업은 아니었지만, 자국 내에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회사였다.
“그래서, 그 면봉이 뭔데요?”
이번에는 신하린이 묻자, 장웨이가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내용입니다만, 하일브론의 유령 사건이라고 들어보신 적 없으십니까?”
하일브론의 유령사건.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유럽 일대의 범죄 현장에서 미상의 여성에 DNA가 검출되었다.
이는 하일브론의 유령 혹은, 얼굴 없는 여인으로 불렸다.
그녀의 행적은 도무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시간과 거리상으로 이동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 살인 현장에서도 그녀의 DNA가 검출되었으니까.
“아…. 그 이야기 알고 있습니다.”
송기덕은 하일브론의 유령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아는척했다.
하지만 하일브론의 유령이 무엇인지 모르는 다른 일행들은 표정을 굳혔다.
“연쇄 살인마…….”
맥스와 친구들은 살인마라는 소리를 듣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인가요? 아니지…. 송대리님도 알고 있는 정도면 언론에서 나왔다는 말인데.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언론통제를 했을 테니, 검사를 진행하는 중에 실수가 있었나?”
그나마 신하린은 냉정하게 이야기를 분석해냈다.
그러자, 강신이 그녀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 샘플 채취용 면봉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 실수한 거라고 공표되었거든.”
“아…….”
“그렇구나.”
그제야 맥스와 친구들의 표정이 풀렸지만, 신하린은 달랐다.
“뒷내용이 더 있는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쉽게 끝난 이야기였다면 팀장님이 굳이 꺼내지 않으셨을 테니까요.”
강신과 함께 다니며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맞아, 어디까지나 대대적인 공표가 그렇게 되었을 뿐이지. 사실, 이 이야기에는 숨겨진 내용이 있어.”
이 이야기의 진실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면봉을 만드는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에?”
“그러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그 현장에 그 DNA를 가진 사람이 존재했다는 겁니다.”
강신이 유럽이 감춘 비사를 이야기하자 일행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존재가 나타났을 때, 유럽 일대의 경찰들은 모두 하일브론의 유령을 쫓는 것에 주력했죠.
그러다 일이 점점 커졌고 언론에 이 이야기가 나돌았다.
무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타난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유럽을 넘어 다른 나라까지 이야기가 전파되었고 결국 U.M.A 국제회의가 움직였다.
그들은 각국에 인재들을 동원해 이 사건을 파헤쳤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자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존재는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허무한 결말이었지만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하일브론의 유령을 쫓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사건을 덮기 위해 움직였죠.”
그들은 하일브론의 유령이 기록된 모든 보고서와 증거들을 바꾸고 고쳤다.
그리고 사람들의 흥미를 끊기 위해 면봉을 만들던 공장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리고 그때 면봉을 만들었던 회사가 마크입니다.”
강신의 말이 끝나자, 장웨이가 추가로 말을 덧붙였다.
“이 회사는 그때 사건으로 크게 피해를 보았습니다.”
샘플을 채취하는 면봉에 다른 사람의 DNA가 묻어있는 상황으로 종결되었으니, 기업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그 기업이 이 작전을 감수한 건 국제회의에서 내건 조건들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국가 납품은 기업들끼리 경쟁을 붙여서 입찰하는 형식이죠. 하지만 이때 피해를 본 마크에게 향후 50년간 입찰 없이 납품을 허락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혜택을 받은 것 같지만 자세한 내용은 국제회의에서도 공공연하게 감추고 있어 자세히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회사에서 왜 도움을 요청했을까요?”
국가가 나서서 혜택을 주었다면 철밥통과 다름없었다.
“글쎄요.”
강신도 어째서 마크가 자신을 지명하며 권영식조차 탐낼 물건을 제시했는지 알지 못했다.
정작 그들이 협업을 요청한 내용에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하일브론으로 오라는 내용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거절하려면 거절하라는 걸 보니, 마크는 우리가 이야기를 들으면 무조건 수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네요.”
어느새 성신에 소속감이 생긴 것인지 카밀라가 마크에서 보낸 전문을 보며 투덜댔다.
강신은 그런 카밀라의 투덜거림을 못 들은 척하고 회의의 결론을 내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선 하일브론으로 가봐야겠네요.”
떠나기로 결정되자,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울프팀은 싫은 내색을 하면서도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 울프팀을 보며 콘월 지부 사람들은 매우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야 강신이 있는 기간 동안 큰 사고 없이 해결된 현장만 그들이 일하는 양의 몇 배나 되는 수치였다.
따라서 그들로서는 아쉬울 만도 했다.
그렇게 많은 일을 처리하자, 콘월 지부에 남은 현장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강신이 남긴 추가 정보로 인해 파견 나온 현장 요원들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강신과 울프팀은 콘월 지부와 작별하고 독일 하일브론으로 향했다.
* * *
독일의 하일브론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북부에서 위치한 도시로 주에서 6번째로 큰 도시였다.
아쉽게도 하일브론에는 공항이 없어 다른 공항을 거쳐서 도로로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강신과 울프팀은 하일브론에 도착했다.
장웨이가 따로 구해놓은 숙소에 짐을 풀자, 마크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그들을 찾아온 직원은 기업과 이름이 똑같은 남성이었다.
“마크라고 합니다.”
자신을 마크라 소개한 남성을 울프팀이 어리벙벙하게 바라보자,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회사와 이름이 똑같죠? 그래서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종종 이름을 가지고 놀리고는 합니다.”
그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강신이 그와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성신에서 일하고 있는 강신입니다.”
“그럼, 바로 회사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크는 곧장 자신이 타고 온 차량으로 회사 캠퍼스가 있는 곳으로 울프팀을 안내했다.
마크의 캠퍼스는 거대한 빌딩만 6채, 부지 내부에 농구장과 축구장이 구비되어 있을 정도로 성신 수원 지부 못지않게 넓었다.
캠퍼스 내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캐쥬얼하게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아 복장 선택이 자유로운 듯했다.
“좋은 회사군요.”
장웨이가 회사 분위기를 보고 강신에게 속삭이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으며 대부분 웃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은 꾸며낸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회사 캠퍼스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마크가 몰고 있는 차량은 7번째 빌딩에서 멈춰 섰다.
울프팀 인원들이 각자 챙겨온 짐을 들고 내리자, 마크는 일행들을 빌딩 내부에 있는 거대한 회의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이미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뿐만 아니라 군인과 경찰, 그리고 연구원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울프팀이 앉을 자리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자리를 채웠다.
울프팀 요원들이 눈치껏 자리에 앉자, 그들을 안내했던 마크가 회의실 중앙에 서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급하게 모셔서 죄송합니다.”
그는 거대한 화면으로 모든 인원이 볼 수 있도록 PPT를 띄우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가 이번에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하일브론의 유령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