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45
444화
겉으로 보기엔 정말 사람의 사체로 보였지만, 사실 그 시체는 성신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디코이였다.
얼마나 정교한지 박철중이 처음 디코이를 봤을 때, 정말 사람의 시체인 줄 알고 기겁할 정도였다.
-히어로 메이커가 나타나기까지 30분 남았습니다.
다시금 특이한 통신 장비를 통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이보다 더 한 일도 했잖아.’
그가 맡은 역할은 고작 히어로 메이커를 유인하는 것뿐이었다.
혹시라도 전투가 일어난다고 해도 거기에 참여할 필요 없이 도망치도록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냥 히어로 메이커가 이곳으로 나타나게만 하면 되는 거야.’
박철중이 속으로 의지를 다잡고 있을 때, 강신과 일행들은 그런 박철중의 모습을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강신은 몸을 숨기고 있는 일행들이 있는 장소를 한번 둘러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했어.’
강신은 자신이 뒤집어쓰고 있는 위장막 너머로 공장의 입구를 집중해서 바라봤다.
평소의 강신이었다면 자신의 보호 장비에 달린 의태 기능을 사용했겠지만 지금 강신이 입고 있는 장비는 예비용 보호 장비였다.
‘아직 수리가 덜 끝난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강신은 천천히 이틀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외부인에게 장비를 대여해주는 걸 허락받느라 애먹긴 했지만, 허락이 떨어져서 다행이네.’
디코이를 만들거나, 현재 입고 있는 예비 장비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박철중과 이채연에게 회사 장비를 빌려주는 절차가 더 까다로웠다.
‘그리고 이바른도 이틀간 잠적시켜야 했고.’
박철중은 히어로 메이커를 만나는 약속을 정했을 뿐, 이바른을 정확히 언제 어떻게 처리한다고 히어로 메이커에게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질 때 이바른이 멀쩡하게 외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다면 히어로 메이커가 일이 틀어졌다는 걸 눈치챌 수도 있었다.
따라서 강신과 일행들은 그가 돌아다니는 걸 막아야 했다.
어려울 것 같은 일이었지만, 이 일은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프로네시스가 모아준 자료들이 도움이 됐지. 그걸 경찰에게 넘겼으니까.’
프로네시스가 제공한 자료들에는 아직 경찰이 파악하지 못했던 이바른의 범죄 행적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성신 요원 몇 명과 경찰이 비밀리에 움직여 그를 체포하는 것은 아주 손쉬운 일이었다.
체포는 했지만, 경찰은 이번 계획이 끝날 때까지 그의 체포 사실을 공표하지 않을 것이다.
본청에서도 깊숙한 곳에 있는 장소에 그를 구류해 두었다.
강신은 시간이 남으니, 괜히 잡생각들이 드는 것 같아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지난 일들보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건가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5분 남았어.
프로네시스가 강신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자, 강신도 이를 일행들에게 알렸다.
“다들 준비하세요.”
일행들을 넌지시 대기 시킨 강신은 자기에게만 보이는 아름다운 오색 빛 나비를 불렀다.
“설야야.”
오색 빛 나비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는 좁은 위장막 속에서 신경질을 부리듯 날개를 털어 자신의 날개 가루를 뿌려댔다.
반짝이는 가루를 보며 강신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스읍….”
강신이 준비를 끝내고 다시 폐공장의 입구를 바라봤다.
남은 5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각이야.
약속된 시간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히어로 메이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설마 함정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강신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강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다가 히어로 메이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도 잠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성이 폐공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보며 강신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평범한데.’
그는 사람을 감언이설로 꾀어 많은 범죄자를 죽인 살인마라기보다, 큰 길가에 나가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 같았다.
혹시 길을 잘못 든 시민이 아닐까, 걱정하는 것도 잠시 그 청년은 공장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박철중을 찾아내고는 주변을 더 살폈다.
곧 위험한 건 없다고 판단했는지, 박철중에게 말을 걸어왔다.
“박철중 씨?”
그는 평범하게 생긴 것과 다르게 목소리가 매우 특이했다.
‘허스키? 아니, 꼭 목이 쉰 것 같은데.’
목이 갈라지면 저런 소리가 나올까, 조금 듣기 싫어지는 소리였다.
“……누구십니까?”
박철중의 이름을 불렀으니, 잘못 온 사람은 아닐 것이다.
분명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히어로 메이커겠지만, 박철중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런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든 것일까, 히어로 메이커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과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던 사람입니다.”
그의 말에 박철중이 눈을 크게 뜨고는 놀라는 척하며 이미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질문을 던졌다.
“어…. 설마 본인입니까?”
“네, 제가 연락했던 당사자입니다, 뭐 지금은 그런 것보다 우리가 왜 여기서 만났는지가 더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좋아요, 그럼 이제 생산적인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그 옆에 있는 게 제가 정보를 제공했던 그 사람이 맞습니까?”
히어로 메이커가 묻자, 박철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이 제공했던 자료에 나와 있던 그 더러운 범죄자가 맞습니다.”
히어로 메이커는 미리 준비해둔 이바른의 디코이를 보고는 신기한 듯이 박철중을 바라봤다.
“이것 참, 대단하시군요.”
갑자기 히어로 메이커가 자신을 칭찬하자, 박철중은 옆에 있는 게 시체가 아닌 디코이라는 걸 들킨 것인가 싶어 식은땀을 흘렸다.
“네? 뭐가 대단하죠?”
그가 묻자, 히어로 메이커가 다시금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통 저와 처음 일을 하시는 분 중에서 이렇게 확실하게 일을 처리한 사람은 드물거든요.”
“……네? 그게 무슨.”
박철중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히어로 메이커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원하는 사람은 박철중 씨처럼 범죄자를 증오하시는 분들이죠. 하지만, 당신도 그랬듯이, 그런 사람들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날 때는 대부분 범죄자의 숨통을 끊는 것을 어려워하시거든요.”
“아….”
박철중도 이바른을 폭행할 때, 망설였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처음은 제가 도와주고는 합니다만…. 그쪽 상태를 보니,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음…. 뭐랄까, 재능이 있으시네요.”
살면서 뭔가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듣는 박철중은 기뻐할 수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재능이라니, 누가 들어도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참고로 칭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범죄자를 단호하게 처단하는 것이 히어로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대화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벼웠지만, 그 내용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히어로의 소양이라니, 이런 개소리가 없었다.
“어…. 음……. 감사합니다?”
박철중이 어리둥절하게 대답했다.
“하하…. 철중 씨는 재밌는 분이군요. 아, 당신이 처리한 이바른은 행복한 가정들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아예 죽게 했으니, 죄책감은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
“죽어도 싼 놈이었죠. 자꾸 말이 다른 곳으로 세는군요. 그럼 박철중 씨의 원수인 이진호에 대해서 먼저 말하겠습니다.”
이진호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박철중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무섭게 일그러졌다.
“당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은 이진호는 다음 달 10일에 이바른과 똑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정말입니까?”
“네. 약속드리죠.”
“……제가 직접 죽일 수는 없습니까?”
이전까지 박철중의 행동은 모두 연기였지만 이번만큼은 진담이었다.
그만큼 박철중은 이진호라는 사람에게 증오를 품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건 안됩니다. 당신이 그를 직접 죽이게 되면 아무래도 경찰의 용의 선상에 올라가니까요. 솔직히 잡혀도 상관은 없지만, 당신 같은 인재를 그렇게 쉽게 날리는 것은 손해죠.”
히어로 메이커는 특이하게도 앞으로 계속 박철중과 함께 일을 할 것처럼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는 것은 여기까지겠군요.”
박철중이 말하자, 히어로 메이커가 그에게 다가왔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죠. 당신 같은 인재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앞으로도 저의 손발이 되어 주어야겠습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다가오는 히어로 메이커의 모습은 이상했다.
그의 피부를 뚫고 하얀 실 같은 것들이 징그럽게 튀어나와 있었으니까.
그 실의 모습은 곤충들의 몸을 조종하는 연가시라고 불리는 기생충과 닮아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징그러운 모습을 싫어할 게 분명했고, 박철중도 다르지 않았다.
“으억…. 저게 뭐야.”
다가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박철중이 기겁하며 물러났다.
“하하, 이걸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철중 씨처럼 겁을 먹더군요. 이래 봬도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이라고요?”
“다가오지 마!”
박철중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자, 히어로 메이커는 이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어차피 도망치지 못하니, 그냥 가만히 있어 주시죠.”
그의 모습이 너무 기괴했고 뒷걸음질 치던 박철중이 턱에 걸려 넘어졌다.
콰당!
“으헉….”
그런데도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몸을 자꾸만 뒤로 빼냈지만, 그보다 히어로 메이커가 다가오는 게 더 빨랐다.
히어로 메이커는 이바른의 시체에 어떠한 관심도 가지지 않고 먼저 박철중을 노렸다.
그가 박철중의 앞까지 다가와 검지를 펴고 그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피부를 뚫고 나온 하얀 실이 검지를 타고 내려와 박철중의 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하, 하지 마!”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박철중은 그게 무엇이든 자신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다.
“당신을 해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프지도 않고요. 아니, 이 생물은 히려 평소보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죠.”
뭔가 이득만 잔뜩 말했지만,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하얀 실이 박철중의 미간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박철중이 겁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어댔다.
“으아아아!!”
절체절명의 순간,
퍽!
박철중을 가지고 놀던 히어로 메이커가 갑자기 튀어나온 뭔가를 맞고 구석으로 날아갔다.
아니, 뭔가라고 했지만 자세히 보니 히어로 메이커를 날린 건 사람이었다.
그것도 온몸에서 실을 뽑아내는 기괴한 히어로 메이커와 비교했을 때, 그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기괴한 사람이었다.
그의 피부는 사람의 것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후우…….”
방금 히어로 메이커가 서 있던 곳에 한 남성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날씨가 추운 것도 아닌데, 길게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히어로 메이커를 날려 버린 건 바로 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