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48
447화
위기의 상황이 반전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불이 히어로 메이커의 몸에 옮겨붙자, 그의 몸에서 튀어나온 하얀 실들이 동시에 꿈틀대며 발광을 시작했다.
“크아악!”
몸에 불이 붙은 히어로 메이커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뜨거운 불을 끄기 위해 지면을 구르기 시작했다.
바닥을 구르는 히어로 메이커와 발광하는 하얀 실.
둘 중 하나라도 멀쩡했다면 모를까, 둘 다 불이 붙은 상황.
따라서 그들의 힘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던 강신도 멀쩡할 순 없었다.
몸을 헤집던 하얀 실이 무차별적으로 꿈틀대자, 강신도 덩달아 비명을 질러야 했으며,
“끄아악!”
강신을 지탱하던 하얀 실이 약해져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시를 내릴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신체를 휘젓는 고통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끔찍했다.
강신은 얼마 되지 않는 높이에서 추락하는 걸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곧 딱딱한 바닥에 추락할 것이라는 강신의 예상과 달리 누군가 강신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휴가? 정말 휴가라는 게 뭔지 모르는 것은 아니죠?”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였다.
익숙한 목소리에 강신이 감았던 눈을 뜨자, 그의 눈에 신하린이 보였다.
그녀의 강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그야, 팀원 전체를 휴가 보내놓고 혼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었던 걸로 모자라, 다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아하하…. 어쩌다보니 일이 이렇게, 으윽!”
멋쩍게 웃어넘기려던 강신이 몸속에서 움직이는 하얀 실 때문에 신음을 내자, 신하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팀원 몰래 이런 일을 시작했으면 다치지나 말지, 이게 뭐예요. 보는 사람 걱정되게…. 조금 아프겠지만 일단 참아보세요.”
신하린은 강신을 괴롭히는 꿈틀거리는 하얀 실을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한번 흘긴 뒤, 그대로 움켜잡았다.
“어? 하, 하린아. 잠…. 잠깐!”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한 강신이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신하린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힘을 주어 꿈틀대는 하얀 실을 뽑아냈다.
두드득.
실밥이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몸속을 유영하던 하얀 실들이 끌려 나왔고 그와 함께 강신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안 그래도 몸속에서 꿈틀대던 하얀 실이 강제로 잡아당겨지자, 더 심하게 움직였다.
강신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은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냥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끄으….”
고통스러워하는 강신을 힐끔 바라본 신하린은 움켜잡은 손에서 꿈틀대는 하얀 실을 오물 버리듯이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강신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히어로 메이커가 보이도록 몸의 방향을 틀어주었다.
히어로 메이커의 몸에 붙은 불은 지면을 구르면 쉽게 끌 수 있는 불이었음에도, 어째선지 히어로 메이커는 아직 불을 끄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했다.
히어로 메이커가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었다.
다만, 그의 몸에 붙은 불씨가 약해질 때마다 한 남성이 불에 장작을 던지듯이 작은 불덩이를 계속 히어로 메이커에게 던졌을 뿐이었다.
“그만.”
강신이 그 남자를 말리자, 계속 숨어서 대기하고 있던 현장 요원들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화기를 들고 나타난 그들은 바닥을 구르는 히어로 메이커에게 소화분말을 분사했다.
솨아아아~!
불덩이를 던지던 남성이 하던 일을 멈추고 강신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몸은 괜찮습니까?”
“이게 괜찮아 보여? 그래도 도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휴고.”
“뭘 겨우 이 정도 가지고요.”
신하린의 등장은 전혀 계획되지 않았지만,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자인 휴고는 달랐다.
그는 이 작전의 핵심 인물로 사전에 이채연에게 말했던 소수 정예에 포함되어 있었다.
히어로 메이커가 사용하는 하얀 실의 약점이 휴고가 능력으로 만들어내는 불이었기 때문이다.
강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처음부터 나선 것도 뒤를 맡길 수 있는 휴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어로 메이커에게 극상성이라 할 수 있는 휴고를 처음부터 투입할 수도 있었지만, 강신은 일을 확실히 하려고 자신이 먼저 나섰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세뇌의 위험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형식으로 세뇌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 휴고가 세뇌를 당해버리기라도 한다면, 강신은 최상의 패를 잃게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휴고를 꺼내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도주의 가능성이었다.
히어로 메이커에게는 수많은 공범이 있다고 판단됐다.
그런 히어로 메이커가 과연 접선 장소에 홀로 나올지는 의문이었다.
휴고가 만들어내는 불은 파괴력이 상당하지만 막으려고 한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불이었다.
실제로 히어로 메이커의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현장 요원들이 소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히어로 메이커의 공범이 이곳으로 타고 온 차량의 차량용 소화기를 떠올려 사용했다면, 휴고의 불은 이렇게까지 효과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같이 온 공범은 없었고, 세뇌의 방법도 하얀 실을 이용한 육체 조작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이상, 강신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고 휴고를 불렀다.
히어로 메이커는 갑작스러운 휴고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기습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지.’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무방비하다는 걸 알고 있는 강신은 그 순간을 노렸다.
결국,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는 꼴이 되어버렸지만, 그가 저지른 일을 생각한다면 당장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히어로 메이커를 태우던 불길은 순식간에 소화되었다.
살짝 분홍빛을 띠는 소화 분말 속에서 히어로 메이커는 애처롭게 몸을 떨어대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려왔다.
“……진짜 잡았네요.”
어느새 다가온 이채연이 신하린에게 안겨 있는 강신에게 말했다.
그녀는 강신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몇 달간 쫓아다녔던 범죄자를 고작 일주일이라는 시간 만에 잡아냈다.
만약 자신이 히어로 메이커를 찾아냈다고 해도 강신처럼 이렇게 체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재능 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자신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보다 뛰어났고, 총기 사용도 다른 경찰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눈앞에 있는 히어로 메이커를 잡을 순 없었을 것이다.
히어로 메이커를 잡기 위해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한 것.
히어로 메이커를 붙들고 있던 전투력과 약점을 알아내고 그걸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강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방해꾼 취급을 했다니….’
부끄러워서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그녀가 수치스러워하는 동안에도 강신은 쉬지 않고 현장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히어로 메이커의 상태 확인해 주시고 위급하다면 응급키트를 사용해 주세요. 아, 접근할 때 최대한 조심하시는 거 잊지 말고요.”
모든 하얀 실을 불태웠지만, 아직 위험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현장 요원들이 대답하며 그들 중 하나가 응급키트를 챙기기 위해 이동했다.
그 사이, 다른 현장 요원들은 히어로 메이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를 덮고 있는 소화 분말을 치웠다.
강신은 신하린에게 계속 공주님 안기로 안겨 있는 게 창피했는지 입을 열었다.
“하린아. 이제 내려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명령이 아닌 부탁에 가까웠지만, 신하린은 그런 강신의 부탁을 거절했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니잖아요.”
“아니, 그건 그런데. 꼭 이러고 있을 이유가….”
“움직이지 못하는 팀장님을 호위하려면 제가 최대한 가까이 붙어 있는 편이 좋아요.”
신념이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를 확인한 강신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놓아주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
그러는 사이, 외부에서 대기하던 또 다른 요원들이 현장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다른 현장 요원을 도와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인원이 늘자 소화 분말 또한 순식간에 치워졌다.
“어? 이, 이게 뭐야…….”
“얼른 강책임님 불러와서 이거 보여드려.”
현장 요원들이 히어로 메이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레 몸을 돌렸다가,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 강신을 찾았다.
“강책임님! 이거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급하게 강신을 찾는 목소리에 신하린은 히어로 메이커가 쓰러진 장소로 강신을 안고 가까이 이동했다.
그리고 강신은 현장 요원이 어째서 자신을 다급하게 불렀는지 깨달았다.
“허…. 이게 뭐야.”
그만큼 강신이 바라본 히어로 메이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강신이 이 정도로 당황하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히어로 메이커의 피부가 불에 타 끔찍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면 이리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히어로 메이커는 화상은커녕 오히려 깨끗한 피부를 자랑했다.
아니, 말끔하다 못해 깨끗한 피부에는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 비늘이 빼곡하게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 또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파충류의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히어로 메이커.
그의 눈 또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당황한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다가온 이채연도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간이 아니야?”
그건 처음 현장에 나선 이한울도 마찬가지였다.
“저게 도대체 뭡니까?”
이제까지 인간인 줄 알았으니, 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그제야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와 전투 중 들었던 위화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쩐지 사람이 아니였던건가…. 표정을 흉내 내는 것 같더니만….”
자신의 본래 얼굴이 아니었으니, 위화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휴고의 불이 쉽게 번진 것도 이해가 됐다.
하얀 실을 통해 몸에 불이 번졌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온몸으로 불이 번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어로 메이커의 피부가 일반적인 사람의 피부가 아니라 불에 잘 타는 소재였다면,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팀장님, 그래서 저 U.M.A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강신은 신하린의 질문에 아쉽게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파충류를 닮은 인간형 U.M.A는 몇몇 있었지만, 몸속에서 하얀 실을 뽑아내는 종족은 떠오르는 개체가 없었다.
“그럼, 저거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글쎄,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조금 고민을 해봐야겠는데.”
평소라면 그대로 연구소 행이겠지만 히어로 메이커는 언론에 너무 유명해졌다.
심지어 경찰과의 협업으로 잡아낸 것이기에 강신 멋대로 포획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끝까지 골칫덩이네요.”
“그러게나 말이야.”
강신과 신하린이 떠드는 사이, 그들이 있는 폐공장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