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49
448화
그들의 등장은 매우 갑작스러웠다.
폐공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현장 요원들이 막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한 걸 보면 이들이 정상적인 길로 들어온 게 아님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더 괴상한 건 그들의 외형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하며 나란히 걸어온 세 명의 남성은 모두 똑같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단지 그뿐이라면 괴상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키와 팔의 길이, 코와 입, 그리고 귀의 모양까지 똑같았다.
마치 세쌍둥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세쌍둥이라도 저렇게 똑같을 수는 없어.’
일란성 쌍둥이들이 서로 닮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서로 닮는 거지, 저렇게까지 똑같을 순 없었다.
강신은 그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히어로 메이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뭔가가 떠오른 듯이 표정을 굳히더니 곧바로 외쳤다.
“모두 전투 준비!”
갑작스러운 외침이었지만, 현장 요원과 신하린은 강신의 외침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히어로 메이커의 상태를 확인하던 현장 요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들에게 당장이라도 달려들 수 있도록 경계했다.
그리고 신하린은 그들과 반대로 강신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그들과 떨어졌다.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동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이채연과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한 이한울, 그리고 휴고는 두 눈만 깜빡이며 다른 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전투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만큼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양측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팽팽한 긴장의 끈을 끊은 건 강신이 아닌 이곳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불청객들이었다.
그들은 양손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며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저희는 이 상황을 대화로 해결하고 싶습니다. 죄송하지만 이곳의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제안에 신하린이 살짝 강신을 바라봤다.
그러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신하린이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신하린이 그들 앞에 서자, 강신이 입을 열었다.
“이런 상태로 대화를 나누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제가 이곳의 책임자입니다.”
원래 책임자는 강신이 아니라 이채연이었지만, 이들이 인간이 아닌 U.M.A였기에 강신이 나선 것이었다.
그들은 강신이 신하린에게 안겨있는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대꾸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사과는 저희가 해야죠.”
불청객의 대답으로 인해 강신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저 사람? 아니지, 사람은 아니니까. 어쨌든 저기 있는 동족 때문에 오신 겁니까?”
동족이라는 말에 강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깜짝 놀랐다.
강신의 일행들은 히어로 메이커와 같은 존재가 더 있다는 것에 놀랐고, 불청객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음에도 동족이라고 말하는 강신의 통찰력에 놀랐다.
“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불청객은 당황한 것인지, 갑자기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미 들킨 것 같으니, 밝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숨겨봐야 불신만 줄 뿐입니다. 그러면 대화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러는 편이 좋을 거 같군요.”
“그리고 이번에는 엄연히 저희의 잘못이니…….”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눈 그들은 뭔가를 결정한 건지, 그들의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살짝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강신을 속이는 것보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진실을 말하는 걸 택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저기에 있는 저 아이와 같은 종족으로 저 아이가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강하게 움켜잡곤 위로 쭉 잡아당겼다.
그러자,
뜨득….
얼굴이 반죽처럼 길게 늘어나더니, 목 부분이 뜯겨 나가며 완전히 벗겨졌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불청객의 본래 얼굴이 드러났다.
“헙.”
“음….”
“어.”
강신과 일행들은 놀라서 각자 소리를 삼켰다.
그야 살가죽을 벗고 드러난 얼굴은 도마뱀의 얼굴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외형은 히어로 메이커와 흡사했다.
다만, 비늘의 윤기가 도는 히어로 메이커와 다르게 비늘의 윤기가 적어 푸석한 느낌이 들어 더 나이가 많아 보였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저희는 당신들이 흔히 렙틸리언이라고 부르고 있는 종족입니다.”
“……렙틸리언?”
이채연이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렙틸리언이라 밝힌 이들을 바라봤다.
음모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유명한 종족이었다.
렙틸리언은 파충류 형 외계인을 지칭하는 명칭이었다.
이들은 이족 보행을 하는 도마뱀으로 인간으로 형상변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구의 정상급 지도자로 위장해 세상을 지배한다는 음모론으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다만, 일반인들은 이 이야기를 믿지 않았고 음모론에 심취한 이들조차도 이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어느 정도냐면 강신조차도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딱히 다루지 않았다.
‘각색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파충류 인간이라면 렙틸리언 말고도 리자드맨 같은 U.M.A도 있었으니, 굳이 따로 다루지 않았다.
“하하. 참고로 말하자면 저희는 지구를 지배하고 있지도 않고, 그럴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항상 자신의 종족을 밝히면 그런 질문을 받아왔던 건지, 그는 강신이 뭔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부터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렙틸리언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그는 능숙하게 분위기를 전환한 것이다.
“이제 부드럽게 대화를 나눌 수가 있겠군요. 저희식 이름은 인간이 발음하기 어려우니, 저는 그냥 존이라고 불러주시죠.”
“저는 강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강신 씨. 악수하긴…. 어렵겠군요.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죠. 저희 측은 이번 일에 대한 저희쪽 잘못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가 히어로 메이커가 저지른 일을 종족 전체의 잘못이라고 실토하자, 강신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혹시 이번 사태에서 렙틸리언 전체가 그를 돕고 있었던 겁니까?”
강신이 묻자 존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저희도 이 아이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찾았을 뿐입니다.”
“그럼, 어째서 그가 저지른 죄를 동족 전체의 잘못이라고 하는 것이죠?”
강신으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히어로 메이커가 한 일들은 인간 사회에서도 큰 문제가 되었고 그 죄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히어로 메이커가 한 짓이 개인의 일탈이라면 그 개인만 처벌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굳이 동족 전체가 나서 죄를 책임질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한국에 촉법소년이라는 제도가 있듯이 저희도 아직 ‘어린’ 저 아이가 이대로 인간에게 처벌받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존의 말을 들은 강신은 다시 한번 놀라야 했다.
“히어로 메이커가 어리다고요?”
성인 크기인 히어로 메이커를 보고 어리다고 하니, 강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네. 저 아이는 인간의 나이로 치면 이제 막 11살이 된 아이입니다. 그래서 인간들 사이에서 지내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종족 특성상 감정 표현이 서툴고 몸속에 있는 기생충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미숙한 아이죠.”
그의 대답에 이제까지 히어로 메이커에 대해 들었던 의문들이 대부분 해소되었다.
‘그래서 표정도 행동도 그랬던 건가. 몸속에 기생충이면 설마 하얀 실들을 말하는 건가?’
그러는 사이 강신은 자신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강신이 떠는 게 아니었다.
강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신하린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었다.
“기…. 기생충?”
하얀 실의 정체를 몰랐을 때도 꺼림칙했지만, 그것이 다른 종족의 몸속에서 사는 기생충이라는 말에 그녀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녀로서는 매우 드물게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정신적으로 꽤 큰 충격인 듯했지만 그녀는 용케도 강신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음…. 아이라….”
반대로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아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아무리 아이라고 한들 그가 한 저지른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재능 범죄는 촉법소년에 관한 법률도 적용되지 않았다.
“저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해도 저지른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압니다. 그래서 저 아이가 혼자 감당해야 할 처벌을 저희 동족 전체가 나눠 받겠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에는 그런 법률은 없습니다만…….”
강신이 덤덤하게 말하자 존은 서둘러 대답했다.
“저 아이가 아직 체포된 것이 아니잖습니까.”
“뭐라고요?”
그 말을 들은 이채연이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경찰인 자신이 버젓이 있는데, 존이라는 렙틸리언은 강신에게 부정을 부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기분이 나쁠 법도 했다.
“기분 나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만큼 저희도 물러설 상황이 아닙니다. 저희 종족의 아이는 그만큼 소중하니까요.”
“당신들의 아이만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아이도 소중하죠.”
“……제가 실언을 했군요. 물론이죠. 아이들은 모든 종족의 축복이죠. 단지, 저희는 인간과 다르게 아이가 많지 않습니다.”
인간과 다르게 렙틸리언은 그 개체 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일족의 아이는 매우 귀하게 자라는 게 보통이었다.
과거 렙티리언 아이 하나가 인간에게 노출되어 실험실에 잡혔다.
그 아이가 실험체가 되어 살해당했을 당시, 모든 렙틸리언이 나서서 그 실험실을 무너트리고 그곳을 지원한 모든 기관으로부터 피의 값을 받아낸 일도 있었다.
“이채연 경감님, 잠시 기다려주세요. 대화를 더 나눠보죠.”
“하…. 알겠어요.”
그녀는 탐탁지 않아 했지만, 강신에 말을 듣고 화를 삭이며 따랐다.
“그 소중한 아이가 이렇게 사고를 칠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녀를 진정시킨 강신이 날카롭게 묻자, 존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후…. 아무래도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에 대해 먼저 알려드리는 게 대화하기 편하겠군요. 그리고 저 아이에 대해서도요.”
존은 먼저 렙틸리언에 대해서 설명했다.
“저희 종족은 인간보다 더 오래 세월을 살아갑니다.”
“그 오랜 세월이 어느 정도입니까?”
“기본 수명은 200년이지만, 탈피로 인해 그 삶을 3번까지 연장할 수 있죠.”
대략 600년,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 6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간들과 공존하면서 살아가죠.”
지구를 지배하는 지배자는 아니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의 성공한 사업가로 살아갔다.
오랜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사업으로 성공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부유한 이들이 많으니, 동족 전체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여유가 있는 그들은 종족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와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많은 지원을 했다.
“지원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의식주의 모든 걸 지원해 주죠.”
그만큼 그들 종족에게는 아이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리고 렙틸리언의 아이는 인간과 많이 다릅니다.”
렙틸리언은 어렸을 때, 몸의 성장은 빠르지만 지성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8살이 되기 전까지는 조금 똑똑한 애완동물 정도밖에 되지 않죠.”
부모를 제외하고 좋아하는 것만 쫓아다니는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때, 저희는 보통 비슷한 나이의 인간 아이를 붙여줍니다.”
인간의 아이를 붙여주는 이유는 종족의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인간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 인간의 아이는 가난하지만, 심성이 곱고 착한 아이를 물색해서 그의 부모에게 돈을 주고 고용했다.
보통 8살부터 12살까지 함께하며 출퇴근 형식이기에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렙틸리언의 아이는 8살부터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기에 그들이 렙틸리언이라는 걸 들킬 걱정도 없었다.
인간의 부모와 아이는 단지, 조금 모자란 아이를 돌봐주는 시동의 역할로 고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 아이에게도 그런 아이가 있었습니다.”
뭔가 의미심장한 말투였다.
“지금은 없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네. 지금은 없습니다.”
그렇다. 그 아이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이번 사태의 시작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