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50
449화
마치 렙틸리언이 아이를 처리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렙틸리언의 아이와 교감을 나눈 인간의 아이는 후에 렙틸리언의 아이가 지성을 갖게 되어도 계속 교류하며 지내는 게 보통이었다.
자신들의 정체가 아이에게 들켜도 새로운 제안을 하지, 따로 처리하지는 않았다.
“렙틸리언이 한 게 아니라면, 인간의 짓이라는 거군요.”
강신이 말하자,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건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시작은 인간 아이의 부모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전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들이 악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검증하고 그들과 거래를 했다.
하지만, 렙틸리언은 사람의 욕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아이의 부모는 갑자기 큰돈이 생기자, 그 돈으로 자신들의 허영심을 채우기 시작했다.
고작 이것뿐이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된 건 아이의 부모가 가진 허영심을 이용해 그들의 재산을 노린 질 나쁜 범죄자들이었다.
그 범죄자들에게 아이의 부모는 잘 차려진 맛있는 음식에 불과했다.
“부모는 크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한 가지 사기만 당한 게 아니었다.
여러 가지 사기를 한 번에 당했다.
흔히 범죄자들이 말한 공사에 당한 것이다.
“쫄딱 망하게 된 것도 모자라 사채까지 끌어 썼더군요.”
그 사채를 빌려준 자들 또한, 그들을 공사친 범죄자들이었다.
부모의 불행은 아이에게 쉽게 전염된다.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확인한 렙틸리언은 아이가 왜 그런지 조사를 했다.
그리고 아이의 부모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저희가 조사를 끝내고 찾아갔을 때, 그들은 정말이지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원래도 가난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사기를 당한 이후, 그들의 상태는 그것보다 더 끔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매일 빚쟁이들이 그들의 집을 찾아오는 건 물론이고 아이가 렙틸리언의 아이를 만나기 위해 출퇴근하는 길에서도 대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사는 부잣집으로 알려진 렙틸리언의 집까지 찾아오기 일쑤였다.
렙틸리언은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이 갈까, 그들을 도우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의 빚을 대신 갚아 주었습니다.”
괜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기에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그런 렙틸리언들을 새로운 표적으로 잡았다.
그들은 이제 렙틸리언을 공사치려고 했다.
그러나 렙틸리언은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우리는 화가 났습니다.”
그들에게 그 작은 범죄 조직을 처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돈을 내어준 건 나름 좋게좋게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행동을 오해해 렙틸리언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볐으니, 그들은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는 그들을 부수기 위해서 움직였습니다.
렙틸리언이 그들을 박멸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상황이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을 풀어 그들의 증거를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 전문 법조인을 고용하고 다른 이들은 모르게 그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범죄 조직에 돈을 뿌려 그들을 압박하기도 했죠.”
그 끝에 있는 건 작은 범죄 조직의 파멸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고작 가난한 이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작은 범죄 조직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이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렙틸리언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의 조직은 순식간에 조각나고 와해되어 한 명도 빠짐없이 법정에 섰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영악했다.
법의 구멍을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악용했다.
그래서일까, 법정 형량이 그렇게 높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조직 자체가 사라졌으니, 렙틸리언은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손을 털어냈다.
존은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와해시킨 저희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원한은 있지만, 그들은 쉽게 조직을 와해시킨 렙틸리언을 직접 건들진 못했다.
하지만 조직이 와해한 발단이 된 인간 아이의 부모는 아니었다.
“우리에게 복수할 방법이 없으니, 그들에게 화풀이를 한 겁니다.”
범죄자들은 새벽에 인간 아이와 부모가 사는 집에 불을 질렀다.
화마는 순식간에 집을 집어삼켰고, 그들이 살던 허름한 집이 무너졌다.
“그 집은 노후화가 되어 있었고 그 화마를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는 끝끝내 그 집에서 나오지 못했죠.”
불타는 집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건 죽음을 의미했다.
“그럼, 아이는요?”
“무너진 집터에서 소방관이 의식을 잃은 아이를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그 끔찍한 현장에서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 아이를 걱정한 부모 덕분이었다.
정신을 잃은 아이가 발견된 곳에는 그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인간의 시체 두 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체의 형태와 장소를 판독한 결과, 무너지는 건물 잔해가 아이에게 떨어지지 않도록 몸으로 막아내며 아이를 지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집이 불타 사라지고 부모를 잃은 아이의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친척도 없는 아이가 갈 곳은 보육원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렙틸리언들은 불쌍한 그 아이를 위해서 많은 걸 풍족하게 지원했다.
풍족한 잠자리, 옷과 음식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아이가 멀쩡해지길 바라며 상담사까지 고용했다.
혼자였다면 결코 견디지 못할 상처였지만 인간 아이는 렙틸리언의 아이에게 가족의 정을 느끼며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을 질렀던 남성이 붙잡혔다.
법의 심판을 받고 교도소로 향했지만 아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아빠, 엄마를 죽였는데, 어째서 저렇게 멀쩡하냐고 묻더군요.”
아이는 자신에게 사랑을 주던 부모님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데, 저들이 사지 멀쩡하게 돌아다닌다는 게 보기 싫었다고 했다.
인간의 아이는 점점 비틀려 갔지만, 그걸 아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렙틸리언의 아이가 지성이 형성되는 도중, 인간의 아이는 히어로라는 존재에 빠지게 되었다.
영웅, 악한 이들을 처단하며 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존재.
사람이 위험할 때, 언제 어디든 나타나 구해주는 영웅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부모를 잃고 비틀어진 아이는 그런 히어로라는 존재에 심취했다.
정신적인 충격을 히어로라는 존재에 집중함으로서 해소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히어로는 사람을 구해주는 존재이면서 어째서 우리 아빠와 엄마를 구해주지 않은 걸까. 그리고 어째서 저기에 나오는 악을 처단하지 않는 것일까?
TV에서 나오는 범죄자들을 보며 아이는 계속 생각했고 결국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히어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구나.
산타가 허구인 것처럼 히어로 또한 허구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아이는 생각했다.
-히어로가 없다면 내가 히어로가 되면 돼.
그렇게 인간의 아이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며 악인을 처단하는 히어로가 되기로 했다.
흔히, 아이들이 하는 영웅 놀이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인간의 아이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형제와 같은 렙틸리언의 아이에게도 자기 뜻을 밝혔다.
렙틸리언의 아이는 그가 무엇을 한다 해도 마냥 좋아했기에 인간의 아이를 따라 했다.
그리고 어른들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기어이 사고를 쳤다.
“직접 악인을 처단하겠다며 둘이서 폭력 전과가 있는 범죄자를 찾아갔습니다.”
만약 인간의 아이가 악인을 처단하겠다고 준비한 물건들이 장난감 같은 수준이었다면, 어쩌면 그 범죄자도 아이가 까분다고 생각하며 호되게 혼내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아이는 장난이라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위험한 물건이라면 어떤 것들이죠? 총 같은 것은 아니겠죠?”
강신이 묻자, 존이 고개를 저었다.
“어른들도 구하기 힘든 걸 아이들이 구할 수 있을 리 없죠. 야구 배트를 들고 흔히 빠루라고 불리는 쇠 지렛대를 구석에 비치했습니다. 그리고 유리 파편이 담긴 주머니, 품속에는 식칼을 품고 등에는 날이 선 도끼를 짊어 메고 이동했나 봅니다.”
보기만 해도 무서울 정도로 철저한 장비였다.
심지어 인간의 아이가 노린 범죄자는 다른 조직 사람에게 암습을 당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범죄자는 어느 때보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아이를 따라간 렙틸리언의 아이도 문제였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때도 저 아이는 인간의 성인 남성 크기는 됐었죠.”
온갖 무기를 들고 있는 아이와 성인으로 판단되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러니, 범죄자는 당연히 적이라 판단했다.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온 이에게 자비를 베푸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뒤늦게 아이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저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난 이후였습니다.”
그들이 다급히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인간의 아이와 범죄자는 이미 현장에서 사망한 이후였다.
렙틸리언 아이가 쓰고 있던 인간 마스크는 반쯤 벗겨져 있었고, 몸 밖으로 기생충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인간의 아이가 범죄자의 손에 죽자, 저희 아이가 분노에 몸을 맡긴 것 같더군요.”
가장 친한 인간의 죽음, 지성이 발달하고 있던 렙틸리언의 아이에게 그 충격은 크게 다가왔다.
마치 그 상황은 못이 된 것처럼 가슴 깊숙이 박혔다.
그래서일까, 렙틸리언의 아이는 인간의 아이가 살아생전 원하던 것을 들어주고 싶어 했다.
-영웅이 악을 처단하고 시민이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상.
그래서 렙틸리언의 아이는 친구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집에서 가출해 진정한 영웅 만들기(Hero maker)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가출하고 저희는 아이를 찾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 아이가 가출할 때, 형상변환용 인간 마스크를 수십 개나 챙겨서 갔고 기생충을 이용해 인간을 강제로 협력자로 만들 줄은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들에게 기생충은 그저 몸속에서 살아가는 귀찮은 벌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기생충을 이렇게 활용하는 건 어른들도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후…. 대충 사정은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하죠. 여러분은 이곳을 어떻게 찾아왔습니까?”
그동안 히어로 메이커를 찾지 못했던 이들이 우연히 이곳을 찾아왔을 리는 없었다.
강신은 혹시 성신이나 경찰에 소속된 렙틸리언이 있나 경계한 것이지만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저 아이가 중간에 괴상한 소리를 내지 않던가요?”
괴상한 소리라고 하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설마…. 그 칠판 긁는듯한 소리요?”
“인간의 청각으로는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군요. 저희에게 그 소리는 멀리 있는 동료에게 자신의 위험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그렇군요….”
“인간은 첫소리밖에 듣지 못하겠지만 이어지는 소리는 매우 넓게 퍼져 동족만 들을 수가 있죠. 그래서 저 아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능 언어팩을 가지고 있는 강신이 히어로 메이커의 괴성을 알아듣지 못한 이유.
그건 인간과 렙틸리언이 듣는 소리가 달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궁금증은 해결됐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강신은 혼날 것을 두려워하는 히어로 메이커가 보였다.
‘저 체격에 어린아이라니….’
강신은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그 답을 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이 사안은 아무래도 저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국가와 협업으로 진행된 일이기도 하고 히어로 메이커 자체가 너무나 유명해진 탓에 자칫 잘못하면 정부와 성신 간에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성신, 경찰, 렙틸리언과 정부를 대변할 국정원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눠보자고 했다.
“어떠십니까?”
강신의 제안에 이채연과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불만 없어요.”
“그렇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