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73
472화
신하린이 맡은 역할은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강신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걸 돕는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는 먼저 임상무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광신도 중 가장 외각에 배치된 광신도를 노렸다.
그녀가 광신도에게 접근했을 때, 광신도는 임상무를 지키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신하린은 모습을 감추고 그런 광신도의 뒤로 천천히 접근했다.
그리고 광신도와 소모형 보호 장치가 작동하기 전에 그대로 약품이 묻은 하얀 천으로 광신도의 입과 코를 막았다.
덥석!
“읍…! 읍!”
신하린은 나머지 손으로 광신도의 움직임을 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힘이 얼마나 강하겠냐마는 광신도를 제압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기에 상관없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하얀 천에 발려있는 약품은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약품을 들이켠 순간 코끼리조차도 수 초만에 정신을 놓게 만드는 특제 약품이었다.
그런 약품을 인간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신하린에게 잡혀 있던 광신도의 몸에서 곧장 힘이 풀렸다.
그녀는 소리가 나지 않게 광신도의 몸을 붙들고는 조심스럽게 포박하며 몸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광신도의 품속을 뒤졌다.
‘아무것도 없군.’
뭐라도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지만, 광신도는 지갑은커녕 휴대전화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아쉬워하며 손으로 광신도의 귀밑을 손으로 살살 긁어봤다.
틱.
맨눈으로 봐서는 알지 못했지만, 손으로 만지니 손끝에 뭔가가 걸렸다.
그것을 손톱으로 긁어 뜯어내자 피부색과 똑같은 멀미 패치처럼 생긴 스티커가 떨어져 나왔다.
그걸 본 그녀는 생각했다.
‘팀장님 예상이 맞았네.’
성신의 보호 장비도 복제했는데, 다른 장비라고 복제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광신도가 성신이 사용하는 다른 물건을 복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결국엔 그 생각이 옳았다.
‘물론 완벽하게 복제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성능은 비슷하다고 할 거라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광신도가 가진 통신 패치로는 성신의 통신 내용을 도청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성신의 통신 패치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으나, 수십만 개의 주파수의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도청하기 위해서는 그중 하나를 정확하게 맞춰야 했다.
즉, 광신도가 사용하고 있는 통신 패치는 도청이 아닌 그들이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었다.
신하린은 광신도를 도청하기 위해서 착용하고 있던 통신 패치를 뜯어 손목에 살짝 붙여 놓고는 바로 광신도가 착용하고 있던 통신 패치를 붙였다.
그러자, 때마침 다른 광신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볼일 볼 때는 주의를 해주었으면 좋겠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신하린에게 잡혀 신음을 내뱉던 광신도의 소리를 제압하는 소리가 아니라 볼일 보는 소리로 착각해 주었다.
이들이 전문적으로 전투 훈련을 받은 이들이었다면 이런 착각을 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민간인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운이 좋다고 봐야 했지만, 그래도 똑같은 방법은 두 번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나….’
어떻게 해야 현재 상황에서 더 효율적으로 강신을 도울 수 있을까.
‘적들을 다 잡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직접 부딪히는 건 조금 부담이 되는데.’
신하린에게 보호 장비를 뚫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손쉽게 뚫어낼 수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하나둘이면 모를까, 이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건 좀….’
대충보다도 숫자만 열댓 명이 넘어갔다.
‘저기에 사제 계급도 포함되어 있으면 더 힘들겠지. 그럼 어쩔 수 없나.’
신하린이 손으로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크흠, 적이 침투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신하린의 입에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방금 자신에게 제압당했던 그 남자의 목소리였다.
“으아악!”
비명까지 완벽하게 지른 신하린이 빠르게 임상무에게 가는 길목으로 이동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숨어있던 광신도들의 통신이 들려왔다.
-길목! 길목이다!
-젠장, 언제 저기까지 간 거지.
-잡아!
숨어있던 광신도들이 신하린의 모습을 보고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여섯.’
광신도들의 머릿수를 센 신하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름 머리를 굴릴 줄 아는구나.’
숫자는 열댓 명인데 고작 여섯 명만이 튀어나왔다.
‘전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지.’
신하린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투사체를 피해내고는 어둠 속에 녹아내리듯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자, 광신도들은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뭐…. 뭐야, 갑자기 사라졌어.
-적이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거지?
-빨리 찾아!
그렇게 사라진 신하린은 움직이지 않았던 광신도 중 하나가 있는 곳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광신도의 뒤에 나타난 그녀는 품속에서 주먹만 한 장치를 꺼내 광신도의 등에 붙였다.
“뭐….”
뒤늦게 광신도가 반응하고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인지하는 것이 너무 늦었다.
신하린은 지체 없이 등에 붙인 장치의 버튼을 눌러버렸다.
삐빅!
팡-! 스위이이잉~
장치에서 검은색 로프가 사방으로 튀어나와 광신도의 몸을 휘감았다.
“으악! 이게 뭐야!”
광신도는 자신의 몸을 휘감는 줄을 보며 당황해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포박되는 속도만 더 빨라질 뿐이었다.
“이익!!”
로프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애초에 그리 쉽게 끊어질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을 본 신하린은 생각했다.
‘성능이 나쁘지는 않네.’
광신도가 보호 장비를 입고 있다는 정보에 헥사곤 바인더를 대신해 연구팀이 급하게 만든 물건이었다.
U.M.A 소재를 사용해 어지간해서는 끊어지지 않는 물건이었다.
‘렙틸리언의 기생충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했던가….’
그다지 좋은 경험이 아니었기에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장비라면 성능이 아무리 뛰어난 보호 장비를 입고 있다고 한들 적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급하게 제작한다고 많은 수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현재 전장에서 이 물건을 지급받은 사람은 강신과 신하린뿐이었다.
“젠장! 여기다! 여기에 적이 있어!”
광신도는 구속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다른 일행들에게 신하린의 위치를 알렸다.
그러자, 신하린을 놓쳤던 광신도들이 소리를 듣고 바로 몰려왔다.
그런 광신도들을 보며 신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나씩 잡는 것보다 시선이라도 확실하게 끌어놔야지.’
그녀는 몰려오는 광신도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술래잡기라면 그녀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으니까.
신하린이 일련의 행동을 반복하며 광신도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끄는 동안 강신은 임상무가 있는 장소까지 조용히 걸어갔다.
더는 그의 앞길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모습을 감춘 강신은 임상무의 뒤에 도착하자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임상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석이지만, 강신은 그런 극적인 연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궁금한 것은 제압하고 나서 물어도 늦지 않아.’
괜히 여지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강신은 조심히 품속에서 신하린이 사용했던 구속용 장치를 꺼내 들었다.
아직 이름도 없는 장치는 헥사곤 바인더와 다르게 구속할 대상자를 직접 스캔하고 완벽하게 구속하는 시스템이었기에 직접 대상자에게 붙여서 사용했다.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접근해야겠어.’
조금만 더 가면 장치를 붙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이 접근하기도 전에 등 돌리고 있던 임상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왔군요.”
임상무는 마치 강신이 올 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기에 오히려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알았지?’
강신은 분명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평범한 임상무는 강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어야 옳았다.
심지어 강신은 임상무의 정면이 아닌 뒤를 노리고 접근했다.
왠지 모를 불길함이 엄습했다.
찰나의 순간 강신은 선택해야 했다.
이대로 몸을 뒤로 빼고 다시 기회를 노릴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강행할 것인지.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강신은 후자를 선택했다.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강신은 그대로 임상무의 등 뒤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분명 임상무의 등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눈 깜빡할 사이에 자신의 시야가 반전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몸이 날고 있었다.
강신은 지면에 구르며 낙법을 쳤다.
“큭!”
강신은 바로 일어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서둘러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눈앞에 벌어진 일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강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임상무는 처음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지만, 자신은 50m나 떨어진 거리를 구르고 있었으니 당황할 수밖에….
‘도대체 뭘 당한 거지?’
혹시 주변에 사제가 이상한 재능을 사용해서 날려 보낸 것이 아닐까?
아니면 임상무가 자신은 모르는 장비를 사용한 것인가?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당해보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겠지만, 강신은 이전에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비록 다른 비밀 종교였지만 유술의 달인으로 최태원이라고 불렸던 그 남성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최태원은 이곳에 없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에는 오로지 임상무와 자신뿐이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을 던진 것은 임상무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강신은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미 옛날부터 비밀 종교 소속이었습니까?”
최태원의 유술은 하루 이틀만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임상무가 천천히 몸을 돌려 강신을 바라봤다.
그리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으드득.
이를 간 강신이 그대로 강신은 순식간에 50m를 달려 임상무에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임상무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내지른 강신의 주먹을 빗겨냈다.
턱!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는 강신이 그대로 공중에서 몸을 돌려 뒤돌려차기를 했지만 임상무는 그것마저도 몸을 틀어 피해냈다.
강신의 발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부웅~!
강신은 그 반동을 이용해 손을 지면에 딛고, 튀어 오르듯 자세를 다시 잡고 임상무를 노려봤다.
예전에 비하면 강신도 많은 것을 배웠고 체득했다.
최태원을 처음 만났을 때, 설야의 도움을 받아 힘으로 밀어붙였던 과거와는 달랐다.
기술도 힘도 그때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다.
만약 지금 강신이 최태원을 만난다면 설야의 가루가 없어도 상대할만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고작 두 번의 공격이었지만 강신은 임상무의 수준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화는 나지만 냉정하게 판단했다.
‘임상무님이 최태원보다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