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8
47화
울프팀이 수원으로 복귀하자, 상부에서는 고생한 울프팀의 노고를 치하하며 2일의 휴가를 주었다.
휴가 기간 동안 강신은 초코, 설야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복귀했다.
회사에 출근한 강신이 개인 큐브로 향하는데, 권영식과 임 상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 선임,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흠흠, 김 대리의 보고서는 확인했네만 자세한 내용은 아무래도 자네에게 직접 듣고 싶더군.”
“김 대리님이 작성한 보고서에 있는 내용이 다입니다. 제가 딱히 더 설명할 내용은 없습니다만…….”
김 대리가 작성한 보고서를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림자 반려가 자네에게 귀속되었다고 들었네만?”
“그렇죠. 초코야.”
이미 보고된 내용이라 강신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초코의 이름을 불렀다.
-멍!
초코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듣자, 한번 짖더니 강신의 그림자에서 나와 강아지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게 그 그림자 반려인가, 신기하군. 만져 봐도 되나?”
권영식이 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명체를 보며 눈빛을 빛냈고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초코가 강신의 그림자로 다시 숨어 버렸다.
“아마 만져 보셔도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겁니다.”
“흐음……. 그렇지만 보고서에는 분명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나와 있었는데….”
“원리는 모르겠지만, 공격할 때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흥미롭군.”
권영식이 갑자기 품속에서 수첩을 꺼내 강신이 한 말들을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팰로우님, 지금 그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임 상무가 권영식에게 말하자, 그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수첩을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렇지,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지.”
“……?”
강신이 권영식의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부산에서 발견된 U.M.A.가 그림자 반려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둘은 자네가 쓴 글들을 확인해 해당 U.M.A.의 정보를 찾았지.”
권영식이 운을 떼자, 임 상무가 그의 말을 받아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그런데, 마지막 보고서에서 나온 내용 중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게 뭔가요?”
“강 선임이 그림자 반려를 귀속시킨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그림자 반려를 넘겨받고 멀쩡할 수 있는 겁니까?”
강신이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 임 상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임 상무와 권영식이 그림자 반려가 숙주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착취한다는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비록 강신이 신단수 열매의 효과로 큰 무리 없이 초코를 데리고 있을 수 있었지만, 신단수 열매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강신과 척준신의 비밀이었다.
‘어떻게 할까.’
그날 이후로 시간이 흘러 천 년 하수오는 이미 척준신의 배 속에 있을 테니,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강신이 걱정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였다.
강신이 알고 있는 권영식은 연구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믿을 수 있었지만, 유 상무는 조금 달랐다.
분명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이지만 속을 완전히 알 수 없는 사람.
‘여기서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서로에 대한 믿음에 더 금이 가겠지.’
이렇게 오해가 조금씩 쌓이고 쌓여 나중에 파국이 나는 경우도 많았다.
‘어쩔 수 없지.’
강신이 고민하고 결론을 내는 것까지 짧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권영식과 임 상무는 강신을 보채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저희 팀원들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신은 보고서에는 적혀 있지 않았던 내용을 둘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만약 임 상무가 조금이라도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신단수 열매를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신은 그를 믿어 보기로 했다.
강신의 이야기를 들은 권영식의 반응은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의문들이 해소되었다는 듯이 이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임 상무는 그와 다르게 강신에게 섭섭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신단수 현장을 갔다 와서 겨울 나비 날개 가루에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던 것이었군.”
“저는 강 선임에게 조금 섭섭하군요.”
강신은 임 상무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보고서에는 솔직하게 작성할 수 없는 내용이라…….”
“됐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걸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임 상무도 그만 기분 풀게.”
권영식이 둘 사이를 중재하자, 임 상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팰로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임 상무의 표정은 전혀 풀린 것 같지 않았다.
“앞으로는 같은 팀원끼리는 숨기는 것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강신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임 상무도 더는 불평을 쏟아 낼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시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죠. 그보다 이번 현장에서 강 선임이 놓친 부분은 제가 잘 해결했습니다.”
임 상무가 갑자기 주제를 바꿨다.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던 강신은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당황했다.
“제가 놓친 부분이 있었습니까?”
“크게 신경 쓰실 건 아닌데, 사건을 키운 세 명에게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더군요.”
생전에 초코를 죽였던 3인방.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넘긴 것만으로 강신은 자기가 할 일을 끝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
“그들의 죄질이 워낙 좋지 않아서 손쓰기 쉬웠습니다. 아마 그들은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겁니다.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지는 않으십니까?”
임 상무는 강신이 원한다면 자세히 설명해 주려는 듯했다.
강신은 임 상무의 입가에 걸린 소름 끼치는 미소를 보고, 그가 손을 써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쉽군요.”
강신의 대답을 들은 임 상무는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 이번 현장은 잘 마무리되었군. 궁금한 것도 모두 물어봤고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새로 연구할 만한 소재가 없다는 것 정도겠군.”
연구라고 해 봐야 그림자 반려의 능력 테스트 정도일 뿐, 추가로 연구할 U.M.A. 샘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권영식의 착각이었다.
“아 참, 이걸 드린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네요.”
강신이 품속에서 손바닥 크기의 작은 환경 채취용 보존 용기를 꺼냈다.
그리고 권영식은 그 유리병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건…….”
강신이 들고 있는 유리병 속에는 검은 안개로 보이는 물질이 들어가 있었다.
“이건 그림자 반려의 일부입니다.”
“자, 잠깐만 기다리게. 이해가 되질 않는군.”
강신은 권영식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림자를 따로 보관한다고?”
권영식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설명이 부족한 강신의 탓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권영식에게 빠르게 설명했다.
“그림자 반려라는 이름은 해당 U.M.A.가 숙주의 그림자 속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지, 몸이 모두 그림자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숙주의 그림자와 그림자 반려의 몸을 이루고 있는 이 물질이 섞여서 구성되어 있거든요.”
그림자는 빛에 의해 그늘이 생기는 현상을 말했다.
그런데 초코가 빛과는 무관하게 모습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숙주의 그림자뿐만 아니라 U.M.A.의 몸을 구성하는 검은 안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개로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그림자 반려는 숙주의 그림자와 이어져 있지 않으면 대기 중에 흩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대기 중으로 흩어질까 봐, 그림자 반려의 일부분을 따로 진공 보관한 거예요.”
“오, 오…….”
검은 안개가 담긴 유리병을 신줏단지를 받아 모시듯 권영식이 양손으로 받으며 감격했다.
“나중에 더 필요하시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많은 양은 못 드려도 연구하실 만큼의 양을 제공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거든요.”
권영식이 조심스럽게 유리병을 품속에 넣고, 강신의 손을 덥석 잡아 위아래로 흔들었다.
“정말 고맙네! 나는 이제 바쁜 일이 있어 그만 가 봐야겠군.”
권영식은 급하게 바쁘다는 핑계를 댔지만 강신과 임 상무는 그가 방금 받은 그림자 반려의 일부를 실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우……. 그럼 여기까지 하죠. 저도 부산 일을 처리한다고 다른 일들이 밀려 있습니다.”
결국 임 상무가 한숨을 내뱉고 해산하자고 말하자, 권영식은 인사도 하지 않고 빠르게 개인 큐브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임 상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아이 같다니까요.”
임 상무의 표정은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평소 권영식과 함께하는 그의 노고를 기억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 * *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강신을 제외한 울프팀의 팀원들은 강신이 바로 다음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을 물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예상과 달리 강신은 한동안 울프팀을 소집하지 않고 자신의 일과를 이어 갔다.
혹시 강신에게 다른 문제가 생겼나, 걱정하던 김 대리가 참지 못하고 강신의 개인 큐브로 찾아갔다.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강신이 김 대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김 대리님 어서 오세요,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강 선임님이 혹시 다음 현장을 정하셨나 해서 찾아와 봤습니다….”
“저도 찾아보고 있긴 한데, 적당한 곳이 없어서요…….”
김 대리는 이미 이곳으로 오기 전 출동이 가능한 현장들을 확인하고 온 터라, 강신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제가 보기에는 엄청 많아 보였는데요?”
“이번에 팀장으로 처음 작전에 참가해 보니, 신경 써야 할 게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팀원의 안전도 고려해야 하니, 앞으로는 조금 더 신중하게 현장을 고르려고 합니다.”
“저 때문이군요…….”
눈치가 빠른 김 대리는 강신이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안전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에요. 딱히 확 끌리는 현장이 아직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표정이 좋지 않은 김 대리를 보자, 강신은 에둘러 변명했다.
하지만 김 대리는 강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김 대리는 U.M.A.에 대한 강신의 호기심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지만,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띵동!
큐브 밖에서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강신은 회사 내부에서 자신에게 위해를 끼칠 사람은 없다고 판단해 고민 없이 입구를 열었다.
큐브의 문이 열리고 강신과 김 대리의 시선은 입구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지…. 고장인가?”
강신이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김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큐브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고장이 날 일은 없어요. 이상이 생기면 바로 상황실로 보고가 들어가거든요.”
“그럼 지금은요?”
“글쎄요….”
그때 누군가가, 입구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고 큐브 내부를 확인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욯~ 아저씨가 그 사람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