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05
504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강신의 수는 분명 성공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강신조차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강신이 사용한 발경이 너무 약해서?
아니, 오히려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쿵!
일반 트롤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그래도 인간에 비하면 큰 체구를 가진 트롤의 육중한 몸이 그대로 지면에 쓰러졌다.
쓰러진 트롤의 가슴에는 자로 잰듯 원통형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고 트롤의 눈은 이미 뒤집혀 있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트롤이 사망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트롤의 상태는 단순히 쓰러졌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트롤의 가슴에 뚫린 구멍의 상태가 절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저게 뭔….”
와이어를 설치했던 지원 요원 중 한 명이 트롤의 상태를 확인하고 경악에 가까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강신의 주먹이 닿을 때만 해도 분명 뭔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으니, 그런 그의 태도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발경이 적중한 가슴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 공간을 도려낸 듯 텅 비워져 있었다.
그 부분을 채우고 있던 살점이나 뼈가 없는 건 물론이고 트롤의 특징인 녹색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마치 그 부분만 완벽하게 소멸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설야의 날개 가루로 강화된 강력한 힘과 발경을 통해 건틀릿에 깃들어 있는 부패의 힘을 한계까지 사용했으니, 타격당한 부분이 부패하다 못해 한 줌의 먼지로 산화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녹색 건틀릿은 본연의 색을 완전히 잃어버려 투명색 건틀릿이 되어버렸다.
다시 부패의 힘을 쓰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마침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끝이 난 것인지 강신이 비틀거렸다.
“으음….”
거대한 탈력감이 강신을 덮치자, 차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바닥에 넘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신이 쓰러지기 전 얇고 고운 손 하나가 강신이 넘어지는 것을 막아냈다.
“팀장님, 수고하셨어요.”
그 손의 주인은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강신을 데리고 도주하려던 신하린이었다.
“아…. 하린아. 고맙다. 이놈의 탈력감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네.”
“그래도 그런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것치고 고작 탈력감이라면 나쁘지 않은 등가 교환이죠.”
“뭐, 그건 그렇다만…. 그건 그렇고 이레귤러의 귀도 사냥 증표로 쳐주려나?”
강신의 뜬금없는 하찮은 농담에 신하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트롤은 트롤이니, 증표로 인정은 해주지 않을까요? 그보다 부축하기 쉽게 몸을 이쪽으로 좀 더 밀착시켜주세요.”
“아…. 알았어.”
방금까지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이 큰일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강신과 신하린은 이레귤러의 시체 앞에서 사소한 잡담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장웨이와 지원 요원들이 엉망이 된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이날, 역사가 있는 트롤 사냥 대회는 이레귤러 한 마리 때문에 엉망이 되었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해 시상식 자체가 취소되었다.
시상식은 취소되었지만 그렇다고 대회 우승자에게 상품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주최 측은 이레귤러를 사냥한 강신에게 증표의 개수와 상관없이 특별 상품을 주려 했다.
그런데 이후 맥스와 다른 일행이 트롤의 귀가 가득 실린 수송 트레일러를 가져 왔고, 자신들이 쓸데없는 배려를 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수송 트레일러에는 도프의 증표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귀가 실려 있었다.
사실 강신도 총 몇 개의 귀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개수를 셌지만 300개가 넘는 이후부터 숫자를 세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그저 쌓아두기만 했다.
반면 우승을 노리고 규정을 교묘하게 어기던 도프는 딘이 예상했던 것처럼 그런 행동을 해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만약 도프의 회장이 행사장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어떻게든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수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레귤러가 날뛸 때, 다친 이들이 적혀 있는 명단 구석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건 사고가 잦았던 사냥 대회가 끝이 났다.
강신은 김만복과 약속대로 김만복의 쾌적한 관광을 위해 HG 그룹에서 받았던 카드를 김만복에게 쥐여주며, 다른 일행들과 함께 보냈다.
강신도 그들과 함께 관광을 즐기고 싶었지만 딘과 베가가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강신은 그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곧바로 향했다.
강신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딘이 입원한 병실이었다.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는데, 벌써 깨어나시다니 회복력이 좋으시네요.”
겉보기에는 멀쩡할지 몰라도 딘의 부상은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도 모자라 그 상태로 무리하게 움직여 뼛조각들이 몸속에 있는 장기들을 손상시켰다.
만약 그의 이송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도 불가능했을지도 몰랐다.
“이 정도는 옛날에 비하면 큰 상처도 아닙니다. 제가 환생자라는 것을 모를 때는 말이죠….”
딘이 입을 열자, 그의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강신은 딘이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전까지 과묵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딘의 수다를 한참이나 들어주던 강신은 베가의 핑계를 대며 그곳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으어…. 귀에서 피가 나는 것 같네.”
“그러게요. 딘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말을 많이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모습을 감춘 신하린이 강신의 말에 동의했고, 그렇게 잠깐 더 걷자 그들은 베가가 있는 병실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신이 막 병실의 문을 열려고 할 때, 내부에서 베가가 아닌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밝았던 딘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병실에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대장, 괜찮습니까?”
“당연히 괜찮지! 이정도 부상은 나를 죽이지 못해.”
팀원의 어두운 목소리와 다르게 베가의 목소리는 다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활기찼다.
하지만 그 활기찬 목소리에 다른 팀원이 울컥하며 화를 냈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습니까! 지금 대장의 모습을 보십쇼, 그게 정말 괜찮은 겁니까?”
그곳에 있는 다른 팀원들은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아니, 말리지 못했다는 것이 옳았다.
그의 말대로 베가의 몸 상태는 전혀 괜찮지 않았으니까.
무지막지한 트롤의 공격에 계속 당했던 걸 생각하면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생각해야 했다.
베가의 재능과 견고한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베가는 회복력도 좋았다.
분명 딘보다 많은 공격을 맞았음에도 한 곳을 제외하면 베가의 상태는 딘보다 더 건강했다.
하지만 그 한 곳이 문제였다.
베가의 오른쪽 소매가 휑했다.
그곳은 트롤에게 뜯겼던 오른팔이 있던 곳이었다.
“젠장, 팔을 찾으면 뭐합니까. 깔끔하게 잘린 것이 아니라 잡아 뜯긴 거라 다시 붙일 수도 없다면서요.”
“흥, 고작 팔 하나 가지고 오버하지 마라.”
“고작이라니요…. 대장, 대장은 오른손잡이잖아요.”
“그게 뭐, 요즘 괜찮은 의수도 많다고 하니, 이참에 끝내주는 무기와 함께 의수를 달아도 괜찮겠지.”
“아니…. 그게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잖습니까….”
팀원들이 돌아가며 베가에게 우는 소리를 했다.
베가 용병단은 베가의 원맨팀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다른 팀원들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전투 기술을 조금 익힌 군인에 가까웠다.
반면 베가의 전투 능력은 인간을 뛰어넘는 무엇인가였으니, 당연히 독보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베가 덕분에 소규모로 운영해도 소문을 듣고 의뢰를 요청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랬던 베가가 오른팔을 잃었으니 의뢰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베가는 의외로 많은 이들의 원한을 사고 있었다.
PMC는 아무리 올바른 의뢰만 고르고 골라 받는다고 해도 원한을 살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그런 원한을 받아도 베가 용병단이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무식할 정도로 튼튼한 베가의 보복이 두려워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튼튼한 베가가 다쳤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는 순간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내가 강대한 적이 앞에 있는데, 내가 꼬리를 말고 도망갔어야 했다고 말하는 거냐?”
방금까지 호탕했던 베가가 정색하며 팀원들에게 말하자, 그의 팀원들은 더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베가가 장난처럼 사람들에게 전사, 전사하며 떠들었지만 그건 그가 가진 자긍심이었다.
그리고 그건 누구라도 건드려서 안 되는 그의 역린이기도 했다.
더는 베가에게 뭐라고 할 수 없게 되자, 팀원 중 한 명이 다른 이에게 화살을 돌렸다.
“혹시 모르죠, 강신이라는 사람이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 팔이 무사했을지도….”
화살이 향한 곳은 마침 병실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강신이었다.
‘베가가 다쳤으니, 원망할 대상이 필요하겠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강신도 사람이었기에 저런 말을 들으니 살짝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베가가 노성을 질렀다.
“빈!!! 구해줘서 고마워하지 못할망정 그 사람을 탓해? 너는 내가 싸우는 동안 뭘 했지?”
베가는 전사의 긍지를 욕보일 때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빈은 베가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레귤러가 나타났을 때, 빈은 자신의 안위만 걱정했으니까.
“네가 싸우지 않았다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게 강신을 비난할 핑계는 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늦게 도착한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강신이 도착해 이레귤러를 쓰러트렸다는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추가 부상자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빈은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그런 빈의 사과를 받은 건 베가가 아닌 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강신이었다.
“이런…..”
베가가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쳤다.
강신의 모습은 누가 봐도 내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강신, 미안하네.”
베가가 팀원을 대신해 다시 사과하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정말로 괜찮습니다. 한국의 옛말에는 없는 자리에선 나라님도 욕한다는 소리가 있으니까요.”
강신이 빈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가 죄를 지은 죄인처럼 몸을 크게 움츠렸다.
“그보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덕분에 죽지 않았지, 고맙네.”
“고맙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건강하시다니, 다행이네요.”
강신은 병실에서 베가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가만히 고민했다.
‘오른팔이라….’
강신은 베가가 마음에 들었다.
호탕한 성격도 성격이지만,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적에게 달려드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신은 그런 자기희생적인 모습이야말로 영웅적인 면모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의 오른팔이 비어 있다니, 안쓰러웠다.
그래서 강신은 베가를 도와주기로 했다.
‘구하기는 어려운 물건이지만, 베가에게 사용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을 거야.’
결심이 서자, 강신은 곧장 한국으로 연락해 회사 개인 보관함에 있는 물건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에 남아 있던 빌리는 요청한 물건을 가지고 직접 영국으로 날아왔다.
강신은 빌리에게 받은 물건을 들고 다시 베가가 입원한 병실로 향했다.
“이거 남자 몸에 참 좋은 겁니다.”
강신이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러자, 베가가 강신이 장난친다고 생각한 것인지 피식 웃었다.
“자양강장제 같은 건가? 잘 마시겠네.”
강신은 물약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꼭 혼자서 마셔야 합니다.”
강신이 당부하자, 베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누가 준 건데. 혼자서 먹겠네.”
“저는 그럼 약속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게. 나중에 또 놀러 오고.”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일행들과 관광 약속이 있어서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것 참, 아쉽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지.”
물약을 건네준 강신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베가가 있던 병실에서 나왔다.
강신이 병실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가가 있는 병원은 난리가 났다.
그야, 오른팔을 붙일 수 없다고 판단했던 베가의 오른팔에서 새로운 팔이 돋아난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 베가와 팀원들까지 모두 놀라는 게 당연했다.
강신이 베가에게 건네준 물약은 그가 예전에 위치를 도와주고 받았던 재생의 비약이었다.
‘언제나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니, 가끔은 이런 기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강신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쾌적한 관광을 하고 있을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