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06
505화
강신은 베가에게 재생의 비약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김만복이 런던을 관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어 곧장 일행들과 함께 런던으로 향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U.M.A 국제회의 단상에서 강신이 제안했던 걸 본 사람들이 현재 강신을 봤다면 그를 비난할지도 몰랐다.
그야 그곳에서는 지구가 위험하다든지, 침략자가 있다든지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떠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가로이 일행들과 해외 관광이나 하고 있었으니, 좋게 보일 리 없었다.
남들의 눈에는 그저 노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강신은 순수하게 관광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니었다.
‘계획이 조금 틀어졌네.’
밝은 표정으로 거리 곳곳을 구경하는 일행들과는 다르게 강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을 따라다니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눌러 지압하고 있었다.
강신이 트롤 사냥 대회에 참석한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영국 왕실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U.M.A 국제회의에서는 아직도 팀을 만들기 위해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매일 싸우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매일 싸우고만 있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들도 생각이 아예 없는 이들은 아니었다.
가장 많은 보상을 얻고 싶어서 팀을 편성하는 인원으로 다툴 뿐이지 이미 각국의 비밀 요원들과 많은 사람이 렙틸리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강신은 그 팀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이득을 위해 팀을 만들어지는 것은 안 돼.’
큰일을 하는 것이니, 보상도 그만큼 챙겨주는 게 잘못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로지 보상만을 원하는 팀이 만들어진다면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이유가 퇴색될 게 분명했다.
‘그러니, 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부분은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좋아.’
렙틸리언을 상대하는 전담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로지 실력으로만 팀원들을 뽑아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큰 보상을 원하는 이들 때문에 팀을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고, 어찌어찌 만들어진다고 해도 제대로 된 팀이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래서 강신은 U.M.A 국제회의에서 발언권을 가진 이들을 만났다.
한국의 두 의원은 물론이고 키퍼 소속, 미국 상원의원과 이전에 도움을 주었던 인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다른 이들도 말로 설득하고 싶었지만, 강신이 각국 정상급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초청장을 받았을 때, 트롤 사냥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왕실에서 직접 수상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승을 위해서 그렇게 뛰어다닌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완전히 잃었어.’
강신에게 설득당하든 당하지 않든 대화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상식 자체가 약식으로 이루어졌기에 왕실은 약식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부에서 주관하여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이지선다의 선택을 얻은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영국에서는 아리아드네의 실이라고 불렀지만, 강신이 지었던 명칭은 이지선다의 선택이었다.
이 물건은 여러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이 좋은 물건이었다.
단지, 우승하고도 왕실과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강신은 아직 미련이 남는지, 런던을 관광하며 버킹엄 궁전이 보일 때마다,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몇 번이고 바라보다 결국 미련을 털어버린 강신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일행들과 다음 장소로 향하려고 할 때,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2명의 남성이 강신과 일행들에게 접근했다.
“한국에서 오신 강신, 맞습니까?”
그들은 다짜고짜 강신의 신원을 확인했다.
누가 봐도 수상한 이들의 등장으로 방금까지 즐거워하던 일행들이 얼굴을 굳히며 그들을 경계했다.
강신은 그런 일행들을 믿고 덤덤하게 그들에게 말했다.
“네, 제가 강신입니다만,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러자, 그들 중 한 명이 품속에서 손을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송기덕이 재빨리 강신의 앞을 막아섰고 신하린은 강신의 뒤쪽으로 이동해 그들의 시야가 잠깐 가려질 때,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사전에 맞춰본 적도 없었는데, 마치 맞춘 것처럼 움직이는 그들의 행동에 맥스가 속으로 감탄했다.
“어…. 그러니까…. 너무 경계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명함을 꺼내려고 한 것뿐입니다.”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던 남성은 강신과 일행들의 행동에 적잖게 당황한 듯이 보였다.
그야, 당연했다.
어디 비밀 요원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그저 일개 회사원이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는 허둥지둥하며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 강신에게 내밀었지만, 중간에서 장웨이가 그 명함을 대신 받았다.
그렇게 명함을 쭉 한번 훑어보고는 강신에게 다시 건네주며 말했다.
“특별하게 뭔가 처리된 것은 없습니다.”
강신이 명함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수상한 이들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강신은 혹시라도 이들이 영국 왕실이 보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건네준 명함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적혀있었다.
“도프?”
“네, 저는 도프, 사외 지원팀 소속 브룩스라고 합니다.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저에게 잠시 시간을 할애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는 처음 당당했던 등장과 달리 살짝 겁을 먹은 듯이 보였다.
강신은 그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도프라…. 무슨 목적이지?’
그들과 직접 엮였던 일은 딘을 도와줄 당시 단 한 번이었지만, 그들의 목적을 간접적으로 방해했기에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품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잠시 시간을 내어달라고 하니, 살짝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함정인가? 아니, 함정으로 보기에는 뭔가 애매한데.’
눈앞의 사내는 많이 어수룩해 보였으며 무엇보다 그는 전투 요원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보다 뒤에 있는 사람은 조금 신경 쓰이는데.’
앞에 있던 사내와 다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몸을 보면 그는 앞에 있는 이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라는 걸 예측할 수 있었다.
‘이야기만이라면 들어볼까.’
강신은 빠르게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다만, 이야기 장소는 저희가 정하도록 하죠.”
“아, 네! 물론이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제야 겁에 질렸던 브룩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강신은 시간을 보며 곧 점심때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들이 허튼짓하지 못하게 유동인구가 많은 음식점으로 그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그곳에서 일행들과 함께 간단한 요리를 주문하고는 강신이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도프 쪽에서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강신은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생각이 없었기에 시간을 끌지 않고 곧장 질문했다.
그러자, 어수룩했던 남성은 바로 질문할 줄은 몰랐는지 어물쩍거리며 할 말을 고민했다.
“저…. 그러니까, 이번 일에 대해서 회사에서 끼친 피해를 실감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사죄를 하기 위해….”
브룩스가 말하는 사죄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대회에 참석했던 강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도프가 한 행동들은 누가 봐도 선을 넘은 행동들이었으니까.
영국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시상식 때, 강신에게 넌지시 다음 대회부터는 도프를 초청하지 않겠다며 알려주었다.
“정말 사죄만을 위해서 찾아온 겁니까?”
강신이 싸늘한 눈으로 말하자, 그는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횡설수설 말했다.
“그게…. 말이죠…. 저는 정말로 사죄만을 위해서 당신을 찾아왔습니다만…….”
그는 슬쩍 옆에 있는 다른 남성을 바라봤다.
그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모습으로 강신과 일행을 탐색하듯 보고만 있던 남성이었다.
그는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되자,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는 뒤늦게 자신의 명함을 꺼냈다.
디자인 자체는 브룩스와 비슷한 것 같았지만 명함의 재질과 금박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아하니, 브룩스보다 높은 직책의 사람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명함이었지만 강신은 그가 건네는 명함을 받지 않았다.
명함을 들고 있는 손이 창피했던 것일까, 그는 다시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에게….”
그가 막 용건을 밝히려고 하는데, 강신의 시선이 브룩스에게 가 있는 걸 확인한 장웨이가 손을 들어 사내의 말을 막았다.
“죄송하지만, 저희 팀장님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으신 것 같군요.”
애초에 강신이 이 자리에 초대한 브룩스는 회사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과 강신 사이에 껴서 어찌할 줄 몰랐다.
명함을 받지 않은 것부터 말을 중간에 끊고 막은 것까지 그는 상당한 모욕감을 느낀 건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장웨이의 말을 받은 강신이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사죄한다는 용건이 끝났다면 이만 가보시죠.”
“이익….”
사내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주먹을 강하게 쥐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도프가 자신에게 바라는 게 있는 한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저 사내가 이곳에서 난동을 부릴 수 없다는 걸 강신은 알고 있었다.
결국, 분을 참지 못한 남성이 자리를 박차고 음식점을 떠나갔다.
그의 행동은 이미 예상하였기에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강신과 일행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떠난 이가 아니라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브룩스였다.
“브룩스, 당신은 저 사람을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까?”
강신이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애초에 같은 소속 사람도 아니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 용건이 남아있습니다.”
“……?”
강신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올곧은 눈으로 강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이번 일로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직 제대로 사죄를 받지 않으셨죠.”
“허….”
강신은 그의 말을 듣고 의외라는 듯이 바라봤다.
‘어리바리하게 생겼는데, 의외로 예리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네.’
그의 말대로였다.
브룩스가 사죄의 말을 내뱉었을 때부터 강신은 지금까지 그의 사과를 받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후에 도프가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 몰랐기에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대화를 틀어서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브룩스는 그 핵심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그래서 말입니다, 사죄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만…. 저희의 사죄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방금 상급자가 당한 것을 보고도 꿋꿋하게 자신을 해야 할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본 강신은 왠지 브룩스라는 사람에게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피식 웃으며 전과 다른 분위기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희 나라에는 말로만 미안하다고 해서 끝날 일이라면 경찰은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죠.”
“아…. 그렇죠. 누구든지 말로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죠. 그래서 이걸….”
그가 품속에서 꺼낸 것은 작은 종이 지폐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회사에서 사죄하며 지급하는 수표입니다.”
무려 10만 파운드짜리 수표였다.
한국 돈으로 환전하면 대략 1억 6천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큰돈이긴 했지만, 이번 일의 피해보상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모호한 금액이었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강신 같은 이들이 받을 땐 꽁돈으로 느껴지겠지만 직접 피해를 본 이들에게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은 금액이었다.
‘듣기로는 화물트럭 몇 대가 반파되고, 대회를 위해 준비한 물건들이 파손된 것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강신의 표정이라도 읽은 것일까, 브룩스는 그런 강신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아, 이 금액은 이번 대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따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분들에게는 그 피해 금액만큼 추가로 드리고 있죠.”
브룩스의 말을 들은 장웨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번 사냥 대회에 참석한 팀만 해도 몇백 팀이었다.
그 팀 전원에게 10만 파운드를 주었다니, 어지간한 회사는 흉내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도프가 어째서 그렇게 배포가 크게 피해보상을 하는지, 강신은 의문이 들었다.
‘우승 상품을 노린 게 욕심 때문만이 아니었나?‘
강신은 도프의 행동이 정말 궁지에 몰려 있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