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8
517화
프로네시스는 집주인이 말한 약속 장소 근처에 있는 모든 CCTV를 확인해 자체적으로 집주인의 동선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확인해보았고, 그녀가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 사실을 바로 강신에게 알렸다.
-그녀는 귤을 가져가지 않았어.
프로네시스는 강신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만능렌즈를 통해 집주인 찍힌 부분을 편집해 강신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영상을 송출했다.
영상과 함께 프로네시스의 설명이 이어지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했다.
-집주인은 처음부터 귤을 보관할만한 물건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
집주인이 들고 다니는 작은 파우치에 귤이 들어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티가 났을 것이다.
귤의 크기로 인해 파우치가 변형되었거나, 아니면 귤이 터질 수도 있으니 파우치를 조금 더 조심히 다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파우치의 모양이 불룩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딱히 조심히 다룬 것도 아니었다.
“집주인이 아니라면…. 부동산 사장님이나 박규현의 친구, 둘 중 하나겠군요.”
“아마 그럴 것 같군요.”
강신이 이한울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이 다음으로 찾아간 것은 박규현의 친구로 박규현이 처음 실종되었다는 걸 발견한 조민철이었다.
그는 강신이 전화를 걸자마자 친구를 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덕분에 강신은 그와 바로 약속을 잡고 근처 사람이 많은 카페에서 그와 만날 수가 있었다.
그는 강신이 카페에 도착하기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으며 강신이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물었다.
“형사님, 정말로 제 친구를 찾아 주실 수 있으십니까?”
강신은 그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건 아직 확실하게 대답해 드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조민철은 더는 박규현을 볼 수 없겠지만 강신은 그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알려주지 못했다는 것이 맞았다.
그에게 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무거운 것이었으니까.
“저희도 박규현 씨를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이렇게 조민철 씨를 만나고 있는 것이고요.”
“아…. 그렇죠,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친구가 실종되었으니, 걱정되실 만도 하죠. 그래서 말인데, 박규현 씨가 실종되기 전 뭔가 특이한 행동을 했거나, 따로 언질을 주지는 않았습니까?”
강신의 질문에 조민철은 고개를 저었다.
“연락이 끊기기 전까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조민철은 친구의 실종이 타의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걱정했다.
“그럼, 박규현 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이 언제입니까?”
“그게…. 아마 실종되기 일주일 전으로 기억합니다.”
강신은 조민철에게 박규현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다.
질문 내용 중에는 강신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상당수였지만, 경찰의 신분으로 탐문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강신은 쉬지 않고 사소한 것까지 그럴싸하게 질문했다.
그렇게 한참을 질문한 강신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뭔가를 적고 있는 수첩을 덮고는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조민철 씨.”
“네. 형사님.”
“혹시 박규현 씨가 실종되고 그가 사는 집에 개인적으로 방문한 적이 있으십니까?”
강신이 묻자 조민철이 움찔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
“혹시 그때 박규현 씨 집에서 수상한 사람이나 물건을 보시지는 않았습니까?”
강신의 질문은 노골적이었지만 이전부터 계속한 질문으로 인해 단순한 탐문으로 느껴졌다.
“음…. 그게….”
조민철은 잠시 고민하는 듯이 보였다.
그가 선뜻 입을 열지 못하자 강신은 그의 입을 열기 위해서 반칙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어쩌면 친구분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하셨다면 저희를 믿고 숨기지 말고 말해주십시오.”
박규현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강신의 말에 조민철이 들썩이던 입술을 열었다.
“수상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번에 규현이 집에 갔을 때, 수상한 물건은 봤습니다. 귤처럼 생겼는데, 귤은 아닌 것 같고 귤을 닮은 특이한 물건이었죠.”
강신은 조민철의 말에 덤덤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그의 뒤쪽에 있는 이한울은 아니었다.
조민철의 말을 듣고 기쁜 내색을 하며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조민철의 눈이 예리하게 빛이 났다.
“귤을 닮은 물건이라….”
강신이 그런 그의 눈을 보고는 애써 모른척하며 되뇌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조민철이 확실치 않은지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강신이 별 감흥 없는 표정을 짓자, 조민철이 뒷말을 덧붙였다.
“그 물건이 그냥 모양만 닮은 물건이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닮기만 했다면 단순한 모형이라 생각하고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민철은 아주 우연히 그 이상하게 생긴 귤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 물건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민철이 그런 귤을 발견한 것은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다.
처음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과 함께 박규현의 집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조민철은 경찰을 신뢰하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은 박규현을 찾지 않으며 수사에 완전히 손을 뗀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사실 사건을 이채연에게 이관시켜 경찰들도 손을 댈 수가 없었던 것이지만, 조민철이 그 사실을 몰랐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 그는 혼자서라도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사라진 친구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연고지도 없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랬다.
조민철은 실종된 박규현을 찾기 위해서 사비를 털어 전단지를 만들고 그가 다닐만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전단지를 진지하게 받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곧 자신이 하는 행동이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뭐라도 단서가 필요해.’
그래서 그는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서 이전에 박규현의 집을 열어주었던 열쇠공에게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받았다.
그렇게 조민철은 다시 박규현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보면 불법 가택침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라진 친구를 찾겠다는 그의 젊은 혈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이상한 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인형이나 모형 따위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하지만 단서를 찾기 위해 집 구석구석을 뒤지고 나서 그 귤을 다시 확인했을 때,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에 봤을 때와 위치가 조금 달라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는 그 이상한 귤을 한참을 관찰했고, 그 귤이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혹시 자신이 모르는 귤의 종이 아닐까, 검색도 해봤지만 나온 것은 없었다.
그 귤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박규현은 그런 물건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평소의 박규현이라면 이런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다면 바로 자신에게 자랑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조민철은 귤의 형상을 한 물건이 친구의 실종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논리는 빈약했지만, 조민철의 직감은 그 귤이 친구를 찾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하게 알려왔다.
조민철은 실종된 친구와 귤이 연관이 있다면 친구를 실종시킨 범인은 그 귤을 다시 찾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수상한 귤을 챙겼다.
“그래서 말인데요,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뜬금없는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물었다.
“당신들 정말로 경찰인가요?”
어느새 그의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강신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했다.
비록 그의 추리가 틀리긴 했지만 평범한 대학생이 진심으로 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많은 카페를 약속 장소로 잡은 것도 그래서였군.’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상대가 누구든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테니까.
평소 강신도 즐겨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조민철은 처음부터 강신을 형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가지고 있는 귤을 찾으러 온 누군가이며, 친구가 실종된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의 추리대로 강신이 귤을 원하는 건 맞지만 아쉽게도 그의 추리에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 빠져 있었다.
재능, 초능력, U.M.A, 초월체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 속에서나 떠올릴 듯한 이해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실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민철은 강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경찰이 맞습니다.”
강신은 집주인을 만나기 전부터 서둘러 준비했던 경찰의 신분증을 꺼내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조민철은 그 신분증을 받고는 조금 당황한 듯이 보였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는 자신의 추리에 확신하고 있었는지 신분증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세하게 확인했다.
“그…. 그래, 위조! 위조한 거 아닙니까?”
그는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막 뱉어냈고 강신은 그런 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의심되면 제가 소속된 부서에 연락해서 확인해보셔도 괜찮습니다. 뭣하면 근처 경찰서에 함께 가서 확인시켜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조민철은 강신이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당황스러워했지만, 강신의 말만으로는 믿지 못했다.
결국, 강신은 조민철에게 직접 확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강신이 소속된 부서로 전화를 거는 것뿐만 아니라 진짜로 경찰서에 찾아가 강신의 신분을 보증받은 것이다.
“이제는 믿겠습니까?”
강신은 자신의 신분을 경찰로 속이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해 두었다.
애초에 이런 방법은 경찰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니, 조민철이 아무리 노력해봐도 강신이 성신의 특수 요원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아…. 네….”
조민철의 추리가 맞았다면 모를까, 그의 추리가 틀린 이상 그가 상상하고 있던 건 그의 망상에 불과했다.
그러자, 뒤늦게 조민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망상을 경찰 앞에서 잘난 척 떠들어 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그게, 정말 죄송합니다.”
“하하, 그럴 수도 있죠.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나름 즐거웠으니, 괜찮습니다.”
강신이 의심을 받아도 화를 내지 않고 대범하게 넘어가자, 그는 더 부끄러워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하는 조민철을 더 놀려주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강신은 자신이 맡은 일의 시급함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강신은 그가 경계하지 않는 지금,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 아까 말씀하셨던 박규현 씨 집에서 찾았다는 귤을 제가 볼 수 있을까요?”
“아, 물론이죠.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야.”
아직 경찰을 믿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했던 잘못이 있어서인지 조민철은 바로 귤을 숨겨 두었던 곳으로 강신과 일행들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