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7
516화
남성의 이름은 박규현이었다.
그의 집에서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만 발견되었다면, 이곳에 있는 요원들이 만장일치로 제일 불행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집에서는 귤이 발견되지 않았다.
“암만 봐도 수확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력인데….”
박규현을 조사한 결과, 그가 가진 이력은 모든 트리거를 건드리고 있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장웨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강신은 고민에 빠졌다.
수확 당한 박규현을 찾는 것에는 그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피해자는 늘어나겠지.’
시간을 허투루 사용할 수 없었다.
만약 박규현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게 수확 당하지 않았고, 그저 단순 가출이라면 그를 찾는 시간은 그대로 낭비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보군에 올라온 3개의 귤을 까보는 것도 문제였다.
현장 요원들이 특이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는 있다 해도 그들도 모르는 실종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3개의 귤을 모두 까보는 것은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일행들이 강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강신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에 따라 피해자가 더 발생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보니, 강신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고민하는 시간에도 시간을 흘렀기에 강신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박규현의 귤을 찾아보죠.”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신의 선택으로 추가 피해자가 나오는 건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누구도 강신을 비난하지 못하겠지만, 장웨이는 그래도 강신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강신은 떨리는 손을 꾸욱 잡으며 애써 괜찮은 척 말했다.
“네, 괜찮아요. 이 사건을 서둘러 해결해 보겠다고 일을 그르쳤다가는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무엇을 선택해도 피해자가 나온다면 적어도 확실하게 이번 일을 끝내야 한다는 게 강신의 생각이었다.
“그럼, 다른 현장 요원들에게 박규현이 변한 귤을 찾도록 지시를 내릴게요.”
이순자가 자신의 팀원을 박규현이 살던 집으로 보내려고 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저도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네? 강책임도요?”
이순자가 강신의 대답을 듣고 되물었다.
U.M.A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라진 귤을 찾는 상황에서 강신이 가나 안 가나 달라질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수사본부에서 강신이 떠나는 게 더 손해였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선택을 했으면 책임은 지고 싶어서요.”
자신의 선택으로 소모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강신은 가만히 탁상에 앉아서 박규현의 귤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음…. 그래요, 어차피 강책임이 간다고 하면 하린씨도 가겠죠. 뭐, 그리고 초월체와 싸우는 것도 아니니….”
트리거를 알아낸 이상 위험할 게 없으니, 이순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강신의 생각을 존중했다.
그렇게 강신은 신하린과 이한울, 셋이서 박규현이 살던 집으로 향했다.
박규현의 집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이미 3팀 현장 요원들이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책임님, 고생이 많습니다.”
그들 중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이가 강신에게 아는척하며 살갑게 다가왔다.
그간 여러 현장을 다니며 함께 호흡을 맞췄으니 그들과 친분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강신은 시간이 없었기에 간단한 인사와 함께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안녕하십니까, 마 대리님, 뭐라도 나온 것이 있습니까?”
“일단 ‘그것’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었기에 마대리라고 불린 사내는 은어를 사용했다.
“박규현의 사정은 이미 아시고 있을 테니, 그건 넘기겠습니다. 그보다 이 방에 들어온 사람들이 누구인지가 궁금하시겠죠.”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마대리는 강신이 궁금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었다.
“박규현이 사라지고 나서 이 자취방으로 들어왔던 사람은 총 6명입니다. 실종자와 친구였던 조민철, 그리고 그와 동행했던 경찰 둘과 열쇠를 열었던 열쇠공, 그리고 집주인과 부동산 사장님입니다.”
사람이 변한 귤은 아주 조금씩 굴러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귤은 침대 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벗어나더라도 침대 밑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귤이 침대 위나 근처에 없는 경우는 두 가지뿐이었다.
‘수확 당한 게 아니거나, 누군가가 귤을 가져갔거나.’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은 외형은 귤과 흡사하지만, 그 색부터 살색이라 괴리감이 느껴지는 귤이었다.
어지간해서 챙기지 않을 외형이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네시스, 근처 CCTV를 확인해서 용의자 중 귤을 가지고 가는 모습이 남아있다면 알려줄래?”
-알았어, 바로 확인해볼게.
강신이 프로네시스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 이한울이 걱정스레 강신에게 다가와 물었다.
“누군가가 귤을 가져갔다면 이미 손상되지 않았을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귤의 껍질은 원래 인간의 피부가 압축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질기고 단단해 식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든 물건이었다.
그러니, 귤을 가져간 사람은 귤을 깔 수 없어 보관하거나 버렸을 것이다.
“보관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버렸다면….”
쓰레기 소각장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어렵겠죠.”
만에 하나라도 일반인이 그 귤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일반인에게 U.M.A를 노출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서 모두 불러 모으는 건 어떻습니까? 증거물이 사라졌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경찰의 도움을 받으면 말을 꺼내기 편해질 수는 있었지만 아쉽게도 강신은 그 제안도 기각했다.
“그건 안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고 오히려 숨기려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귤을 찾기 더 힘들어진다.
“그런데, 정말로 귤은 누가 가져갔을까요?”
신하린이 묻자, 강신은 손으로 턱을 쓸며 말했다.
“일단 경찰 둘은 확실히 아닐 거고 집의 문을 연 열쇠공도 아닐 가능성이 크지.”
만약 경찰이 가져갔다면 그 물건들은 이미 증거품으로 경찰서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문을 연 열쇠공은 이후 방에서 물건이 사라지면 자신이 의심받는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기에 방 안에 있는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유력 후보는 친구와 집주인, 부동산 사장님인가요?”
“그래.”
“경찰의 도움을 받는 건 어렵지만 신분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겠죠?”
신하린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어렵지 않지. 이채연 경감님에게 말하면 바로 해결해 줄 거야.”
수사 과정에서 협력하는 이들의 신분을 경찰로 바꿔야 할 때가 많았으니, 이런 일은 그녀에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러면 그 신분을 가지고 그냥 실종자를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그들과 만나보는 건 어떠세요?”
물건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실종자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만난다면 경찰에게 협조해 줄 게 분명했다.
“그건 나쁘지 않네. 일단 이 방에 있는 물건들을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보고 누가 가져갔는지, 나오지 않으면 그 방법을 사용하자.”
“아, 맞네요.”
그제야 신하린은 귤이 아니면 과거의 한 장면만 볼 수 있는 이한울의 빈약한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떠올렸다.
신하린에게 자신의 취급이 어떤지 알고 있는 이한울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강신의 지시대로 주변 사물을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음…. 이건 아니고….”
이한울은 커다란 가구에 붙어 있는 문짝 하나부터 나사 하나까지 최대한 많은 물건을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하기 위해 물건을 세분화했다.
그렇게 사이코메트리를 했지만 아쉽게도 귤을 누가 가져갔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예 건진 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귤이 있긴 있었습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의 유무였다.
이한울은 수많은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그 특이하게 생긴 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게 확실해졌네요.”
덕분에 강신과 일행들의 목표가 확실해졌다.
그동안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내렸던 지시대로 주변 CCTV를 확인했지만, 방문한 이들 중 귤을 가져간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하린이 말대로 움직여야겠네요. 마 대리님과 3팀분들은 현장에서 대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마 대리는 강신의 지시에도 아무런 불만이 없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은 그대로 이채연에게 경찰의 신분을 받고 귤을 가져간 3명의 용의자를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팀장님, 누구부터 만나실 거에요?”
신하린의 질문에 강신이 대답했다.
“집주인부터 만날 거야.”
귤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 중 하나였다.
강신이 처음 만날 사람으로 집주인을 선택한 것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세입자에게 세를 주긴 하지만 엄연히 그 집의 주인이었으니,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죄책감 없이 가져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강신의 예측이 맞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 학생, 기억하죠. 경찰까지 왔었으니까요. 그 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집주인은 40대 후반의 비쩍 마른 여성이었다.
그녀는 선한 이미지로 실종된 학생을 걱정하는 듯이 보였다.
“최근 박규현씨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죠?”
의심스럽다는 듯이 강신이 묻자, 그녀는 살짝 당황하듯이 말했다.
“네. 방문하긴 했었죠…. 그런데 제가 방문한 것은 그 학생이 실종되고 나서예요. 아무래도 집을 확인해야 하니까. 집주인으로서 당연한 방문이었어요.”
“혹시 집안에서 수상한 사람이나 물건을 발견한 적이 없었습니까?”
강신이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집안 상태만 확인하고 나온 거라….”
“제가 듣기로는 시설 점검은 부동산 쪽에게 완전히 맡겼다고 들었는데요?”
“아니, 그게…. 사실은 그 근처에서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렸어요, 제가 그 방에 머문 시간이 몇 분 되지도 않았어요.”
그녀는 자신을 심문하는 듯한 강신의 태도에 몸을 살짝 떨며 묻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그날 어떤 약속이 있었고 누구를 만났는지, 주저리 떠들어댔다.
-저 말이 맞아, 그 부근에서 CCTV에 찍혀 있어.
그녀가 하는 말은 실시간으로 프로네시스에게 전달되었고, 프로네시스는 곧장 강신에게 그 인근에 있는 CCTV를 확인하고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저희는 김규리씨를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혹시 박규현씨가 사라지기 전 따로 언질을 받은 것이 없는지 궁금해서 묻기 위해서 온 겁니다.”
그제야 살짝 겁에 질린 듯한 집주인의 표정이 안정을 되찾았다.
“형사님도 아시겠지만 보통 세입자와 집주인이 통화하는 경우는 잘 없잖아요…. 저는 계약도 부동산 쪽에 전혀 맡기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직접 통화해 본 적도 없어요.”
보통 세입자와 집주인이 용건이 있다면 부동산을 통해서 하지, 집주인과 직접 통화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인 것은 맞았다.
강신은 그 이후로 그녀에게 몇 가지 더 질문을 던지고는 그 집을 떠났다.
“집주인은 아닙니다.”
강신의 확답에 이한울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강신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이한울은 강신을 신뢰하고 있었으니까.
그저 강신이 어떤 단서를 가지고 그런 결과에 도달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한울의 기대와는 다르게 추리로 인한 결과가 아니었다.
“네시스가 알려줬습니다만?”
“아….”
이한울은 뛰어난 과학력은 머리를 편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