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6
515화
“그럼 가장 불행한 사람을 어떻게 찾죠?”
과연 어떤 사람이 가장 불행할 것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난해한 일이었다.
불행에 수치라도 있다면 판단하기 쉬웠겠지만,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일행들뿐만 아니라 성신의 지휘부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봐도 정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불행한 일이 일어난 횟수를 따져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나쁘지는 않지만, 그저 횟수로 따지기에는 불행의 경중도 생각해 봐야지 않겠습니까?”
문지방에 발을 찧은 것과 건설 현장을 지나갈 때 철골을 맞는 것을 단지 1회로 치부하기에는 질이 너무나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불행의 경중으로 따지기에도 모호하잖아요?”
자연스레 토론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케빈이 손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본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겠죠?”
말하는 본인조차도 자신이 없어 보였다.
일행들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의견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본인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을 남들과 어떻게 비교를 할 건데?”
케빈의 친구인 맥스가 그를 타박하듯 물었다.
“음…. 그게….”
케빈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생각해도 자신이 한 말들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조차 흔들릴 정도의 발언이었지만 강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강신은 케빈의 발언을 듣고 손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뭔가 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길 잠시 머릿속에 난잡하게 어질러있던 퍼즐을 맞춘 강신이 입을 열었다.
“어쩌면 케빈의 의견이 정답일 수도 있겠군요.”
“에?”
“으음?”
강신의 대답에 일행들이 모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트리거를 생각해보면 케빈의 의견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강신이 말했던 것은 불운으로 발생한,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생긴 죄책감이었다.
이는 당사자의 마음에서 나오는 트리거였다.
테마는 트리거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으니, 지금 테마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스스로가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어야 했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트리거를 떠올리고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트리거와 테마의 관계를 까먹고 있었네요.”
다만, 기준을 찾아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그 사람을 어떻게 찾을 건데요?”
“글쎄요….”
이순자가 묻자, 강신도 이번만큼은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못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사람은 각기 모두 사연이 있었고 군대도 자신이 근무했던 곳이 가장 힘들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작은 불행을 겪어도 자신이 직접 겪으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불합리한 불행을 당한 것처럼 느껴질 터였다.
“그냥 특이 실종자를 모두 찾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그중 하나에는 씨앗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카밀라가 가장 심플한 작전을 제시했다.
“아, 그건 이미 요원들에게 요청해 두었습니다.”
“에? 언제요?”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요.”
트리거를 알아낸 이상 위험 요소는 크게 줄어든 상태이니, 강신은 철수시켰던 요원들에게 트리거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그리고 다시 현장에 투입해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의 확보를 부탁한 상태였다.
이전에는 그 귤이 있는 집을 봉쇄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귤을 수거하는 걸 목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요원들은 귤을 무분별하게 수거하지는 않았다.
하나의 상자에 하나씩 조심스럽게 보관하고 그 귤이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게 따로 구분까지 해두었다.
지원 요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그런 상자를 받아 수사본부로 가지고 오는 중이었다.
“그럼 이 회의는 불필요한 게 아닌가요?”
그녀는 모든 귤이 수거되면 그중 하나에 초월체가 뿌린 씨앗을 품고 있는 귤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불행한 사람에게 씨앗이 심어졌다면 그는 이미 매우 높은 확률로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이 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귤만 확보하면 이번 사건은 간단히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일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것이라면 이 자리를 아예 만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전국 각지에서 오는 귤만 처리하면 되는데 굳이 회의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초월체는 수확한 음식이 상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강신은 수확 당한 귤들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귤들은 수확제가 끝나는 순간 초월체에게 수거당할 것이며 후에 하나씩 먹힐 것이다.
인간에서 귤이 되었지만, 그들은 아직 ‘사망’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초월체가 귤의 껍질을 벗길 때 고통과 몸이 갈라져 조각나는 고통도 그대로 느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육편이 씹히는 감각도 생생하게 느끼게 될 터였다.
그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웃는 것.’
너무나 잔혹한 말이었지만, 그게 바로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이었으니까.
그들의 결말은 이미 인간의 몸에서 귤로 변하는 순간 정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미 귤로 변한 시점에서 그들의 소유권은 초월체에게 넘어간다는 소리였다.
수확 당한 귤은 수확제가 끝날 때까지 현세에 남아 이리 구르고 저리 굴렀다.
그렇게 수확제가 끝나고 마지막에 결국 초월체의 손에 떨어졌으니, 귤의 위치는 초월체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월체가 신경 쓰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기껏 수확한 음식이 상하는 것이었다.
인간도 상한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것처럼 초월체도 상한 음식은 먹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수확한 음식이 한두 개 정도 상하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많은 양이 상하는 것은 말이 달라졌다.
“많은 수확물이 손상되면 수확제를 중단하고 바로 귤들을 가져가겠죠.”
“어? 그러면 더 좋은 게 아닌가요?”
현재 강신과 일행들이 하는 행동들은 모두 초월체의 수확제를 막아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수확제가 중단된다면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일은 그리 낙관적으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씨앗이 문제가 될 겁니다.”
수확제가 계속될수록 초월체가 심은 씨앗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며 이내, 사라지는 동시에 수확제가 종료된다.
하지만 씨앗이 사라지기 전에 수확제를 끝낸다면?
일반적으로 그 씨앗은 그냥 현세에 버려지고 자연히 소멸하는 절차를 밟겠지만, 씨앗이 수확한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에 심겨 있다면 수확한 귤과 더불어 씨앗도 초월체가 수거하게 될 것이다.
“씨앗을 처음부터 만드는 건 초월체에게도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이미 만들어진 씨앗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씨앗이 복구되면, 당연히 초월체는 다시 수확제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초월체가 다시 수확제를 시작하면 이전 수확제를 방해한 이들을 타깃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수확제로 넘어가는 순간, 새롭게 나타난 테마와 트리거를 처음부터 찾아야 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이한울이 당한다면?
이렇게 쉽게 테마와 트리거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들 수도 있었다.
초월체는 중간에 씨앗을 수거하고 다시 수확제를 시작하면 그만큼 많은 수확물을 얻을 수 있게 될 텐데, 어째서 씨앗이 사라질 때까지 수확제를 계속하는 것인가.
그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초월체에게 수확제는 작은 유희 거리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유희 거리에 효율을 신경 쓰고 전력을 다하는 건 초월체에게 있어 궁상맞은 짓이며 그만큼 체면 구기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한 번에 씨앗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수확제를 끝낼 수 있으며 초월체가 다음 수확제를 열기까지 많은 시간을 소모할 테니까.
일행들은 설명을 듣고 이해는 했지만, 회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누가 가장 불행하죠?”
“으음….”
“흠.”
강신은 만약 자신이 불운하다고 상상해봤다.
‘내가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언제일까?’
죄책감으로 익사할 정도로 불행해지려면 어떤 일을 겪어야 할까, 단 한 번도 추첨에 당첨이 되지 않았을 때?
‘그건 불행의 축에도 끼지 못하지.’
그럼 길을 가다 변을 밟았을 때?
‘불행하다고는 생각할 수 있지만, 죄책감이 들지는 않겠지. 죄책감이 들려면….’
그리고 뒤늦게 강신은 뭔가를 떠올렸다.
“아.”
강신의 감탄사에 모든 일행의 시선이 강신에게 향했다.
일행들의 시선에도 강신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신은 멀쩡한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불행에 휘말릴 때.”
남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불행에 다른 사람이 휘말리면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일들이 반복된다면 당연히 스스로가 엄청나게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들이 된 사람들의 주변 인물들도 함께 조사해 주세요.”
강신의 지시를 듣자, 일행들이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였다.
일행들이 분주하게 움직여준 덕분일까,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에 관한 내용은 빠르게 수집되어 수사본부로 전달되었다.
그렇게 추리고 추려진 후보는 총 3명이었다.
송기덕이 3번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차현욱의 이름을 확인하고 말했다.
“차현욱 대리는 후보에 올리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가족이 불행에 휘말려 고생을 하는 것은 맞지만 상해를 입은 사람은 따로 없었다.
그저 환경 자체만 불우해졌을 뿐이었다.
“환경이 불우해도 자신의 불운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장웨이가 말하자, 몇몇 인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동조했다.
“그래도 두 번째 심은지 같은 경우는 지적 장애로 태어난 동생이 죽었는데요? 그리고 첫 번째 후보는 운전 실수로 조수석에 앉아있던 연인을 잃었고요.”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는 이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 같은데요.”
신하린이 3명의 후보에서 제외된 인물의 자료를 꺼냈다.
이름은 박규현, 그의 인생은 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불행했으며 종국에는 가족들을 모두 잃기까지 했다.
그 누구보다 불행한 그가 후보에서 제외된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의 집에서는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