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9
518화
조민철은 조금 어설펐지만, 한편으로는 똑똑했다.
그가 생각했던 추리대로 흘러갔다면 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그가 가진 귤을 빼앗기 위해 움직일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그는 귤을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숨겨두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물건 보관이 쉬우며 숨긴 사람이 아니면 결코 쉽게 찾을 수 없는 곳.
바로 기차역 물품 보관소였다.
역에 있는 물품 보관소는 의외로 범죄에 많이 이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나 보군요?”
이한울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조민철을 바라보자, 이한울을 형사로 알고 있는 그가 손사래를 치면서 다급하게 변명을 했다.
“아닙니다! 정말 처음이에요!”
“그렇게 보기에는 장소 선정이 묘하게 좋은데….”
이한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조민철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위치에 있는 보관함을 선택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건 제가 범죄와 관련된 TV 프로를 좋아해서 거기서 봤어요…. 그, 그런 것보다 이게 이전에 말씀드렸던 그 귤입니다.”
조민철은 서둘러 말을 돌리며 보관함에서 살색의 귤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강신은 귤을 건네받고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그대로 이한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한울이 손에 끼고 있던 하얀 장갑을 벗고는 맨손으로 귤을 잡았다.
귤을 만지자 이한울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
그리고 이내, 강신에게만 들리도록 귓속말을 했다.
“진품이 맞습니다.”
강신과 일행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조민철은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자신이 설명할 때는 모른 척하고 있었으면서 지금 와서는 뭔가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갑작스러운 태도 돌변에 당황하는 건 당연했다.
조민철은 불안해하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물건이 정말로 친구를 찾는 것에 도움이 될까요?’
강신은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짓을 입에 올렸다.
“네,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겁니다. 원래 민간인에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조민철 씨가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셨으니, 저도 수사 과정 중에 알아낸 부분에 대해서 알려드리죠.”
강신은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말하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조민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박규현 씨처럼 아무 징조도 없이 실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번에 조민철 씨가 발견한 이 귤처럼 생긴 물건들이 발견되고 있죠.”
“아…….”
“저희는 이를 특정 범죄 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임하고 있습니다만, 이 물건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서 위쪽에서는 우선 수거 명령만 떨어진 상태입니다.”
강신은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말하자, 조민철은 그의 말을 믿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범죄 단체가 연관되어 있다고요?”
“네, 심지어 해외에서 들어온 놈들이라 저희는 국내에 있는 조직 폭력배들보다 더 위험할 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조직 폭력배보다 더 악랄한 놈들에게 친구가 납치되었다면 과연 그 친구는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조민철은 그건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생각했다.
“그럴수가…….”
그래서일까,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똑똑하시니, 이 정도만 알려드려도 현재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강신은 조민철에게 더는 친구를 볼 수 없다는 걸 돌려서 이야기해주고는 말을 이어갔다.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친구분을 찾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일말의 희망을 주는 듯한 말을 하자, 조민철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강신의 손을 꽉 붙잡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꼭…. 꼭 좀 그들을 잡아, 규현이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묻어났지만, 몸속 깊은 곳에서 그의 심정을 대신하는 분노 또한, 깃들어 있었다.
“네, 약속드리겠습니다.”
강신은 슬픔과 분노가 공존하는 조민철을 잘 타일러 집으로 돌려보내고, 그를 기다리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이제 수사본부로 돌아가죠.”
* * *
강신과 일행들은 조민철에게 받은 귤을 가지고 서울에 있는 수사본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이걸로 하실 거예요?”
카밀라가 걱정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진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을 바라봤다.
“네. 이걸로 할 겁니다.”
강신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는 망설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강신은 귤을 까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두었던 메스처럼 생긴 얇은 나이프를 꺼냈다.
나이프 손잡이에는 작은 빨간색 버튼이 있었는데, 강신이 그 버튼을 누르자 나이프가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떨려왔다.
우우웅….
강신이 들고 있는 나이프는 성신 연구소에서 U.M.A의 두꺼운 가죽을 정교하게 썰어내기 위해 만든 고주파 블레이드였다.
강신이 나이프를 천천히 귤에 갖다 대자, 그것을 지켜보던 이들이 괜히 더 긴장해 마른침을 삼켰다.
그야 이번 일이 틀어진다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더 힘들어질 수도 있었으니, 일행들이 긴장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사실 태연한 척 나이프를 들고 있는 강신도 속으로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틀린 거라면 어떻게 하지?’
자신이 판단한 수확제의 테마와 트리거가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것이라면?
쉽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멈출까….’
수확제를 직접 방해한 게 아니었기에 지금이라면 충분히 돌이킬 수 있었다.
하지만 들고 있는 나이프를 귤에 대는 순간 이번 사태는 돌이킬 수가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렸지만, 강신은 조민철이 보여주었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슬픔과 분노가 공존하는 그의 목소리는 분명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는 범죄자의 처벌을 원하기보다는 더는 친구와 비슷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더는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비록 진실을 알려주지는 못했지만, 그때 약속했던 것만은 거짓이 아니었다.
“후우….”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강신이 나이프로 귤의 껍질을 갈라냈다.
스윽….
성신에서 특별하게 제작된 물건이기 때문일까, 귤을 가르는 감촉이 들지도 않았는데 나이프는 너무 쉽게 귤을 파고 들어갔다.
오죽했으면 식칼로 과일을 썰 때 들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은 그렇게 허무하다고 느껴질 만큼 쉽게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
귤이 두 조각으로 나뉘자, 과즙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붉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히힛, 히히힛! 히히히히!
환청처럼 어떤 남성이 환희에 찬 것처럼 소름 끼치게 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웃음소리가 들리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고 팔에는 닭살이 오돌토돌하게 돋아났다.
그리고 그건 귤을 쪼갠 강신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으윽….”
“으으….”
일행 중 정신력이 낮은 몇 명이 닭살이 올라온 팔을 문지르며 몸을 떨어댔다.
심지어 문제는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귤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도 문제였다.
처음에는 과즙처럼 붉은 액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계속 흘러나오는 액체를 보며 일행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고작 주먹만 한 귤에서 나오기에는 그 양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 액체는 귤이 올라가 있는 회의 테이블을 흥건히 적시는 걸로 모자라 바닥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냄새 또한 이상했다.
과일처럼 생겼으나 달콤한 향 대신에 비릿한 철 냄새가 그들의 코끝을 찔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 냄새를 어디선가 맡아본 적 있다고 생각할 때쯤, 카밀라가 그 액체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돌발 행동에 몇몇 요원들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손에 묻은 액체를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이거, 피네요. 그것도 순수하게 한 사람에게서만 나온 피에요.”
그제야 사람들은 비릿한 철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깨달았다.
평소 게으른 모습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그녀의 정체를 떠올렸다.
흡혈귀인 카밀라는 마치 소믈리에가 와인을 맛보는 것처럼 맛을 음미했다.
“맛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환희? 음…. 아니 그보다 더 광기가 느껴지는 맛이에요.”
그녀는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피 맛에서 환희가 느껴지는 게 나쁜 건 아니었다.
다만,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에서 나온 피는 뭔가 인위적으로 꾸며진 감정의 맛이었다.
강신의 피 맛을 기억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이런 피는 굶어 죽어도 입에 넣기 싫은 맛이었다.
카밀라는 이 맛이 바로 초월체가 원하는 맛이라는 걸 알고 일행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악취미에요.”
이 맛을 만들기 위해 수확제를 진행하는 것이니, 그녀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이, 강신은 귤을 쪼갠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두 쪽이 난 귤에 손을 집어넣었다.
‘씨앗이 있어야 할 텐데.’
강신의 손은 그대로 귤의 내부를 헤집기 시작했다.
귤 온도가 뜨끈한 게 사람의 체온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귤 내부를 구석구석 찾았다.
‘…….역겹군.’
비위가 좋은 강신조차도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뱃속에 손을 넣은 것 같아 속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속에서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간신히 참으며 귤을 헤집기를 잠시, 뭔가 뾰족한 게 강신의 손끝을 찔렀다.
‘이건….’
강신은 그대로 자신의 손을 찌른 무엇인가를 손으로 꺼냈다.
녹색빛이 도는 손톱만 한 8면체의 길쭉하면서도 작은 결정이었다.
마치 보석처럼 보이는 그 물건을 보며 강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찾았네요.”
강신이 꺼낸 결정이 그들이 그토록 찾던 초월체가 만든 씨앗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들이 수거했던 귤들이 보라색 빛의 잔영을 남기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강신은 그 모습을 보고 적어도 당분간은 초월체의 수확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 * *
하늘이 보라색인 이상한 공간, 인간도 동물도 아닌 이형이 있었다.
그것은 생물이라고 보기에는 액체와 가까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
“חָכָםתָּפַשׂ”
그가 내뱉는 말이 과연 언어이기는 한 것일까, 사람의 성대로는 쉽게 따라 할 수는 없는 소리였다.
단어의 뜻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존재의 앞에는 살색 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는 한참을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뭔가 단념을 한 것인지 한숨을 내쉬는 듯한 행동을 하고는 앞에 있는 살색의 귤을 들어 자신의 몸속에 집어넣었다.
슈화아아.
몸에 들어간 귤이 거품을 만들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히히힛, 히히히, 히히히히!
그 존재는 바로 강신에 의해 수확제를 망친 초월체였다.
그리고 그 존재는 자신의 수확제를 망친 이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