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20
519화
강신이 씨앗을 수거하자 요원들이 수거해두었던 모든 귤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초월체의 수확제가 드디어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귤이 된 사람들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강신은 조민철과 했던 약속을 지킬 수가 있었다.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겠지.’
수확제를 막고 사건이 끝이 났으니, 급조되었던 수사본부 또한 당연히 해산 절차를 밟았다.
“재능 범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채연은 강신에게 감사의 뜻을 내비쳤다.
만약 강신이 이번 일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녀와 이한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실종자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바빴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셨다니, 다행이군요. 혹시 나중에라도 곤란한 일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연락 주세요.”
강신은 이채연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강신의 명함을 받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는 기뻐했다.
이전까지 그녀가 강신에게 연락하기 위해서는 이한울에게 부탁해야 했다.
하지만 강신이 명함을 주며 개인적으로 연락해도 된다고 했으니, 이젠 직접 연락해도 되는 것이다.
“나중에 수사 도중에 막히는 부분이 있어도 연락해도 될까요?”
“제가 아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죠. 대신 저번에 수사본부에서 약속했던 걸 잊지 마세요.”
이한울이 옆에 있었기에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채연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꾼이라 불리는 강신에게 앞으로 정보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채연은 해산할 때까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강신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었기에 씨앗을 가지고 회사로 복귀했다.
씨앗을 찾고 수확제를 막았지만, 사후처리는 확실하게 해야 했으니까.
그중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수확 당해 귤로 변한 실종자들의 처리였다.
아무런 연고지도 없는 박규현도 그렇게 애타게 찾는 친구가 있었는데, 멀쩡하게 가족들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대로 실종자로 처리하면 피해자의 가족들은 이미 되찾을 수 없는 이들을 붙잡고, 기약 없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강신은 마지막으로 정부와 U.M.A 국제회의에 연락해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강신이 보고 있는 TV에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삼합회 소속의 국제 범죄자들이 국내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이들은 중국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 혼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납치를 강행했습니다.
-그들은 납치한 이들의 내부 장기를 빼내고 잔혹하게 살해했으며 피해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주도면밀하게 화학약품을 사용해 시체를 녹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산을 이용해 시체를 녹이는 것은 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방법이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다.
황산과 염산을 이용해도 사체를 완전히 녹일 순 없었다.
-이들은 최근 늘어나는 실종자들을 조사하던 한 형사가 남은 사체를 발견하여 덜미를 잡혔습니다.
TV에서 도도한 이채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리 짜두었던 대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경찰은 그들을 체포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이미 피해자는 상당수 발생한 것으로….
뉴스를 확인한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TV에서는 삼합회 소속이라 떠들어댔지만, 당연히 저 범죄 조직은 강신이 도움을 받아 만든 허구의 조직이었다.
강신은 실종자들을 찾는 이들이 죽을 때까지 그들을 찾는 고통을 느끼는 것보다는 큰 충격을 받고 천천히 상처를 치료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것은 똑같겠지만…. 그래도 덧없는 희망을 잡고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어떤 이는 차라리 살아있다고 믿으며 희망을 품고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강신이 생각했을 때, 그건 오히려 산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말려 죽이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뉴스의 보도가 끝나자 TV에서는 귤로 변했던 피해자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날, 유례없던 범죄 소식에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혀 버렸다.
대통령은 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국가 애도 기간을 공표했으며 국회에서는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밀입국에 관련된 법들이 개정됐다.
경찰서장은 미연에 범죄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TV에 나와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이 소식에 슬퍼했다.
실종자들의 친구, 가족, 지인들까지 SNS에는 추모의 물결이 끊이질 않았다.
강신은 그런 글들을 차분하게 읽으며 고민에 빠졌다.
‘뭔가 이상한데.’
강신은 문득 이번 수확제의 테마가 단순한 불행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정말로 불행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들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을 텐데….’
강신은 박규현을 찾는 조민철을 다시금 떠올렸다.
정말 그들은 불행했던 것일까?
만약 불행이 테마가 아니었다면 진짜 테마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강신은 이내, 복잡한 머리를 털어내듯이 고개를 저으며 이미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진실은 수확제를 진행한 초월체만 알고 있겠지.’
그렇게 이번 현장은 대한민국을 비탄에 빠트릴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 *
슬픔이 계속되기를 며칠, 그런 슬픔의 열기를 꺼트리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첫눈이 내렸다.
가슴이 시릴 정도로 슬픈 겨울의 시작이었다.
강신이 모든 일을 끝마치고 회사의 일을 다시 붙잡았을 때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권영식은 여전히 방에서 나오지 않고, 김수진 대리는 그런 권영식을 보조했다.
임상무의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그간 U.M.A 국제회의에 소속된 이들이 진짜 렙틸리언을 찾기 위해 발에 땀이 차도록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렙틸리언들은 인간의 시선을 의식한 건지 꼭꼭 숨어, 그들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반면 눈에 띌 정도로 바뀐 것도 존재했다.
“하. 드디어 팀이 만들어졌네.”
그간 지지부진했던 렙틸리언 대비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 인원에는 강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애초에 그 팀에 들어가겠다고 어필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졌지만, 그들은 바로 조사에 착수할 수 없었다.
그들이 소속된 국가와 기업들이 어떻게든 팀을 통제하려고 했고, 너무 심한 간섭으로 인해 팀 자체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강신이 해당 내용이 들어있는 문서를 확인하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진짜 작작 좀 하지….”
그들이 그곳에서 정치질을 하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강신도 묵인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점점 도를 넘어섰다.
그들이 그렇게 미쳐 날뛰는 것에는 숨어버린 렙틸리언의 탓도 있었다.
강신이 위험하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들은 서로의 이익을 어느 정도 양보하고 곧장 팀을 꾸릴 것처럼 행동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위험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으니, 그들은 위험하다는 강신의 경고를 흘려 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많은 걸 챙기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강신은 U.M.A 국제회의에서 만든 태스크포스팀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럴 바에는 자체적으로 팀을 만들고 말지.”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 이들을 모아두었다고 해도 움직이지 못한다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강신은 U.M.A 국제회의에서 보내온 문서를 신경질적으로 삭제하고는 곧장 상부에 렙틸리언을 쫓는 팀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바로 허가가 떨어지지는 않겠지.’
이미 국가의 요청으로 성신도 몇 개의 팀을 쪼개 렙틸리언을 쫓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강신이 요청한 팀은 지금 운영하는 팀보다 더 많은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필요했다.
그간 강신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긴 했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 상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는 일을 위해 바로 허가해 줄 리는 없었다.
강신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은 찬성표를 던져줄지 모르지만, 그래도 많은 이야기가 오갈 것이 분명했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는데.’
강신은 U.M.A 국제회의를 너무 신용한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만약 그때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쯤 작은 팀이라도 꾸려 렙틸리언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강신의 후회는 길지 않았다.
‘아직 늦지는 않았어.’
현재 렙틸리언들은 모두 숨은 상태였다.
‘그렇게 뛰어난 기술력이 있는데, 어째서 숨은 거지?’
그들의 과학력이 정말 인간을 말살시킬 정도로 뛰어난지 알 방법은 없었지만, 국가와 기업들이 나선 지금 그들을 찾을 수 없는 것만 보더라도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뭔가 이유가 있나?’
분명 그들이 대놓고 움직일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강신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빨리 팀이 결성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네.’
이번만큼은 강신도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상부는 강신이 제안한 팀 결성으로 인해 파벌이 두 개로 나뉘어버렸다.
강신에게 우호적인 이들은 강신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반대 입장에 있는 이들은 강신이 아무런 기약도 없이 렙틸리언을 쫓는 건 회사가 아주 큰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신에게 우호적인 이들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 입장의 사람들이 딱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강신이 진짜 렙틸리언을 찾는 것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였다.
그들이 자신들을 발견한 강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강신이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상부도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고, 그들의 과학력을 생각해보면 강신이 매우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권영식도 임상무도 없는 현재 강신까지 잃는다면 성신은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상부에서 쉽게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허락해 줄 수밖에 없을 거야.’
늦어지는 결과에 강신이 상부에 찾아가 이미 자신은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니, 상부는 결국 강신의 제안을 들어줄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냐는 것이다.
너무 늦어버리면 자신이 뭔가를 하기 전에 U.M.A 국제회의에서 만든 태스크포스팀이 사건을 끝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강신이 발을 동동 구르던 어느 날, 프로네시스가 강신에게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가 조금 이상한 사진을 발견했는데, 한번 봐줄래?